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투비 레벨 고수들이었는데 무도 마스터들도 종종 숨어있었다. 게다가 문관옥과 그리고 그의 지휘 아래 있는 부하 백호랑까지...“유장혁, 이게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문관옥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오래 했거든. 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단지 선봉대일 뿐이고 아직도 많은 고수들이 여기로 올 거야. 네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오늘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거라는 말이지.”사실 문관옥은 유장혁을 죽이는 것쯤은 이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유장혁 쪽에서 지원군이라도 오게 될까 봐 사람들을 많이 부른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었기에 경계해서 나쁠 건 없었다.“문관옥, 설마 문왕부도 호룡각 밑에 있는 세력 중 하나인 거야?”유진우가 소리 내 물었다.“호룡각의 명을 받아 널 처리하게 된 건 내 영광이야. 너한테 놓고 말해서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말이지.”문관옥은 매우 태연하게 말했다.“네가 만약 죽은 척하고 남은 인생을 보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넌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했어. 그러니까 왜 그랬어? 그러지 말았어야지. 네가 자초한 거야.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널 제거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이고.”호룡각은 황제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졌다. 천자마저도 꼭두각시일 뿐이니 그가 전력을 다해 호룡각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도 이상해할 것 없었다.문관옥의 태도에 의해 충성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평가에 통과할 수 있었다. 그에게 놓고 말해서는 호룡각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그때가 되면 그도 권력을 가져서 서경왕보다 더 뛰어난 존재로 될 수 있을 것이었다.“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네.”유진우가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자,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은 얼마든지 덤벼. 얼마나 대단한지 보기나 하자!”“흥! 정말 끝까지 해보자는 거지?”문관옥이 손을
“죽고 싶다면 도전해 보시든가요.”유진우는 줄곧 무표정이었고 눈빛은 차가웠다.“흥, 무서운 줄도 모르는 놈. 오늘 내가 사호문 권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마!”중년 남자가 고함을 지르며 유진우에게 달려들 때, 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잠깐만요!”경원종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며 말했다.“안 오너님, 당신도 실력은 괜찮지만 유장혁의 적수는 못 돼요. 제가 하죠.”유장혁을 죽이라는 건 호룡각에서 내린 명령이었기에 일등 공신을 세운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을 게 당연했다.이런 좋은 기회를 남에게 양보해서는 안 됐다.“채 종사님, 좀 저희를 무시하시는 것 같은데요?”안호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거느리고 있는 사호문은 채 종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거든요. 이놈도 상대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제가 사호문을 닫아버릴게요.”“맞습니다. 경원종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저희 사호문도 호락호락하진 않거든요!”사호문 제자들이 분분히 떠들어댔다.“안 오너, 당신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채지웅은 계속해서 말했다.“오늘 유장혁한테 진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는 물론, 목숨도 위태로워질 거니까요.”“채 종사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만 만약 제가 지게 된다면 그건 제 권술이 부족한 탓이겠죠.”안호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이때 비연교에서 몸매가 좋은 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동맹을 맺은 사이인데 이런 작은 일로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요? 제가 두 오너님을 대신해서 앞장서보겠습니다. 유장혁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시험해 보는 거죠.”큰 공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비연교 교주도 당연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다들 한몫 챙기려는 모양이네요.”채지웅은 좌우를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선착순으로 보면 제가 먼저입니다.”안호준도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
“뭐죠? 안 오너님은요? 왜 갑자기 사라진 거죠?”“이상하네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어요.”“설마 안 오너님께서 또 무슨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건 아니겠죠?”사람들은 사방을 둘러보면서 의논하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말이다.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방금 기세등등하던 안호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으니 말이다.“오너님은요? 어디 가신 거죠?”“스승님! 스승님!”사호문의 제자들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응답이 없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간파한 사람은 극소수였다.“소리 지르지 않아도 돼. 너희 스승님은 이미 돌아가셨어.”백발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남들은 몰라도 무도 마스터인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고 나서 안호준의 몸은 마치 가스가 찬 풍선처럼 바로 폭발하였다는 것을 말이다.시체도 남아 있지 않다.“죽었다고요? 그럴 리가요?”“채 종주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저희 스승님은 천하무적이라고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이겨왔는데 고작 한 방에 죽었다뇨?”사호문 제자들은 이러쿵저러쿵하며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들에게 놓고 말해서 안호준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존재였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상대가 누구든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채 종주님 말이 맞아. 안 오너님은 죽었어.”비연교 오너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지만 바닥에 있는 살덩어리가 안 오너님 시체야...”그녀의 말을 듣고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사호문 제자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만약 경원종 종주인 채지웅만 그렇게 말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비연교 교주인 노윤하도 그렇게 말했기에 그들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사호문 제자들은 땅바닥의 잘게 부스러진 살덩어리를 보고 비통해하며 울분을 토해냈다.한편, 나머지 문
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채 각주, 첩자에 관련된 일은 저도 전혀 몰랐습니다.”유태범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이틀 동안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만약 제가 일말의 거짓이라도 했다면 기꺼이 천벌을 받을게요.”“허허허, 단지 농담한 거니까 유 장군은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요.”채원진은 유태범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미소를 지었다.“유 장군의 말은 저야 당연히 믿죠. 저 두 첩자는 아마 유만수 쪽에서 보낸 사람들일 것이고 혹시나 유 장군이 도망갈까 봐 몰래 미행한 것 같습니다.”“워낙 음흉하고 교활한 사람이라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죠. 다행히 채 각주께서 제때 발견하신 덕분에 기지가 노출되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유태범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첩자가 얼마나 많은 정보들을 알아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기지의 위치는 이미 서경왕부에 알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그러면 어떡하죠? 미리 철수하는 게 나을까요?”유태범이 깜짝 놀라 물었다.“철수요?”채원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기지 위치가 알려졌다 해도 구체적으로 기지 안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있고 화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아직 모를 겁니다.”“유 장군, 솔직히 말해서 우리 기지의 방어 능력으로는 서경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흑용군이라고 해도 10만 이상의 병사를 데리고 와야 맞서 싸울 맛이 있을 텐데 문제는 이만큼의 병사를 동원하게 되면 분명 저한테 들킨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유만수가 매우 난감할 겁니다. 우리 기지 내부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쉽사리 병사들을 풀지 못하거든요. 적은 인원의 병사로 우리 기지로 공격해 온다 해도 그건 자살골이나 마찬가지고 병사만 축을 낸 셈이 되는 거죠. 그러나 만약 대규모로 군대를 이동한다면 이것 또한 저한테 발각되기 쉬워서 바로 철수해야 할 겁니다.”“다시 말해서 맞서 싸우든, 철수시키든 모두 제 선택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만수는 이제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거든요. 이길 수
이때 한 명의 호룡각 밀정이 갑작스레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채원진이 담담히 물었다. “각주님, 외부에서 서경 왕부 쪽으로 보이는 첩자 둘을 붙잡았습니다. 처분은 어떻게 할까요?” 호룡각 밀정이 고개 숙여 물었다. “첩자라...” 채원진이 미묘한 미소를 띠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곁에 있던 유태범을 흘끗 본 뒤 가볍게 명령을 내렸다. “그들을 안으로 끌고 와라. 내가 직접 심문하지.” “네.” 호룡각 밀정은 고개를 숙여 명령을 받아들인 뒤 문밖으로 손짓했다. 곧이어 두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온몸이 결박된 채 끌려 들어왔다. 그들의 입에 붙어 있던 테이프가 벗겨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격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유태범, 이 배신자 새끼야! 네놈이 감히 우리를 배신하다니 천벌을 받을 거다.” “입을 쳐라.” 채원진이 차갑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 “네.” 밀정이 앞으로 나아가 첩자의 뺨을 좌우로 무자비하게 내려쳤다. 연거푸 내려친 손길에 그 첩자는 입과 코에서 피를 쏟으며 비틀거렸다. 몇 차례 더 맞은 뒤에는 치아가 반쯤 부러진 채 흐느적댔다. “이제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라. 거짓말을 한다면 네 목숨은 여기까지다.” 채원진이 높직한 목소리로 첩자들에게 냉랭하게 물었다. “너희들은 정말 서경 왕부에서 온 것이냐?” “퉤.” 얼굴이 부어오른 채로 고통에 몸부림치던 검은 옷의 사내가 갑자기 채원진을 향해 피 섞인 침을 뱉었다. “죽이려면 죽여라. 내 입에서 뭔가 알아내겠다고? 그건 꿈도 꾸지 마.” “좋다. 그 소원 내가 들어주지.” 채원진은 더 이상 말을 낭비할 생각 없이 한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그의 손바닥이 검은 옷 사내의 머리를 내리치자 머리는 그대로 진흙 덩이처럼 으스러지고 말았다. 그 잔혹한 살수 방식에 유태범조차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채원진은 슬쩍 손을 털며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네 차례다. 말할 건가 말하지 않
“죽은 척하며 속이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채원진은 눈썹을 올리며 의아해했다. “저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었을 겁니다.” 유태범은 고개를 흔들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결국 우리는 한 수 비운 거죠. 유만수가 오히려 우리에게 함정을 놓고 우리가 그의 손에 놀아났습니다. 지금 제 부하들은 모두 제어 당했고 이제 반전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채 각주께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잠깐만요. 제가 머릿속으로 정리 좀 해볼게요.” 채원진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계획은 실패했고 유만수는 살아있으며 당신이 모은 모든 병력은 모두 포로가 되었고 지금 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맞나요?” “네. 거의 그런 셈입니다.” 유태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 장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만약 계획이 실패하고 당신의 부하들이 전멸했다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죠?” 채원진은 반문했다. “실은 저는 항복을 가장해서 그들을 속였고 그 틈을 타서 빠져나왔습니다.” 유태범은 고백했다. “항복? 어떻게 그랬나요?” 채원진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말씀드리기 전에 혹시 채 각주께서 불쾌해하시면 안 됩니다.”유태범은 잠시 말을 정리한 뒤에 이어서 말했다. “사실 저는 채 각주를 미끼로 삼아서 유만수에게 항복한 척하고 그들에게 제가 채 각주를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들은 복수를 갈망했기 때문에 저를 풀어주었고 저를 이용해 채 각주를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요?” 채원진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저와 만난 것은 함정이었나요? 유만수가 꾸민 계략이었다는 거군요?”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저는 서경 왕부의 세력이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했고 호룡각에 합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들을 완전히 속여서 자신들의 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했고 중요한 정보를 하나도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유태범은 확신
이 방어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성벽을 넘어선 후 유태범 앞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는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었다. 규모에서 볼 때 성벽 뒤의 이 기지는 마치 작은 도시 같았다. 곳곳에 다양한 건물들이 질서 있게 늘어서 있었다. 군사 기지, 훈련장, 실험장, 군수 창고, 벙커, 군용 공항 등 각각의 시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 민간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도 섞여 있었다. 유태범은 대강 한 눈으로 보면서 이 기지의 규모와 면적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았다. 이 군사 기지는 최소 5만에서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방대했다. 후방 지원 인력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매우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도시를 함락시키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아무리 수많은 풍파를 겪었던 유태범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화룡각은 너무나도 깊이 숨어 있었고 표면에는 티가 나지 않았으나 이미 엄청난 군사력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서경의 밀정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는 갑자기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 후회를 느꼈다. 만약 기지 안에서 채원진을 독살했다면 과연 그는 살아날 수 있었을까? 그건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었다.“유 장군, 이쪽입니다.” 사철수는 유태범의 생각을 끊으며 그를 군사 기지의 중심에 위치한 지휘실로 이끌었다. 거의 아무도 모른다. 이 지휘실 아래 깊은 지하에는 핵 방어 대피소가 건설되어 있다는 사실을. 현재 지휘실 안에서는 가면을 쓴 채원진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화면 앞에서는 예전 버전의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채원진은 이를 흥미진진하게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었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채원진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철컥.” 지휘실의 문이 열리자 사철수와 유태범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유 장군, 또 만났군요.”
지금 한 대의 이동하는 비즈니스 차 안에서. 사철수는 검은 천 한 조각을 꺼내어 유태범에게 건넸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 장군, 길이 멀고 잠시 눈을 감고 쉬어 가시죠.” “무슨 뜻이죠?” 유태범은 얼굴을 미세하게 찡그리며 물었다. “이건 우리의 규칙입니다. 비밀 기지에 외부인이 갈 때는 반드시 눈을 가려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죠.” 사철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왜요? 저를 못 믿겠다는 건가요?” 유태범은 일부러 불쾌한 듯 말하며 물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유 장군, 모두 같은 규칙입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사철수의 태도에 변함이 없었다. “그럼 눈 가려요. 마침 피곤했는데 한숨 자도 되겠네요.” 유태범은 귀찮아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눈을 감았고 몸을 편안하게 놓은 채 잠시 휴식을 취하려 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유 장군.” 사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직접 눈을 덮어 줬다.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차는 처음엔 순조롭게 달리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도로가 갑자기 울퉁불퉁해졌다. 차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사람을 졸리게 만들 정도로 기울었다.“사 장군,우리는 지금 도시를 벗어난 건가요?”유태범이 갑자기 물었다. “네. 맞습니다.”사철수는 숨김없이 대답했다. “안전상 기지는 도시 밖에 자리 잡고 있고 거리가 좀 멀지만 충분히 은밀한 장소입니다.” “호룡각이 생각보다 정말 조심스럽네요.”유태범이 말했다. “조심하는 게 항상 좋은 일이죠. 유 장군, 조금만 더 참으시면 곧 도착합니다.”사철수는 웃으며 말했다. 차는 계속해서 나아갔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대략 한 시간이 지난 뒤 차가 마침내 멈췄다. 그제야 사철수는 유태범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풀어주었다. 유태범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이 깊고 외진 산골짜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우뚝 솟은 산들이 마치 숨어있는 거대한 짐승처럼 느껴졌다. 산골
“기다리세요!”유태범이 떠나려 하자 사철수는 마침내 참을 수 없었다. “유 장군, 얘기는 천천히 나누면 됩니다. 왜 이렇게 성급하게 행동하시나요?”“무엇을 더 얘기할 게 있겠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신뢰조차 없는데 이것은 분명히 저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유태범은 일부러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유 장군, 잠시 진정해 주세요. 각주께서는 당신을 뵙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간이 없으셔서 그렇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잠시 기다려 주시고 제가 각주께 여쭤보겠습니다. 어떻게 하실지 여쭤볼게요.” 사철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빨리 물어보세요. 저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유태범은 두 손을 뒤로 포개며 위엄 있게 말했다.“알겠습니다. 강 장군, 잠시만 앉아 계세요. 바로 각주께 여쭤보겠습니다.”사철수는 몇 마디를 진정시키며 옆으로 가서 핸드폰을 꺼내 누구와 통화를 시작했다. 약 2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사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레스토랑 안에 있던 그의 부하들이 즉시 흩어져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모든 부하가 돌아와 상황에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했다. 사철수는 몇 마디를 더 한 후 채원진과의 통화를 마쳤다.사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유태범 앞에 다가가 말했다. “유 장군, 방금 각주께 보고했는데요. 그쪽 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급하시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얘기해도 괜찮습니다.” “다른 곳?” 유태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자연히 저희 호룡각의 서경 비밀기지입니다.” 사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비밀기지는 고위 인사들만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각주께서 장군을 초대한 것도 충분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을 들은 유태범은 턱을 만지며 잠시 망설였다. 그는 지금 채원진이 어떤 속셈을 가졌는지 몰랐지만 상대가 절대 순진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았다.호룡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선두에 있는 사람은 검은 망토를 두르고 모자를 깊게 쓴 중년 남자였다. 중년 남자는 모자를 매우 낮게 눌러썼고 머리를 숙여 얼굴을 확실히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외관으로 보았을 때 그의 몸은 매우 마르고 깡마른 상태였다. 문을 지나 들어온 후 모자를 쓴 중년 남자는 바로 유태범 앞에 앉았다. 그의 뒤에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경계의 태도를 취하고 주변의 이상을 감시했다. “당신은?” 유태범은 눈앞의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채원진을 이미 본 적이 있었고 그의 몸은 크고 건장한 모습이라 이 사람과는 확연히 달랐다. “유 장군, 오랜만입니다.” 중년 남자는 머리 위의 모자를 벗어 던지며 얼굴을 드러냈다.유태범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사철수?” “유 장군, 좋은 눈썰미를 가졌군요. 10년 만에 이렇게 알아보시다니 놀랍네요.”사철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10년 전의 그 강건했던 모습에 비해 지금의 사철수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잠깐! 당신은 이미 죽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살아있을 수가 있죠?” 유태범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당시 자금성 대변혁에서 왕부에 있던 사람 중 유장혁과 술광 외에는 거의 전원 희생되었고 사철수도 그중 하나였다. 그랬는데 10년 만에 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운이 좋았습니다. 누군가 구해줘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요.”사철수가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신도 송원호처럼 호룡각 사람인 거예요?” 유태범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맞아요. 우리는 모두 호룡각의 스파이였고 서경에 숨어 있었어요. 이제는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온 거죠.” 사철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진짜 예상 못 했네요. 당신들이 이렇게 깊숙이 숨어서 우리 모두를 속였다고요?” 유태범은 눈을 좁혔다. 10년 동안 이름을 숨기고 세상 사람들을 완벽하게 속인 것이라니. 그 깊
“오? 벌써 준비를 해놨네.”유만수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작은 여우 같았다. 일부러 이런 함정을 만든 것은 유태범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 보약을 먹은 이상 유태범이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더는 그 마음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삼촌을 믿을 수 없으니 당연히 보험을 들어야죠. 만약 삼촌이 그 순간 열 받아서 어떤 반역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땐 우리가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격이잖아요.” 유진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예방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네 삼촌을 미끼로 쓰는 게 과연 믿을 만한 방법일까?” 유진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채원진의 실력은 뛰어나고 성격이 치밀해서 속이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삼촌만으로는 안 될 거예요. 채원진이 막 결맹한 사람을 믿지 않을 거니까. 우리는 두 번째 계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유진우가 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유만수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천기는 누설할 수 없어요. 그때 가면 알게 되실 겁니다.” 유진우가 살짝 비밀스럽게 답했다. “이 자식, 이제는 네 아버지인 나도 속일 셈이냐?” 유만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를 속인 게 아니라 아버지 곁의 사람들을 속인 거예요. 아무도 모르죠. 아버지 옆에 배신자라도 있을지. 조심해야죠.” 유진우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알겠다. 이제 네가 충분히 혼자 맞설 나이가 되었구나. 이 일은 전적으로 네게 맡길게.” 유만수가 하품한 후 말했다. “너희 두 형제가 서로 잘 상의해 봐. 서경의 미래는 너희에게 달렸으니 잘해라.” 그는 말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천우야, 옷 갈아입고 나랑 함께 나가자. 예상대로라면 오늘 밤에 치열한 전투가 있을 테니 미리 준비를 해두자.” 유진우는 미리 말해준 뒤 유천우와 함께 위장을 하고 외출했다. 지금 왕부 내에서는 몇몇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뢰할 수 없었고 나머지 사람들에겐 항상 경계심
유태범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검은 알약을 보며 약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혁아, 네 성의는 알겠지만 이런 보물이야 네가 가지고 있어. 삼촌은 쓸 데가 없어.”“저는 천하대보환은 많아요. 귀한 보물도 아니고 편히 드세요. 한 알로 부족하면 많으니까 더 드릴게요.”유진우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그게...” 유태범은 조금 망설였다.“왜요? 삼촌은 저를 못 믿으세요? 제가 독을 넣었다고 생각해요?”유진우가 냉담하게 한마디 덧붙였다.“그럴 리 없지.”유태범은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장혁이 너는 정직한 사람이라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그럼 먹어봐요.”유진우는 검은 알약을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유태범은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그 검은 알약을 받아들여 한 번에 삼켰다. 이 약이 무엇이든 그는 반드시 먹어야 했다. 그래야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삼촌, 어때요?”유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괜찮군. 역시 신비한 약이야. 방금 먹자마자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면서 전에 막혀 있던 경락들이 모두 뚫리는 느낌이야.” 유태범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말했다.“삼촌이 큰 문제가 없으니 이번 습격은 오늘 밤에 진행하죠.” 유진우가 말을 이었다. “오늘 밤?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냐?” 유태범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그의 상처는 하루이틀에 나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설령 습격에 실패해 채원진이 반격하면 그는 도망가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삼촌, 기회를 놓치면 안 돼요. 왕부 쪽에서의 소식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거예요. 채원진이 곧 이상함을 눈치챌 겁니다. 우리가 미룰수록 채원진이 도망칠 가능성이 커지니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유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은 맞지만...” 유태범은 말을 아끼며 입을 다물었다.“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삼촌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겁니다. 만약 위험에 처하시면 크게 소리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