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1132 챕터

제251화 주체할 수 없는 서운함

심지안은 곧바로 이런 생각을 떨쳐냈다. 임시연이 원이를 싫어한다고 가정해도 오레오는 싫어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레오는 그녀에게 반려견 이상의 존재였다.결국 흔적 찾기에 실패한 심지안은 실망한 표정으로 별장에 돌아갔다. 성연신은 찾은 것이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묻기도 전에 성연신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지안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참 독한 사람이네요.”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던 심지안은 어리둥절해서 가만히 있었다. 이때 뒤늦게 찾아온 정욱이 테이블 위에 사진을 내려놓으며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안 씨, 이건 지나가던 사람이 찍은 사진이에요.”사진 속에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원이와 오레오였다.심지안은 눈앞이 핑 도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말도 안 돼요. 둘이 마취제를 맞는 모습을 제가 똑똑히 봤다고요.”성연신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진실을 ‘똑똑히’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건 아니고요?”“아니에요... 지금 설마 제 말을 의심하는 거예요?”“믿을 이유가 있어야 말이죠.”성연신은 단톡방의 채팅 기록을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강아지를 키우기 싫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왜 굳이 이 사달을 내는 거예요?”마취제를 맞고 나면 적어도 몇 시간은 지나야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 원이가 실종한 지는 이제 두 시간밖에 안 됐는데, 개 도둑은 도대체 왜 원이와 오레오를 풀어줬는지 의문이었다.심지안은 조용히 김윤아가 보낸 채팅 기록을 보고 있다가 몸을 흠칫 떨었다.“저는 이런 말을 한 적 없어요...”“그럼 김윤아 씨가 지안 씨를 모함했다는 건가요?”성연신의 태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마음속을 정복한 무기력감에 심지안은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믿든 말든 알아서 해요.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연신아, 그만해. 원이랑 오레오를 발견한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임시연이 돌연 끼어들어 말했다. 그러고는 실망
더 보기

제252화 성연신과 심지안의 관계

김윤아와 마주친 심지안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윤아 씨, 회사 단톡방에서는 왜 헛소리를 했어요?”김윤아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제가 무슨 헛소리를 했다고 그래요. 증거 있어요?”심지안은 김윤아를 빤히 쳐다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목적이 뭐예요? 누구한테 사주받은 거예요, 아니면 그냥 연신 씨의 관심을 받고 싶은 거예요?”김윤아는 잠깐 당황하더니 곧 표정 관리를 하며 뻔뻔하게 답했다.“저는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왜 대표님을 연신 씨라고 불러요? 대표님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윤아 씨가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죠? 잊었나 본데, 저는 윤아 씨 상사예요.”“이... 이건 직장 내 괴롭힘이에요!”심지안은 피식 웃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토록 뼈저리게 느끼는 건 또 처음이었다.이때 곁에 함께 있던 동료가 나서서 중재했다.“둘 다 그만 해요. 지안 씨도 없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닐 테니까 둘이 따로 조용히 해결해요. 하지만 지안 씨가 대표님의 이름을 부르는 건 저도 좀 불편하네요. 아무리 많은 보너스를 받았다고 해도 기본적인 존중을 잊어서는 안 되죠.”김윤아는 눈을 팽글팽글 돌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지금 설마 대표님이 제 커피를 받았다고 질투하는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트집 잡는 거죠?”“하하, 질투를 논하기 전에 윤아 씨 본인의 처지부터 돌아보는 건 어때요?”김윤아의 수단으로는 동네 양아치만 꼬실 수 있었다. 그래서 심지안은 성연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신입사원 때문에 불편한 얘기를 하기 싫어서 지금껏 묵인하고 있기도 했다.김윤아는 돌연 눈빛이 변하며 물었다.“팀장님 설마 진짜 대표님이랑 뭐가 있는 거예요?”김윤아의 곁에 있던 동료는 화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심지안에게 눈치를 줬다. 회사 앞에서는 말조심하라고 말이다.성연신이 심지안에 대한 편애는 모든 직원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보기

제253화 인정할 수 없는 잘못

“아무리 대표님한테 예쁨받는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일 뿐이라고요. 말로 해결해도 되는 일에 왜 굳이 손을 올리는 거예요?”심지안은 김윤아가 연기하는 것을 보아내고 부축할 생각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이건 또 어쩌자는 거죠?”“제가 뭘요. 저는 그냥 괴롭힘 없는 직장에 다니고 싶을 뿐이에요.”김윤아는 돌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 놓아 울어댔다. 울면서 한 쪽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기어가기도 했다.“대표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성연신은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심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안 씨, 사람이 넘어졌는데도 가만히 있는 건 무슨 버릇이죠?”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심지안은 머리를 홱 돌렸다. 그러자 김윤아의 손을 잡고 부축해 주는 성연신의 모습이 보였다.‘신입사원한테도 이렇게 다정하면서 왜 나한테는...’심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홧김에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일부러 넘어진 사람을 왜 도와줘요? 도와주면 오히려 윤아 씨가 싫어할걸요?”김윤아는 창백한 얼굴로 성연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 달리 성연신은 불쾌하다는 듯 심지안을 쏘아봤다.“지안 씨는 왜 항상 나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예요?”“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잘못을 했으면 그냥 했다고 인정해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보기 안 좋아요.”성연신은 또박또박 냉정하게 말했다. 심지안은 마치 보이지 않는 산에 깔린 것처럼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잘못? 무슨 잘못? 아침 일을 가리키는 건가, 아니면...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일을 가리키는 건가...’심지안은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정 그렇다면 저도 할 말이 없네요.”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성연신의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 그는 심지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휙 스쳐 지나가며 한마디 했다.“따라와요.”김윤아는 득의양양해서 성연신을 따라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정욱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막아서며 말했다.“무
더 보기

제254화 생각할 시간

심지안은 멍하니 성연신을 바라봤다. 목구멍에서는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성연신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심지안을 바라보다가 아예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시연이가 곧 온다고 했어요. 그러니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지안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더니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알겠어요. 연신 씨가 원하는 대로 사과할게요.”이 말을 듣고 나서야 성연신의 안색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퉁퉁 부은 심지안의 발목을 발견하고서는 또다시 미간이 구겨졌다. 그래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참에 고생 좀 해봐야 정신 차린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10분 후, 임시연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심지안에게 말했다.“오레오는 다행히 중정원 근처에서 찾았어요. 지안 씨가 갑자기 나타난 저한테 불만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말 못 하는 동물을 괴롭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레오는 이제 제가 데려갈게요. 그동안 수고했어요.”“그래요, 어차피 시연 씨 강아지니까... 그래도 사과는 할게요. 원이랑 오레오를 개 도둑한테 빼앗긴 것에는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임시연은 안색이 약간 변하면서 말했다.“개 도둑은 존재하지 않아요. 모든 증거가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 존재하지도 않는 개 도둑을 만들어 내는 건 그만 해요. 저랑 연신이도 화가 나기는 하지만 지안 씨를 탓하는 건 아니니까요.”심지안은 의미심장은 표정으로 대답했다.“알겠어요. 참 고맙네요.”“심지안 씨, 그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에요?”성연신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 몸이 흠칫 떨릴 정도로 말이다.“한 적도 없는 일에 사과하는 것 치고는 꽤 정중하다고 생각하는데요.”성연신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임시연이 그를 향해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연신아, 됐어. 강아지 두 마리를 돌보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감정이 상하는 것도 다 정상이야. 난 먼저 갈 테니까, 둘이 잘 얘기해.”심지안은 지금의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성연신과 임시연이 아주 환상의 콤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더 보기

제255화 낮술

심지안은 통증을 참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안 될 건 없잖아요. 어차피 연신 씨 마음속에는 시연 씨밖에 없으니까. 저희만 헤어지면 세 사람 다 편안해지겠네요.”성연신은 화가 난 듯 위험하게 번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하, 사과하는 게 그렇게 서러웠어요?”“네, 서러웠어요.”심지안은 진짜 성심성의껏 오레오를 돌봐줬다. 수제 간식을 만들어 줄 정도로 말이다. 퇴근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산책을 잊지 않았고, 강아지들이 아무리 사고를 쳐도 그 모습마저 귀여워 크게 혼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고 나면 모든 책임이 그녀에게 돌아왔다.심지안이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그녀는 성연신이 의심하더라도 조사를 거친 후 결단을 내렸으면 했다. 첫사랑 앞에서 그녀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아무리 무딘 그녀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다.성연신은 시선을 떨궈 심지안을 바라봤다. 그녀의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보고서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그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생각할 시간은 됐어요. 그냥 지금 헤어져요. 저랑 사귈 여자라면 널려 빠졌으니까요.”“차인 사람은 성연 씨니까 착각하지 마요.”심지안의 안색은 창백하고도 비참했다. 이 순간 그녀는 성연신이 한 번도 자신을 좋아한 적 없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이만 풀어주시겠어요, 대표님? 저는 이만 일 보러 가야 해서요.”심지안은 성연신이 움직이기도 전에 그를 뒤로 밀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정욱은 심지안이 나가는 것을 보고 당연히 두 사람이 화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찻잔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정욱의 왼발이 사무실 문턱을 넘은 순간, 성연신은 벽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피는 손가락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나가!”성연신의 위압감에 정욱은 손을 흠칫 떨다가 자칫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와... 대표님 상태를 보아하니 이번엔 좀 심각한 것 같은데?’정욱은 두려운 마음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문을 닫았다.
더 보기

제256화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 결심

진현수는 심지안이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진유진의 손에서 그녀를 안아왔다. 그리고 다정한 동작으로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진유진은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진현수가 그녀의 망설임을 보아내고 먼저 말했다.“길을 안내해 줘요. 저는 그냥 집까지 데려다주기만 할게요.”진유진은 머쓱한 듯 코를 쓱 만지며 말했다.“죄송해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지안이랑 성연신 씨는 자주 다투고 싸우니까, 이번에도 아마 그냥 잠깐 이러다 말 거예요. 그러니 지안이는 포기하고 다른 여자도 좀 만나요.”“하하, 그게 어디 생각대로 되나요.”“하긴...”‘지안이도 참... 계약에 진심을 담는 것만큼 멍청한 것도 없는데. 어휴, 됐어. 내가 말을 제대로 못 해서 지안이가 오해한 것도 있으니까.’진유진은 조용히 진현수를 훑어봤다. 깔끔한 정장에 우아한 모습,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사람이었다. 비록 성연신보다는 못하지만... 또다시 심지안이 그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에 공감하는 순간이었다.진유진은 요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심지안을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밖에서 호텔을 잡아야 했다.진현수는 조심스럽게 심지안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이불까지 덮어줬다. 그녀의 발목이 퉁퉁 부은 것을 보고서는 또 약방에 가서 파스까지 사주고 나서야 돌아갔다.진유진은 테이블 앞에 앉아 노트북으로 밀린 업무를 처리하며 심지안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저녁 7시.심지안은 비몽사몽 눈을 떴다. 곁에 타자하고 있는 진유진이 있는 것을 보고서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알림창에는 세 개의 문자가 와 있었는데 그것은 전부 진현수가 보낸 것이었다. 순간 밀려오는 실망감에 심지안은 피식 웃었다.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기대하고 실망하는 자신에 대한 비웃음이었다.심지안은 몸을 일으키며 간단하게 답장 몇 마디를 보냈다.“어이, 주정뱅이. 깼어?”진유진은 기지개를 켜면서 심지안에게 파스를 뿌려줬
더 보기

제257화 화해 선물? 생일 선물!

몸을 일으켜 문을 열러 간 진유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달원이 건네는 배달 음식 받아서 들었다.“지안아, 네가 배달 음식 시켰어?”“아니.”“나도 아닌데...”이때 진현수가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안 씨, 제가 호텔로 배달 음식을 보냈어요.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달콤한 걸 먹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기에 마실 것도 보냈어요.”“고마워요, 현수 씨.”“별말씀을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네...”진유진은 심지안이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캐러멜 마키아토를 건네며 싱긋 웃었다.“성연신 씨랑 헤어졌으면 이제 진현수 씨랑 만나보는 건 어때?”“헤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계약은 유효하니까, 당분간은 계속 연신 씨 아내인 척해야 해.”“그거 어른들 속이려고 한 계약이라며? 성연신 씨 첫사랑이 돌아왔는데 계약도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니야?”“모르지, 그건 연신 씨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심지안은 회사를 사흘이나 쉬었다. 발목을 접질리고 걷기가 불편한 데다가 성연신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신경을 써야 하는 개와 남자가 사라지자,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이 사흘 동안 진현수는 매일 같이 심지안을 만나러 온 반면 성연신은 전화 한 통도 없었다. 그러는 쪽이 그의 성격에 더 어울리기도 했다.오후.진현수는 디저트를 사서 심지안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그녀의 발목을 살펴보며 말했다.“부기가 빠진 걸 보니 이젠 걸어도 되겠네요.”“맞아요, 이제는 하나도 안 아파요. 약 사줘서 정말 고마워요.”“안 아프다니 다행이에요.”진현수는 안경을 슥 올리면서 무심코 물었다.“지안 씨, 바다 보러 가고 싶지 않아요?”“글쎄요. 저는 그냥 가만히 누워있고 싶어요.”심지안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오래간만에 걱정 없이 쉬는 것이라 딱히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바닷가에 간다고 해도 진현수가 아닌 지금은 연락도 하지 못하는 그 사람과 가고 싶었다.“내일 저녁 제 생일파티는
더 보기

제258화 진현수의 생일파티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볼 수 있길 바라요.”성연신은 몸을 일으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욱에게 커피를 내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듯 잠깐 고민하다가 말을 바꿨다.“아니다, 커피 말고 차를 내려줘.”정욱은 성연신을 힐끗 봤다. 눈빛도 표정도 전보다 훨씬 풀린 것이 아무래도 심지안과 연락이 닿은 듯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좋은 날’의 3단 고음을 지를 수 있을 정도의 기쁨을 꾹꾹 누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를 내리러 갔다.성연신은 저녁 8시까지 회사에서 심지안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가 늦게까지 나타나지 않자, 결국 참다못해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은 한참 울리다가 뚝 하고 끊겨버렸다.“???”성연신의 안색은 무섭게 식어갔다. 미간은 파리도 끼어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찌푸려졌다.퍽!핸드폰을 사정없이 소파 위로 내동댕이친 성연신은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생각했다.‘하, 이 멍청한 여자가 제 발로 마지막 기회를 차버리네.’...시원하게 씻고 난 심지안은 예능을 보면서 배달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자기 전에 핸드폰에서 익숙한 이름으로 부재중 통화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성연신은 아무래도 심지안이 샤워할 때나, 거실에서 배달 음식을 먹을 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한 통으로 끝난 것을 보면 잘못 걸었을 확률이 높았다.‘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시 걸어볼까? 만약 할아버지가 갑자기 중정원에 갔거나 하면 큰일이잖아.’심지안은 성연신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 연결음도 아닌 차가운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전화기가 꺼져있어...”심지안은 실망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멀리에 두고 일찍 잠들었다. 꿈속에는 기대도 실망도 없기를 바라며 말이다....이튿날 초저녁.진현수는 약속대로 심지안을 데리러 호텔까지 왔다. 심지안은 곱게 포장한 정장을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생일 축하해요, 현수 씨. 사이즈는 눈짐작으로 고른 거라 맞
더 보기

제259화 천문학적인 위약금

장학수는 성연신의 답장을 기다리며 핸드폰만 바라봤다. 하지만 5분이 지나서도 반응이 없자 기다리다 못해 먼저 문자를 보냈다.「혹시 야근 중인가?」「이야, 설마 네가 일 밖에 할 줄 몰라서 지안 씨가 도망친 거 아니야?」「그렇다면 바람피운 것도 이해가 가는데ㅋㅋㅋ.」...진현수의 생일파티는 별장에서 열렸다.별장 앞에 도착한 성연신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커다란 창문 앞에 차를 세우고 심지안을 바라봤다. 그녀는 환한 미소와 함께 진현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슬픔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멍청한 건 나였네. 정장이 내 것인 줄 알았다니...’성연신은 악마가 연상될 정도의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단호하게 말했다.“1분 줄게요. 지금 당장 나와요.”별장 안.심지안은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를 듣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연신 씨? 지금 어디예요?”“창밖을 봐 봐요.”머리를 돌리자 과연 어두운 안색의 성연신이 보였다. 심지안은 어쩐지 잘못을 저지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일단 나와요. 아니면 제가 들어갈까요?”“아니요, 나갈게요.”화난 상태의 성연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심지안은 남의 생일파티를 망치지 말고 자신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죄송해요, 현수 씨. 저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혹시 어디 불편해요?”“아니에요. 제 걱정은 말고 파티를 즐겨요.”심지안은 밖으로 나갔다. 진현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좇다가 성연신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팍 구겼다.“연신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심지안은 성연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뿐더러 이곳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심지안의 질문에 성연신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제가 오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아, 혹시 방해됐으려나?”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얼마 전 헤어졌다는 것이 떠올라 성연신의 도발을
더 보기

제260화 전화도 받지 않고 파티에 간 사람

예상치 못한 한 방에 진현수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곧바로 이를 악물며 일어나서는 성연신과 주먹다짐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뒤엉키다가 성연신은 빠르고 정확하게 진현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심지안은 당황한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더니 앞으로 다가가서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다. 그녀의 비명을 듣고 별장 안에 있던 사람들도 나와서 두 사람을 말리는데 합세했다. 진현수는 피멍이 든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진현수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심지안은 한참 사과하고 나서야 성연신을 운전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제발 빨리 출발하라고 애원했다. 이토록 운전면허증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진 것은 또 처음이었다.성연신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창문을 통해 진현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경멸 섞인 미소와 함께 시동을 걸고 멀어져 갔다.고속도로에서 성연신의 분노는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차 속은 거의 120 마일에 가까웠다. 심지안은 무서운 듯 운전대를 꼭 잡으며 말했다.“속도 너무 빨라요. 저 멀미할 것 같다고요.”성연신은 심지안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의 안색은 멀미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하얗게 질려 있었다.다행히 차 속은 천천히 늦춰졌고 두 사람은 안전하게 중정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심지안은 이제야 시름을 놓고 성연신에게 물었다.“현수 씨는 왜 때렸어요?”“꼴 보기 싫어서요.”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설마 지금 그 자식 편을 들어주려는 거예요?”어이가 없었던 심지안은 말없이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갔다.“분위기가 왜 이러냐? 혹시 저 녀석이 또 무슨 잘못을 했나?”이때 무기력하지만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수광이 거실 문 앞에 서서 놀란 듯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심지안은 흠칫 놀라더니 바로 성수관의 곁으로 다가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할아버지가 어떻게 오셨어요?”“오랜만에 한 번 와 봤다.”성수광은 예리한 눈빛으로 성연신과 심지안은 번갈아 쳐다봤다.“둘이 싸웠나?”성연
더 보기
이전
1
...
2425262728
...
11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