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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유진우는 거침없이 진산 꼭대기까지 올라가 결국 절 정문 앞에 이르렀다.

문 위에는 현판 하나가 걸려있었는데‘서하사'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서하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절이었고, 겉모습을 보니 꽤 오래된 듯 여러 곳이 낡아 있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임강왕이 이런 작은 절에 몸을 숨기고 있을 줄을.

유진우는 앞으로 다가가 절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조금 더 힘주어 두드렸다.

“예, 갑니다.”

절 안에서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일고여덟 살 정도의 동자승이 문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유진우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며 물었다.

“시주님, 무슨 일이 신가요?”

“산에서 길을 잃었는데 마침 절이 있어서 물 한 잔 청하러 왔습니다. 괜찮을까요?” 유진우는 거짓말을 지어냈다.

“얼마든지요, 시주님. 이리 들어오세요.”

동자승은 아무런 의심 없이 절 문을 열어 유진우를 안으로 들였다.

오랜만에 외부인을 보아서인지 동자승은 무척 신이 난 듯 재잘재잘 끊임없이 물었다.

“시주님은 어디서 오셨어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죠? 진산엔 맹수들이 많아서 다행히 낮에 길을 잃으셨네요. 밤이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아, 그리고요. 길을 잘 모르시면 제가 나중에 산 아래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유진우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

‘이 동자승이 꽤 재미있는 녀석이네.’

“당연한 일이에요.”

동자승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출가한 사람은 자비를 품어야 하니 누군가 어려움에 부닥쳤다면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 한다고 하셨어요. 한 생명을 구하는 게 7층 탑을 짓는 것보다 낫다고 하셨거든요.”

“실례지만 한 가지 여쭤볼게요. 서하사에는 모두 몇 분이나 계신가요?”

유진우가 화제를 돌렸다.

“몇 분이냐고요?”

어린 스님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세더니 말했다.

“우리 서하사에는 주지스님이 계시고, 제 스승님, 그리고 두 분의 사숙님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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