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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화 초왕에게 시집오겠다는 소녀

우문령이 말했다.

“저도 알아요. 다른 사람하고는 감히 이런 말을 못하죠. 하지만 전 다섯째 올케를 믿어요.”

원경능은 웃었다. 이 아이는 참으로 단순했다. 그들은 사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다니. 이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아이의 순수함에 감동을 받은 건 사실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제는 응당 이렇게 단순해야 한다. 그러나 황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단순하면 그건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다섯째 올케, 모비가 올케를 너무 안 좋아하니 다음날 제가 대신 좋은 말 해줄게요.”

우문령이 말했다.

원경능이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녀가 저에 대한 태도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아요. 아마 한평생 바뀌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째서요?”

우문령이 의아해서 물었다.

원경능이 말했다.

“자고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다 서로 눈에 거슬리는 사이에요. 그건 우리가 모두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문령은 입을 막고 웃었다.

“그럼 올케도 모비가 눈에 거슬리는가요?”

그렇다. 어디 그저 거슬리기만 하겠는가? 그야말로 밉살스러웠다.

“그럴 리가요? 저는 모비의 비위를 맞추기도 바쁜걸요.”

우문령은 이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팔짱을 끼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누굴 만나면 작은 목소리로 원경능에게 알려 주었다. 이 사람은 누구 집 여식이고 이 사람은 어느 집안의 금지옥엽이며, 또 이 사람은 어느 집안의 적녀라고 일일이 알려주었다.

원경능은 그녀의 기억력에 놀랐다. 도리대로라면 그녀는 궁에만 틀어박혀 있어 밖의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똑똑히 기억할 수 있단 말인가?

“영의(咏意).”

우문령이 갑자기 소리 내어 부르며 원경능을 데리고 청색의 작은 해당화 꽃을 수놓은 치마를 입은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동그란 얼굴에, 큰 눈과 짙은 눈썹을 하고 있었다. 머리를 동그랗게 두 갈래로 틀어 올려 대단히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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