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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낮술

심지안은 통증을 참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 될 건 없잖아요. 어차피 연신 씨 마음속에는 시연 씨밖에 없으니까. 저희만 헤어지면 세 사람 다 편안해지겠네요.”

성연신은 화가 난 듯 위험하게 번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하, 사과하는 게 그렇게 서러웠어요?”

“네, 서러웠어요.”

심지안은 진짜 성심성의껏 오레오를 돌봐줬다. 수제 간식을 만들어 줄 정도로 말이다. 퇴근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산책을 잊지 않았고, 강아지들이 아무리 사고를 쳐도 그 모습마저 귀여워 크게 혼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고 나면 모든 책임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심지안이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그녀는 성연신이 의심하더라도 조사를 거친 후 결단을 내렸으면 했다. 첫사랑 앞에서 그녀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아무리 무딘 그녀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연신은 시선을 떨궈 심지안을 바라봤다. 그녀의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보고서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그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생각할 시간은 됐어요. 그냥 지금 헤어져요. 저랑 사귈 여자라면 널려 빠졌으니까요.”

“차인 사람은 성연 씨니까 착각하지 마요.”

심지안의 안색은 창백하고도 비참했다. 이 순간 그녀는 성연신이 한 번도 자신을 좋아한 적 없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만 풀어주시겠어요, 대표님? 저는 이만 일 보러 가야 해서요.”

심지안은 성연신이 움직이기도 전에 그를 뒤로 밀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정욱은 심지안이 나가는 것을 보고 당연히 두 사람이 화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찻잔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정욱의 왼발이 사무실 문턱을 넘은 순간, 성연신은 벽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피는 손가락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나가!”

성연신의 위압감에 정욱은 손을 흠칫 떨다가 자칫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와... 대표님 상태를 보아하니 이번엔 좀 심각한 것 같은데?’

정욱은 두려운 마음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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