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우의 몇 마디 말은 마치 가시처럼 권하윤의 심장을 쿡쿡 찔러댔다.성은우는 스스로 멍에를 쓰더라도 권하윤을 속박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하지만 권하윤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어렵사리 한마디를 꺼냈다.“싫어요.”“음?”민도준의 목소리는 정서를 분별할 수 없었다.“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경성을 떠나게 해요. 그러면 도준 씨가 말했던 것처럼…….”권하윤은 목구멍에서 자꾸만 올라오는 떫은맛을 삼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은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게요.”민도준은 일전에 권하윤에게 이런 선택지를 준 적이 있다. 성은우가 살았든 죽었든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면 예전의 일은 모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그때는 성은우가 죽었든 살았든 관계하지 않을 수 없어 동의하지 못했지만 성은우가 안전한 지금, 권하윤은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이렇게 얽매여 있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민도준은 권하윤과 성은우를 번갈아 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어버렸다.“없는 사람이다 생각하겠다는 거 진심은 맞아? 혹시 내가 없는 곳에서 밀회라도 하려는 건 아니고? 우리 성은우 킬러님이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누구나 다 하는 사실인데 몰래 어디 숨어들어 만나고 갈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권하윤은 민도준이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기에 갑자기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마 권하윤의 약속은 민도준에게는 믿을만한 게 아닐 거다.하지만 권하윤이 어떻게 하면 민도준이 이 사실을 믿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총성이 들려왔다.“탕, 탕, 탕.”연속 세 번 울리는 총성에 놀라 고개를 돌린 권하윤은 성은우 무릎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피를 보고야 말았다.순간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입만 뻐금거릴 뿐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성은우는 마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침대를 짚은 채로 민도준을 바라봤다.“아직도 마음 놓이지 않으시다면 다른 한쪽도 부러트릴 수 있습니다.”
Last Updated : 2023-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