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저명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똑똑한 그녀인데, 어찌 조부가 바둑을 어떻게 둘 것인지 모르겠는가? 조부에게 있어서 그녀는 이미 버린 패나 다름 없었다.그녀는 비분에 가득 차서 예의도 상관 안 하고 차갑게 질문했다.“조부께서는 제가 제왕비 자리에 앉아 있는 걸 원치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누구를 물색하셨습니까? 명양인가요?”“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네 구실만 잘하면 된다.”저수부는 눈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답했다.“왜인가요?”저명취가 원망스레 말했다.“손녀는 한 가지 일밖에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왜 조부께서는 저를 버리시나요? 제가 성밖에서 죽을 나눠준 일도 조부의 뜻이었습니다. 만약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면, 조부야말로….”‘원흉입니다.’ 라는 다섯 글자는 그대로 저지되었다. 저명취는 아무리 대담하더라도 이 다섯 자를 입밖에 낼 수 없었다.그러나 저수부가 차갑게 말했다.“원흉이라고? 그래, 죽 나눠주는 막사를 짓게 하여 어질다는 명성을 얻게 하려 한 것은 내 뜻이었다. 애석하게도 너는 일을 성공시키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망쳤지. 네가 막사를 널리 열고, 며칠 죽을 나눠준다면 경중에는 자연스레 누군가 너를 칭송할 텐데, 굳이 양 부인과 예친 왕비를 찾아갈 필요가 있었더냐? 모든 일을 할 때마다 너는 항상 파리나 개처럼 도처에 빌붙어 명리를 탐하려 하지. 마치 일이 헛되이 될까 봐 기회를 틈타 잔꾀를 부린단 말이다. 네가 무릇 한 가지 일이라도 착실하게 했다면 오늘 같은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상황의 병이 위독해 진후, 네가 나를 구실로 삼아 희씨 어멈을 위협했을 때부터 나는 너를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어쨌든 직계 손녀이니, 너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것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너는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사단이 터지니, 너는 임신을 구실로 죄를 회피하려고 했다. 조금의 책임도 지려하지 않다니, 어찌 제왕비라 할 수 있겠느냐? 난 네가 제왕의 명성을 훼손하는 걸 절대 용납할
Last Updated : 2023-06-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