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1132 챕터

제211화 아무것도 아닌 사랑

“임시연 씨는 자기가 항암하고 있을 때 연신 씨랑 같이 있고 싶은 거겠죠.”심지안은 조용하게 얘기했다. 속으로 오후 내내 연습하던 말을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또박또박 얘기했다. “우리 앞으로 조금 떨어져서 거리를 둬요. 할아버지 앞에서는 잘 연기하도록 하고요. 만약 중정원을 떠나라고 하면 떠나줄게요. 하지만 갑자기 떠나라고 할 때면 제가 묵을 곳도 알아봐 줘야 해요.”심지안의 뜻을 이해한 성연신은 미간을 팍 찌푸리며 얘기했다. “임시연이 원한다면 나를 아예 놔주겠다는 뜻입니까?”전혀 빼앗으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안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가?’한숨을 푹 내쉰 심지안이 곧이곧대로 얘기했다.“난 구질구질해지고 싶지 않아요.”그에게 뻔뻔하게 굴었다가 오히려 외면당할까 봐 무서웠다. 전에는 전남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차량 내부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차가운 공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쌌다.성연신이 심지안의 어깨를 잡았던 손의 힘을 풀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사랑한다더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랑이네요.”그 말에 심지안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는 그저 얄팍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정욱은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밖에서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보며 조용히 집에 도착할 수 있기를 빌었다.심지안이 말했다.“그럼, 저 중정원에 계속 있을까요... 아니면 밖에서 세를 맡을까요?”중정원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임시연이 자주 성연신을 찾으러 오게 된다면 여러모로 어색해질 것이었다.성연신은 주먹을 꽉 말아쥐고 물었다.“나갈 생각까지 해요?”“아니, 전 그냥 제가 불청객이 될까 봐...”화가 난 성연신은 마치 털을 곤두세운 짐승과도 같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을 박찬 성연신이 얘기했다.“그렇게 이사 가고 싶으면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요.”밖의 하늘은 이미 검은 구름이 몰려왔고 보슬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차가운 빗물이 차 안으로 튀어들어 와 심지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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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적당히 해요

밤은 점점 깊어지는데 비는 전혀 그칠 생각이 없었다.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두 시간 동안 서 있었던 심지안은 이미 추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택시를 잡지 못하리라 생각한 심지안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성 대표님, 지안 아가씨가 걸어서 돌아가려는 모양입니다.”잘생긴 성연신의 얼굴이 무섭게 구겨졌다. 그에게 돌아와 빌 바에는 차라리 걸어가겠다? “따라가.”정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면서도 자존심을 굽히기 싫어한다. 이 길은 제경으로 향하는 길인데 지나가는 차들의 속도가 빨라서 물보라를 맞기 쉬웠다. 유독 한 흰 자동차가 매너 있게 속도를 줄여 심지안의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심지안 본인은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추위에 떨고 있어 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흰색 자동차가 그녀의 옆에서 멈추더니 차 창문을 내렸다. 한 남자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개울물처럼 맑고 청량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목적지까지 데려다줄게요.”빗물에 젖은 심지안의 속눈썹이 눈앞을 막아 시야를 가렸다. 눈앞의 남자는 주원재의 또래 같아 보였다. 깨끗한 피부와 부드러운 얼굴은 딱 봐도 잘사는 집의 도련님이었다.심지안은 갑자기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낯선 사람도 자기를 걱정해 주는데 성연신은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숨을 들이쉰 심지안이 거절을 하기도 전에 쿨럭거리며 기침을 했다. 남자가 더욱 걱정하며 얘기했다.“차에 타요. 데려다줄게요. 나쁜 사람 아니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아니에요, 괜찮습니다.”겨우 기침이 멎은 심지안이 감사를 전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잠깐 고민하는 눈빛으로 성연신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기사에게 얘기했다.“가서 우산이라도 줘요.”기사는 놀라서 멈칫하다가 명령을 따랐다.“아가씨, 이건 우리 도련님께서 드리는 우산입니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잠시라도 비를 피할 곳을 찾으세요.”기사는 우산은 심지안의 품속으로 넣어주고 총총걸음으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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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첫사랑 사진

오랜 시간 물을 마시지 못한 심지안은 목이 마르다 못해 타들어 가는 것 같이 목이 잠긴 상태였다.“물...”그 말을 들은 성연신은 바로 그녀의 손을 놓고 물을 부어주었다.물을 꿀꺽꿀꺽 마신 심지안은 갈증이 해소되어 목의 통증이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또 고민에 빠졌다.성연신은 바로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눈을 맞추었다. 그의 강렬한 포스는 매우 무서웠다. “무슨 생각 합니까?”“연신 씨가 무슨 생각하는지 생각하고 있어요.”“맞췄습니까?”“알 것 같아요.”“?”“집에도 아내를 하나 두고 밖에도 한 명 둘 생각인 거죠? 임시연 씨와도 살림을 차리고, 나도 붙잡고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요.”심지안은 그저 경멸 어린 눈빛으로 빤히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본인이 직접 차에서 내리라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위해주는 척이라니. 남자들은 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인간이었다.성연신이 작게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질투해요?”하루 내내 가만히 있던 성연신은 이미 화를 풀고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심지안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있었다. 이 바보 같은 여자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저 성연신을 다른 여자에게 넘겨줄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 질투심 때문에 뱉어낸, 홧김에 얘기한 말이었다. 심지안은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연신 씨 눈에는 제가 사랑에 빠진 호구 같아요? 직접 차에서 내리라고 해놓고, 내가 세 시간 동안이나 비를 맞게 했잖아요. 내가 아무리 연신 씨를 좋아해도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 됐어요.”그 말은 두 사람의 선을 넘었다. 성연신은 바로 짜증을 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못 버틸 거면서 돌아오지 그랬어요.”그는 바로 심지안의 뒤에 있었다. 그의 말에 심지안을 묵혀두었던 억울함과 서운함이 한순간에 터지는 것 같아 눈시울을 붉혔다.“내가 왜 돌아가요. 연신 씨가 절 쫓아냈잖아요! 내가 돈이 없다고 해서 자존심까지 없는 건 아니에요! 임시연 씨랑 다시 같이 사귀게 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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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우리 지금 무슨 사이예요?

진유진은 나무위키 속 임시연의 자료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확실히 예쁘긴 한데... 좀 도도한 척하는 것 같아. 너처럼 친화력이 좋고 귀염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아.”심지안은 그저 자기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며 웃으며 얘기했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여서 사생활도 깨끗하고 안 좋은 소문도 없는 사람이야.”“쳇, 그런 거 다 연기야.”이때 심지안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성연신이 이미 도착했다고 걸어온 전화였다. 간단하게 짐을 정리한 심지안은 진유진을 데리고 나갔다. 병원 앞에 차를 세운 성연신은 심지안이 진유진과 함께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하얀 작은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고 활기찬 기운이 넘쳐 드디어 정신을 차린 사람 같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말아 올렸다. 치료를 잘 받은 모양이니 앞으로의 임신에 영향을 주지 않을 듯했다. “데려다줄게.”심지안은 조수석의 문을 열어 진유진이 앉게 했다. 진유진은 어색해하며 얼굴을 쓸어내리고 성연신에게 물었다.“괜찮아요? 민폐가 아닐까요...”성연신은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아닙니다. 괜찮습니다.”말이 끝나자 진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아직 이런 호화로운 차를 타보지 못했다. 그래서 바로 차에 타고 고개를 돌려 웃으며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작은삼촌!”말이 끝나자 심지안과 진유진 다 얼어붙어버렸다. 눈썹을 까딱거린 성연신이 물었다.“작은삼촌이요?”“아... 그... 제 작은삼촌이 자주 데리러 와서 습관이 되었네요... 하하하...”놀라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진유진은 어떻게든 변명하려 했다. “연신 씨, 오늘 주말에 같이 나가서 밥이나 먹을까요?”심지안이 성연신의 팔을 끌어당기며 눈을 예쁘게 접고 웃으며 물었다. 심지안에게로 온 신경을 돌린 성연신은 그녀의 코를 작게 꼬집었다. “매일 먹을 생각밖에 안 해요? 매운 건 안 되고, 다른 건 괜찮아요.”“예스! 역시 우리 연신 씨가 제일 좋아요!”그러고 나서 진유진은 다른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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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

성연신은 화를 내지 않고 원이를 쓰다듬는 것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결혼까지 해놓고, 무슨 사이라니요?”“근데 계약했잖아요. 3년 후면 이혼하자고.”“이혼 안 하면 되죠.”“그 뜻이 아니라요.”성연신은 차갑게 물었다.“그럼 이혼하고 싶어요?”심지안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정색하고 얘기했다.“연애는 연애고 계약은 계약이잖아요. 따로 놓고 보는 거예요. 우리의 감정이 확실해지면, 우리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계약은 없던 걸로 해요.”하지만 그녀가 빌린 400억은 일단 보증서라도 쓰고나서 후에 갚을 생각이었다. “왜, 우리의 감정이 영원할 것 같지 않아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그녀와 성연신의 집안과 신분, 지위 등 모든 것이 너무 차이가 났다. 심지안은 성연신이 단지 한순간의 설렘으로 행동하는 것일까 봐 무서웠다.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하기는 두려워 그냥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저 갑자기 연신 씨랑 같이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나중에 제 단점을 발견하고 나한테 실망하고 후회할까 봐요. 그러니까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서로가 서로에게 합격인지, 영원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결혼식을 올리기로 해요. 전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거든요! 여자의 마음이 다 그렇죠, 안 그래요?”어두워졌던 성연신의 낯빛이 조금 밝아졌다. 여자는 로맨틱한 것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던 손남영이 떠올랐다. “그래요.”“연신 씨, 정말 제일 좋아요!”중정원에 돌아온 심지안이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임을 확인한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끊어버렸다. 하지만 상대방은 지치지도 않는지 5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왔다.머리를 다 말린 심지안이 헤어드라이어를 내려놓던 순간 휴대폰이 또 울렸다.이제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심지안이 전화를 받았다.“누구세요?”“안녕하세요, 심지안 씨입니까?”“네, 누구시죠?”“저는 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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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뒤에서 몰래 심연아를 도와주는 사람

범수의 말에 심지안은 불안함을 느꼈다. 이렇게 보니, 심연아 뒤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 돈은 꼭 벌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어차피 심씨 가문과는 연을 끊었으니 큰 상관이 없었다. 심지안은 곧 범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범수는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끊고 바로 1억 원을 보증금으로 보내주었다. 심연아, 이 사람, 어디를 가나 미움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었다.2억 원에 부모님이 주신 돈까지, 모두 합치면 거의 몇십억은 되는 것 같았다. 200억까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진유진이 저번에 어머님이 주신 주얼리들을 가져왔는데 한 번도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에휴, 시간이 지나면 전문가를 모셔서 주얼리를 한번 정리할 생각이었다....범수가 약속한 시각. 사무실의 한 여자가 1층 홀에서 촬영하고 있는 연예인을 발견하고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심지안은 웃으며 손을 들었다.“저도 가고 싶은데, 같이 갈까요?”“좋아요! 저 메이크업 수정만 좀 하고요!”그 직원은 흥분해서 얘기했다.“저기... 혹시 범수 씨 팬이에요?”만약 팬이라면, 팬의 앞에서 연예인을 욕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아닌데요?”“그럼 다행이에요.”1층 홀. 열대가 넘는 카메라가 곳곳에 있었고 중간에서는 연예인 몇 명이 수정을 보고 있었다. 범수도 그 가운데 있었다.인터넷에서 범수의 사진을 미리 봤던 심지안은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하지만 범수는 사방을 둘러보며 심지안을 찾고 있었다.작게 기침을 한 심지안이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런 심지안을 확인한 범수는 잠시 멈칫했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눈빛을 전했다. 아마도 쉬는 시간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연아가 조수 몇 명을 데리고 밀크티를 사서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제가 범수 씨를 대신해서 여러분들에게 밀크티를 살게요!”“감사합니다, 심 이사장님!”“심 이사장님은 얼굴이 예쁜 만큼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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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제 동생을 타일러 주세요

심연아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리고 겨우 미소를 유지하며 얘기했다.“지안아, 아무리 질투가 나도 그렇게 남을 비하하면...”“이건 비하도 아까운 수준인데.”옆의 동료가 심지안의 옷을 살짝 당기며 말했다.“지안 씨, 범수 씨 안티에요...?”심지안은 차갑게 웃으며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안티를 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울 정도예요.”“...”“...”“...”“엔터 회사 이사장이라며. 왜 이런 저급한 사람이랑 사귀어? 적어도 대상을 받은 사람이랑 사귀어야 하지 않겠어?”심연아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듣다 보니 맞는 말 같았다.범수는 연예계에서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심연아의 위치로는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욕을 먹고도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심연아는 역겨움이 밀려왔다.심지안은 심연아가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동료를 데리고 떠났다. 이로써 목적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심연아는 화가 나 발만 동동 구르며 범수를 노려보았다. 범수는 그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떻게 얘기할 지 몰라서...”“쓸데없는 사람같으니라고...”범수는 시선을 내리깔고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래서 심연아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이때 성연신은 마침 주 대표와 비즈니스에 관해 회의를 열고 와 사무실로 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심연아는 다가오는 남자를 보고 또 인파 속에 숨어있는 파파라치를 보고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가 사람을 때리던 모습을 떠올리니 조금 무서워졌다. 저번에 심연아와 함께 왔던 연예인은 뼈가 부러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공장소이니 성연신 같은 사람들은 회사 이미지를 우선시할 것이다. 성연신이 심지안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도 직원을 감싸줄 것인지 궁금했다. 생각을 마친 심연아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가 그대로 성연신에게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성 대표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키가 큰 성연신은 한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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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어릴 때 약속한 결혼

“당신!”심연아는 들키던 구석을 찔려 오히려 화를 냈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을 이렇게 교육하는 겁니까?!”성연신은 이제 눈길도 주지 않았다. 홀에서 촬영하던 사람들을 힐긋 쳐다본 그가 물었다.“이게 뭐야.”정욱은 입을 성연신의 귀에 가까이 대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대여비를 받았으니 계약을 파기하면 세 배의 위약금을 물어야...”성연신은 덤덤하게 물었다.“위약금을 낼 돈이 없는 건가?”“알겠습니다, 성 대표님.”명령을 한 성연신은 주 대표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정욱은 경호팀을 불러와 사람들을 쫓아냈다.감독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우리는 장소 대여비를 분명 냈습니다! 이건 계약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정욱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우리 회사에서 계약서에 따라 위약금을 돌려드릴 겁니다.”“하지만 저희는 아직 촬영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배우와 스태프 다 힘들게 일하는데 다들 배려 좀 해주세요, 안 되겠습니까?”정욱은 정중하고 겸손한 태도로 얘기했다. “저도 배려하고 싶지만 우리 성 대표님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서요.”얼굴이 파랗게 질린 감독은 바로 고개를 돌려 범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을 하는 심연아를 보았다. 화가 난 그는 바로 남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예계에 오랫동안 있은 감독은 겨우 이곳까지 올라온 심연아보다 지위가 높고 인맥도 많았다.감독의 전화를 받은 남진영은 마침 고청민과 함께 있었다.고청민은 그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손짓했다. 남진영은 감독이 걸어온 전화를 보고 일과 관련된 전화인 줄 알고 바로 스피커를 켰다.감독은 꽤 담담한 말투로 꾸밈없이 사건의 경과를 한번 얘기했다. 하지만 그 속에 불만이 꾹꾹 담겨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남 대표님, 오늘 촬영때문에 얼마나 많은 스태프가 모였는데요. 저 혼자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돈은 둘째치고 당장 장소를 바꿔야 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각에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도 없으니 난감할 따름입니다.”남진영과 감독은 여러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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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심지안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

남진영은 말문이 막혔다.“그러니까 내가 연아를 잘 교육시키고 다시 만남을 주선해라고?”확실히 두 어르신을 걱정시키면 안 됐다. “아저씨가 고생해 주셔야죠.”고청민은 의자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 구겨진 흰 와의셔츠의 흔적을 없애고 떠나려고 했다.사무실 입구까지 걸어간 고청민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돌려 남진영을 바라보았다.“금관성으로 오는 길에 유진 아주머니랑 조금 닮은 여자를 봤어요.”남진영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길에도 닮은 사람이 수두룩해.”“그러네요.”잠시 멈칫한 그가 또 말을 이어갔다. “결혼은 잠시 없던 일로 하죠. 전 이제 스무 살이고 심연아는 저보다 세 살 많은 데다 남자친구까지 있는 것 같은데.”남진영은 범수를 생각하니 또 머리가 아팠다.“그래, 그래. 네가 성씨 어르신과 잘 얘기하면 된다.”남진영도 그저 해본 소리일 뿐이었다. 진심으로 그들을 붙여줄 생각은 없었다.고청민은 온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고집이 세고 줏대가 있는 편이었다. 고청민을 떠나보낸 남진영이 그저 무의식 간에 휴대폰을 보았다. 그러자 심연아가 범수를 찼다는 내용의 기사가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심연아는 정말 엄마인 성유진을 하나도 닮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하지만 남진영은 갑자기 감독이 말한 심연아의 이복 자매를 떠올렸다. 이 아이를 만나러 가봐야 했다. 성유진의 자식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생각이었다....7월의 금관성은 비가 많이 올 때였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심지안은 카페에 앉아 조용히 범수를 기다리고 있었다.5분 후,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얼굴을 꽁꽁 가린 범수가 걸어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어요.”3일 전, 심연아가 그와 헤어졌다고 얘기한 후, 이상하게도 범수의 인기가 많아졌다. 나쁘지 않은 배역의 드라마들이 들어와 계속 바삐 돌아 채다가 이제야 시간을 낸 것이었다.“괜찮아요.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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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마음속의 내려놓지 못한 무언가

정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의 차 판을 심지안에게 건네주었다.“국화차 두 잔을 우렸습니다. 피로회복도 되고 두통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고개를 작게 끄덕인 심지안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손을 들어 노크했다.“들어와.”성연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가 있는 이상, 무서울 건 없다.문을 열고 들어간 심지안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성연신을 보았다. 하늘색 넥타이를 한 그는 훨씬 젊어 보였다. 그는 심지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남진영은 심지안을 쳐다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린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주시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닮았어... 진짜 닮았어...”두 사람은 외모가 반 정도 닮았을 뿐만 아니라 몸에서 흐르는 기품이 거의 똑 닮았다. 성유진이 돌아갔을 때 지금의 심지안보다 몇 살만 더 많았을 것이다. 남진영의 마음속에서, 성유진은 항상 젊고 예쁜 모습이었다. 딱 지금 눈앞의 여자처럼 젊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모습 말이다.“아저씨, 제 얼굴에 뭐라도 있나요...”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진영을 본 심지안이 조심스레 물었다. 조금 무섭기도 했고 조금은 이상하기도 했다.실례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남진영은 시선을 돌리고 마른기침을 했다.“죄송합니다. 돌아간 친구가 생각나서.”심지안은 부드러운 그의 태도를 보고 남진영이 아직 본인이 심지안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성 대표님, 오늘 내가 온 목적은 심지안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계속 직원을 감싸면서 못 만나게 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알려 드리고 싶네요. 앞으로 심지안이 계속 연아를 괴롭힌다면 그때는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남진영은 화제를 돌려 준비해 온 말을 마쳤다. 이건 마치 아이들 싸움이 부모님 싸움으로 번지는 것 같았다.“...”‘아저씨가 찾는 사람, 바로 눈앞에 있는데요.”눈도 안 좋고 마음씨도 안 좋은 사람인가. 항상 심연아가 먼저 시비를 거는 것인데 누가 누구를 괴롭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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