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317 챕터
181화 왕야는 입이 문제입니다
손왕은 목욕을 마친 후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나왔다.사실 그는 몸무게가 조금 줄어들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눈으로 보아낼 수 있을 정도이니 대단한 것이었다.“의지가 대단하세요. 둘째 아주버님.”원경능이 조금 그를 격려했다.손왕은 바나나 같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단련하는 건 좋은 일이지. 나중에 검술도 익혀야 해.”원경능은 의아해했다.“검술을 익힌다고요? 둘째 아주버님의 하루 운동량은 굉장하네요. 그러니까 살이 빠지셨죠.”“검술을 연마해야지. 무술은 꼭 정진해야 되는 거야.”손왕이 뻔뻔스럽게 말했다.“”본왕도 연습만 하면, 고수는 몰라도 다섯째와 비하면 아마 큰 차이가 없을 걸?”손왕비는 머금었던 차를 내뿜었다. 원경능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 보아하니 그녀는 손왕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우문호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원경능은 몰랐다.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손왕비의 이런 반응을 보니 그의 무공은 아마 뛰어난 모양이었다.“왜 웃어? 본왕이 다섯째를 못 따라간다는 거야?”손왕이 손왕비를 흘겼다.“그럴 리가요. 어찌 못 따라가겠어요. 정말 싸운다고 해도 다섯째는 당신의 상대가 안 되죠. 당신은 엉덩이만으로도 그를 깔아 죽일 수 있는 걸요.”손왕비가 진지하게 말했다. 손왕이 씩씩거리며 몸을 돌려 가버렸다.원경능은 손왕비를 보며 말했다.“둘째 동서는 왜 아주버님을 비꼬나요? 모처럼 투지가 넘치시는데요.”손왕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모처럼 투지가 있다고요? 정말 투지가 있었다면 제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에게는 그게 없죠. 그는 다만 살을 빼는 시늉만 하고 있을 뿐이에요. 정작 밖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무슨 뜻이죠?”손왕비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많은 친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는 줄곧 음식에 빠져있었고 게을렀는데, 자객을 만난 후 갑자기 분발하여 단련하고 검술을 배우니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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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화 저수부를 만나다
서일은 머리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갔다. 얻어맞고 난 뒤에는 왕비의 마부 노릇도 해야 했다.원경능은 마차에 앉아 서일이 어두운 얼굴로 나와 마차에 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물었다.“자네도 따라오나?”“왕야께서 소인더러 마차를 몰라고 하셨습니다. 왕비의 입궁을 호송하라고요.”서일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원경능이 웃었다.“왜 그러는 가, 또 천대를 받은 것인가?”서일은 감히 불평할 수 없었다.“소인 주둥이가 가벼워 왕야를 화나게 하곤 합니다.”원경능은 발을 내리고 웃었다. 서일은 정말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서일이 슬며시 발을 젖히고 고개를 들이밀었다.“왕비, 방금 전 물으셨던 그 곳 말입니다, 나중에 소인이 모시겠습니다.”왕야는 모시기 까다로운 사람이니 왕비의 비위를 맞추는 더 것이 좋았다. 일이 터지면 왕비는 그를 지켜줄 수도 있었다.희씨 어멈이 경멸하며 말했다.“정말 살고 싶지 않은 게지요? 왕비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합니까? 밖에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혀 잘릴라. 어쩐지 왕야가 늘 당신을 때리시던데 당신은 그래도 싸군요.”서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마음속에 말 못할 슬픔이 밀려왔다. 요즘은 운이 나빠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인가? 왜 자꾸 혼난단 말인가?마차는 청조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바퀴가 데굴데굴 굴러가는데 삐걱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원경능은 그 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말했다.“서일….”갑자기 마차가 ‘덜컹’하는 큰 소리와 함께 차 전체가 낮아지더니 옆으로 기울어졌다. 다행히 서일이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곧 뛰어내려 한 쪽을 들고 급하게 말했다.“왕비, 어서 내리십시오. 차륜이 빠졌습니다.”희씨 어멈은 원경능을 부축하여 급히 마차에서 내렸다. 몸가짐을 신경 쓸 새도 없었다. 서일이 버티지 못한다면 바로 떨어질 판국이었다.서일은 두 사람이 마차에서 내린 모습을 보더니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괴로운 표정으로 마차를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전부터 이 바퀴에 문제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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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화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온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던 원경능이 말했다. “그때 감히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일 거네.”“감히 엄두를 못 내서요? 이건 그렇게 좋은 이유는 아닙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원경능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확실히 그렇게 좋은 이유는 아니야.”하지만 정말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때의 그녀는 사면초가였으니까.“그래서요?”희씨 어멈이 물었다. 원경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모르겠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은 참 묘하다고 생각되네. 내가 그 당시 입궁했을 때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는데, 그때 어멈은 나를 유일하게 잘 대해준 사람이었네. 나는 그 은혜를 기억하고 있네. 영원히.”이 말은 희씨 어멈의 배반을 겪고 나서는 확실히 입에 발린 소리였다. 하지만 희씨 어멈은 큰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영원이라고요.”희씨 어멈이 중얼거리다가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주 오래 전, 어떤 사람도 제게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영원히 잘 대해주겠노라고.”“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인가?”원경능이 물었다. 아마 그 사람은 틀림없이 저수부일 것이다. 그럴 것이다. 저수부가 어찌 한낱 궁녀를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는가?“전 안 믿었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 그녀는 실의에 빠져 있었다.“누가 믿겠습니까? 그가 어떤 사람이고, 제가 어떤 사람인데요? 믿지 않으면 저는 영원히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것 아닙니까? 이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슈뢰딩거의 이론: 독극물과 함께 갇힌 상자 속 고양이의 생존여부는 그 상자를 열어서 관찰하는 여부에 의해 결정됨.)믿지도 않고 시도해 보지도 않는다. 그러면 답은 영원히 두 가지인 것이다.원경능은 한숨을 쉬었다.“이 일생도 이렇게 무지몽매하게 다 지나갔습니다.”희씨 어멈이 조용히 말했다.“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군.”원경능이 말했다.희씨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오직 당사자만이 하나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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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화 초왕에게 시집오겠다는 소녀
우문령이 말했다. “저도 알아요. 다른 사람하고는 감히 이런 말을 못하죠. 하지만 전 다섯째 올케를 믿어요.”원경능은 웃었다. 이 아이는 참으로 단순했다. 그들은 사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다니. 이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아이의 순수함에 감동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제는 응당 이렇게 단순해야 한다. 그러나 황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단순하면 그건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었다.“다섯째 올케, 모비가 올케를 너무 안 좋아하니 다음날 제가 대신 좋은 말 해줄게요.”우문령이 말했다.원경능이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녀가 저에 대한 태도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아요. 아마 한평생 바뀌지 않을 수도 있어요.”“어째서요?”우문령이 의아해서 물었다.원경능이 말했다. “자고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다 서로 눈에 거슬리는 사이에요. 그건 우리가 모두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우문령은 입을 막고 웃었다. “그럼 올케도 모비가 눈에 거슬리는가요?”그렇다. 어디 그저 거슬리기만 하겠는가? 그야말로 밉살스러웠다.“그럴 리가요? 저는 모비의 비위를 맞추기도 바쁜걸요.”우문령은 이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팔짱을 끼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누굴 만나면 작은 목소리로 원경능에게 알려 주었다. 이 사람은 누구 집 여식이고 이 사람은 어느 집안의 금지옥엽이며, 또 이 사람은 어느 집안의 적녀라고 일일이 알려주었다.원경능은 그녀의 기억력에 놀랐다. 도리대로라면 그녀는 궁에만 틀어박혀 있어 밖의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똑똑히 기억할 수 있단 말인가?“영의(咏意).”우문령이 갑자기 소리 내어 부르며 원경능을 데리고 청색의 작은 해당화 꽃을 수놓은 치마를 입은 소녀에게 다가갔다.소녀는 동그란 얼굴에, 큰 눈과 짙은 눈썹을 하고 있었다. 머리를 동그랗게 두 갈래로 틀어 올려 대단히 귀여웠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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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화 측비가 죽다
꽂구경 연회가 끝나기 전 황후는 역시나 원경능과 손왕비를 불러 어느 집의 규수가 특별히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았다.손왕비는 몇을 말했으나 원경능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없습니다.”이 말은 황후와 여러 비빈들의 질시를 받았다.그녀들은 속으로 모두 초왕비가 질투가 많다더니, 그 말이 틀린 데 없나 보다고 생각했다.그저 현비의 면전에 대고 누구도 뭐라 말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황후도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 그럼 그만 하도록 하지.”원경능은 현비의 지독한 눈총을 받았다.궁을 나올 때 희씨 어멈이 말했다. “왕비는 응당 몇몇이 마음에 든다고 해야 했습니다.”“몇 명이나?”원경능은 우울하게 말했다. “난 하나도 말하기 싫었는데, 몇 명이나 말해야 했었나?”희씨 어멈이 말했다. “그저 건성으로 넘기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필경 측비를 몇 명 다 들일 수는 없습니다. 이 꽂구경 연회는 황후가 주관한 일입니다. 몇몇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건 황후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입니다. 왕비는 정말로 손왕비가 그 규수들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저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건성건성 응했을 뿐입니다. 황후의 체면도 세워주고 자신의 명성도 지켰습니다. 하지만 욍비는 오늘 저녁 그저 질투심이 강하다는 죄명을 더 확실히 했을 뿐입니다.”원경능은 말문이 막혔다. 누가 알았겠는가?왕부로 돌아오자 우문호는 전혀 개의치 않는척하며 원경능의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잘못 물어봤다가 원경능의 비위를 거스를 것 같았다.원경능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제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앉아요.”우문호는 맥이 풀린 듯 그녀의 곁에 앉으며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듯 물었다. “오늘 저녁의 꽃구경 연회는 어땠어?”“구경하느라 눈이 다 어지러웠습니다.”원경능은 그를 바라 보았다. 마음이 좀 초조해서 물었다. “모든 친왕이 다 측비를 들여야 하는 거예요?”“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야.”우문호는 그녀의 배를 보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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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화 자결이었다
기왕은 당연히 비통해했다.그는 두 눈이 약간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마치 하나의 석조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들어와서 그의 그 모양을 보고 그와 유측비 사이가 매우 돈독하다고 느꼈다.우문호는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큰형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기왕은 그제서야 머리를 천천히 돌렸다. 눈빛도 서서히 흐릿함에서 벗어났다. 그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목소리로 말했다. “왔느냐.”“네, 부황께서 저더러 가보라 해서요.”그는 수사하러 왔다고 말하지 못했다.기왕은 그래도 알고 있었다. 몸을 똑바로 하고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 보거라. 이미 왕부 중의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았으리라 생각한다.”“큰 형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았습니다.”우문호가 대답했다.기왕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가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줄곧 몸이 안 좋아서 부중의 일을 관여할 겨를이 없었어. 그러니 그녀에게 물어봤자 소용이 없어. 그녀는 아무것도 몰라.”우문호도 머리를 끄덕였다.“측비 신변의 사람들하고 물어보니 측비가 일이 나기 전에 그녀 부친의 서신을 받았다 했습니다. 그 황폐한 곳에서 더는 참을 수 없으니, 큰형님에게 사정 좀 해달라고, 부황께 좀 봐달라 했다고요.”기왕은 마구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지. 하지만 본왕은 응해주지 않았어. 그녀 부친은 벌을 받아 마땅했으니까. 본왕이 차마 부황에게 청을 들 수 없으니 다시는 그런 말을 꺼내지 말라고 야단을 쳤었어.” “큰형님이 그녀를 야단 쳤었어요?”기왕은 수심에 잠겨 양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괴로운 듯 말했다. “본왕이 너무 심하게 말했었던 것 같아. 아니면 그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가 없었을 텐데.”“큰형님이 생각하기에는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습니까?”우문호가 물었다.기왕은 우문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면 뭐, 모살이라도 당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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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화 그녀를 위해 해명하다
우문호는 돌아가면서 원경능과 이 일을 말했다.그 말을 듣고 원경능은 탄식하며 말했다. “저는 유 측비를 본적이 없어서 어떤 여인인지 몰라요. 하지만 한 여인이 아이를 가진 상황에서 호수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니, 아마 그녀는 기왕부에서의 생활이 죽기보다 못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난 관아에서는 상세히 말 안 했는데, 실은 아마 기왕비가 그녀를 위협했을 거야. 그녀의 부친과 가족들의 생명을 담보로 위협했을 수 있어.”우문호가 말했다.원경능은 그를 보며 물었다.“그럼 이 사건은 그저 이러고 마는 거예요?” 우문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부중에서 발생한 인명사건인데다 또 스스로 호수에 뛰어들어 자결한 사건이야. 기왕비는 모든 일 처리가 온당한 사람이야. 필시 아주 주도면밀한 견해로 발뺌할 테지. 내일 관아에서 다시 가면 그때는 틀림없이 유 측비가 호수에 뛰어든 것을 보았다는 사람 한 두 명은 나타날 거야. 그저 미처 구하지 못했다고 하겠지. 그럼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고 마는 거야. 기왕이 측비를 위해 나서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일의 진상이 밝혀지는 날은 오지 않을걸.”원경능이 보기에도 그럴 것 같았다.유측비가 정말로 자결한 거라면 그럼 누구의 책임도 추궁할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그 여인 때문에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생명은 누구에게나 오직 한번뿐이다. 정말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누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싶겠는가?“참.”우문호는 갑자기 기왕비의 병이 생각났다. “오늘 보니 기왕비의 낯빛이 누런 게 말이 아니었어. 게다가 기침도 끊임없이 했고. 그녀가 병에 걸린 시간이 길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엄중한 거야? 예전에 여섯째도 이렇게 심하진 않았어.”“이건 뭐라고 말하기 힘들어요. 저항력이라든지, 개개인의 차이 등 여러 요인들이 있거든요.”원경능이 말했다.“당신은 그녀의 병을 고쳐줄 거야?”우문호가 물었다.원경능은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자진하여 치료해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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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화 오지 않는 달거리
그렇지 않은가? 만약 아들을 낳았는데 요절했다면, 그거야말로 가슴에 못 박힐 일이 아닌가? 더구나 황실까지 연루될 수 있었다. 밖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황실이 이 몇 년간 아들도 태어나지 못했다느니, 태어난 아들도 하늘이 데려갔다느니, 이건 하늘이 우문씨 집안에 대해 징벌을 내리는 것이라는 둥 할게 뻔했다.기왕비가 병을 얻은 건 회왕을 돌봐주었기 때문이다. 측비가 병에 전염된 건 또 기왕비를 돌봐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다 사이가 좋고 인정이 깊어서 생긴 일이다. 어디에서도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 도리어 칭찬받을 일이었다.그녀가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태후는 서글퍼서 말했다.“하늘도 우리 우문씨 집안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가 보구나!”우문호는 이 늙은이가 잠시 동안은 안정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 하지 않는가. 시간이 지나면 이 일도 천천히 잊혀질 것이었다.계속하여 몇 마디 더 위로하고 그녀에게 죽 반 그릇을 더 들게 했다.생각지도 않게 태후는 죽 반 그릇을 먹더니 그를 보며 말했다. “네가 한번 말해보거라. 너와 네 부인은 결혼한지 일년도 넘었는데, 왜 아직도 희소식이 없는 것이냐? 그녀의 배가 제구실을 못한다면 너도 이젠 측비를 맞아야 하지 않겠니. 지금 일곱째의 측비도 정해진 마당에 너도 빨리 서두르거라.”이 어르신의 마음은 여전히 우문호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늘 염두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손자 가운데서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건 바로 다섯째였다.자연히 현비가 그녀의 조카였기 때문이다. 친정이 이 몇 년간 도움이 되지 못하니 다섯째가 어서 빨리 한몫을 톡톡히 해내길 바랐다. 그래야 친정을 좀 이끌어 줄 수 있으니.다만 손자들도 다 친손자들인지라, 비록 다 똑같이 대해줄 수는 없어도, 다 잘되기를 바라왔었다. 그러기에 기왕의 측비 일도 이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우문호는 조모가 측비의 일을 말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 그는 체면을 무릅쓰고 원경능을 입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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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화 다시 친정으로
우문호는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가 괴로워하며 말했다.“당신은 달거리가 온 적도 없는데, 내가 황조모에게 당신이 가능하게 아이를 가졌다고 말한 거네. 이 일이 들통나면 안 되는데.”그런데 녹아가 말했다. “아니에요. 왕비, 어찌 달거리가 온 적 없나요? 왔었어요. 그저 왕비의 달거리가 좀 이상해서 때때로 두세 달에 한번 왔어요.”“왔었느냐?”원경능도 어리둥절했다.우문호는 그녀를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당신 스스로도 왔었는지 안 왔었는지 모른다고?”원경능은 조금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 “조금밖에 안 왔는데, 달거리가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았겠어요?”“뭐 이런 논법도 다 있어?”우문호는 원경능을 쳐다보며 물었다. “원씨, 당신 무슨 일을 나한테 감추고 있는 거 아니야?”“이런 일을 감출 필요가 있어요?”원경능은 화제를 돌렸다. “그 측비의 일은 그저 이렇게 끝인 거예요? 부황께서 아무 말도 안 해요?”“부황도 마음속으로 다 계산이 있을 거야.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우문호가 말했다. 그러자 원경능이 일어나며 말했다.“뭐 부황도 아무 말 안 하는데, 우리도 관계하지 맙시다.”그녀는 목청을 세우며 소리쳤다. “다보야, 우리 산책 나가자.”다보가 뛰쳐나왔다. 원경능은 녹아에게 분부했다. “나와 함께 산책하자꾸나.”녹아는 ‘네’ 한마디를 하며 원경능을 따라 정원으로 나섰다.우문호가 따라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원경능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참, 녹아야. 내 달거리 말이다... 나 세 달에 한번 오는 게 맞는 것이냐?”“왕비, 본인께서도 모르십니까?”녹아는 의아해서 물었다.“알지, 알고 있지.”원경능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왕야가 모르니깐. 난 사실 왕야를 속이려고 했었다. 그나저나 너희들은 한 달에 한 번 오는 것이냐?”그녀는 달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듯 고의적으로 물었다.“네. 다 한 달에 한번 옵니다.”녹아가 대답했다.원경능은 원주인이 생리불순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휴, 하마터면 들통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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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화 원경병 남편감 고르기
문 앞을 나오자 원경능이 물었다. “어찌된 일이야? 네가 혼사일로 부친한테 대들었다는 말이 사실이야?원경병은 재수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말도 말아요. 저에게 어떤 사람을 찾아줬는지 아세요? 하나같이 다 제 아버지 뻘이 되는 사람들이에요. 게다가 다 후처 자리고요.” 원경능은 경후 원팔륭이 투기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다 좋은 것과 바꿀 생각을 가득했다.특히나 그는 딸을 시집 보내는 게 이득을 제일 크게 얻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문턱이 높은 젊은 귀공자들은 자신처럼 이런 한물간 후야를 쳐다보지 않을게 뻔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뒹굴어봤자 시랑 자리밖에 차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치고 올라갈 수는 없지만, 언제나 내려올 수 있는 그런 위치였다.문턱이 낮은 집안은 그가 밑지는 것 같아 쳐다보지도 않았다. 자신은 어쨌든 후작이 아닌가.그러니 나이가 좀 많고, 관직이 안정되고 일정한 세력이 있는 집안을 찾을 수밖에. 부인이 죽은 사람도 괜찮았다. 원경능이 말했다. “네 혼사는 내가 한번 알아봐 줄게.”“네.”원경병도 한마디 응수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원경능은 왕부로 돌아온 후 정말 희씨 어멈에게 물었다.희씨 어멈은 워낙 입이 매서운 편이었다. “왕비가 찾은 사람을 당신 부친이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습니다. 당신 부친은 지금 딸을 팔아먹고 있는 겁니다. 이익이 안 맞으면 절대 동의 안 할겁니다. 그러니 왕비는 이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원경능은 진심으로 이 일에 마음을 쓰고 싶었다. 이 시대에 여인들이 시집가는 것은 평생의 일이었다. 적합하지 않아도 이혼 할 수도 없는 세월이었다.원주인 원경능의 일화가 좋은 예였다. 때문에 원경병의 이 일을 그녀는 마음에 담아 두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그녀는 물었다. “당신, 좀 겸손하고 사리 밝은 미혼 공자들을 알고 있어요?”우문호는 전신의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뭔 일을 벌이려고? 잊지마. 당신 이미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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