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위층의 서재로 올라가서 서류들을 처리했다.하루에 다 끝내기 힘들 정도의 일들이, 다 보기 힘들만큼 서류들이 날마다 무진의 앞에 쌓였다. 회사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무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성연의 일로 하루 종일 신경 쓰다 이제야 올라온 공문을 보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서재에서 서류들을 보던 중에 비서 손건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무진이 바로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 “결과는?”무진의 말투에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마음으로는 성연을 믿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나쁜 결과를 얻게 될까 겁나기도 했다.자신에게 성연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황스럽고 두려웠다.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기를 바랬다.손건호가 무진에게 보고했다.“작은 사모님이 그 병원에 가신 건 확실합니다.”여기까지 들으며 무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계속해서 손건호의 음성이 들렸다.“하지만 작은 사모님은 위장약을 타러 가셨습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강진성이 가져온 인삼을 사모님이 드시고 탈이 나서 병원에 가신 겁니다. 당시 집사님이 사모님과 동행했고요.”집사가 동행한 이상 아무 일도 없었을 게 확실했다.하루 종일 무거웠던 무진의 마음이 손 비서의 보고에 금세 가벼워졌다.애초에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자신의 판단도 옳았다. 이 사진과 기록지를 보낸 이는 도대체 머리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그냥 조금만 조사해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것을 내가 진짜 믿으리라 생각한 걸까?’‘이런 별거 아닌 걸로 날 속이겠다고?’잠시 고민하던 무진은 결국 이 일을 성연에게 말하기로 결정했다.손건호에게 몰래 조사하라고 지시만 한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가족들이야 성연의 성품을 알고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사람들은 항상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판단한다.이 일은 무진의 명성과도 관계된 것이다.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을 때, 당연히 자신은 성연을 보호해야 한다.이런 일들이
“계속 이런 일이 생기다 보면 너에게 안 좋을까 봐 걱정이야. 너에게 경호원 두 명을 붙여 밀착 경호를 하게 할 생각인데, 어때?” 무진은 이 일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성연과 관련된 일인만큼 절대 허투루 처리해서는 안 된다.성연에게 발생할 지도 모르는 모든 의외의 상황들을 근절시킬 것이다.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이 사람은 단지 우리 두 사람을 이간질하려는 거예요. 나에게 아무 짓도 못할 거예요.”비록 무진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성연은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미친…….’해이해진 나머지 미행당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에게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자신의 능력으로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아니면 미행한 그 놈이 원래 엄청난 고수라는 말이다.역시 안일한 환경에 너무 오래 머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기본적인 경계심마저 무너질 터였다.“만약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만 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하고. 절대 숨기지 마.” 무진은 역시 성연에게 강제로 사람을 붙이지 않았다.성연은 똑똑하고 주관이 뚜렷하기에 참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알았어요.” 성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 일은 자신이 직접 처리할 생각이다.영문도 모른 채 표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불이 났다.배후에서 이 계략을 꾸민 당사자를 꼭 찾아내야 했다.성연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일단 화를 거둬. 우린 모두 너를 믿어. 바로 이번 일의 범인이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야. 그러니 화를 내며 네 몸을 상하게 하지 마.”“늘 단정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 것도 겁나지 않아요. 하지만 내게 이런 구정물을 끼얹은 만큼 절대 간단하게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성연이 이를 악문 채 말을 꺼냈다.이 일로 성연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기억해, 언제든 자기자신을 가지고 모험할 생각은 하지
엠파이어 하우스 쪽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강진성은 송아연을 불렀다.송아연은 두 사람이 자주 만나던 클럽에 왔다.강진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그쳤다.“네 방법대로 해서 되겠어? 초음파 검사지까지 줬는데 강무진이 아직 믿질 않아. 다른 것을 주면 강무진이 믿을 거라고 생각해?”애초에 송아연이 낸 생각에 동조해서 같이 작당을 해서는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자신이 예상한 상황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송아연이 강진성을 위로하며 말했다.“진짜 볼만한 연극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 걸요!”지금의 상황은 송아연이 미리 예상했던 일이다.송성연을 그토록 아끼는 강무진과 안금여인데, 몇 마디 말로 그들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을 리가.하여튼 송성연이 무슨 방법으로 강씨 집안 사람들을 구슬린 건지 모르겠다.사람 마음을 홀리는 데 가장 능한 여우를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잡을 수는 없을 터였다.그러나 강진성은 송아연의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언제나 말은 그렇게 말하는데 도대체 효과를 볼 수 있기는 한 거야?”강진성은 송아연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이제껏 필요한 사람과 돈을 지원했음에도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어떻게 조급하지 않 있겠는가.셋째 일가에서는 이번 일로 큰 소란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실패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진성 씨, 진성 씨가 원하는 결과를 꼭 얻을 거예요. 서두르면 되는 일도 없다는 걸 잘 아실 거예요. 이 일은 역시 천천히 진행해야 해요.”송아연의 마음속엔 자신만의 계획이 들어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강진성에게 말한다 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이런 과정들에 신경 쓸 필요가 뭐란 말인가.강진성은 하마터면 송아연의 말에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오려 했다.“너 참 말 잘한다? 지금 바로 말해 봐. 도대체 언제 내가 요구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 쓸데없는 소리 지껄일 생각 말고!”“진성 씨, 저를 한 번
무진이 집에 도착하자 집 안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현관문에 들어선 순간 집사의 엄한 목소리가 실내에서 들려왔다.무척 화가 난 음성의 집사가 차가운 얼굴로 질책했다.“여기 엠파이어 하우스에서는 손 버릇이 나쁜 사람은 받지 않습니다. 멀쩡한 젊은 여성이 받기에는 여기 월급이 꽤 많지 않아요? 어떻게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얼른 성실하게 자신의 업무를 인계하고 나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 선에서 끝낼 수 없습니다!”“집사님, 제가 잘못했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훔친 것도 없어요.”여자 고용인이 변명을 시작했다.“내가 직접 봤는데도 거짓말을 할 생각입니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됐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와서 처리할 겁니다.” 집사가 시퍼렇게 굳은 얼굴로 고용인을 응시했다.스스로 사람을 보는 안목이 괜찮다고 자부했고, 이 여자 고용인도 자신이 직접 가서 골랐다.언제나 얌전하니 시키는 대로 잘 따르던 이 고용인은 결코 이런 일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고용된 지도 얼마 안되어 이런 일이 생기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그러니 어찌 집사가 화를 내지 않겠는가?“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자 고용인은 잘못했다는 말만 계속 반복할 뿐, 집사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무진은 멀찌감치 떨어져 선 채로 단편적인 말들을 들었다. 평소 누구에게나 온유하고 친절한 모습을 보이던 집사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무진이 거실로 들어가며 물었다.“무슨 일입니까?” 집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여자 고용인이 쉴 새 없이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로 호소했다.“대표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이마가 온통 푸르죽죽한 색을 띤 걸 보니 바닥에 이마라도 찧어 댄 모양이다.무진이 이마를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엇을 훔쳤습니까?”엠파이어 하우스의 모든 고용인들은 집사가 도맡아 관리해 왔다.고용인들의 자질도 뛰어난데다 집사가 관리를 잘 해
잠시 생각하던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침실에 두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고,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귀중품도 별로 없다고 생각했기에. 만약 자신이 귀중품을 숨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눈 앞의 여자 고용인은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다.집사에게 발견될 때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에 고용인이 뭔가를 찾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성연은 추측했다.또 침실에서 성연이 귀중하게 여기는 물건이라면 노트북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트북과 연동되어 휴대폰에서는 아무런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다.그러니까 가사도우미로 고용된 저 여자는 자신의 노트북을 만지지 않았던 것이다.어쩌면 여자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용인을 지켜보던 무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바른대로 말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무진처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몸에서 자연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평범한 고용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무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여자 고용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벌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만큼 무진의 눈빛은 매서웠다.결국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모두 제 방에 있어요.”여자 고용인이 계속 바닥에 주저앉아 꼼짝 하지 않자 집사가 얼른 큰 소리로 질책했다.“방에 있다고 했으니 빨리 가서 가져와야지, 왜 그리 멍하니 있습니까?”완전히 몸이 풀려버린 여자 고용인이 바닥을 짚고 간신히 일어나 비척비척 자신의 방으로 갔다.고용인들이 거주하는 곳은 본관 뒤편에 좀 떨어져 있어 집사는 다른 고용인 두 사람을 불러 따라가서 지켜보게 시켰다.여자 고용인과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집사는 성연과 무진에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작은 사모님.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지금까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며 딴 말을 한 적이 없는 집사이다.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옳은 것은 옳은 것이니까.오랜 가족 같은 집사의 사과에 성연이 얼른 나섰다.“집사님, 자책하지
자신의 방으로 갔던 여자 고용인이 돌아와서 훔쳤던 물건들을 전부 거실 카펫 위에 내려 놓았다.훔친 물건들 중에는 성연의 간식들이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 안여의가 선물한 액세서리들도 있었다. 착용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성연이 침실에 두기만 하던 것들이다.그 밖에는 값나가는 물건들이 별로 없었다.고용인의 간이 좀 작았는지 아주 값나가는 귀중품들에는 감히 손을 대지 않았다.그런데 내려 놓은 물건들 중에 흰색 작은 봉투가 하나 보였다.분명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약 봉투였다.봉투 겉에 쓰여진 글자와 모양이 자신이 갔던 병원의 것이었다.약 봉투를 본 성연의 한 쪽 눈썹이 살짝 비틀려 올라갔다.‘저건 지난번에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던 위장약 아냐?’‘저 고용인이 어째서 저것까지 몰래 가져간 거야?’돈이나 액세서리 같은 걸 훔쳤다면 이해가 된다.‘그런데 딱 봐도 별 쓸모가 없어 보이는 저 약을 훔쳐?’‘저 여자는 도대체 이 약을 몰래 가져가서 뭘 하려던 거지?’고용인이 곧 흰색 봉투를 열어 보여주었다. 그런데 안에는 성연이 생각했던 위장약이 아니라 한약 몇 첩이 들어 있었는데, 성연이 본 적 없는 것이었다.성연은 황당했다. 침실에서 가져간 물건들 중에 어떻게 저게 있을 수 있는지 정말 이상했다.무진도 까닭을 알 수는 없었으나 속으로 의심이 들었다. ‘저 고용인이 왜 약까지 훔친 거지?’“이 약은 어디서 가져온 겁니까? 당신이 이 약을 가져가서 뭘 하려고?”고개를 숙인 채 한참 아무 말도 없던 여자 고용인이 천천히 대답했다.“침대 수납장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을 모두 가져 갔어요. 며칠 뒤에 들고 도망갈 생각으로.”고용인의 말을 듣던 집사는 기가 막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당신, 아예 귀중품을 훔쳐 달아나려고 작정하고 이곳에 들어왔군? 여기가 어딘지나 아는 거야? 물건을 훔친 뒤에 멀쩡하게 달아날 수 있을 줄 알았어?” 집사는 이 고용인이 물건을 훔치기도 전에 이미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
성연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어쩌면 이 일이 자신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비록 강씨 집안에서는 자신이 의학에 밝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지만, 자신이 몇 가지 약재를 식별해낸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성연이 입을 열었다.“이리 줘 보세요. 제가 좀 보게. 이건 내 물건이 아니네요.”집사가 약첩을 성연에게 건네주자 약재의 냄새를 맡던 성연은 바로 무슨 약인지 알아차렸다. 성연의 표정이 굳어지며 바로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낙태약이에요.”무진은 순간 멍해졌다.‘이 낙태약이 어떻게 자신들의 방에서 나왔다는 말이지?’‘그리고 저 여자의 말로는 이게 성연이 것이라고?’무진이 성연을 바라보았다. 집사와 주위의 고용인들도 하나 둘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과 낙태약, 이 둘을 연결지으니 그야말로 최악이었다.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다.성연과 무진이 한 침실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고용인들은 성연과 무진이 이미 부부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저 낙태약이 성연의 것이라면, 그 의미는 자명한 것이다.일부 고용인들은 성연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뜩이나 지금 강씨 집안에서 예쁨을 받고 있는 성연이 아이까지 가진다면 집안 내에서 자기 자리를 확고하게 할 텐데…’‘그런데 아이를 지운다고?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없애버린 것과 진배없지 않나?’‘게다가 강씨 집안의 자손을 그렇게 마음대로 지울 수 있단 말인가?’‘설마 우리 도련님 애가 아닌 것 아냐?’그 순간 성연을 바라보던 고용인들의 눈에 경멸의 빛이 서렸다.사람들의 눈빛을 본 성연은 문득 자신이 의심을 받고 있음을 느꼈다.그래서 성연이 얼른 대답했다. “이 약, 내 것이 아니에요!”거실 뒤편에 이리저리 뒤섞여 있던 고용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수군대기 시작했다.“아니 작은 사모님 평소 순진하고 깨끗해 보이더니 어떻게 이런 일을 한 거야?”“저거 낙태약이잖아. 도련님이 아실까 봐 병원엔 못 가고 저런 약을 먹었나 보네.”“그러게 말
고용인들이 하는 말을 듣던 무진이 즉시 반응했다. 매서운 눈빛으로 물건을 훔친 여자 고용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이것들 진짜 당신이 침실에서 훔쳤습니까?”질문을 받은 고용인은 무진의 차가운 눈빛에 혼비백산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진이 분노하며 말했다.“그럴 리가! 집사님, 당분간 이 사람 외부와 차단 좀 시켜 주세요. 분명 문제가 많으니 저 대신 누구 돈을 받은 건 아닌지 확인하세요!”성연의 나이가 어린데다 아직 고등학생임을 생각해서 줄곧 자제해 온 무진이었다.성연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무진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낙태약이라니.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성연과 곽연철이 함께 찍힌 사진부터 해서 태아 초음파 사진, 그리고 낙태약까지 누군지 모르지만 성연과 무진에게 던졌다.만일 그 중 하나라도 믿게 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다.그리고 저 고용인이 이 저택에 들어온 목적이 너무 뚜렷해 보였다. 사람들에게 이 낙태약을 보여주기 위한 연기일 것이다.무진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다. 또한 성연을 믿는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되는 수작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울컥한 마음으로 무진을 바라보는 성연은 그의 말에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만약 무진이 조금이라도 더디게 반응했더라면 사람들이 오해했을 것이다.그때나 지금이나 무진은 늘 한결같이 무조건적으로 성연 자신을 믿어 주고 있다.성연은 자신이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무진이 성연을 믿어 주는 이상 다른 사람들은 고개만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터였다.고용인들 대부분 한바탕 재미나는 구경이나 하려는 마음으로 왔다가 일이 이렇게 정리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뭐야, 이게 다야? 하나도 재미없네.’그러나 동시에 적지 않은 고용인들은 얼마 전 새로 고용된 저 여자의 행동에 꽤나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느꼈다.이 일의 진상이 어떠한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집사가 곁에 섰던 고용인에게 물건을 훔친 여자를 데려가라고 지시했다.여자가 울부짖었다.“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