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연과 강진성의 첫 번째 계획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게 분명했다.송성연과 강무진의 일상에 아무런 파란도 일으키지 못했다.며칠 동안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소문도 들려오지 않았다.만약 사진을 받은 무진이 난리를 쳤다면 분명 말이 들려왔을 것이다.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다는 소문은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의심스럽게 생각하던 강진성은 옆에 앉아 있던 송아연에게 물었다. “왜 별로 의심스러워 보이지도 않는 사진들을 강무진에 보낸 거야?”조급해하는 강진성을 보면서도 송아연은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서두르지 말아요. 한 걸음 한 걸음 진행하면 돼요. 메가톤급 폭탄은 뒤에 남겨 둬야죠.”성연을 위해 준비했는데, 이런 소소한 것들에 그칠 리가 없었다.이건 그야말로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앞으로 터질 사건은 절대 송성연이 뒤집지 못할 것이다.“설마 나를 속이는 건 아니겠지?” 강진성이 의심스럽다는 듯한 시선으로 송아연을 쳐다보았다.아무리 봐도 송아연, 이 아이는 조금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서로 협력하기로 했을 때부터 내내 미심쩍어 하던 강진성이다.어찌 되었든 송아연은 지금 자신을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있었다.“진성 씨, 제가 어떻게 당신을 속일 수 있겠어요? 당신을 돕겠다고 했잖아요. 진성 씨의 적이 바로 내 적이에요.” 송아연이 강진성의 비위를 맞추며 웃었다.자신의 주 목적은 바로 송성연을 가만 두지 않는 것이다.그리고 고택에서의 굴욕을 생각하던 송아연은 속에서 짜증이 치솟았다.자신이 송성연 보다 훨씬 더 높은 교육을 받고,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웠건만.‘송성연 그 시골뜨기가 뭘 할 줄 안다고?’그러나 바로 그런 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총애를 받다니.도대체 자신이 송성연 보다 못한 게 뭔지 이해할 수 없는 송아연이다.강씨 고택을 방문했을 때, 송성연 때문에 안금여 회장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일을 떠올리며, 이 원수를 꼭 갚겠다 다짐했다.“일을 좀 더 믿음이 가게 해. 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수해서
이튿날, 손건호는 외부로 나가 다른 일을 처리했다.그래서 무진이 직접 운전해서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을 보러 고택으로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주차장에 세워둔 차 전면 유리와 와이퍼 사이에 서류봉투 하나가 또 다시 끼워져 있었다.앞서 무진의 손에 전해졌던 서류봉투와 동일해서 같은 사람이 가져다 둔 것임을 알 수 있다.무진의 기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차 유리와 와이퍼 사이에서 봉투를 빼내 쓰레기통에 버릴 생각이었다.어차피 성연일 노린 사진이 뻔하니 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그러나 봉투를 들고 쓰레기통으로 향하던 순간 무진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이번에는 또 어떤 걸 ‘증거’랍시고 집어넣었는지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봉투 안에서 사진을 꺼내면서 자신과 성연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이가 누구인지 궁리하기 시작했다.저들의 목적은 너무 뻔했다.과연 이간질이 성공해서 자신과 성연이 헤어진다면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될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설마 연적?’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무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정말 연적이라면 이런 수법은 너무나 졸렬하고 유치했다.무진은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좋아한다.이렇게 뭔가를 숨기면서 몰래 잔꾀를 부리는 사람들을 혐오했다.입술을 꽉 다문 무진이 막 봉투를 열려던 순간 이쪽으로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드니 집사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무진이 손에 봉투를 든 채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집사는 현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무진이 주차장에 서서 꼼짝 않는 모습을 보고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일부러 내려온 참이었다.집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도련님, 괜찮으세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혹 제 도움이 필요하세요?”“아닙니다. 가서 일 보셔도 됩니다. 여기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곁눈으로 무진이 손에 봉투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집사는 평소 무진이 들고 다니던 서류봉투가 아닌 걸 눈치챘다.집사가 무진의
서류봉투를 열자 안에서 사진 몇 장이 나왔다.그냥 뒷모습만 찍힌 사진 몇 장이다.성연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익숙한 무진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뒷모습이 성연의 것이라는 걸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그리고 이번에 찍힌 곳은 다른 장소가 아니었다.주변에 아무도 없이 오직 성연 혼자였다. 그리고 가고 있는 곳은 병원.‘뭘 말하려고 이 사진들을 자신에게 보낸 거지?’ 무진의 태도는 알기 어려웠다.그러나 사진을 보낸 사람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사진 몇 장을 엠파이어 하우스 차고에 갖다 둔 게 아니다.무진은 서류봉투를 살펴보았다.이번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A4 용지 몇 장이 반으로 접힌 채 사진 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종이를 펼쳐본 무진은 순간 멍했다. 성연의 이름이 적인 병원 기록이었다.정확히 말하면, 초음파 검사 결과지로 아래에 성연이 임신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이런 적은 처음 경험해 보지만, 이 글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분명 하나 하나 다 알고 있는 글자들이다.그러나 같이 연결한 글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 병원 기록으로 인해 무진은 정신이 멍해졌고, 이 근거 없는 임신 결과지에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도대체 이 기록을 어디서 받은 거지?’‘그리고 이름이 뭐? 송성연?’‘설마 성연이 정말 임신했다고?’이 가정은 바로 무진에 의해 지워졌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믿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병원 기록이 이렇게 있으니까.하지만 송성연이다.성연은 행실이 문란한 아이가 아니다. 만약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생각을 할수록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결국 무진은 고개를 저었다.성연에게 이런 일이 있기는 절대 불가능하다.검사 기록지 아래에 병원 마크가 보였다. 어느 병원에서 나온 것인지 조사해 보면 알게 될 터.바로 그때 회사로 돌아온 비서 손건호가 무진이 아직 회사에 있다는 것을 알고 대표실로 들어왔다.사무실에 데스크 앞에 앉은 무진
저녁에 무진이 집에 도착했을 때, 성연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성연은 지금 할머니 안금여를 위해 최상의 약재들만 넣어서 보양탕을 끓이고 있다.비록 안금여가 다치지 않았고 검사에 문제가 없는 걸로 나왔지만, 성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놀랐을 두 사람의 몸을 보양시켜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종일 끓이고 있는 중이다.언제 먹어도 상관없는 약재들로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어 자주 먹으면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또 엠파이어 하우스 창고에서 꺼내 온 것들이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약재들이었다.무진은 바삐 움직이는 성연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내 입꼬리를 위로 당겨 올렸다. 그러나 자조적으로 보이는 웃음은 억지로 만들어 낸 게 분명했다. 진짜 웃음이 나올 리가 없다.‘손건호의 말처럼 성연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무진도 마음속으로 성연을 믿고 있다.그 자리에 서서 성연을 잠시 바라보던 무진은 성연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몸을 돌려 위층으로 향했다.그러나 성연은 예민한 감각으로 무진의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 서 있던 무진이 몸을 돌리는 게 보였다.성연은 보양탕을 약한 불로 조절한 후에 손을 닦으며 무진에게 다가갔다.“집에 왔다고 왜 말하지 않았어요?”성연을 보자 무진의 표정이 금세 부드러워지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 되었다.내내 복잡해 보이던 표정이 바로 사라졌다.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 바쁜 것 보고 일부러 안 불렀어. 공부하기도 힘들텐데 이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돼. 고택에도 주방이 있으니 조리법만 전해줘도 돼.”고3 수능을 앞둔 성연인 요즘 거의 매일 시험이 있었다.타고난 실력을 가진 성연이라 해도 기본적인 학습과 복습을 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무진의 마음이 아팠다.안금여와 강운경을 돌보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성연을 돌보는 사람은 없었다.자신은 평소에 회사 일로 바쁘고, 성연이 철이 들어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성연의 감정을 신
무진이 위층의 서재로 올라가서 서류들을 처리했다.하루에 다 끝내기 힘들 정도의 일들이, 다 보기 힘들만큼 서류들이 날마다 무진의 앞에 쌓였다. 회사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무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성연의 일로 하루 종일 신경 쓰다 이제야 올라온 공문을 보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서재에서 서류들을 보던 중에 비서 손건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무진이 바로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 “결과는?”무진의 말투에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마음으로는 성연을 믿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나쁜 결과를 얻게 될까 겁나기도 했다.자신에게 성연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황스럽고 두려웠다.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기를 바랬다.손건호가 무진에게 보고했다.“작은 사모님이 그 병원에 가신 건 확실합니다.”여기까지 들으며 무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계속해서 손건호의 음성이 들렸다.“하지만 작은 사모님은 위장약을 타러 가셨습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강진성이 가져온 인삼을 사모님이 드시고 탈이 나서 병원에 가신 겁니다. 당시 집사님이 사모님과 동행했고요.”집사가 동행한 이상 아무 일도 없었을 게 확실했다.하루 종일 무거웠던 무진의 마음이 손 비서의 보고에 금세 가벼워졌다.애초에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자신의 판단도 옳았다. 이 사진과 기록지를 보낸 이는 도대체 머리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그냥 조금만 조사해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것을 내가 진짜 믿으리라 생각한 걸까?’‘이런 별거 아닌 걸로 날 속이겠다고?’잠시 고민하던 무진은 결국 이 일을 성연에게 말하기로 결정했다.손건호에게 몰래 조사하라고 지시만 한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가족들이야 성연의 성품을 알고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사람들은 항상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판단한다.이 일은 무진의 명성과도 관계된 것이다.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을 때, 당연히 자신은 성연을 보호해야 한다.이런 일들이
“계속 이런 일이 생기다 보면 너에게 안 좋을까 봐 걱정이야. 너에게 경호원 두 명을 붙여 밀착 경호를 하게 할 생각인데, 어때?” 무진은 이 일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성연과 관련된 일인만큼 절대 허투루 처리해서는 안 된다.성연에게 발생할 지도 모르는 모든 의외의 상황들을 근절시킬 것이다.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이 사람은 단지 우리 두 사람을 이간질하려는 거예요. 나에게 아무 짓도 못할 거예요.”비록 무진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성연은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미친…….’해이해진 나머지 미행당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에게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자신의 능력으로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아니면 미행한 그 놈이 원래 엄청난 고수라는 말이다.역시 안일한 환경에 너무 오래 머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기본적인 경계심마저 무너질 터였다.“만약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만 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하고. 절대 숨기지 마.” 무진은 역시 성연에게 강제로 사람을 붙이지 않았다.성연은 똑똑하고 주관이 뚜렷하기에 참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알았어요.” 성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 일은 자신이 직접 처리할 생각이다.영문도 모른 채 표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불이 났다.배후에서 이 계략을 꾸민 당사자를 꼭 찾아내야 했다.성연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일단 화를 거둬. 우린 모두 너를 믿어. 바로 이번 일의 범인이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야. 그러니 화를 내며 네 몸을 상하게 하지 마.”“늘 단정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 것도 겁나지 않아요. 하지만 내게 이런 구정물을 끼얹은 만큼 절대 간단하게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성연이 이를 악문 채 말을 꺼냈다.이 일로 성연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기억해, 언제든 자기자신을 가지고 모험할 생각은 하지
엠파이어 하우스 쪽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강진성은 송아연을 불렀다.송아연은 두 사람이 자주 만나던 클럽에 왔다.강진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그쳤다.“네 방법대로 해서 되겠어? 초음파 검사지까지 줬는데 강무진이 아직 믿질 않아. 다른 것을 주면 강무진이 믿을 거라고 생각해?”애초에 송아연이 낸 생각에 동조해서 같이 작당을 해서는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자신이 예상한 상황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송아연이 강진성을 위로하며 말했다.“진짜 볼만한 연극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 걸요!”지금의 상황은 송아연이 미리 예상했던 일이다.송성연을 그토록 아끼는 강무진과 안금여인데, 몇 마디 말로 그들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을 리가.하여튼 송성연이 무슨 방법으로 강씨 집안 사람들을 구슬린 건지 모르겠다.사람 마음을 홀리는 데 가장 능한 여우를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잡을 수는 없을 터였다.그러나 강진성은 송아연의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언제나 말은 그렇게 말하는데 도대체 효과를 볼 수 있기는 한 거야?”강진성은 송아연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이제껏 필요한 사람과 돈을 지원했음에도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어떻게 조급하지 않 있겠는가.셋째 일가에서는 이번 일로 큰 소란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실패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진성 씨, 진성 씨가 원하는 결과를 꼭 얻을 거예요. 서두르면 되는 일도 없다는 걸 잘 아실 거예요. 이 일은 역시 천천히 진행해야 해요.”송아연의 마음속엔 자신만의 계획이 들어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강진성에게 말한다 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이런 과정들에 신경 쓸 필요가 뭐란 말인가.강진성은 하마터면 송아연의 말에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오려 했다.“너 참 말 잘한다? 지금 바로 말해 봐. 도대체 언제 내가 요구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 쓸데없는 소리 지껄일 생각 말고!”“진성 씨, 저를 한 번
무진이 집에 도착하자 집 안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현관문에 들어선 순간 집사의 엄한 목소리가 실내에서 들려왔다.무척 화가 난 음성의 집사가 차가운 얼굴로 질책했다.“여기 엠파이어 하우스에서는 손 버릇이 나쁜 사람은 받지 않습니다. 멀쩡한 젊은 여성이 받기에는 여기 월급이 꽤 많지 않아요? 어떻게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얼른 성실하게 자신의 업무를 인계하고 나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 선에서 끝낼 수 없습니다!”“집사님, 제가 잘못했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훔친 것도 없어요.”여자 고용인이 변명을 시작했다.“내가 직접 봤는데도 거짓말을 할 생각입니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됐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와서 처리할 겁니다.” 집사가 시퍼렇게 굳은 얼굴로 고용인을 응시했다.스스로 사람을 보는 안목이 괜찮다고 자부했고, 이 여자 고용인도 자신이 직접 가서 골랐다.언제나 얌전하니 시키는 대로 잘 따르던 이 고용인은 결코 이런 일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고용된 지도 얼마 안되어 이런 일이 생기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그러니 어찌 집사가 화를 내지 않겠는가?“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자 고용인은 잘못했다는 말만 계속 반복할 뿐, 집사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무진은 멀찌감치 떨어져 선 채로 단편적인 말들을 들었다. 평소 누구에게나 온유하고 친절한 모습을 보이던 집사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무진이 거실로 들어가며 물었다.“무슨 일입니까?” 집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여자 고용인이 쉴 새 없이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로 호소했다.“대표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이마가 온통 푸르죽죽한 색을 띤 걸 보니 바닥에 이마라도 찧어 댄 모양이다.무진이 이마를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엇을 훔쳤습니까?”엠파이어 하우스의 모든 고용인들은 집사가 도맡아 관리해 왔다.고용인들의 자질도 뛰어난데다 집사가 관리를 잘 해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