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수는 성연신의 답장을 기다리며 핸드폰만 바라봤다. 하지만 5분이 지나서도 반응이 없자 기다리다 못해 먼저 문자를 보냈다.「혹시 야근 중인가?」「이야, 설마 네가 일 밖에 할 줄 몰라서 지안 씨가 도망친 거 아니야?」「그렇다면 바람피운 것도 이해가 가는데ㅋㅋㅋ.」...진현수의 생일파티는 별장에서 열렸다.별장 앞에 도착한 성연신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커다란 창문 앞에 차를 세우고 심지안을 바라봤다. 그녀는 환한 미소와 함께 진현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슬픔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멍청한 건 나였네. 정장이 내 것인 줄 알았다니...’성연신은 악마가 연상될 정도의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단호하게 말했다.“1분 줄게요. 지금 당장 나와요.”별장 안.심지안은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를 듣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연신 씨? 지금 어디예요?”“창밖을 봐 봐요.”머리를 돌리자 과연 어두운 안색의 성연신이 보였다. 심지안은 어쩐지 잘못을 저지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일단 나와요. 아니면 제가 들어갈까요?”“아니요, 나갈게요.”화난 상태의 성연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심지안은 남의 생일파티를 망치지 말고 자신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죄송해요, 현수 씨. 저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혹시 어디 불편해요?”“아니에요. 제 걱정은 말고 파티를 즐겨요.”심지안은 밖으로 나갔다. 진현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좇다가 성연신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팍 구겼다.“연신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심지안은 성연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뿐더러 이곳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심지안의 질문에 성연신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제가 오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아, 혹시 방해됐으려나?”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얼마 전 헤어졌다는 것이 떠올라 성연신의 도발을
예상치 못한 한 방에 진현수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곧바로 이를 악물며 일어나서는 성연신과 주먹다짐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뒤엉키다가 성연신은 빠르고 정확하게 진현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심지안은 당황한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더니 앞으로 다가가서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다. 그녀의 비명을 듣고 별장 안에 있던 사람들도 나와서 두 사람을 말리는데 합세했다. 진현수는 피멍이 든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진현수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심지안은 한참 사과하고 나서야 성연신을 운전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제발 빨리 출발하라고 애원했다. 이토록 운전면허증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진 것은 또 처음이었다.성연신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창문을 통해 진현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경멸 섞인 미소와 함께 시동을 걸고 멀어져 갔다.고속도로에서 성연신의 분노는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차 속은 거의 120 마일에 가까웠다. 심지안은 무서운 듯 운전대를 꼭 잡으며 말했다.“속도 너무 빨라요. 저 멀미할 것 같다고요.”성연신은 심지안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의 안색은 멀미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하얗게 질려 있었다.다행히 차 속은 천천히 늦춰졌고 두 사람은 안전하게 중정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심지안은 이제야 시름을 놓고 성연신에게 물었다.“현수 씨는 왜 때렸어요?”“꼴 보기 싫어서요.”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설마 지금 그 자식 편을 들어주려는 거예요?”어이가 없었던 심지안은 말없이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갔다.“분위기가 왜 이러냐? 혹시 저 녀석이 또 무슨 잘못을 했나?”이때 무기력하지만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수광이 거실 문 앞에 서서 놀란 듯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심지안은 흠칫 놀라더니 바로 성수관의 곁으로 다가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할아버지가 어떻게 오셨어요?”“오랜만에 한 번 와 봤다.”성수광은 예리한 눈빛으로 성연신과 심지안은 번갈아 쳐다봤다.“둘이 싸웠나?”성연
성수광이 물었다.“파티에 혼자 갔다고?”성연신의 모습은 마치 부모님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르는 듯한 어린아이 같았고, 그 혼자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성수광은 바로 심지안에게 시선을 옮기며 따지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지안아, 너는 이미 연신이와 결혼하지 않았느냐. 부부는 한 몸이다. 그런데 네가 혼자 친구가 연 파티에 참석하면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으냐. 뒤에서 몰래 너를 보며 수군수군하겠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 있으면 연신이랑 방에서 둘이서 해결하고 결정해.”“...할아버지, 죄송해요.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심지안은 추욱 주눅이 든 모습으로 벽 끝에 바짝 붙어 서서 손만 뜯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착한 아이로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성연신을 엄청나게 욕하고 있었다.성수광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은 듯 두 사람을 붙잡고 한참이나 잔소리를 했고 그제야 두 사람을 놓아주었다.심지안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성연신이 그녀의 팔을 확 잡아당기더니 이내 안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키가 컸던 그는 심지안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할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티를 내고 싶었어요?”심지안은 불퉁한 모습으로 작게 중얼거렸다.“그냥 습관적으로 나도 모르게...”정적이 흐르고 그녀는 안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빈 의자에 찾아가 앉았다.방 안엔 온통 성연신의 체취로 가득했고 그녀는 ‘전여친 '이었기에 이 방이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할아버지께선 이따 저녁에 가시겠지?'‘안 가시고 계속 계시면, 난 계속 연신 씨랑 함께 있어야 하는 거잖아!'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착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고개를 떨구고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 심지안의 모습에 성연신은 그녀가 진현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오해해 눈빛이 확 가라앉더니 서늘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그의 서늘한 아우라에 심지안도 눈치챌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등에 있는 상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상처엔 이미 피가 딱딱하게 굳어
“아아악... 아빠! 아파요!”이유도 모른 채 머리채를 잡힌 심연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비록 무슨 이유인지는 몰랐지만 심전웅이 이렇게까지 화내는 걸 보면 무언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은옥매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놓아주지 않고 있었기에 그녀는 은연중에 무언가 깨달은 듯했다.그녀는 더더욱 심전웅과 함께 병원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세 사람은 그렇게 병원 앞에서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였다.“그래, 끝까지 안 들어가겠다는 거지? 두 사람 딱 기다려!”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심전웅은 성큼 병원으로 들어가 의사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옆에서 말리는 심연아를 무시한 채 바로 힘으로 두 사람을 병원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병원 바로 앞엔 버블티 가게가 있었다.심지안은 그곳에서 세 사람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표정 관리하고 있었다.“유전자 검사는 어느 정도 걸리나요?”“일주일 정도 걸려요. 특히 이런 유전자 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라면 더 빨리 결과를 받을 수 있겠네요.”“그럼 오늘 구경은 여기서 끝이겠네요?”성연신이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마음이 급한 심전웅이 유전자 검사가 아닌 혈액 검사를 먼저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혈액형으로만 봐도 친딸인지 아닌지를 추측해낼 수 있었다.심전웅이 심연아의 혈액형이 뭐여야 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심지안은 두 눈을 반짝였다. 혈액 검사는 확실히 유전자 검사보다 더 빨랐고 보편적으로 반 시간 후에 바로 결과가 나왔다.심씨 가문은 줄곧 남자들이 돈을 벌어오고 여자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었다.그랬기에 은옥매가 살짝만 다른 짓을 저질러도 심전웅은 눈치를 채기가 어려웠다.심지안은 순간 마음속에 고마움이 밀려왔다. 그녀는 얼른 몸을 틀어 옆에 있던 남자를 보았다. 성연신은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입은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가 나직하게 말했다.“고마워요.”“뭐가 고마운데요?”성연
순간, 여학생과 그녀의 남자친구는 측은한 눈길로 성연신을 보았다.두 사람의 안색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어두워져만 갔다.심지안은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지금 이 순간 성연신을 때리고 싶어졌던 것이었다.‘이 사람이 진짜. 뒤끝도 엄청 기네.'‘전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뒤끝이 긴 사람일 줄이야!'여학생은 불쾌한 눈길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심지어 여학생은 빈정대는 듯한 어투로 말하기도 했다.“언니, 언니가 예쁜 것도 인정하고 주변에 남자가 많아 보이는 것도 인정하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이미 결혼하셨잖아요. 그러면 다른 이성들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빠 정도면 아주 괜찮잖아요. 잘생기기도 하고, 스타일도 좋고, 돈도 많아 보이는 데 있을 때 잘하세요. 그러다 놓치면 평생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심지안은 머리를 짚으며 설명하려 했다.“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게 아니야...”여학생의 남자친구가 코웃음을 치면서 성연신의 편을 들었다.“그럼 설마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거예요? 형, 걱정하지 마요. 어차피 세상은 넓고 여자도 많아요. 지금 손 놓지 않으면 좋은 여자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저희 누나가 솔로인데, 결혼 생활 포기하고 싶어지면 말하세요. 제가 바로 저희 누나를 소개해 드릴게요!”성연신은 바로 거절했다.“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오직 내 아내뿐이거든.”심지안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제발 성연신이 입을 다물고 있길 바랐다.‘속은 시커먼 늑대 주제에 지금 순진한 양 흉내 내는 거야?!'그는 다리도 길쭉하고 훤칠하기도 했다. 그랬기에 어디를 가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버블티 가게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니 심지안이 더욱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오빠, 아니면 저 어때요? 전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거든요. 오빠랑 나이 차이도 크게 안 날 거예요!”“저도요! 저도요! 전 비록 1학년이지만
심전웅은 당장이라도 은옥매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나에겐 이런 잡종 같은 딸이 없어. 내일 당장 이혼할 거고 얘 아빠가 누구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난 절대 더 이상 호구 같은 짓은 안 할 거니까.”말을 마친 두 사람을 더는 상대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나버렸다.심연아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엄마, 나 정말 아빠 친딸이 아니에요?”은옥매는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원래 무덤까지 숨길 수 있었는데,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들춘 거야.”“누군가가 일부러 들춘 거라니요... 누가 그런 짓을?”“나도 모른다. 이젠 우린 더이상 심씨 가문에 있을 수 없겠구나. 그러니 넌 반드시 남진영의 마음을 꽉 사로잡아야 해!”“그럼 재산은 어떻게 하고요? 아빠가 기부하지 않는 이상 그 재산 누구한테 줘요?”은옥매는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감싸 쥐었다. 그녀의 눈빛이 음험해졌다.“당연히 심지안 그년에게 주겠지. 여하튼 심지안은 심전웅의 친딸이니까. 심전웅이 나랑 이혼을 하면 분명 심지안을 다시 집으로 들일 거다.”그녀는 심전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심씨 가문에 몇십 년이나 살고 있게 된 것도 그녀의 약삭빠른 두뇌 덕이었으니까.심연아가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엄마, 그럼 혹시 오늘 익명으로 보낸 유전자 검사 메일도 심지안이 보낸 거 아닐까요?”“걘 이런 큰일을 할 담이 없어.”“누가 그럴 담이 없대요?”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은옥매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야에 나타난 남녀에 그녀는 놀라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너너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니?”심지안은 성연신과 우산을 쓴 채 빗속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멈춰서며 딱 붙어 있었고 아주 찰떡궁합이었다.두 사람이 쓰고 있는 우산은 버블티 가게에서 만난 여학생이 성연신에게 선물로 준 것이었다. 심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은옥매를 빤히 보고 있었다.“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죠. 병원 안으로 끌고 들어가 유전자 검사하겠다고 할 때부터 심전웅에게 맞은 방금까지
심지안이 차갑게 피식 웃어버렸다.“제가 어릴 때 지갑에 손을 댔다고 누명 씌울 때는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죠?”그뿐만이 아니었다.그건 시작에 불과하였다.은옥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심지안은 이미 수천 번 죽어버렸을 것이다.심지안은 성연신의 팔을 꼭 끌어안고 아양을 떨며 말했다.“우리는 이만 가요. 두 마리 미친개 같은 사람과 상대하지 마요.”심연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떠나가는 성연신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심지안은 강씨 가문에서 결혼도 못 하고 쫓겨난 사람이라고요. 전에는 심지어 나이도 많은 남자랑 뒹굴다가 나중엔 또 강우석 씨 삼촌을 꼬셨죠. 정말로 더러운 성병 걸릴까 두렵지 않으세요?!”진현수를 언급하자 심지안의 표정이 순식간에 싹 굳어버렸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옆에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아무리 그딴 말을 하더라도 제 마음은 변치 않을 겁니다.”성연신이 고개를 돌려 심연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이내 담담하게 말을 보탰다.“남자한테 기대는 능력도 없다면, 그냥 자신에게 기대는 걸 추천하죠.”심지안은 그제야 숨이 트였다. 차로 돌아온 그녀는 며칠간 짙은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고 기쁜 얼굴로 다시 한번 성연신에게 고마움을 전했다.“고마워요. 저도 앞으로는 꼭 연신 씨를 도와 연기를 잘할 거예요.”큰 손으로 핸들을 잡던 성연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그냥 말로만 하는 감사 인사는 필요 없어요.”심지안은 입술을 틀어 물고 뜸을 들이며 말했다.“그럼 돈으로 드릴까요?”그러나 그녀에겐 돈이 얼마 없었고, 또한 그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성연신이 한숨을 내쉬었다.“아까 심연아 앞에서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잊었어요?”그의 말에 아까의 기억이 떠오른 심지안은 바로 두 손을 엑스자로 교차시켜 가슴에 가져다 댔다.“진심이었어요?”성연신은 애초에 장난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방어태세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몹
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부터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 연신 씨가 안 도와주셔도 돼요. 그리고 전 중정원에서 인제 그만 나올 생각이거든요.”성연신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져버리고 싶었다.손끝이 물건에 닿은 순간, 그는 다시 손을 확 치워버렸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고 자신이 감정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조차 느끼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결국, 그는 한마디만 하고 바로 집으로 올라갔다.“안 됩니다. 할아버지께선 불시에 집으로 오시는 걸 좋아하시니 당신은 반드시 이곳에 있어야 합니다.”심지안이 차에서 내려 집으로 왔을 땐 성수광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바로 자신의 작은 방으로 돌아왔다.벽 하나 사이를 두고 바로 옆방은 성연신의 방이었다.성연신은 짜증스러운 마음에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여자들은 왜 계속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따져 묻는 거냐.」손남영이 먼저 답장했다.「헤헤헤, 그건 형을 사랑하기 때문이죠.」장학수가 이어서 답했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너도 똑같이 해.」「소용없어.」손남영이 바로 문자를 해왔다.「헐, 대박! 지안 씨 담대하네요! 형도 이젠 위기감 느끼시겠네요.」장학수가 답장했다.「위기감뿐이겠냐. 난 오늘 직접 보기까지 했지.」메시지 하나가 순간 1초 만에 삭제되었다.「??? 왜 삭제했어! 나도 궁금하단 말이야!」「궁금해? 형이라고 불러봐. 그럼 너한테만 보여줄게.」「꺼져! 내가 듣기론 여자가 그러는 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하던데. 연신 형이 다른 이성과 거리를 두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리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지안 씨가 형이 그 여자랑 아직도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 못 해서 그런 의심을 하는 거일 거예요. 형이 다른 여자들 앞에서 지안 씨를 챙기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면 지안 씨도 분명 형을 끔찍하게 사랑하게 될 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