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551 - Chapter 560

1604 Chapters

제551화 할 말이 있어요

“안 그려준다면서요?”한참 숨을 돌리다가 자그마한 머리통을 들고 물은 권하윤의 물음에 민도준이 코웃음을 쳤다.“안 그리면 결혼식 때까지 삐질 거잖아.”그제야 권하윤은 부끄러웠는지 눈길을 돌려 민도준이 그린 반지를 바라봤다.여우 모양의 디자인에 삼각형 모양의 루비가 심장처럼 가운데 박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내 수준은 딱 이 정도니까 마음에 안 들면 디자이너 찾아.”“아니요. 전 도준 씨가 그려준 게 좋아요.”사실 민도준이 디잔인 한거라면 어떤 모양이 됐든 괜찮았다.민도준이 디자인한 걸 손에 낄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녹을 것만 같았으니까.더욱이 디자인은 아주 훌륭하고 예뻤다.이걸 보고 나니 권하윤은 더 울고 싶었다.민도준은 그런 권하윤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마음에 안 들면 안 드는 거지 왜 울고 그래?”“마음에 들어요. 역시 도준 씨밖에 없어요.”흐느끼며 말하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재밌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양심은 있네.”권하윤은 민도준의 손을 따라 반지 디자인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이거 제작하면 얼마나 걸려요?”“사흘 정도.”“그걸 도준 씨가 어떻게 알아요?”“쓸데없는 질문은. 당연히 물어봤지. 이런 걸 그려본 적도 없는데 당연히 스승님이라도 모셔야 하지 않겠어?”가뜩이나 이미 완전히 녹아버린 권하윤의 심장은 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민도준에게 꼭 기댔다.“도준 씨.”“응.”“반지가 다 제작될 때쯤 저 도준 씨한테 할 말이 있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권하윤의 뒷덜미가 잡혀 고개가 쳐들렸다.“응? 뭔데 이렇게 입맛을 돋우실까?”살짝 장난기 섞이고 부드러운 말에 권하윤은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씩 웃었다.“왜요? 안 돼요?”그 모습은 마치 자기한테 주권이 있다고 우쭐해하는 것 같았다.이에 민도준은 미소가 핀 권하윤의 작은 얼굴을 세게 들어 올렸다.“돼.”다시 침대로 돌아오자 권하윤은 마치 껌딱찌처럼 민도준의 옆에 꼭 붙었다.하지만 민도준도 권하윤을 밀어내지는 않고 손으로 권하윤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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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어떻게 선택하든 모두 틀렸어

“여보세요? 엄마.”“응, 딸.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했어?”자기가 할 말을 생각하자 권하윤은 순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저기, 오빠는 오늘 좀 어때요?”“네 오빠 마침 깨어났어. 바꿔줄게.”오빠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권하윤은 기쁘면서도 전화를 바꿔준다는 소리에 한편으로 당황했다.“저기, 잠깐만요. 저…….”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 건너편에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오빠.”권하윤은 입술을 꾹 깨물며 얼버무렸다.사실 어머니보다 오빠한테 이 사실을 말하는 게 더 무서웠다.오빠는 항상 부드럽고 따뜻했으나 한계가 명확한 사람이니까.사실 어릴 적, 권하윤도 누구나 그렇듯 반항기가 있었다. 어느 하루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친구들과 온종일 밖에서 놀다가 술까지 먹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고 나서야 오빠가 하루 종일 자기를 찾아다녔다는 걸 알았다.그날 오빠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으면서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말투로 질문했었다.“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제 알겠어?”“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면 안 되지. 내가 네 안전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면서 어떻게 그래? 너한테 일이라도 나면 나도 못 살아.”그날 그 일이 있은 뒤로 권하윤은 절대 핸드폰을 꺼둔 상태에서 저녁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온 적 없었다. 그렇게 반항기는 시작과 동시에 바로 막을 내렸다.그런데 지금 다시 오빠의 목소리를 듣자 권하윤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사라졌다.그도 그럴 게, 전에 오빠가 이미 민도준이 위험하다고 다시는 엮이지 말라고 경고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권하윤은 그 말을 듣지 않은 것도 모자라 민도준과 결혼하려고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이승우가 뭔가를 대충 눈치챘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나한테 무슨 할 얘기가 있어?’“아…… 아니야.”그 말에 건너편에서 순간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너 어릴 때 사탕 훔쳐 먹고 안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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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나 진짜 최악이지?

다시 입을 여는 순간 권하윤의 목소리에는 막연함이 묻어있었다.“오빠, 나 진짜 최악이지?”권하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눈치챈 이승우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아니, 넌 그저 힘든 거야.”집안에서 온갖 사랑을 다 받던 여동생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빠진 데다 오빠라는 사람이 오히려 짐이 되었으니 마음이 안 아플 리가 없었다.“아휴, 됐다. 그렇게 많은 걸 겪었으니 난 그저 네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게다가 민도준은…….”“도준 씨가 왜?”“아니야. 오빠는 그저 네가 고생할까 봐 그게 걱정이야.”이승우는 잠깐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내가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네가 지금 민도준한테 단단히 잡혀 빠져나오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공은채의 일은 잘 생각해야 해. 너희 두 사람 사이에 이미 파열이 생겨났는데 민도준이 만약 네가 자기를 속였다는 걸 알게 되면 앞으로 네 생활은 더 힘들어질 거야. 나는 그저 네가 무사하길 바라.”“…….”전화를 끊은 지 한참이 지났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오빠의 말이 맞았으니까. 그 사실을 고백하고 난 뒤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민도준이 사실을 알고도 결혼하려고 하고 앞으로 다시는 서로 속이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일 테지만, 만약 민도준이 화를 내 가족까지 피해를 보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만약 가족이 국내에 있다면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해외에 있어 민도준이 화를 낸다 해도 가족한테까지 손이 닿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 느낌은 은찬이 식사를 하자고 권하윤을 부를 때까지 지속됐다.점심 식사가 그럭저럭 끝난 뒤 권하윤은 민도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일이 있어 늦게 갈 테니 권하윤더러 먼저 웨딩숍에 가서 드레스를 고르라는 연락.솔직히 민도준이 바쁘다는 건 권하윤도 알고 있었다.“시간 없으면 저 은찬이랑 같이 가도 돼요.”“털도 아직 안 난 애가 뭘 알겠어?”순간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사람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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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겹겹이 쌓인 원한

권하윤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강민정은 먼저 입을 열었다.“아, 미안해요. 전에 새언니라고 하도 불러대서 습관 됐나 봐요. 언니가 저보다 나이도 많으니 그냥 하윤 언니라고 해도 괜찮죠?”강민정이 옆에서 한참을 떠드는 동안 권하윤은 드레스와 너울을 정리하면서 강민정의 말은 깡그리 무시했다.“내가 말하잖아요…….”강민정은 순간 자기의 신분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걸 자각했는지 이내 화를 가라앉히고 괴상야릇한 말투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하윤 언니, 언니가 우리 오빠한테 파혼당해서 욱하는 마음에 저 무시하는 건 이해하지만 분명 언니가 바람피운 거잖아요. 오빠가 그렇게 많이 참아줬는데 계속 버릇 고치지 않아 오빠도 실망한 것 뿐이에요. 저를 탓한다고 뭐가 달라져요?”노골적인 말에 옆에 있던 직원들은 눈을 굴리며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강민정은 오히려 직원들을 빙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아, 이분이 바로 제가 아까 말한 그 여자예요. 민씨 가문에 파혼당한 권씨 집안 넷째 아가씨. 다들 전에 들어본 적 있죠?”이 웨딩숍은 고급 드레스만 취급하는 데다 임대하지 않고 모두 판매만 하는 곳이라 당연히 경성의 재벌을 많이 접한다. 때문에 최근 크게 화제가 됐던 그 소문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 주인공이 눈앞에 있다고 하니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놀라운 듯 자기를 훑어보는 직원들의 눈빛에 권하윤은 몸을 돌려 강민정을 향해 싱긋 웃었다.“내가 바람을 피웠든 말든 그건 둘째 치고 민정 씨가 우리 오빠 거리는 사람이 사촌 오빠면서 다 큰 어른이 사촌 오빠 침대에 기어올라 결혼하는 건 당당한가 봐요?”정보량이 너무 많은지라 직원들은 모두 강민정에게 눈길을 돌렸다.순간 치부가 드러나자 강민정은 한껏 소리를 높였다.“헛소리 그만 해요! 분명 언니가 바람을 피웠으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꾸며내 우리 오…… 승현 오빠를 모욕하지 마요!”“제가 헛소리를 했다고요?”권하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민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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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누구를 위해 드레스를 입은 거야?

민승현은 권하윤이 죽도록 밉다.권하윤만 아니었다면 자기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너무 미워해서인지 자기를 버린 이 여자가 자꾸만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남자가 만약 남자를 미워한다면 그 사람을 죽이고 싶겠지만, 여자를 미워한다면 그 여자를 복종시키고 싶을 거다.민승현이 권하윤에 대한 감정도 이러하다.민승현은 솔직히 언젠가 권하윤이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우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때문에 권하윤이 바람을 피웠다는 소식을 퍼뜨렸고.민승현은 권하윤이 자기한테 파혼당하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길 바랐고, 자기를 버린 결과가 이러하다는 걸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눈앞의 권하윤은 민승현이 생각했던 것처럼 초라해지나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반짝였다. 촉촉한 눈은 여전히 여성미가 흘러넘치고 윤기 있고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입술, 매혹적인 분위기까지 모두 활짝 핀 장미를 연상케 했다.이 모든 변화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하자 민승현은 이가 갈렸다.증오의 눈초리가 권하윤이 입은 웨딩드레스에 옮겨지는 순간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설마 민도준이 권하윤과 결혼하려고 하나?’‘설마. 지금 민도준이 박민주랑 결혼한다고 소문까지 났는데 그게 아닌가?’물론 이런 생각이 어이없었지만 그렇다면 다른 쪽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권하윤이 민도준과 결혼하면 민승현은 당연히 비웃음을 받을 게 뻔하다. 그 생각만 하면 민승현은 눈앞의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그때 권하윤이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거울 앞에서 빙글 돌더니 귀찮은 듯 입을 열었다.“이 드레스에 액운이 묻은 것 같네요. 다른 거로 입어 볼게요.”하지만 권하윤이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 손목이 잡히더니 민승현이 어두운 얼굴로 따져 물었다.“지금 누구를 위해 드레스를 입는 거야?”결혼식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권하윤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언젠가는 사실을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누가 됐든 너는 아니야.”권하윤은 말하면서 손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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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둘째 형수님이라고 불러

권하윤은 주위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작은 소리로 원망했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그 소리에 민도준은 얼른 권하윤을 잡아당겨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손가락으로 이마를 쿡 찔렀다.“어쩜 눈만 팔면 사고가 나?”권하윤은 억울한 듯 끙끙거렸다.“저는 얌전히 있었다고요. 도준 씨가 늦게 왔으면서 왜 저한테 뭐라 그래요?”두 사람의 대화에 직원들은 아연실색했다.모두 민도준이 책임이라도 물을까 봐 잔뜩 긴장해서는 머리를 다친 민승현은 까맣게 잊어버렸다.심지어 강민정이 여러 번 소리치고 나서야 민승현을 일으켜 세웠다.민도준이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민승현은 한참이 지나서야 컴컴해진 눈앞이 다시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민도준 팔짱을 끼고 애교 부리는 권하윤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그걸 눈치챈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아냥거렸다.“오, 이렇게 빨리 회복됐어? 그럼 어디 말해 보지 그래? 방금 하윤 씨 끌고 가서 뭐 하려고 했어?”민승현은 자기 이마를 닦아 주는 강민정을 뿌리치더니 비틀비틀 일어나서는 민도준과 눈을 마주했다.“약혼식도 올린 사이에 내가 권하윤 끌고 가는 게 뭐 어때서? 그러는 둘째 형이야말로 제수씨가 될 뻔한 사람과 드레스나 맞추러 오는 게 대체 뭐 하자는 건데?”민승현이 민도준에게 한 말을 듣고 있던 강민정은 순간 겁이 덜컥 나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민도준과 권하윤을 번갈아 봤다.그리고 그때, 민도준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권하윤을 끌어안았다.“아. 제수씨가 혼자 외로운 것 같아 결혼해서 네 형수님 시켜주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네. 둘이 아는 사이니까 앞으로 친해지기도 편하고. 자, 둘째 형수님이라고 불러 봐.”제수씨? 둘째 형수님?이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내용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순간 놀라거나 동정하는 눈빛을 받게 되자 민승현은 피가 흐르는 입을 틀어막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위로라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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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드레스를 함께 보다

민도준은 그제야 시선을 드레스를 입은 권하윤에게로 돌렸다. 하지만 민승현과 실랑이를 벌인 탓인지 넥라인이 살짝 비뚤어져 있었다.민도준은 손가락으로 슬쩍 정리해 주더니 권하윤의 쇄골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이게 마음에 들어?”“아까는 괜찮았는데 도준 씨가 맨 처음 본 사람이 아니라서 싫어요.”그 말이 민도준의 기분을 좋게 해준 모양인지 이내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좋아, 그럼 다른 거 보자.”그러더니 옆을 쓱 보며 질문했다.“또 어떤 스타일이 있어요?”아까까지만 해도 피비린내가 서린 폭군 같던 사람이 갑자기 이토록 부드럽게 드레스에 관해 물어보는 게 갭이 너무 커서 직원은 약 2초간 반응을 하지 못하다가 겁에 질린 듯 앞으로 걸어갔다.“어. 이 옷처럼 비단으로 된 드레스가 또 여러 벌 있는데 보여드리죠…….”잠시 후, 민도준은 다리를 꼰 채 앉아 직원이 소개하는 드레스를 하나둘 살펴보기 시작했다.반면 권하윤은 민도준처럼 집중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부분 시간은 드레스를 보는 게 아니라 민도준을 훔쳐봤다.아마도 이 모든 게 너무 현실감 없는 화면이라 믿기지 않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슬쩍 훔쳐보고 시선을 돌리려 하는 순간 마침 민도준에게 들키고 말았다.“같이 드레스 맞추러 온 거지 나를 구경시켜 주려고 온 거 아닌데.”권하윤은 그런 말을 들었지만 여전히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민도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신나서 그러죠.”이윽고 자기의 작은 손을 민도준의 손안에 넣으며 꽉 잡았다.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던 끝에 권하윤은 궁중 요소가 섞인 비단 드레스를 선택했다.피팅룸에서 직원은 권하윤이 옷을 입는 걸 도와주고는 이내 감탄을 자아냈다.“신부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피팅 미러에 비친 여인은 한 손에 잡힐듯한 가는 허리를 자랑하고 있었고 바닥까지 축 드리운 드레스가 로맨틱한 라인을 그렸으며 가슴 부근에 살짝 더해져 있는 레이스가 마침 화룡점정의 효과를 냈다.분명 아직은 피팅룸 안에 있었지만 권하윤은 자기가 민도준 앞으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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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옛 기억을 여는 열쇠

공태준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와 동시에 좋던 기분도 한순간 흩어져 버렸다.이내 일어서 뒷걸음친 권하윤의 얼굴에는 경계가 가득했다.“경성에는 언제 왔어? 왜 여기 있는 거지?”“오늘 아침 도착했어요. 윤이 씨가 보고 싶어서 여기 왔고요.”권하윤의 날 선 말투와 달리 공태준의 어조는 여전히 느릿느릿하고 여유로웠다.하지만 예전에 너무나 많은 걸 겪은 터라 공태준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왠지 모를 공포감이 들었다.물론 겪은 일 때문인 것도 있지만 지금껏 지내오면서 느낀 공태준이란 사람 자체가 두려웠다.언제나 남의 약점을 찾아내 한 걸음 한 걸음 그 사람을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빠트리는 위험한 사람이었으니.“지금 봤으니 돌아가.”말을 마친 권하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다.그런데 그때.“오빠 보고 싶지 않아요?”공태준의 말에 권하윤은 순간 멈칫하더니 충격에 눈을 둥그렇게 뜬 채 고개를 홱 돌렸다.“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 오빠를…….”“오해했어요. 그냥 영상으로 보겠냐는 뜻이었어요. 저 윤이 씨 오빠한테 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겁먹을 거 없어요.”권하윤은 공태준을 빤히 바라봤지만 가슴 속에는 여전히 공태준의 입에서 자기 오빠가 나왔다는 공포감이 남아 있었다.결국 눈을 꾹 감으며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지금 당신 손에 우리 오빠가 있다고 나 경고하는 거야?”“아니에요. 윤이 씨 가족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약속했잖아요. 전 한 입으로 두말 안 해요.”공태준의 말 속에 섞인 위선적인 선의에 권하윤은 토가 쏠렸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가족 때문에 공태준과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무슨 영상?”공태준의 체온이 담긴 핸드폰 하나가 권하윤의 손에 건네졌다.각도를 보니 몰래 찍은 것인 듯했다.영상 속 이승우는 바이올린을 안고 있었다. 동생 이시영이 옆에서 자꾸만 재촉했지만 이승우는 끝내 바이올린을 켜지는 않았다.오빠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권하윤은 잘 알고 있다.8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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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다시 실수하면 안 돼

“거절할게.”허황한 행복은 마치 거울 속에 비친 환영처럼 쨍그랑 깨지고 말았다.그리고 그 순간 권하윤은 싸늘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아빠도 돌아가시고 식구들은 진작에 흩어졌어. 집도 진작에 없어졌다고. 게다가 당신이 말한 것들, 도준 씨도 똑같이 나한테 줄 수 있어.”공태준은 열쇠를 쥔 손을 툭 아래로 떨구었다. 하지만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하지만 차분한 눈에 조금 쓸쓸함이 더해졌다.“보아하니 민 사장님과 관계가 많이 좋아졌나 보네요.”“그래.”권하윤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나 23일에 결혼해. 관계가 나쁘면 결혼까지 하겠어?”“제가 준 USB안 자료를 다 보지 않았나 보네요.”확신에 한 말투였다.“봤으면 뭐? 그건 다 과거의 일이잖아. 지금 도준 씨 옆에 있는 사람은 나고!”공태준은 유감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저한테 그렇게 적대감을 가질 필요 없어요. 저는 그저 윤이 씨가 진실을 알면 감당하지 못할까 봐 그 USB를 건네준 거니까. 그걸 보고 잘 생각해 보라고.”진실이라는 두 글자에 권하윤은 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공태준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공태준은 나와 도준 씨가 결혼하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인데, 이런 말 믿으면 안 돼.’이미 한번 공태준의 이간질 때문에 민도준을 한번 다치게 했는데 또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난 진실이 뭔지 중요하지 않아. 그저 내가 도준 씨를 좋아하고 도준 씨도 나를 좋아하는 데다 우리가 이제 곧 결혼한다는 것만 알 뿐이지!”권하윤의 목소리는 매우 컸다. 그 목소리는 공태준에게 경고하는 동시에 자기를 설득하고 있는 듯했다.당연히 뭐라 더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공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이미 결정했다니 됐어요.”그러고는 권하윤의 초조한 얼굴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눈치껏 뒤로 물러났다.“저 먼저 갈게요. 저 그동안 리조트에 있으니까 궁금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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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어?

권하윤은 여전히 울적했지만 이런 때에 민도준이 자기 때문에 한눈을 파는 걸 원치 않았기에 이내 기운을 내며 말했다.“오늘 병원에 다녀왔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잘 회복했대요.”그 말에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지금 나한테 암시하는 거야?”“제가 언제 그랬어요. 그냥 말하는 거지…….”권하윤은 수줍어하며 고개를 파묻고 다시 밥을 먹느라 민도준의 눈에는 웃음기가 없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솔직히 민도준에게 공태준을 만났다고 말하지 않은 건 민도준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공태준이 찾아왔다는 걸 민도준이 알아 벌이면 또 풍파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민도준이 지금 민씨 가문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도 벅찬데 권하윤은 그를 더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고 어렵사리 여기까지 함께 걸어왔는데 곧 결혼을 앞두고 민도준과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게다가…….공태준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다.저녁을 먹고 난 뒤 권하윤은 민도준을 끌고 소파로 향했다. 그러더니 작은 손 위에 상자를 들어 내밀며 싱긋 웃어 보였다.“반지 왔어요.”민도준은 권하윤이 들어 올린 손을 힐끗 바라봤다.“마음에 들어?”“네. 엄청 마음에 들어요.”권하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민도준을 빤히 바라봤다.“저 이거 한번 껴보고 싶은데.”“그러면 껴 봐.”반지 케이스를 민도준 앞에 조금 더 내밀자 민도준은 권하윤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케이스를 받아 들어 뚜껑을 열었다.손이 잡히는 순간 뜨거운 온도가 손끝으로부터 전해지자 권하윤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권하윤은 숨을 고르고 민도준이 반지를 손에 쥔 걸 빤히 지켜보다가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는 순간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도준 씨,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반지 끼워준 적 있어요?”“그건 왜 물어보지?”민도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갑자기 차가워진 공기에 권하윤의 뜨겁게 달아올랐던 권하윤의 얼굴도 따라서 식었다.솔직히 권하윤도 자기가 왜 그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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