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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1화

“이청성 씨였군요.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유진우는 금세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 늦은 밤에 누구의 부탁을 받고 오신 건가요?”

그는 이청성을 알지 못했지만 미인도에서 반쪽 옆모습만 본 적이 있기에 그녀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선생님께서 편지를 보시면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겁니다.”

이청성은 설명 없이 소매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유진우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

“고맙습니다.”

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편지를 받아 펼쳐 보았다.

편지 내용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서명이나 인사도 없이 단 한 줄의 문구만 적혀 있었다.

[임강왕 이만기, 현재 진산의 서하사에 거처 중, 법명은 각진.]

글을 보는 순간, 유진우는 이 편지가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예상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한 삼일이 정확히 지켜졌다니... 좀 놀라운 속도인데?’

“그분께 감사 인사 전해 주세요. 오늘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요.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씀해 주라 하세요.”

곧 유진우는 손가락을 튕겨 봉투를 가루로 만들어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편지 외에 고모께서 한 마디 더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청성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최근 궁 안에서 이변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거라고요.”

“경고 고맙습니다. 염두에 두겠습니다.”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까스로 잡은 실마리를 이렇게 쉽게 놓칠 수는 없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남았을 뿐이었다.

“유장혁 씨, 세상은 변하고 십 년 전의 일이 십 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운명의 섭리입니다.”

이청성은 나지막이 말했다.

“운명이요?”

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전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아요. 인간의 의지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죠. 결과가 어찌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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