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각 백효당.선우현은 평소 아끼던 보물 함을 열어 그 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양피지의 표지에는 세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경세방(驚世榜)!천기 각의 경세방은 천하의 가장 뛰어난 강자들을 모두 망라했다.방에는 나이 제한도 없고 남녀 구분도 없으며, 노소의 차이도 없었다. 오직 실력만이 기준이었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방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명성이 자자한 전설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이었다!선우현은 봉인을 조심스럽게 뜯고 양피지를 천천히 펼쳤다.그 안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으며, 열 개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위에서 아래로 차례로제1위: 용호산의 장선기제2위: 호룡각의 이원무제3위: 서량검신 백준제4위: 검종 종주 홍흥조제5위: 천하회 종주 소무명제6위: 무고교 교주 공대숙제7위: 한상성 성주 한상제8위: 진무사 사장 반유림제9위: 흑방의 고혼제10위: 대내 상시 부규환선우현은 명단을 한번 쭉 살펴본 뒤, 붓을 들어 제10위인 부규환의 이름 옆에 표시를 그었다. 그러고는 붓을 위로 올려 제9위 고혼의 이름 옆에도 표시했다. 그때 백효당의 제자 하나가 급하게 문을 박차고 들어와 죽간을 올리며 보고했다.“당주님, 긴급 소식입니다. 한상 성주가 드디어 성을 나섰답니다!”“뭐라고?”선우현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적잖이 놀란 듯했다.한상이란 자가 10년째 성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갔는데, 하필 오늘 그 규칙을 깨다니.“한상이가 어디로 갔지?”선우현이 입을 열었다.“연경 쪽으로 향했습니다. 아마도 진산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진산 서하사란 말이지?”선우현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재밌군... 안위순에 이어 고혼, 이제 한상까지 움직였어. 육장수 녀석이 오늘 살아남기 힘들겠는데.”정보망으로 유명한 백효당은 사방에 정보원들이 깔려 있어 소식을 빨리 접했다.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늘 가장 먼저 알아냈다.어젯밤부터 연경이 소란스러웠는데, 오늘 아침엔 더욱 심상치 않
“경성아, 서하사 일로 점을 봤더니 징조가 아주 안 좋아. 이러다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어.”백발노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라가 뒤집힐 정도예요? 혹시 유장혁의 목숨이 위험하단 거예요?”이경성이 불안한 듯 되물었다.어젯밤에 특별히 당부했던 거고, 호신부적까지 건네준 것도 다 유장혁이 무사하길 바라서였다.만약 그가 죽기라도 하면 전쟁이 벌어지고 피바다가 될 테니까.“유장혁 얘기가 아니라, 국운... 그러니까 용맥 말이야.”백발노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번 서하사에서 벌어질 일로 인해 누군가가 용맥을 훼손할 거야. 그러면 국운이 떨어지고 큰 재앙이 닥쳐서 온 나라가 뒤바뀔 거다!”“상황이 그렇게까지 심각하단 말씀이세요?”이경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황실의 일원이자 흠천감의 제자로서, 그녀는 당연히 용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한번 망가지면 황실이 혼란에 빠지고 권력이 바뀌며, 심각한 경우에는 왕조까지 교체될 수 있는 일이었다!“스승님, 이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이경성이 근심스레 물었다.“운명이 이미 정해졌으니, 바꿀 수 없다. 이제는 하늘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구나." 백발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가 천기를 살펴 해결 방법을 찾으려 했으나,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크게 떨렸다.이는 하늘이 보내는 경고였다.만약 그가 그렇게 했다간, 반드시 하늘의 벌을 받아 목숨을 잃을 것이다.“중대한 일이니, 돌아가서 전하께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스승님께서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이경성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쓸데없는 수고일 뿐이다. 황제라 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테니.”백발노인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어떻게든 시도는 해봐야 합니다.”이경성의 눈빛이 단호했다.“그러려무나, 가보아라.”백발노인은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가볍게 한숨지으며 말했다.“네게는 천운이 있으니, 운명을 완전히 바꾸진 못하더라도 어쩌면 피해는 조금은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
엘리베이터 안.유진우는 낙담한 눈길로 가슴팍의 옥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진작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혼하니 좀처럼 기분이 후련하지 못했다.그가 바라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 세끼를 함께하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뿐이었다.다만 이제야 알게 됐다.소소함도 죄라는 것을.소소한 행복에 흠뻑 빠진 3년이란 세월, 이젠 그만 깨어날 때가 되었다.“띠리링...”한창 넋 놓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능 상회의 안병서예요. 오늘이 진우 씨와 청아 씨의 결혼기념일이라면서요. 제가 특별히 두 분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언제 시간이 되실지 모르겠네요.”“고마워요, 병서 씨 마음만 잘 받을게요. 앞으론 이런 거 준비하실 필요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안병서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회장님, 또 다른 용건 남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렸다.“그게 사실... 대표님께 부탁드릴 사연이 하나 있어서요.”안병서가 어색한 듯 마른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가 요즘 이상한 병에 걸려서 온갖 명의를 수소문해 봐도 치료가 잘 안돼서요. 실례지만 진우 씨가 한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회장님도 제 룰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물론이죠! 빈손으로 감히 부탁을 청하겠나요. 제 친구 집에 마침 진우 씨가 원하던 용심초가 하나 있어요. 도와만 주신다면 이 희귀한 약재를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안병서가 대답했다.“진짜예요?”유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다니까요!”“좋아요, 그럼 직접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유진우가 바로 허락했다.그는 돈과 보석 따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지만 일부 희귀한 약재는 꿈에도 오매불망 그릴 정도였다.왜냐하면 그것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니까!“고마워요, 진우 씨. 지금 바로 분부해서 진우 씨 모시러 가겠습니다!”안병서가 한시름 놓인 듯 웃으며 말했다.강
“꺼져!” 간결한 이 두 글자에 장경화는 겁에 질려버렸다.평소 한없이 자상하고 늘 웃기만 하던 유진우가 화를 내니 이토록 무서울 줄이야.그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사람 살려요! 구해주세요!”정신을 차린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곧이어 청성 그룹의 경호원들이 와르르 몰려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시죠?”그중 경호 대장이 장경화를 알아보고는 곧장 그녀를 편들었다.“유성빈, 당장 저 녀석 끌어내! 감히,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장경화가 강경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그룹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어?!”경호 대장이 손을 휘두르자 뭇사람들이 청성 그룹 앞에 몰려들었다.이건 대표님 어머님께 잘 보일 절호의 기회였다.표현만 잘하면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며 아름다운 미인과 결혼해 인생의 절정에 오를 천재일우의 기회였다.“뭘 보고 있어? 당장 제압하란 말이야!”경호 대장이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누가 손대려고?!”이때 실버 롱드레스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아름다운 여자가 경호원을 몇 명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왔다.강렬한 불꽃과도 같은 새빨간 립스틱에서 요염한 풍채가 한껏 드러났고 살짝 눈웃음 지으니 고혹한 자태에 저도 몰래 스며들 것 같았다.그녀는 요정처럼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와, 너무 예뻐!”한 무리 경호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눈앞의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 따로 없었다!“유진우 씨, 괜찮으시죠?”그 여인은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마다한 채 곧게 유진우 앞으로 다가왔다.“네? 누구시죠?”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의 눈가에 어렸던 표독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조선미라고 해요. 안 회장님의 소개로 왔어요.”그 여자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순간 한 무리 경호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선미? 설마 그 조씨 일가의 따님 조선미를 말하는 거야?
“엄마, 일단 현이 데리고 병원부터 가요.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몇 초 동안 고민한 후 이청아가 끝내 마음을 정했다.“청아야, 현이가 당한 굴욕 반드시 갚아야 해. 절대 그놈 봐주지 마!”장경화가 표독스럽게 말했다.“걱정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해요.”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두 경호원에게 장경화와 이현을 병원으로 실어 가라고 분부했다.“장 비서는 이번 일 어떻게 생각해?”이청아는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대표님, 보다시피 유진우 씨가 먼저 이현 씨를 때렸어요. 방금 경호원들도 다 봤다잖아요.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장 비서가 대답했다.“다만 우리 엄마의 입방정이...”이청아는 말을 잇지 않았다.엄마의 표독스러움과 동생의 막무가내가 어느 지경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어쨌거나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에요!”장 비서가 진지하게 말했다.“정말 무슨 오해가 있더라도 대화로 풀어야 하잖아요? 게다가 이현 씨는 대표님 친동생인데 이 지경으로 때렸다는 것은 대표님이 전혀 안중에 없다는 뜻이에요. 이 점만으로 유진우 씨가 얼마나 저질스러운 사람인지 충분히 증명되지 않나요?”이청아는 미간을 구기고 의심의 골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래, 엄마와 현이가 아무리 표독스럽고 막무가내여도 손을 대는 건 잘못이야. 게다가 이렇게 심하게 때리다니. 전에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졌어, 내가. 인제 보니 이혼은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선택이야.’“대표님, 이번 일은 이대로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반드시 끝까지 추궁해야 해요! 감히 사람을 때리다니, 유진우 씨는 무조건 대가를 치러야 해요!”장 비서가 차갑게 말했다.안 그래도 심란했던 이청아는 이 말을 듣자 화가 울컥 치밀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유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도로를 질주하는 실버 벤틀리 안에서.유진우는 휴대폰에 뜬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미간을 살짝 구겼다.다만 결국 수신 버튼을 눌렀다.“유진우, 나한테 해명할 거 없어?”이청아가 다짜고
“어떻게 알았어요?”조아영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벌게진 얼굴로 물었다.창피함도 있지만 그녀를 더 놀라게 한 건 상대가 이토록 정확하게 증상을 집어냈다는 것이었다.편두통에 생리 불규칙까지, 게다가 배탈이 난 것도 바로 알아채다니.‘너무 신기해! 설마 헛짚은 건 아니겠지?’“한의학은 자고로 견문을 중시해요.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병명을 충분히 보아낼 수 있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어때, 아영아, 이젠 믿을 만해?”조선미가 가볍게 웃었다.그녀도 속으로 한숨을 돌리며 상대가 정말 실력 있는 의사란 걸 믿게 됐다.“쳇! 그냥 한번 얻어걸렸을 뿐이야. 뭐 대단한 거 있다고!”조아영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진우 씨, 얘가 말만 못되게 굴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조선미가 미안한 듯 유진우에게 사과했다.“괜찮아요. 일단 병부터 보죠.”유진우도 썩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그는 어르신 앞에 다가가 자세히 훑어보더니 대충 짐작이 갔다.어르신은 중독되었는데 일반 독성이 아니었다.다행히 제때 발견하여 구급했으니 망정이지 두 날만 더 미뤘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선미 씨, 은침 한 세트 사 오실래요?”유진우가 말했다.“네, 바로 사 올게요.”조선미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 한 명이 발 빠르게 나갔다.5분도 채 안 돼 경호원이 은침 한 세트를 들고 왔다.“고마워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르신의 옷부터 벗겼다.그는 둘째 손가락을 내밀어 어르신의 복부를 두드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은침을 꺼내 한 개씩 그 위에 찔렀다.그는 가벼우면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침을 놨다.잔잔한 수면을 가볍게 찌르듯 행동이 너무 날렵하여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참 대단한 침법이네요!”이 광경을 본 조선미가 속으로 감탄했다.그는 비록 의술을 잘 모르지만 국내의 몇몇 유명한 신의를 알고 있는데 그런 분들도 침술만큼은 유진우의 노련하고 정확한 손놀림을 따라오지 못한다.이는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고된 노력
“이런 폐인 따위가!”조선미는 울화가 치밀어 장 교수의 멱살을 잡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러게 내가 침을 빼지 말랬잖아. 기어코 빼더니 끝내 이 사달을 내! 너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아니요, 이건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저도 최선을 다했다고요.”장 교수가 고개를 내저으며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다.“아참, 그 돌팔이 때문이에요. 그 돌팔이가 함부로 침을 놔서 어르신을 해쳤어요!”“찰싹!”조선미는 장 교수의 뺨을 한 대 갈겼다.“X발, 개 같은 놈! 본인이 멍청한 것도 모르고 남 탓하려고 해? 경고하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 절대 가만 안 둬! 껍질을 다 발라버릴 거야!”장 교수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조씨 일가의 실력으로 그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무슨 일이죠?”바로 이때 유진우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다만 그는 안색이 어둡고 입과 코에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어르신을 보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침을 빼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듣는 건데!”유진우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진우 씨, 아까는...”조선미가 해명하기도 전에 장 교수가 불쑥 앞으로 다가오더니 유진우의 멱살을 잡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너였어? 야 이 자식아, 그렇게 침을 놓으면 어떡해! 네가 함부로 치료한 탓에 어르신이 위태로워진 거야, 알아? 네가 어떻게 책임질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드디어 죄를 뒤집어쓸 자가 나타났으니 장영호는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보아하니 당신이 침을 뺐겠네?”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나다. 어쩔래?”“아니야, 아무것도. 그저 당신같이 능력 없고 책임을 회피할 줄밖에 모르는 뻔뻔스러운 인간들이 대체 어떻게 의사가 됐는지 몹시 궁금했거든!”“너...”“그 입 닥쳐!”조선미가 장 교수를 밀치고는 재빨리 유진우를 병상 옆으로 끌고 갔다.“진우 씨, 지금 상황이 위급해요. 어서 할아버지부터 구해주세요!”“선미 씨, 이 녀석은 돌팔이라 아무 실력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