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1566 챕터

제911화 교훈으로 삼아

강명호와 강명수는 강씨 본가 고택으로 바로 잡혀왔다.블랙 슈트의 남자가 두 사람의 어깨를 눌러 안금여 앞에 무릎을 꿇렸다.무릎을 꿇은 채 굴욕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두 사람은 안금여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리쳤다.“큰어머니, 이건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안금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무슨 뜻? 내가 무슨 뜻으로 이러는지 너희는 모르겠니? 굳이 증거를 너희 앞에 내놓아야 사실대로 말할 테냐? 우리가 탄 비행기가 고장이 났는데, 너희 둘이 손을 댔다지? 내가 평소 너희에게 잘해 주진 않았다 해도, 너희들을 서운하게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 그리 잔인한 짓을 한 거냐?”강명호는 안금여와 강무진이 이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이상 지금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이 없으리라 내심 생각했다.그래서 전략을 바꾸어 안금여의 동정을 얻기로 했다.“큰어머니, 저희가 잠시 어리석었습니다. 저희 아버님들이 모두 감옥에 갇혀 계십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둘 모두 조급한 마음에 이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큰어머님, 저희에게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절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말하면서 강명호는 눈시울을 붉혔다.무척이나 불쌍한 듯 보였지만, 저들의 전략임을 안금여 또한 바로 알아차렸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의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다.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안금여가 말했다.“너희 두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간 일이야 내가 알고 있지. 너희 둘은 무진을 원망하고 있겠지. 그러나 너희들 아버지 일은 자업자득이야. 하마터면 무진이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너희는, 강씨 집안 핏줄임을 생각해서 감옥에는 보내지 않을 게야. 하지만, 너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치러야지.”감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강명호와 강명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다시 기회가 있을 테니까.안금여는 집사와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을 향해 말했다.“가문의 규율대로 집행해.”안금여의 뜻을 알아차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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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강씨 집안에서 꺼지거라

두 숙부가 고택으로 강제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강진성과 강일헌이 초조한 마음으로 급히 고택으로 달려왔다.고택으로 달려왔을 때, 마침 맞아서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진 두 숙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두 사람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안금여가 가문의 규율에 따라 처벌하는 모습을 처음 본 두 사람은 이번 일로 안금여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강진성과 강일헌이 왔는데도 안금여는 두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50대의 몽둥이질이 끝난 후에 안금여가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참으로 우리 강씨 가문을 욕되게 한 짓이다. 내 보기에, 이런 짓을 벌인 너희가 회사 일이나 제대로 하겠니? 너희 명의의 자산과 해외 지사 경영권을 전부 회수할 것이다. 아프리카 광산 쪽에 사람이 부족하니, 생각이 있거든 아프리카로 가서 광산 관리를 하거라!”상황을 지켜보던 강진성과 강일헌이 바로 앞으로 나서며 사정했다.“큰 할머님, 명수 숙부님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게 아니라, 갑자기 피가 끓어서 그런 일을 저지르신 걸 겁니다. 큰 할머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미 맞을 만큼 맞으셨잖습니까? 지금 아프리카에 가셔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금 둘째 일가 쪽 사람들이 하나 둘씩 줄어드는 상황에 강일헌은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이미 감옥에 가셨고, 손에 쥐고 있던 경영권도 박탈당했다. 그런데 숙부마저 경영권을 박탈당한 채 쫓겨난다면 자신들 둘째 일가의 앞날은 한 마디로 깜깜했다.이제껏 손에 쥐고 있던 그런 것들에 의지해서 살아온 그들인데, 만약 그 모든 것들을 상실한다면 자신들 일가는 아마 첩의 자식들보다 못한 처지가 될 것이다.셋째 일가도 같은 처지였다. 강진성도 옆에서 강명호를 위해 사정했다.“큰 할머님, 두 숙부님이 모처럼 북성에 와서는 이런 잘못을 한 건 모두 할아버지 두 분으로 인해 조급해진 마음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디 큰할머님이 좀 이해해 주십시오.”반송장이 될 정도로 얻어맞고 권리까지 박탈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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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일망타진

감옥에 있는 강상철, 강상규였지만, 바깥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금 보듯 훤했다.매일 다른 사람들이 면회 와서 바깥의 소식들을 전해주고 있었다.무진의 사고를 일으킨 죄로 강상철, 강상규는 나란히 감옥에 들어갔다.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다.이 소식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감옥 안에서 연일 노발대발했다.“안금여는 정말 자신의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야?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다니, 제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화를 멈출 수가 없었던 강상철은 감옥 안에서 안금여에게 욕을 퍼부었다.“둘째 형님,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우리가 나갈 방법을 가능한 한 빨리 강구해야겠습니다.”강상규가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생각에 잠겼다. 안금여가 가문의 규율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아들을 때린 것으로도 모자라 지사 경영권마저 회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강상규 또한 당연히 화가 났었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어찌 되었든 자신들이 감옥에 있으니 무엇을 하든 불편했다.사람을 동원한다 해도 강무진 쪽에서 알아차릴 것이다.만일 무진이 다시 속임수라도 쓴다면 교도소 내 자신들의 생활은 지내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나가? 나갈 수만 있는데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어? 정말 내가 안금여의 속셈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그 할망구가 둘째, 셋째 일가의 세력을 야금야금 없앤 후에 본가만 크게 키울 속셈인 걸 내가 어떻게 그냥 두고 보겠어?”강상철의 안색이 어두웠다. 두 눈에 짙게 피어오른 검은 안개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교도소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지금 안금여의 작태가 정말 너무 심하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들의 머리에까지 흙탕물을 튀기려 하다니, 정말 자신들의 존재를 공기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강무진이 그룹 내 실권을 잡으면서 안금여 회장이 점점 미쳐 날뛰고 있어. 다 늙은 할망구 주제에!” 이를 사리 문 강상규의 두 눈에 불만의 빛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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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어떻게 건드리면 돼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아무리 강씨 집안에서 이 남세스러운 일을 단단히 숨기려 한다고 해도 말이다.그러나 결국 누군가의 입을 통해 폭로된 소식은, 지금 북성 온 도시를 뜨겁게 달구었다.이제 둘째, 셋째 일가는 끝난 것 아니냐고 다들 짐작 중인데, 계속해서 몇몇 사람들을 꼽으면서.이러다 둘째, 셋째 사람 모두 찍혀 나가고 없을 것이다.기분이 좋지 않아 바에서 술을 마시던 송아연은 옆자리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떠드는 말을 들었다.아이를 뗀 후, 송아연은 강진성 같은 상류층 남자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비록 인품은 별로였지만, 강진성은 돈이 많았다.지금 송아연에게 제일 부족한 게 돈인데 말이다.북성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당연히 강진성이었다.그러나 지금 강진성은 송아연의 모든 연락을 차단 중이었다.심지어 가차없이 다른 번호로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었다.전화를 받았던 강진성은 송아연의 음성을 듣자마자 바로 끊어버렸다. 송아연은 계속 강씨 집안과의 연결을 원했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속으로도 어쩔 수가 없었다.그러던 차에 이 소식을 듣게 된 송아연은 지금 강진성의 기분이 좋지 않으리라 짐작했다.‘이럴 때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주면 강진성은 틀림없이 자신을 다르게 볼 테지.’그러나 강진성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무척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저녁이 되자, 뻔뻔스럽지만 송아연은 예전에 알던 지인에게 연락해 연락처를 받았다.결국 과거의 지인은 달갑지 않았지만 강진성의 일정을 송아연에게 알려 주었다.강진성이 한 고급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정보를 손에 넣은 송아연은 자신의 모습을 한 차례 정돈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갔다.강진성이 있다는 룸을 찾은 송아연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강진성이 보였다.“진성 씨…….”송아연은 가장 부드러운 음성으로 강진성의 이름을 속삭였다.지금 마구 짜증이 나고 있던 강진성은 송아연을 보자 혐오감이 확 들었다.“너 왜 또 왔어!”강진성의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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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벤츠 한 대 선물해 주지

송아연은 숨김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말해 주었다.강진성의 귓가에 대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은 제왕그룹 회장 곽연철과 사적으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어요. 얕은 관계는 아닌 것 같으니, 사진 좀 찍고 증거를 조작한다면 강무진이 반드시 송성연을 의심하게 될 거예요.”마음이 어지러워진 강무진은 일 처리가 그리 깔끔하지 못할 테고, 이 점으로 둘째, 셋째 일가 쪽은 숨돌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그리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면, 무진과 안금여에게 아주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강무진과 안금여를 괴롭힐 수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하지만 강진성은 이제 송아연을 쉽게 믿지 못했다.애초에 약속하고서도, 나중에 가서 말을 뒤집지 않았던가?송아연이 말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강진성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네가 한 말, 사실이야?”“물론 사실이죠. 내 목숨을 걸고 장담해요. 제 말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요.” 송아연이 한 손을 들어올린 채 강진성에게 맹세하듯이 장담했다.가까스로 얻은 이 기회를 다시 잃을 수 없었다.“그럼 됐어, 이 일은 네게 맡기지.” 강진성이 나른한 모습으로 말했다.강진성이 한 그 말은 송아연을 테스트하는 방책이었다.만약 송아연이 거짓말을 했다면, 증거라고는 하나도 내놓지 못할 게 분명했다.만약 사실을 말했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다.송아연을 이용해 강무진과 안금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치 있는 일.“진성 씨는 안심하고 저한테 맡겨 줘요. 제가 이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할게요.”송아연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이 일을 승낙했다.강진성이 지금 자신의 태도를 떠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송아연도 잘 알고 있다.송아연도 강진성이라는 대어를 다시 낚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게다가 자신이 말한 내용은 사실 그 자체인데다 수행 난이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네가 이렇게 똑똑하다는 걸 몰랐는 걸.” 강진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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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대수롭지 않은 사진

애초에 자신을 납치하다시피 해서 강제 낙태수술을 시킨 사람은 강진성의 할아버지 강상규였지만 자신이 당한 모든 일의 주범이 송성연이라고 생각하자, 송아연은 원통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만약 당시 송성연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강상규도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송아연은 자신이 받은 고통을 송성연도 맛보게 하고 싶었다.다시 강진성을 통해 강씨 집안을 등에 업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지만, 송성연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일거양득일 터.송성연의 신세를 망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가장 좋을 것이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이쪽에서 너한테 사람을 붙여줄 테니,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거 명심해.”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던 강진성은 나가기 전에 손바닥으로 송아연의 얼굴을 가볍게 톡톡 쳤다. 마치 애완동물을 희롱하는 듯한 동작으로.그러나 송아연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진성의 동작은 오히려 자신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적어도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게 중요하잖아?’송아연은 창피함 같은 건 절대 느끼지 않았다.강씨 집안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동안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 모두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될 터.그러니 잠시 동안의 화를 참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앞으로의 희망이 생겼다. 아직은 그들이 무릎 꿇고 자신에게 용서를 빌 때가 아니다.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송성연을 끌어내리고 말 것이다.그 자리는 원래 송성연의 것이어서는 안되었다.강무진 같은 사람은 자신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엮여 입에 오르내리는 걸 참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이제 송성연이 사람들에게 죽도록 욕 먹을 날만 기다리면 된다.지난 번 송성연 어찌나 의기양양해 보이던지, 정말 꼴 보기 싫었다.제왕그룹과 WS그룹 간의 합작 사업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중이었다.곽연철과 강무진, 두 사람 모두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이견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서 수정할 건 하면서 아주 잘 융합하고 있었다.얼마전, 수색 작업 수행으로 무인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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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시커먼 속

며칠 후, 안금여와 강운경을 보러 왔다며 강진성이 강씨 고택에 나타났다.강진성이 방문했다는 집사의 보고를 들었을 때, 안금여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강진성이 자신을 보러 와?’‘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나?’속으로 의심이 가득 드는 안금여였다.강운경 또한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강진성이 도대체 뭐 때문에 여길 와? 설마 누가 걔한테 시켰나?”“됐다,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안금여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어차피 온 사람을 문전 박대할 수는 없는 노릇.그리고 여긴 강씨 집안 고택이다. 강진성이 온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오히려 무슨 평지풍파를 일으키려 강진성이 온 건지 궁금했다. “들어오라고 해요.” 강운경 역시 엄마 안금여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교활하기 짝이 없는 둘째, 셋째 숙부 강상철, 강상규가 온다면 좀 더 경계해야겠지만, 잔꾀 부릴 줄만 아는 강진성은 할아버지 강상철에 훨씬 못 미쳤다.어릴 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보아온 안금여인데, 그 녀석 머릿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안금여의 눈빛을 확인한 집사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에 나가서 문을 열었다.고택의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진성은 이미 짜증이 날대로 나 있었다.본가의 위세가 높아지니 과연 사람을 대하는 것부터 달라졌다 싶다.문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허세를 부려야 했다.집사가 대문을 열어 주러 나왔을 때, 미소로 얼굴 표정을 바꾼 강진성은 꽤나 점잖은 듯이 보였다.누가 보더라도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모습이다.정원과 현관을 지나 거실로 걸어간 강진성이 들고 온 선물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큰할머니님, 고모님, 사고로 많이 놀라셨지요? 두 분 원기 회복하시라고 제가 특별히 골라서 가져왔습니다.”강진성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 아주 부드러웠고, 그 태도도 아주 진지해 보였다.그러나 둘째, 셋째 일가의 진면목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안금여와 강운경은 그런 겉모습에 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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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무릇 약에는 일정한 독성과 부작용이 있다

강진성이 떠난 후에 성연은 그가 준 건강 식품을 주방으로 가져갔다.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을 해치지만 않아도 다행인 강진성이 설마 좋은 마음으로 이것들을 가지고 왔을까? 한 마디로 족제비가 닭에게 세배를 한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했다고 믿을 수 있을까?성연이 선물 상자를 열어 보니 상등품의 인삼이 들어 있었다.정말 건강 식품이라면 확실히 보양식이다.의술인으로서 누구보다 이런 건강 약재 냄새에 익숙한 성연이다.상자 안의 인삼 냄새를 맡아본 성연은 인삼 외에 다른 것은 섞이지 않았음을 확인했다.‘설마 강진성을 오해한 건가?’‘아니면, 지금 둘째, 셋째 일가가 안되겠다 싶으니 호의를 표하러 온 건가?’성연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생각만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실천을 해야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성연은 인삼과 다른 약재를 혼합하여 탕을 끓였다.두 시간을 푹 끓이니, 법랑 재질의 냄비에서 약재 특유의 향이 물씬 났다.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강진성이라는 사람을 믿을 수는 없었다.그래서 안전을 위해 성연이 먼저 한 입 맛보았다.맛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한 입 더 맛보던 성연은 순간적으로 쥐어짜는 듯한 위통을 느꼈다.성연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땡그랑.”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금속성의 소리를 듣고 집사가 쫓아왔다. 얼굴을 찡그린 채 팔로 배를 붙잡고 있는 성연을 보고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그러십니까? 괜찮으세요?”지금으로서는 강진성이 인삼 안에 넣은 게 무엇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성분을 하나하나 검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런 상태로는 제대로 검사하기 힘들게 분명했다.게다가 약은 함부로 먹는 게 아니다. 무릇 약에는 일정한 독성과 부작용이 있다고 봐야 했다. 때때로 어떤 약들은 서로 섞이면서 맹독이 되기도 한다.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잘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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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

성연이 응급차로 병원에 들어가는 장면도 미행하던 강진성의 수하에 의해 모두 찍혔다. 거의 사진 한 장 찍을 때마다 위치를 바꾸며 아주 은밀하게 촬영하는 솜씨를 보니, 이런 도촬 일을 한 지 오래된 전문가가 분명했다.하지만 성연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은 후에 성연은 집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별일 아니었는지 지금은 성연의 안색이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성연은 스스로 자신의 맥을 짚어 보았다. 역시 병원과 같은 결과, 음식을 잘못 먹었을 뿐이다.성연 역시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다행히 강진성이 들고 온 인삼을 할머니가 먹은 게 아니어서.할머니 같은 노약자가 먹고 조금 전 자신 같은 복통을 앓았다면 아마 생명이 위독했을지도 모른다.강진성을 생각하던 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을 고쳐먹은 게 아닐까 생각하다니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막 집에 돌아온 성연은 대문 앞에서 마침 퇴근하고 오던 무진과 맞닥트렸다.성연을 보자 무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오직 성연 한 사람만 담은 듯한 눈으로 성연을 그윽하니 바라보았다.성연도 무진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무진 씨, 퇴근했군요.”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아래로 옮기던 무진은 성연의 손에 의료용 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어두워진 안색으로 무진이 성연의 손을 들어올리며 물었다.“이거 어떻게 된 거야?”잡힌 손을 얼른 내린 성연이 반대쪽 손으로 집안으로 무진을 잡아 끌었다.“들어가서 설명할게요.”성연에게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테이프가 눈에 거슬린 무진은 팽팽하니 입술을 꽉 다물었다.방금 침을 맞은 탓에 테이프 위로 피가 약간 배어 나와 있었다.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은 후, 강진성이 선물이라고 인삼이 든 상자를 가져온 일을 얘기했다.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린 성연은 이제서야 겁이 나기 시작했다.“다행히 내가 먹었기에 망정이지, 할머니와 고모가 드시기라도 했다면…….”성연의 설명을 듣던 무진의 표정이 바로 차갑게 바뀌었다.“강진성이 감히 이런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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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당당하게 들어 가리라

강진성이 벌인 짓의 결과는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던 데다가 또 몰랐다는 듯 사과하는 강진성의 태도에 무진도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무진은 강진성에게 경고 몇 마디 하고는 놓아주었다.다음날, 강진성은 송아연을 데리고 안금여를 방문하러 고택으로 향했다. 과일과 생화 바구니도 손에 든 채.이번이 두 번째 고택 방문이었지만, 고택의 호화로움에 아연은 다시 한 번 놀랐다.그러나 탐욕스러운 표정을 얼른 거둔 채 조심스럽게 강진성의 등 뒤에 숨었다.안금여를 마주한 송아연은 바로 얼굴에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얼마 전에 사고로 많이 놀라셨다고 듣고 걱정이 되어 방문했습니다.”안금여는 곁눈길로 송아연을 한 번 슬쩍 훑었다.예전, 이 두 사람의 일로 북성이 떠들썩했었다.그 뒤로 서로 왕래하지 않는 모양세를 보이더니, 어떻게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있는 건지.속이 시커먼 저 두 사람이 함께 해서 좋을 일은 없었다.안금여는 송아연을 배려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음, 하며 성의 없이 받아 준 뒤에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안금여는 송아연에 대한 인상이 아주 안 좋았다. 어린 나이에도 자중할 줄 모르더니 결국 나중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역시 자업자득 아니겠는가.안금여는 송아연에 대해 동정의 마음이 조급도 들지 않았다.안금여가 이렇게 대할 줄은 모르고 냅다 방문했던 송아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저도 모르게 강진성을 쳐다보았지만, 강진성 역시 송아연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애초에 강진성이 따라오지 말라고 했음에도 안금여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에 송아연 스스로 따라온 것이다.하여 강진성은 지금의 결과는 모두 송아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강진성 역시 자신을 내 몰라라 하자 송아연은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어색한 분위기를 느낀 송아연이 선물 바구니를 테이블 한 쪽에 올리며 말했다.“회장님,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제 마음대로 과일을 좀 사 왔습니다.”송아연이 직접 하나하나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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