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은 당연히 비통해했다.그는 두 눈이 약간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마치 하나의 석조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들어와서 그의 그 모양을 보고 그와 유측비 사이가 매우 돈독하다고 느꼈다.우문호는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큰형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기왕은 그제서야 머리를 천천히 돌렸다. 눈빛도 서서히 흐릿함에서 벗어났다. 그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목소리로 말했다. “왔느냐.”“네, 부황께서 저더러 가보라 해서요.”그는 수사하러 왔다고 말하지 못했다.기왕은 그래도 알고 있었다. 몸을 똑바로 하고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 보거라. 이미 왕부 중의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았으리라 생각한다.”“큰 형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았습니다.”우문호가 대답했다.기왕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가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줄곧 몸이 안 좋아서 부중의 일을 관여할 겨를이 없었어. 그러니 그녀에게 물어봤자 소용이 없어. 그녀는 아무것도 몰라.”우문호도 머리를 끄덕였다.“측비 신변의 사람들하고 물어보니 측비가 일이 나기 전에 그녀 부친의 서신을 받았다 했습니다. 그 황폐한 곳에서 더는 참을 수 없으니, 큰형님에게 사정 좀 해달라고, 부황께 좀 봐달라 했다고요.”기왕은 마구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지. 하지만 본왕은 응해주지 않았어. 그녀 부친은 벌을 받아 마땅했으니까. 본왕이 차마 부황에게 청을 들 수 없으니 다시는 그런 말을 꺼내지 말라고 야단을 쳤었어.” “큰형님이 그녀를 야단 쳤었어요?”기왕은 수심에 잠겨 양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괴로운 듯 말했다. “본왕이 너무 심하게 말했었던 것 같아. 아니면 그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가 없었을 텐데.”“큰형님이 생각하기에는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습니까?”우문호가 물었다.기왕은 우문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면 뭐, 모살이라도 당했단 말이냐?
우문호는 돌아가면서 원경능과 이 일을 말했다.그 말을 듣고 원경능은 탄식하며 말했다. “저는 유 측비를 본적이 없어서 어떤 여인인지 몰라요. 하지만 한 여인이 아이를 가진 상황에서 호수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니, 아마 그녀는 기왕부에서의 생활이 죽기보다 못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난 관아에서는 상세히 말 안 했는데, 실은 아마 기왕비가 그녀를 위협했을 거야. 그녀의 부친과 가족들의 생명을 담보로 위협했을 수 있어.”우문호가 말했다.원경능은 그를 보며 물었다.“그럼 이 사건은 그저 이러고 마는 거예요?” 우문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부중에서 발생한 인명사건인데다 또 스스로 호수에 뛰어들어 자결한 사건이야. 기왕비는 모든 일 처리가 온당한 사람이야. 필시 아주 주도면밀한 견해로 발뺌할 테지. 내일 관아에서 다시 가면 그때는 틀림없이 유 측비가 호수에 뛰어든 것을 보았다는 사람 한 두 명은 나타날 거야. 그저 미처 구하지 못했다고 하겠지. 그럼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고 마는 거야. 기왕이 측비를 위해 나서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일의 진상이 밝혀지는 날은 오지 않을걸.”원경능이 보기에도 그럴 것 같았다.유측비가 정말로 자결한 거라면 그럼 누구의 책임도 추궁할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그 여인 때문에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생명은 누구에게나 오직 한번뿐이다. 정말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누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싶겠는가?“참.”우문호는 갑자기 기왕비의 병이 생각났다. “오늘 보니 기왕비의 낯빛이 누런 게 말이 아니었어. 게다가 기침도 끊임없이 했고. 그녀가 병에 걸린 시간이 길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엄중한 거야? 예전에 여섯째도 이렇게 심하진 않았어.”“이건 뭐라고 말하기 힘들어요. 저항력이라든지, 개개인의 차이 등 여러 요인들이 있거든요.”원경능이 말했다.“당신은 그녀의 병을 고쳐줄 거야?”우문호가 물었다.원경능은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자진하여 치료해주진
그렇지 않은가? 만약 아들을 낳았는데 요절했다면, 그거야말로 가슴에 못 박힐 일이 아닌가? 더구나 황실까지 연루될 수 있었다. 밖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황실이 이 몇 년간 아들도 태어나지 못했다느니, 태어난 아들도 하늘이 데려갔다느니, 이건 하늘이 우문씨 집안에 대해 징벌을 내리는 것이라는 둥 할게 뻔했다.기왕비가 병을 얻은 건 회왕을 돌봐주었기 때문이다. 측비가 병에 전염된 건 또 기왕비를 돌봐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다 사이가 좋고 인정이 깊어서 생긴 일이다. 어디에서도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 도리어 칭찬받을 일이었다.그녀가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태후는 서글퍼서 말했다.“하늘도 우리 우문씨 집안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가 보구나!”우문호는 이 늙은이가 잠시 동안은 안정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 하지 않는가. 시간이 지나면 이 일도 천천히 잊혀질 것이었다.계속하여 몇 마디 더 위로하고 그녀에게 죽 반 그릇을 더 들게 했다.생각지도 않게 태후는 죽 반 그릇을 먹더니 그를 보며 말했다. “네가 한번 말해보거라. 너와 네 부인은 결혼한지 일년도 넘었는데, 왜 아직도 희소식이 없는 것이냐? 그녀의 배가 제구실을 못한다면 너도 이젠 측비를 맞아야 하지 않겠니. 지금 일곱째의 측비도 정해진 마당에 너도 빨리 서두르거라.”이 어르신의 마음은 여전히 우문호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늘 염두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손자 가운데서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건 바로 다섯째였다.자연히 현비가 그녀의 조카였기 때문이다. 친정이 이 몇 년간 도움이 되지 못하니 다섯째가 어서 빨리 한몫을 톡톡히 해내길 바랐다. 그래야 친정을 좀 이끌어 줄 수 있으니.다만 손자들도 다 친손자들인지라, 비록 다 똑같이 대해줄 수는 없어도, 다 잘되기를 바라왔었다. 그러기에 기왕의 측비 일도 이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우문호는 조모가 측비의 일을 말하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 그는 체면을 무릅쓰고 원경능을 입에 올렸다.
우문호는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가 괴로워하며 말했다.“당신은 달거리가 온 적도 없는데, 내가 황조모에게 당신이 가능하게 아이를 가졌다고 말한 거네. 이 일이 들통나면 안 되는데.”그런데 녹아가 말했다. “아니에요. 왕비, 어찌 달거리가 온 적 없나요? 왔었어요. 그저 왕비의 달거리가 좀 이상해서 때때로 두세 달에 한번 왔어요.”“왔었느냐?”원경능도 어리둥절했다.우문호는 그녀를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당신 스스로도 왔었는지 안 왔었는지 모른다고?”원경능은 조금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 “조금밖에 안 왔는데, 달거리가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았겠어요?”“뭐 이런 논법도 다 있어?”우문호는 원경능을 쳐다보며 물었다. “원씨, 당신 무슨 일을 나한테 감추고 있는 거 아니야?”“이런 일을 감출 필요가 있어요?”원경능은 화제를 돌렸다. “그 측비의 일은 그저 이렇게 끝인 거예요? 부황께서 아무 말도 안 해요?”“부황도 마음속으로 다 계산이 있을 거야.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우문호가 말했다. 그러자 원경능이 일어나며 말했다.“뭐 부황도 아무 말 안 하는데, 우리도 관계하지 맙시다.”그녀는 목청을 세우며 소리쳤다. “다보야, 우리 산책 나가자.”다보가 뛰쳐나왔다. 원경능은 녹아에게 분부했다. “나와 함께 산책하자꾸나.”녹아는 ‘네’ 한마디를 하며 원경능을 따라 정원으로 나섰다.우문호가 따라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원경능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참, 녹아야. 내 달거리 말이다... 나 세 달에 한번 오는 게 맞는 것이냐?”“왕비, 본인께서도 모르십니까?”녹아는 의아해서 물었다.“알지, 알고 있지.”원경능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왕야가 모르니깐. 난 사실 왕야를 속이려고 했었다. 그나저나 너희들은 한 달에 한 번 오는 것이냐?”그녀는 달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듯 고의적으로 물었다.“네. 다 한 달에 한번 옵니다.”녹아가 대답했다.원경능은 원주인이 생리불순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휴, 하마터면 들통 날
문 앞을 나오자 원경능이 물었다. “어찌된 일이야? 네가 혼사일로 부친한테 대들었다는 말이 사실이야?원경병은 재수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말도 말아요. 저에게 어떤 사람을 찾아줬는지 아세요? 하나같이 다 제 아버지 뻘이 되는 사람들이에요. 게다가 다 후처 자리고요.” 원경능은 경후 원팔륭이 투기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다 좋은 것과 바꿀 생각을 가득했다.특히나 그는 딸을 시집 보내는 게 이득을 제일 크게 얻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문턱이 높은 젊은 귀공자들은 자신처럼 이런 한물간 후야를 쳐다보지 않을게 뻔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뒹굴어봤자 시랑 자리밖에 차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치고 올라갈 수는 없지만, 언제나 내려올 수 있는 그런 위치였다.문턱이 낮은 집안은 그가 밑지는 것 같아 쳐다보지도 않았다. 자신은 어쨌든 후작이 아닌가.그러니 나이가 좀 많고, 관직이 안정되고 일정한 세력이 있는 집안을 찾을 수밖에. 부인이 죽은 사람도 괜찮았다. 원경능이 말했다. “네 혼사는 내가 한번 알아봐 줄게.”“네.”원경병도 한마디 응수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원경능은 왕부로 돌아온 후 정말 희씨 어멈에게 물었다.희씨 어멈은 워낙 입이 매서운 편이었다. “왕비가 찾은 사람을 당신 부친이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습니다. 당신 부친은 지금 딸을 팔아먹고 있는 겁니다. 이익이 안 맞으면 절대 동의 안 할겁니다. 그러니 왕비는 이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원경능은 진심으로 이 일에 마음을 쓰고 싶었다. 이 시대에 여인들이 시집가는 것은 평생의 일이었다. 적합하지 않아도 이혼 할 수도 없는 세월이었다.원주인 원경능의 일화가 좋은 예였다. 때문에 원경병의 이 일을 그녀는 마음에 담아 두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그녀는 물었다. “당신, 좀 겸손하고 사리 밝은 미혼 공자들을 알고 있어요?”우문호는 전신의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뭔 일을 벌이려고? 잊지마. 당신 이미 결
원경능은 그날 저녁 자시까지 기다렸지만 그때까지 우문호는 돌아오지 않았다.그녀는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뒤척거렸지만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녹아를 시켜 두 번이나 가보게 했으나 그때까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무슨 큰 사건이라도 생긴 건가?보통 큰 사건이 있을 때만 이렇게 늦게까지 야근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서일을 시켜 소식을 전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일까?밖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쿵쿵’ 울렸다. 그것은 원경능의 가슴마저 쿵쾅쿵쾅 뛰게 만들었다. 그녀는 즉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사고가 생긴 것이다. 틀림없이 사고가 생긴 것이다.녹아가 달려 오며 황급하게 말했다. “왕비, 서일이 보고하러 왔습니다.”원경능은 온 몸이 피투성이인 서일이 뛰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만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녹아가 그녀를 부축하며 급히 물었다. “왕비, 어찌 그러십니까?”“왕야는?”원경능이 마음을 다잡으며 힘겹게 물었다.서일은 얼굴의 땀을 닦으며 급히 말했다. “일이 생겼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왕야가 많은 돈을 잃고 화를 내며 다른 사람과 말다툼하고 있었는데 후에 고사가 왔습니다.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고사와 왕야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두 사람은 취현거에서 뒤엉켜 싸우고 있습니다. 소인이 시도했지만 도저히 말리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왕비를 모시러 왔습니다. 이 일이 폐하께 전해지면 폐하는 필시 대노할 것입니다.”“마차를 준비하게!”자객의 습격을 당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 원경능은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가 도박에 싸움까지 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저번에도 고사와 한바탕 싸움을 한 적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사이가 좋을 때는 남색가들처럼 굴다가 나쁠 때에는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워댔다.“자네 이 피는 어떻게 된 건가?”원경능이 서일에게 물었다. 기력이 왕성한 것을 보니 부상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서일이 말했다.”돼지 피 입니다. 취현거
마차는 왕부로 돌아왔다. 한바탕 구토를 한 원경능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나른한 솜처럼 우문호의 품에 안겨 방으로 들어왔다. 고사는 풀이 죽어 그 뒤를 따랐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평소에 그토록 기세가 당당하던 초왕비가 이렇게 연약한 면이 있을 줄을. 만일 그녀가 정말 화병이라도 난다면 그는 이번 생에 원경병을 부인으로 맞을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했다.의원이 왔다.우문호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조바심과 걱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괜찮을 거야. 의원의 진료를 한번 받아봐.”원경능은 구역질을 한 뒤 너무 괴로워 그에게 화낼 겨를도 없었다. 그의 시퍼렇게 멍들고 부은 얼굴을 보니 마음도 아팠다. “당신은 가서 옷이나 갈아 입고 얼굴이나 씻어요. 술 냄새도 좀 없애봐요. 당신이 풍기는 그 술 냄새 때문에 괴로워 죽을 것 같아요.”우문호는 몇 발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알았어, 냄새를 안 풍길게. 의원이 당신을 다 진찰하고 나면 가서 옷을 갈아 입을 거야.”“나가요!”원경능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가 서있는 자리는 마침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다. 술 냄새가 풍겨오자 그녀는 또다시 구역질이 났다.우문호는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고사는 한 쪽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문호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난 자네를 죽여버릴 것이야.”고사는 숙이지 않고 말했다. “모두 당신 탓입니다.”우문호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직도 본왕이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본왕이 서일을 시켜 자네를 데려오게 한 건 그들이 편법을 써서 사람을 속인걸 철저히 조사하기 위함이었어. 헌데 자네는 뭐야, 세 마디도 하기 전에 손부터 댔잖아. 도대체 누가 잘못했다는 거야?”고사도 두 눈에 형형한 불꽃이 일었다. “그럼 제가 당신에게 좀 물어봅시다. 당신이 그들을 데리고 취현거에 간 용의는 뭡니까?”“투전하려고!”우문호가 냉랭하게 말했다. “왜, 투전하는 것도 자네의 미움을 살 일인가?”고사도
원경능은 몇 술 떴다. 하지만 죽에서 나는 마른 조개의 비린내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위가 또 뒤집어지는 느낌이 들자 그녀는 손을 내 저으며 안색이 창백해진 채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못 먹겠어요. 더 먹으면 또 토할 것 같아요.”우문호는 너무 마음이 아파 의원에게 화를 냈다. “도대체 무슨 병이길래 자네도 진단하지 못한단 말인가. 어찌 먹기만 하면 토하는 것인가? 빨리 방법을 생각해 내지 않고 뭐 하는가?”의원은 당황해 하며 말했다. “그래도 태의가 온 다음에 처방을 받으십시오. 이 늙은이는 감히 아무렇게나 처방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우문호는 그 말을 듣자 너무 급한 나머지 눈이 다 세모꼴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의원은 입술을 달싹이며 망설였다. 희씨 어멈이 말했다. “의원님은 먼저 돌아가요. 입을 굳게 다무셔야 할겁니다.” 의원이 말했다. “허면 이 늙은이는 먼저 물러 가겠습니다.”전씨 어멈이 그를 데리고 장방에 가서 진찰비를 내어 준 다음 그를 배웅해주었다.전씨 어멈이 문 어구에 와서 희씨 어멈을 불렀다.두 사람이 복도에 나오자 전씨 어멈이 입을 열었다. “의원의 진단이 혹시 틀릴 수도 있으니 이 일은 잠시 왕야께 말씀 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태의가 진단한 후 그때 다시 말합시다.”희씨 어멈도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전씨 어멈이 탄식하며 말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다만 왕비가 자금탕을 마셨기에 아마 이삼 년은 임신이 어려울 겁니다.”“참,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네. 자금탕은 누가 배합했나? 분량은 어땠는가?”“탕 대인이 배합한 겁니다. 분량도 정상적인 분량이었습니다. 하지만 후에 왕야가 해독탕을 주셨으니 아마 도움을 되었을 겁니다.”“해독탕은 크게 도움되지 않았을 거네. 자금탕을 마시자마자 해독탕을 마셨을 때에만 약 효과가 있네. 하지만 왕비는 궁에 있을 때 이미 몸이 많이 상했었네. 자금탕이 이미 폐부를 손상시켰던 게지.....”희씨 어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