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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시커먼 속

며칠 후, 안금여와 강운경을 보러 왔다며 강진성이 강씨 고택에 나타났다.

강진성이 방문했다는 집사의 보고를 들었을 때, 안금여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강진성이 자신을 보러 와?’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나?’

속으로 의심이 가득 드는 안금여였다.

강운경 또한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강진성이 도대체 뭐 때문에 여길 와? 설마 누가 걔한테 시켰나?”

“됐다,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안금여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어차피 온 사람을 문전 박대할 수는 없는 노릇.

그리고 여긴 강씨 집안 고택이다. 강진성이 온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오히려 무슨 평지풍파를 일으키려 강진성이 온 건지 궁금했다.

“들어오라고 해요.”

강운경 역시 엄마 안금여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교활하기 짝이 없는 둘째, 셋째 숙부 강상철, 강상규가 온다면 좀 더 경계해야겠지만, 잔꾀 부릴 줄만 아는 강진성은 할아버지 강상철에 훨씬 못 미쳤다.

어릴 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보아온 안금여인데, 그 녀석 머릿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안금여의 눈빛을 확인한 집사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에 나가서 문을 열었다.

고택의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진성은 이미 짜증이 날대로 나 있었다.

본가의 위세가 높아지니 과연 사람을 대하는 것부터 달라졌다 싶다.

문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허세를 부려야 했다.

집사가 대문을 열어 주러 나왔을 때, 미소로 얼굴 표정을 바꾼 강진성은 꽤나 점잖은 듯이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모습이다.

정원과 현관을 지나 거실로 걸어간 강진성이 들고 온 선물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큰할머니님, 고모님, 사고로 많이 놀라셨지요? 두 분 원기 회복하시라고 제가 특별히 골라서 가져왔습니다.”

강진성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 아주 부드러웠고, 그 태도도 아주 진지해 보였다.

그러나 둘째, 셋째 일가의 진면목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안금여와 강운경은 그런 겉모습에 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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