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연은 숨김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말해 주었다.강진성의 귓가에 대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은 제왕그룹 회장 곽연철과 사적으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어요. 얕은 관계는 아닌 것 같으니, 사진 좀 찍고 증거를 조작한다면 강무진이 반드시 송성연을 의심하게 될 거예요.”마음이 어지러워진 강무진은 일 처리가 그리 깔끔하지 못할 테고, 이 점으로 둘째, 셋째 일가 쪽은 숨돌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그리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면, 무진과 안금여에게 아주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강무진과 안금여를 괴롭힐 수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하지만 강진성은 이제 송아연을 쉽게 믿지 못했다.애초에 약속하고서도, 나중에 가서 말을 뒤집지 않았던가?송아연이 말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강진성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네가 한 말, 사실이야?”“물론 사실이죠. 내 목숨을 걸고 장담해요. 제 말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요.” 송아연이 한 손을 들어올린 채 강진성에게 맹세하듯이 장담했다.가까스로 얻은 이 기회를 다시 잃을 수 없었다.“그럼 됐어, 이 일은 네게 맡기지.” 강진성이 나른한 모습으로 말했다.강진성이 한 그 말은 송아연을 테스트하는 방책이었다.만약 송아연이 거짓말을 했다면, 증거라고는 하나도 내놓지 못할 게 분명했다.만약 사실을 말했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다.송아연을 이용해 강무진과 안금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치 있는 일.“진성 씨는 안심하고 저한테 맡겨 줘요. 제가 이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할게요.”송아연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이 일을 승낙했다.강진성이 지금 자신의 태도를 떠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송아연도 잘 알고 있다.송아연도 강진성이라는 대어를 다시 낚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게다가 자신이 말한 내용은 사실 그 자체인데다 수행 난이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네가 이렇게 똑똑하다는 걸 몰랐는 걸.” 강진성은
애초에 자신을 납치하다시피 해서 강제 낙태수술을 시킨 사람은 강진성의 할아버지 강상규였지만 자신이 당한 모든 일의 주범이 송성연이라고 생각하자, 송아연은 원통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만약 당시 송성연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강상규도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송아연은 자신이 받은 고통을 송성연도 맛보게 하고 싶었다.다시 강진성을 통해 강씨 집안을 등에 업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지만, 송성연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일거양득일 터.송성연의 신세를 망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가장 좋을 것이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이쪽에서 너한테 사람을 붙여줄 테니,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거 명심해.”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던 강진성은 나가기 전에 손바닥으로 송아연의 얼굴을 가볍게 톡톡 쳤다. 마치 애완동물을 희롱하는 듯한 동작으로.그러나 송아연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진성의 동작은 오히려 자신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적어도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게 중요하잖아?’송아연은 창피함 같은 건 절대 느끼지 않았다.강씨 집안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동안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 모두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될 터.그러니 잠시 동안의 화를 참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앞으로의 희망이 생겼다. 아직은 그들이 무릎 꿇고 자신에게 용서를 빌 때가 아니다.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송성연을 끌어내리고 말 것이다.그 자리는 원래 송성연의 것이어서는 안되었다.강무진 같은 사람은 자신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엮여 입에 오르내리는 걸 참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이제 송성연이 사람들에게 죽도록 욕 먹을 날만 기다리면 된다.지난 번 송성연 어찌나 의기양양해 보이던지, 정말 꼴 보기 싫었다.제왕그룹과 WS그룹 간의 합작 사업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중이었다.곽연철과 강무진, 두 사람 모두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이견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서 수정할 건 하면서 아주 잘 융합하고 있었다.얼마전, 수색 작업 수행으로 무인도에
며칠 후, 안금여와 강운경을 보러 왔다며 강진성이 강씨 고택에 나타났다.강진성이 방문했다는 집사의 보고를 들었을 때, 안금여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강진성이 자신을 보러 와?’‘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나?’속으로 의심이 가득 드는 안금여였다.강운경 또한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강진성이 도대체 뭐 때문에 여길 와? 설마 누가 걔한테 시켰나?”“됐다,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안금여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어차피 온 사람을 문전 박대할 수는 없는 노릇.그리고 여긴 강씨 집안 고택이다. 강진성이 온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오히려 무슨 평지풍파를 일으키려 강진성이 온 건지 궁금했다. “들어오라고 해요.” 강운경 역시 엄마 안금여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교활하기 짝이 없는 둘째, 셋째 숙부 강상철, 강상규가 온다면 좀 더 경계해야겠지만, 잔꾀 부릴 줄만 아는 강진성은 할아버지 강상철에 훨씬 못 미쳤다.어릴 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보아온 안금여인데, 그 녀석 머릿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안금여의 눈빛을 확인한 집사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에 나가서 문을 열었다.고택의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진성은 이미 짜증이 날대로 나 있었다.본가의 위세가 높아지니 과연 사람을 대하는 것부터 달라졌다 싶다.문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허세를 부려야 했다.집사가 대문을 열어 주러 나왔을 때, 미소로 얼굴 표정을 바꾼 강진성은 꽤나 점잖은 듯이 보였다.누가 보더라도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모습이다.정원과 현관을 지나 거실로 걸어간 강진성이 들고 온 선물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큰할머니님, 고모님, 사고로 많이 놀라셨지요? 두 분 원기 회복하시라고 제가 특별히 골라서 가져왔습니다.”강진성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 아주 부드러웠고, 그 태도도 아주 진지해 보였다.그러나 둘째, 셋째 일가의 진면목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안금여와 강운경은 그런 겉모습에 속지
강진성이 떠난 후에 성연은 그가 준 건강 식품을 주방으로 가져갔다.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을 해치지만 않아도 다행인 강진성이 설마 좋은 마음으로 이것들을 가지고 왔을까? 한 마디로 족제비가 닭에게 세배를 한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했다고 믿을 수 있을까?성연이 선물 상자를 열어 보니 상등품의 인삼이 들어 있었다.정말 건강 식품이라면 확실히 보양식이다.의술인으로서 누구보다 이런 건강 약재 냄새에 익숙한 성연이다.상자 안의 인삼 냄새를 맡아본 성연은 인삼 외에 다른 것은 섞이지 않았음을 확인했다.‘설마 강진성을 오해한 건가?’‘아니면, 지금 둘째, 셋째 일가가 안되겠다 싶으니 호의를 표하러 온 건가?’성연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생각만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실천을 해야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성연은 인삼과 다른 약재를 혼합하여 탕을 끓였다.두 시간을 푹 끓이니, 법랑 재질의 냄비에서 약재 특유의 향이 물씬 났다.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강진성이라는 사람을 믿을 수는 없었다.그래서 안전을 위해 성연이 먼저 한 입 맛보았다.맛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한 입 더 맛보던 성연은 순간적으로 쥐어짜는 듯한 위통을 느꼈다.성연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땡그랑.”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금속성의 소리를 듣고 집사가 쫓아왔다. 얼굴을 찡그린 채 팔로 배를 붙잡고 있는 성연을 보고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그러십니까? 괜찮으세요?”지금으로서는 강진성이 인삼 안에 넣은 게 무엇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성분을 하나하나 검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런 상태로는 제대로 검사하기 힘들게 분명했다.게다가 약은 함부로 먹는 게 아니다. 무릇 약에는 일정한 독성과 부작용이 있다고 봐야 했다. 때때로 어떤 약들은 서로 섞이면서 맹독이 되기도 한다.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잘 모르는
성연이 응급차로 병원에 들어가는 장면도 미행하던 강진성의 수하에 의해 모두 찍혔다. 거의 사진 한 장 찍을 때마다 위치를 바꾸며 아주 은밀하게 촬영하는 솜씨를 보니, 이런 도촬 일을 한 지 오래된 전문가가 분명했다.하지만 성연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은 후에 성연은 집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별일 아니었는지 지금은 성연의 안색이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성연은 스스로 자신의 맥을 짚어 보았다. 역시 병원과 같은 결과, 음식을 잘못 먹었을 뿐이다.성연 역시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다행히 강진성이 들고 온 인삼을 할머니가 먹은 게 아니어서.할머니 같은 노약자가 먹고 조금 전 자신 같은 복통을 앓았다면 아마 생명이 위독했을지도 모른다.강진성을 생각하던 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을 고쳐먹은 게 아닐까 생각하다니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막 집에 돌아온 성연은 대문 앞에서 마침 퇴근하고 오던 무진과 맞닥트렸다.성연을 보자 무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오직 성연 한 사람만 담은 듯한 눈으로 성연을 그윽하니 바라보았다.성연도 무진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무진 씨, 퇴근했군요.”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아래로 옮기던 무진은 성연의 손에 의료용 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어두워진 안색으로 무진이 성연의 손을 들어올리며 물었다.“이거 어떻게 된 거야?”잡힌 손을 얼른 내린 성연이 반대쪽 손으로 집안으로 무진을 잡아 끌었다.“들어가서 설명할게요.”성연에게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테이프가 눈에 거슬린 무진은 팽팽하니 입술을 꽉 다물었다.방금 침을 맞은 탓에 테이프 위로 피가 약간 배어 나와 있었다.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은 후, 강진성이 선물이라고 인삼이 든 상자를 가져온 일을 얘기했다.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린 성연은 이제서야 겁이 나기 시작했다.“다행히 내가 먹었기에 망정이지, 할머니와 고모가 드시기라도 했다면…….”성연의 설명을 듣던 무진의 표정이 바로 차갑게 바뀌었다.“강진성이 감히 이런 짓을
강진성이 벌인 짓의 결과는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던 데다가 또 몰랐다는 듯 사과하는 강진성의 태도에 무진도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무진은 강진성에게 경고 몇 마디 하고는 놓아주었다.다음날, 강진성은 송아연을 데리고 안금여를 방문하러 고택으로 향했다. 과일과 생화 바구니도 손에 든 채.이번이 두 번째 고택 방문이었지만, 고택의 호화로움에 아연은 다시 한 번 놀랐다.그러나 탐욕스러운 표정을 얼른 거둔 채 조심스럽게 강진성의 등 뒤에 숨었다.안금여를 마주한 송아연은 바로 얼굴에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얼마 전에 사고로 많이 놀라셨다고 듣고 걱정이 되어 방문했습니다.”안금여는 곁눈길로 송아연을 한 번 슬쩍 훑었다.예전, 이 두 사람의 일로 북성이 떠들썩했었다.그 뒤로 서로 왕래하지 않는 모양세를 보이더니, 어떻게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있는 건지.속이 시커먼 저 두 사람이 함께 해서 좋을 일은 없었다.안금여는 송아연을 배려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음, 하며 성의 없이 받아 준 뒤에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안금여는 송아연에 대한 인상이 아주 안 좋았다. 어린 나이에도 자중할 줄 모르더니 결국 나중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역시 자업자득 아니겠는가.안금여는 송아연에 대해 동정의 마음이 조급도 들지 않았다.안금여가 이렇게 대할 줄은 모르고 냅다 방문했던 송아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저도 모르게 강진성을 쳐다보았지만, 강진성 역시 송아연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애초에 강진성이 따라오지 말라고 했음에도 안금여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에 송아연 스스로 따라온 것이다.하여 강진성은 지금의 결과는 모두 송아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강진성 역시 자신을 내 몰라라 하자 송아연은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어색한 분위기를 느낀 송아연이 선물 바구니를 테이블 한 쪽에 올리며 말했다.“회장님,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제 마음대로 과일을 좀 사 왔습니다.”송아연이 직접 하나하나 골
무진이 대표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손건호가 들어와서 편지 한 통을 건넸다.“보스, 누가 익명의 편지를 보스의 차량 와이퍼에 끼워 놓고 갔습니다. 편지에 ‘대표님 친전’이라고 쓰여 있고요. 편지는 제가 이미 한 차례 스캔해 보았는데, 별다른 위험한 사항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편지입니다.”손건호가 차분한 음성으로 설명했다.무진이 편지를 받아 봉투 앞면을 보니 역시 ‘강무진 친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글자는 인쇄되어 있어서 누가 보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편지를 보낸 이가 상당히 신중한 성격 같다.무진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 채 봉투를 뜯었다.안에는 다른 시간 대에 찍힌 7~8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모두 성연과 곽연철이 만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사진 자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사진 속의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다지 친밀한 동작을 드러내고 있지도 않았다.무진은 이 사진들을 자신에게 보낸 이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편지를 보낸 이는 이 사진 때문에 사이가 벌어질 만큼 자신과 성연 사이의 감정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게다가 이전부터 성연과 곽연철이 알고 있었다면 만나는 게 별로 이상할 것도 없을 텐데.오히려 이 사진을 보낸 이의 속셈이 무엇인지 도시 알 수가 없다.이 사람은 이간계를 쓰려는 게 분명했다. 자신과 성연을 이간질하고 두 사라의 감정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 무진이 믿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또한 성연이 자신의 뒤에서 이런 일을 할 리가 없고.곁에서 사진을 들여다 본 손건호의 눈에 깜짝 놀란 빛이 어렸다.“작은 사모님과 제왕그룹 곽연철 회장이잖습니까? 이게…….”사진만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지만, 남녀 두 사람이 이런 은밀한 장소를 드나드는 것 자체가 의심받기 좋은 일이다.이 사람은 사진들을 이용해서 자기 보스가 사모님을 오해하게 만들 생각인 게 분명했다.손건호는 얼른 보스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 하지만 아주 침착한 보스의 표정을 봐서
입으로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 무진이지만, 사진 속에서 곽연철을 본 성연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속으로 질투심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찍힌 거의 모든 사진들 마다 웃고 있었다. 게다가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는 저 웃음은 분명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게 분명했다.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간 무진은 집에 있던 성연에게 바로 사진들을 건넸다.사진을 건네는 무진의 표정이 좀 찡그려져 있었다.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약간의 원망도 담긴 듯하다.한 눈에 봐도 질투가 분명한 기운이 온 집안 가득 넘실거렸다.사진들을 보다가 무진의 반응을 본 성연이 한 쪽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신경 쓰여요?”무진은 곧장 상체를 굽히며 성연을 껴안은 채 턱을 성연의 어깨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지. 나한테 보상해 줘.”말하면서 무진이 안은 자세 그대로 성연에게 키스했다.이미 무진이 어떤 보상을 원할 줄 알고 있었던 성연은 버둥거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성연이 곽연철과 함께 있던 모습을 생각하던 무진의 입술이 성연의 입술을 더 깊이 파고 들었다.‘다른 남자랑 있으면서 왜 그렇게 환한 웃음을 짓는 거야, 어?’무진의 눈빛을 본 성연은 자신과 곽연철의 사이를 무진이 전혀 의심하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그저 남자의 드 높은 자존심과 소유욕이 발동한 것일 뿐.성연은 가만히 무진의 키스를 받았다. 무진의 화가 가라앉을 때 멈추어도 되리라 생각했다.그 후 무진의 키스는 점점 더 깊어만 갔다. 하지만 너무 그렇게 심하다고,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했다.어쩌면 성연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걸지도 모른다.멈출 줄 모르는 무진의 키스로 폐부의 공기가 희박해지면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머리도 띵하며 어지러움을 느꼈다.만약 키스가 계속된다면 욕망의 파도에 밀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들었다.결국 성연이 무진을 힘껏 밀어내며 두 사람 사이에 간격을 만들었다.사실 노도처럼 밀어붙이는 무진의 공세에 성연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