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성이 떠난 후에 성연은 그가 준 건강 식품을 주방으로 가져갔다.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을 해치지만 않아도 다행인 강진성이 설마 좋은 마음으로 이것들을 가지고 왔을까? 한 마디로 족제비가 닭에게 세배를 한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했다고 믿을 수 있을까?성연이 선물 상자를 열어 보니 상등품의 인삼이 들어 있었다.정말 건강 식품이라면 확실히 보양식이다.의술인으로서 누구보다 이런 건강 약재 냄새에 익숙한 성연이다.상자 안의 인삼 냄새를 맡아본 성연은 인삼 외에 다른 것은 섞이지 않았음을 확인했다.‘설마 강진성을 오해한 건가?’‘아니면, 지금 둘째, 셋째 일가가 안되겠다 싶으니 호의를 표하러 온 건가?’성연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생각만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실천을 해야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성연은 인삼과 다른 약재를 혼합하여 탕을 끓였다.두 시간을 푹 끓이니, 법랑 재질의 냄비에서 약재 특유의 향이 물씬 났다.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강진성이라는 사람을 믿을 수는 없었다.그래서 안전을 위해 성연이 먼저 한 입 맛보았다.맛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한 입 더 맛보던 성연은 순간적으로 쥐어짜는 듯한 위통을 느꼈다.성연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땡그랑.”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금속성의 소리를 듣고 집사가 쫓아왔다. 얼굴을 찡그린 채 팔로 배를 붙잡고 있는 성연을 보고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그러십니까? 괜찮으세요?”지금으로서는 강진성이 인삼 안에 넣은 게 무엇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성분을 하나하나 검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런 상태로는 제대로 검사하기 힘들게 분명했다.게다가 약은 함부로 먹는 게 아니다. 무릇 약에는 일정한 독성과 부작용이 있다고 봐야 했다. 때때로 어떤 약들은 서로 섞이면서 맹독이 되기도 한다.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잘 모르는
성연이 응급차로 병원에 들어가는 장면도 미행하던 강진성의 수하에 의해 모두 찍혔다. 거의 사진 한 장 찍을 때마다 위치를 바꾸며 아주 은밀하게 촬영하는 솜씨를 보니, 이런 도촬 일을 한 지 오래된 전문가가 분명했다.하지만 성연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은 후에 성연은 집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별일 아니었는지 지금은 성연의 안색이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성연은 스스로 자신의 맥을 짚어 보았다. 역시 병원과 같은 결과, 음식을 잘못 먹었을 뿐이다.성연 역시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다행히 강진성이 들고 온 인삼을 할머니가 먹은 게 아니어서.할머니 같은 노약자가 먹고 조금 전 자신 같은 복통을 앓았다면 아마 생명이 위독했을지도 모른다.강진성을 생각하던 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을 고쳐먹은 게 아닐까 생각하다니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막 집에 돌아온 성연은 대문 앞에서 마침 퇴근하고 오던 무진과 맞닥트렸다.성연을 보자 무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오직 성연 한 사람만 담은 듯한 눈으로 성연을 그윽하니 바라보았다.성연도 무진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무진 씨, 퇴근했군요.”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아래로 옮기던 무진은 성연의 손에 의료용 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어두워진 안색으로 무진이 성연의 손을 들어올리며 물었다.“이거 어떻게 된 거야?”잡힌 손을 얼른 내린 성연이 반대쪽 손으로 집안으로 무진을 잡아 끌었다.“들어가서 설명할게요.”성연에게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테이프가 눈에 거슬린 무진은 팽팽하니 입술을 꽉 다물었다.방금 침을 맞은 탓에 테이프 위로 피가 약간 배어 나와 있었다.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은 후, 강진성이 선물이라고 인삼이 든 상자를 가져온 일을 얘기했다.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린 성연은 이제서야 겁이 나기 시작했다.“다행히 내가 먹었기에 망정이지, 할머니와 고모가 드시기라도 했다면…….”성연의 설명을 듣던 무진의 표정이 바로 차갑게 바뀌었다.“강진성이 감히 이런 짓을
강진성이 벌인 짓의 결과는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던 데다가 또 몰랐다는 듯 사과하는 강진성의 태도에 무진도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무진은 강진성에게 경고 몇 마디 하고는 놓아주었다.다음날, 강진성은 송아연을 데리고 안금여를 방문하러 고택으로 향했다. 과일과 생화 바구니도 손에 든 채.이번이 두 번째 고택 방문이었지만, 고택의 호화로움에 아연은 다시 한 번 놀랐다.그러나 탐욕스러운 표정을 얼른 거둔 채 조심스럽게 강진성의 등 뒤에 숨었다.안금여를 마주한 송아연은 바로 얼굴에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얼마 전에 사고로 많이 놀라셨다고 듣고 걱정이 되어 방문했습니다.”안금여는 곁눈길로 송아연을 한 번 슬쩍 훑었다.예전, 이 두 사람의 일로 북성이 떠들썩했었다.그 뒤로 서로 왕래하지 않는 모양세를 보이더니, 어떻게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있는 건지.속이 시커먼 저 두 사람이 함께 해서 좋을 일은 없었다.안금여는 송아연을 배려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음, 하며 성의 없이 받아 준 뒤에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안금여는 송아연에 대한 인상이 아주 안 좋았다. 어린 나이에도 자중할 줄 모르더니 결국 나중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역시 자업자득 아니겠는가.안금여는 송아연에 대해 동정의 마음이 조급도 들지 않았다.안금여가 이렇게 대할 줄은 모르고 냅다 방문했던 송아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저도 모르게 강진성을 쳐다보았지만, 강진성 역시 송아연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애초에 강진성이 따라오지 말라고 했음에도 안금여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에 송아연 스스로 따라온 것이다.하여 강진성은 지금의 결과는 모두 송아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강진성 역시 자신을 내 몰라라 하자 송아연은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어색한 분위기를 느낀 송아연이 선물 바구니를 테이블 한 쪽에 올리며 말했다.“회장님,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제 마음대로 과일을 좀 사 왔습니다.”송아연이 직접 하나하나 골
무진이 대표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손건호가 들어와서 편지 한 통을 건넸다.“보스, 누가 익명의 편지를 보스의 차량 와이퍼에 끼워 놓고 갔습니다. 편지에 ‘대표님 친전’이라고 쓰여 있고요. 편지는 제가 이미 한 차례 스캔해 보았는데, 별다른 위험한 사항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편지입니다.”손건호가 차분한 음성으로 설명했다.무진이 편지를 받아 봉투 앞면을 보니 역시 ‘강무진 친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글자는 인쇄되어 있어서 누가 보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편지를 보낸 이가 상당히 신중한 성격 같다.무진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 채 봉투를 뜯었다.안에는 다른 시간 대에 찍힌 7~8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모두 성연과 곽연철이 만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사진 자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사진 속의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다지 친밀한 동작을 드러내고 있지도 않았다.무진은 이 사진들을 자신에게 보낸 이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편지를 보낸 이는 이 사진 때문에 사이가 벌어질 만큼 자신과 성연 사이의 감정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게다가 이전부터 성연과 곽연철이 알고 있었다면 만나는 게 별로 이상할 것도 없을 텐데.오히려 이 사진을 보낸 이의 속셈이 무엇인지 도시 알 수가 없다.이 사람은 이간계를 쓰려는 게 분명했다. 자신과 성연을 이간질하고 두 사라의 감정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 무진이 믿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또한 성연이 자신의 뒤에서 이런 일을 할 리가 없고.곁에서 사진을 들여다 본 손건호의 눈에 깜짝 놀란 빛이 어렸다.“작은 사모님과 제왕그룹 곽연철 회장이잖습니까? 이게…….”사진만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지만, 남녀 두 사람이 이런 은밀한 장소를 드나드는 것 자체가 의심받기 좋은 일이다.이 사람은 사진들을 이용해서 자기 보스가 사모님을 오해하게 만들 생각인 게 분명했다.손건호는 얼른 보스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 하지만 아주 침착한 보스의 표정을 봐서
입으로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 무진이지만, 사진 속에서 곽연철을 본 성연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속으로 질투심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찍힌 거의 모든 사진들 마다 웃고 있었다. 게다가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는 저 웃음은 분명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게 분명했다.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간 무진은 집에 있던 성연에게 바로 사진들을 건넸다.사진을 건네는 무진의 표정이 좀 찡그려져 있었다.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약간의 원망도 담긴 듯하다.한 눈에 봐도 질투가 분명한 기운이 온 집안 가득 넘실거렸다.사진들을 보다가 무진의 반응을 본 성연이 한 쪽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신경 쓰여요?”무진은 곧장 상체를 굽히며 성연을 껴안은 채 턱을 성연의 어깨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지. 나한테 보상해 줘.”말하면서 무진이 안은 자세 그대로 성연에게 키스했다.이미 무진이 어떤 보상을 원할 줄 알고 있었던 성연은 버둥거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성연이 곽연철과 함께 있던 모습을 생각하던 무진의 입술이 성연의 입술을 더 깊이 파고 들었다.‘다른 남자랑 있으면서 왜 그렇게 환한 웃음을 짓는 거야, 어?’무진의 눈빛을 본 성연은 자신과 곽연철의 사이를 무진이 전혀 의심하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그저 남자의 드 높은 자존심과 소유욕이 발동한 것일 뿐.성연은 가만히 무진의 키스를 받았다. 무진의 화가 가라앉을 때 멈추어도 되리라 생각했다.그 후 무진의 키스는 점점 더 깊어만 갔다. 하지만 너무 그렇게 심하다고,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했다.어쩌면 성연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걸지도 모른다.멈출 줄 모르는 무진의 키스로 폐부의 공기가 희박해지면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머리도 띵하며 어지러움을 느꼈다.만약 키스가 계속된다면 욕망의 파도에 밀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들었다.결국 성연이 무진을 힘껏 밀어내며 두 사람 사이에 간격을 만들었다.사실 노도처럼 밀어붙이는 무진의 공세에 성연 또한
송아연과 강진성의 첫 번째 계획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게 분명했다.송성연과 강무진의 일상에 아무런 파란도 일으키지 못했다.며칠 동안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소문도 들려오지 않았다.만약 사진을 받은 무진이 난리를 쳤다면 분명 말이 들려왔을 것이다.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다는 소문은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의심스럽게 생각하던 강진성은 옆에 앉아 있던 송아연에게 물었다. “왜 별로 의심스러워 보이지도 않는 사진들을 강무진에 보낸 거야?”조급해하는 강진성을 보면서도 송아연은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서두르지 말아요. 한 걸음 한 걸음 진행하면 돼요. 메가톤급 폭탄은 뒤에 남겨 둬야죠.”성연을 위해 준비했는데, 이런 소소한 것들에 그칠 리가 없었다.이건 그야말로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앞으로 터질 사건은 절대 송성연이 뒤집지 못할 것이다.“설마 나를 속이는 건 아니겠지?” 강진성이 의심스럽다는 듯한 시선으로 송아연을 쳐다보았다.아무리 봐도 송아연, 이 아이는 조금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서로 협력하기로 했을 때부터 내내 미심쩍어 하던 강진성이다.어찌 되었든 송아연은 지금 자신을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있었다.“진성 씨, 제가 어떻게 당신을 속일 수 있겠어요? 당신을 돕겠다고 했잖아요. 진성 씨의 적이 바로 내 적이에요.” 송아연이 강진성의 비위를 맞추며 웃었다.자신의 주 목적은 바로 송성연을 가만 두지 않는 것이다.그리고 고택에서의 굴욕을 생각하던 송아연은 속에서 짜증이 치솟았다.자신이 송성연 보다 훨씬 더 높은 교육을 받고,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웠건만.‘송성연 그 시골뜨기가 뭘 할 줄 안다고?’그러나 바로 그런 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총애를 받다니.도대체 자신이 송성연 보다 못한 게 뭔지 이해할 수 없는 송아연이다.강씨 고택을 방문했을 때, 송성연 때문에 안금여 회장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일을 떠올리며, 이 원수를 꼭 갚겠다 다짐했다.“일을 좀 더 믿음이 가게 해. 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수해서
이튿날, 손건호는 외부로 나가 다른 일을 처리했다.그래서 무진이 직접 운전해서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을 보러 고택으로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주차장에 세워둔 차 전면 유리와 와이퍼 사이에 서류봉투 하나가 또 다시 끼워져 있었다.앞서 무진의 손에 전해졌던 서류봉투와 동일해서 같은 사람이 가져다 둔 것임을 알 수 있다.무진의 기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차 유리와 와이퍼 사이에서 봉투를 빼내 쓰레기통에 버릴 생각이었다.어차피 성연일 노린 사진이 뻔하니 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그러나 봉투를 들고 쓰레기통으로 향하던 순간 무진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이번에는 또 어떤 걸 ‘증거’랍시고 집어넣었는지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봉투 안에서 사진을 꺼내면서 자신과 성연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이가 누구인지 궁리하기 시작했다.저들의 목적은 너무 뻔했다.과연 이간질이 성공해서 자신과 성연이 헤어진다면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될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설마 연적?’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무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정말 연적이라면 이런 수법은 너무나 졸렬하고 유치했다.무진은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좋아한다.이렇게 뭔가를 숨기면서 몰래 잔꾀를 부리는 사람들을 혐오했다.입술을 꽉 다문 무진이 막 봉투를 열려던 순간 이쪽으로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드니 집사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무진이 손에 봉투를 든 채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집사는 현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무진이 주차장에 서서 꼼짝 않는 모습을 보고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일부러 내려온 참이었다.집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도련님, 괜찮으세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혹 제 도움이 필요하세요?”“아닙니다. 가서 일 보셔도 됩니다. 여기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곁눈으로 무진이 손에 봉투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집사는 평소 무진이 들고 다니던 서류봉투가 아닌 걸 눈치챘다.집사가 무진의
서류봉투를 열자 안에서 사진 몇 장이 나왔다.그냥 뒷모습만 찍힌 사진 몇 장이다.성연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익숙한 무진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뒷모습이 성연의 것이라는 걸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그리고 이번에 찍힌 곳은 다른 장소가 아니었다.주변에 아무도 없이 오직 성연 혼자였다. 그리고 가고 있는 곳은 병원.‘뭘 말하려고 이 사진들을 자신에게 보낸 거지?’ 무진의 태도는 알기 어려웠다.그러나 사진을 보낸 사람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사진 몇 장을 엠파이어 하우스 차고에 갖다 둔 게 아니다.무진은 서류봉투를 살펴보았다.이번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A4 용지 몇 장이 반으로 접힌 채 사진 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종이를 펼쳐본 무진은 순간 멍했다. 성연의 이름이 적인 병원 기록이었다.정확히 말하면, 초음파 검사 결과지로 아래에 성연이 임신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이런 적은 처음 경험해 보지만, 이 글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분명 하나 하나 다 알고 있는 글자들이다.그러나 같이 연결한 글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 병원 기록으로 인해 무진은 정신이 멍해졌고, 이 근거 없는 임신 결과지에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도대체 이 기록을 어디서 받은 거지?’‘그리고 이름이 뭐? 송성연?’‘설마 성연이 정말 임신했다고?’이 가정은 바로 무진에 의해 지워졌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믿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병원 기록이 이렇게 있으니까.하지만 송성연이다.성연은 행실이 문란한 아이가 아니다. 만약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생각을 할수록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결국 무진은 고개를 저었다.성연에게 이런 일이 있기는 절대 불가능하다.검사 기록지 아래에 병원 마크가 보였다. 어느 병원에서 나온 것인지 조사해 보면 알게 될 터.바로 그때 회사로 돌아온 비서 손건호가 무진이 아직 회사에 있다는 것을 알고 대표실로 들어왔다.사무실에 데스크 앞에 앉은 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