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541 - 챕터 550

1603 챕터

제541화 원해요

몇 번 버둥댔지만 오히려 눌리는 힘만 더 거세지는 힘에 권하윤은 억울했지만 화를 내지 못하고 그저 불만을 토해냈다.“얘기하고 있는데 뭐 하는 거예요?”하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일부러 몸을 아래로 눌러 권하윤의 생존 공간을 줄였다.이윽고 권하윤이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보자 귓가에 대고 속살거렸다.“말하고 싶으면 말해, 난 내할 일 할 테니까. 이래야 효육적이지 않겠어?”오랫동안 서로 맞닿지 않은지라 익숙하고도 강력한 기세에 눌려 권하윤은 다리가 후들거렸다.심지어 저항하는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다가 점점 야릇한 톤으로 변했다.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확함과 갈등은 남자에 의해 하나둘씩 깨졌다가 다시 자리를 잡았고 온 세상에 그저 야성적인 숨결과 권하윤을 속박하는 힘만 남은 것처럼 권하윤을 가두었다.정신이 그나마 남아 있을 때 민도준은 권하윤의 귀를 살짝 물며 악랄한 말투로 물었다.“할 말 있다더니 왜 말하지 않아?”그 말조차 자꾸만 몽롱해지는 정신 때문에 어렵게 들은 거다.다만 머리가 사고를 할 수 없게 되자 그저 민도준의 말을 반복했다.“말하지…… 않냐고요?”권하윤의 얼굴은 어느새 술에 취한 듯 발그스름해졌고 눈동자는 몽롱해져 나쁜 마음을 자극했다.“나랑 결혼하고 싶은지 말해. 매일 이렇게 나한테…….”살짝 잠긴 목소리는 권하윤의 귓가에서 힘 있고도 야릇한 말을 속살거렸다.원래도 뇌가 흐리멍덩했는데 민도준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히자 내비치지 않으려고 애쓰던 마음마저 모든 걸 뚫고 나와버렸다.‘도준 씨랑 결혼하고 싶냐고?’권하윤의 망설임은 그대로 민도준의 눈에 들어와 원래도 무섭던 눈은 더 침략적으로 변했다.‘입 열게 할 방법은 많아.’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흐물흐물해진 권하윤은 민도준의 어깨를 잡고 애원했고 민도준이 다시 똑같은 물음을 물었을 때 끝내 방어선이 허물어져 울음을 터뜨렸다.“좋아요. 결혼할래요.”“착하네.”민도준은 큰 손으로 권하윤의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더니 칭찬이라도 하듯 권
더 보기

제542화 돌아오면 사탕 줄게

“싫어요.”권하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다시 베개에 파묻었지만 미처 얼굴을 숨기지도 못한 그때 민도준에 의해 얼굴이 드러났다.“어제 숨 끊어질 것처럼 굴더니 안 가겠다고?”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은 화가 나서 졸음마저 달아나 버렸다. 이윽고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치켜뜨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그게 어디 병 때문이에요? 다 도준 씨가…….”“내가 뭘?”민도준은 손가락으로 권하윤의 목덜미를 쓸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혈이 막힌 곳이 많으면 아프다는 거 못 들어봤어? 좋은 마음으로 치료하게 해주려고 했더니 이렇게 배은망덕하면 어떡해? 응?”권하윤은 민도준만큼 얼굴이 두껍지 않은지라 얼른 이불을 끌어 얼굴을 묻었다.하지만 민도준은 오늘 웬일로 인내심이 생겼는지 아무 말 없이 권하윤을 끄집어내 욕실로 데려가고는 권하윤이 씻고 나오자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민도준이 이렇게 다정하게 할수록 권하윤은 오히려 더 쑥스러웠다.“가서 일 봐요. 저 혼자 들어갈 수 있어요.”권하윤이 병원에 안 가려 한 건 그저 이 시간에 밖에 나오기 싫은 것뿐이었다.하지만 퍼런 대낮에 사람이 많은 병원을 다니는 것도 위험한 일은 아닐 듯싶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쳤다.“가 봐. 돌아오면 사탕 줄게.”민도준이 얼굴을 쓱 문지르며 내뱉은 말에 권하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중얼거렸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사탕으로 달래지는 줄 아나?’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이윽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한민혁과 로건의 모습에 두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민도준을 밖으로 밀었다.“얼른 가봐요.”그러다 문이 열렸을 때 한민혁과 로건이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상할 정도로 벌겋게 된 로건의 얼굴이 보였다.권하윤은 그 상황이 의아해 민도준더러 두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며 끌어당기고는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민도준도 권하윤이 도둑고양이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모습을 보자 권하윤이 하자는 대로 옆에서 지켜봤다
더 보기

제543화 이름이 더럽혀지다

부끄러워진 권하윤은 민도준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은찬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심부전 초기 진단을 받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기침하는 것도 그 원인이고.다행히 아직 젊기에 병이 심하지 않아 몸을 잘 돌보고 휴식을 잘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의사의 말에 권하윤은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요즘 매일 불안함 속에서 살았는데 심장병이 안 걸린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했으니.하지만 은찬은 너무 놀란 나머지 주의 사항을 꼼꼼히 정리하고 약 처방을 받는 것도 자기가 하겠다며 권하윤을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권하윤은 그저 심심한 듯 주위를 둘러봤다.그러던 그때 마침 적의 가득한 얼굴과 마주치고 말았다.박민주를 본 순간 권하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박민주처럼 공주 대접을 받는 재벌가 여식은 보통 개인 병원에 가지 이런 곳에 올 리는 없을 테니까.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기를 찾아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역시나 권하윤이 그렇게 생각하기 바쁘게 박민주는 앞에 막아서는 바람에 무시하기도 쉽지 않았다.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세워 빙긋 웃었다.“박민주 씨, 오랜만이네요.”하지만 박민주는 지난번 권하윤 앞에서 창피를 당한 데다 민도준한테 대놓고 거절당한지라 권하윤을 보는 눈에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내가 창피당하는 거 보니까 좋았어? 나 민도준 씨 4년이나 기다렸어. 그런데 감히 홀랑 가로채? 이 도둑년!”영문도 모른 채 도둑년이라는 이름이 붙자 권하윤은 어이가 없었다.“박민주 씨, 제가 박민주 씨의 물건을 도둑질했어야 도둑이라고 하죠. 도준 씨가 물건이에요?”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워진 탓인지 박민주는 권하윤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당신처럼 더럽고 이기적인 여자는 민도준 씨한테 들러붙을 생각만 했지 도준 씨를 위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순간 미간이 팍 구겨졌다. 권하윤도 박민주가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더욱이 자기가 민도준과 결혼하면 약혼자 형까지 꼬시는
더 보기

제544화 옆에 두고 보려고 그래

“맞으면 어쩔 건데?”“할아버님이 도준 씨를 얼마나 아끼는데 손주가 이런 오해를 받는 걸 당연히 보고 있을 수 없으셨겠지. 당신같이 이기적인 여자만 도준 씨를 위해 생각하지 않아!”박민주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할 때 마침 은우가 돌아와 의아한 듯 쓱 훑어보더니 권하윤 앞으로 다가갔다.“권하윤 씨, 약 가져왔어요. 민 사장님이 권하윤 씨 건강 염려하셔서 밖에 오래 있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 얼른 돌아가요.”역시나 그 말에 박민주의 눈가는 붉어졌다.“당신 같은 여자는 도준 씨 짝으로 안 어울려!”잔뜩 화가 나서 떠나가는 박민주를 보더니 권하윤은 의아한 듯 은찬을 살폈다.“도준 씨가 그랬어? 그런 말 못 들었던 것 같은데?”“이건 민 사장님이 마음속으로 한 얘기인데 제가 들었어요.”헤실 웃으며 말하는 은찬을 보자 권하윤은 피식 웃음이 났다.“말은 참 잘해.”권하윤은 이미 결심을 내렸지만 박민주의 말을 듣자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검사 끝났어?”“네.”목소리를 듣는 순간 민도준은 권하윤의 기분이 울적하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또 어디 가서 괴롭힘당했어?”권하윤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기왕 함께하기로 결정했으니 속이고 싶지 않아 박민주를 만난 일을 모두 사실대로 말했다.“응? 그래서 그 말이 다 맞는 것 같아서 또 물러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그 말을 들은 민도준의 목소리는 조금 차가워졌다.그 목소리에서 위험함을 감지한 권하윤은 다급히 설명했다.“그런 뜻 아니에요. 그냥 그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요. 만약 도준 씨가 백제그룹을 물려받으면 이 사실들은 언젠가 수면 위로 드러날 테고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살을 붙여 안 좋은 안 좋은 여론을 만들 수 있잖아요…….”“그건 하윤 씨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미 지훈이랑 얘기가 끝났으니까. 그룹을 물려받는다 해도 지훈이가 대표직에 올라갈 거고 공관도 책임질 거야.”순간 권하윤은 숨이 턱 막혔다.결국은 박민주
더 보기

제545화 사탕 먹어

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권하윤의 귓불을 톡 튕겼다.“그러게 누가 귀가 그렇게 얇으랬어? 겁도 많고 놀라는 일만 있으면 달팽이처럼 숨어버리고.”“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요?”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에 귀가 간지러웠는지 목을 움츠리더니 턱을 민도준의 가슴에 대고 올려다봤다.“왜 안 물어봐요? 검사 결과가 어땠는지?”“의사가 이미 하윤 씨의 심장이 1분에 몇 번 뛰는지까지 알려줬는데 두 번씩이나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그 의사가 민도준이 소개해 준 거라는 걸 안 순간 권하윤은 마음이 따뜻해나 발꿈치를 들고 민도준의 목에 팔을 둘렀다.“고개 좀 숙여 봐요.”민도준은 고분고분 협조하더니 권하윤의 허리를 잡은 채 입을 맞췄다.그 때문에 신호 차단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멍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진소혜는 오히려 하던 일을 한참이나 멈추고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차단실 밖의 상황을 구경했고 민도준의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은 일부러 바쁜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권하윤은 민도준과 함께 차단실로 들어가 안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했다.“할아버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하지만 어르신은 대충 얼버무리기만 할 뿐 고개도 들지 않았다.이에 의아해진 권하윤은 이번에는 두 외삼촌과 인사했지만 두분의 얼굴에도 선명한 어색함이 묻어 있었다.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 길 없어 의아해하던 권하윤은 진소혜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웃음을 참으며 창문 쪽을 보라고 사인을 보내는 진소예의 눈빛을 따라 뒤로 돌아보는 순간, 권하윤은 창문이 밖에서 볼 때처럼 컴컴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두 사람이 아까 밖에서 했던 짓이 그대로 생중계됐을 걸 생각하자 권하윤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민도준을 봤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눈썹을 치켜올리며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 덕에 권하윤은 그곳에 남아있기 너무 난처한 나머지 몇 분 버티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달려 나갔다. 물론 민도준에게 바로 잡혔지만.“왜 도
더 보기

제546화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핑크 다이아몬드?”최수인은 약 2초간 아무 반응도 못하더니 따져 묻기라도 하는 듯 오히려 민도준에게 물음을 돌렸다.“핑크 다이아몬드라…… 민도준, 네 제수씨가 묻잖아.”권하윤은 그제야 시선을 다시 돌려 민도준을 빤히 쳐다봤다.하지만 민도준은 대답 대신 이마를 쿡쿡 찔러왔다.“괜히 트집 잡지 마.”그 한마디가 들리는 순간 권하윤은 이마도 아팠지만 마음이 더 아파 고개를 숙인 채 손톱을 뜯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마침 한민혁이 들어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민도준을 불렀다.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권하윤은 최수인을 힐끗 봤고 그 눈빛을 받은 최수인은 알겠다는 눈빛을 돌려줬다.권하윤은 벌써 민도준이 나가면 모든 걸 물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하지만 웬걸?“최수인.”민도준이 갑자기 최수인을 불렀다.그 목소리에 권하윤과 눈빛을 주고받던 최수인은 몸을 움찔했다.“어? 왜?”“어디 좀 놀러 가자.”민도준은 분명 선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최수인은 머리가 쭈뼛쭈뼛 곤두섰다.“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우리 이웃집 고양이가 새끼를 낳는데 도와주러 가야 해. 먼저 갈게!”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꺼내고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쏙 빠져나가려 했지만 두 걸음 정도 내딛자마자 옷깃이 조여왔다.민도준은 최수인은 민도준의 옷깃을 뒤에서 잡아당기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네 자식을 낳은 것도 아닌데 네가 급할 거 뭐 있어?”최수인은 오늘 재앙을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울상이 되어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제야 민도준은 목을 잔뜩 움츠린 채 없는 척 연기하는 권하윤을 바라봤다.“나 밤까지 일해야 하니까 별장에서 기다려.”“네.”권하윤은 나지막하게 대답하고 모두가 밖으로 나가버리자 입을 삐죽거렸다.‘그래, 말하지 마!’솔직히 진실을 알고 싶으면 USB에 들어 있는 모든 내용을 확인하면 그만이다.하지만 지난번 생일을 함께 보내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죽을 것처럼 힘들었기에 더 봤다가는 마음이 더 혼란해질까 봐
더 보기

제547화 괜찮겠어?

최수인은 민도준을 10몇 년 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이기에 민도준이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심지어 예전에도 절대 마음씨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민도준이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아마 자기를 죽이려 했던 여자는 아무리 사랑했어도 곁에 두지 않으려 할 거다.이건 사랑하느냐의 문제로 간단히 결론지을 문제가 아니다. 이미 죽이려고까지 했다는 건 더 이상 돌이킬 수 있는 여지조차 없는 거니까.최수인의 말에 민도준은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상관없냐고? 하, 내가 부처님인 줄 알아?”“그러면 왜 결혼하려고 하는 건데?”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에서 나는 연기는 민도준의 조각 같은 얼굴에 조금 그윽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안 그러면? 공태준이 공씨 가문 사람들을 처리하고 와서 권하윤을 쏙 빼내 가기를 기다리라고?”최수인은 잠깐 멈칫하더니 활짝 웃었다.“아하, 그냥 먼저 선수 치겠다는 거였어?”그 말에 민도준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먼저 선수 칠 거 있나? 이미 따먹었는데.”“얼씨구, 아직 하윤 씨 애인의 목숨을 가질 때가 아니다 이건가?”민도준의 잘난체하는 모습에 최수인도 잘난체하며 분석했지만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뜨거운 담뱃불에 데이고 말았다.“헉, 젠장!”최수인의 옷은 이미 구멍이 뚫렸지만 화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다.“지금 나 죽이려는 거야?”“좋은 기운을 먼저 나눠주는 거야.”민도준이 나른하게 한 대꾸에 최수인은 잿빛이 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이런 기운은 혼자 즐기셔!”이윽고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마구 비비며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참, 나 오늘 청첩장 받았는데 민승현이 이번 주말에 약혼식 올린다던데, 그 약혼식은 네 할아버지가 밀어준 거고. 하하, 너 제수씨 제대로 숨겨야겠다? 안 그랬다간 사람들이 뱉은 침에 익사할 수도 있어.”민도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앉으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물었다.“왜 숨겨야 하지?”최수인은 미친놈 보듯 민도준을 힐끗 봤지만 또 생각해
더 보기

제548화 풀어지다

별장.권하윤은 소파에 앉아 여러 가지 디자인을 앞에 놓고 멍때렸다.지금 권하윤이 보고 있는 주얼리는 모두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들인데 한민혁이 놓고 간 것들이다. 권하윤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고르면 디자이네에게 제작을 맡겨야 한다면서.솔직히 모든 디자인이 예뻤지만 마음이 이곳에 있지 않았기에 하나를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현재 권하윤의 머릿속에는 온통 ‘안 괜찮아. 그런데 권하윤을 포기하는 것도 안 괜찮아’라던 민도준의 말이 떠올랐다.민도준은 들어왔을 때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권하윤을 보고 은찬을 밖으로 내보냈다.그러더니 손가락을 탁 소리 나게 튕겨댔다.“정신 차려.”역시나 효과가 있었는지 권하윤은 깜짝 놀라며 민도준을 바라봤다.“언제 왔어요?”권하윤은 얼른 난장판이 된 테이블을 치운 뒤 민도준에게 자리를 내주었다.“힘들었죠? 제가 어깨를 주물러줄게요.”대답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작은 손은 벌써 민도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민도준은 주인한테 꼬리를 흔드는 듯한 권하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이윽고 별로 감각도 없게 내리치는 권하윤의 작은 손을 끌어왔다.“또 무슨 꿍꿍이야? 왜 이렇게 아부해?”권하윤은 편안한 자세를 찾아 민도준에게 기댔다.마음속에 꽉 찬 감동이 마구 흘러넘쳤지만 내리깐 눈에는 극도의 불안함과 불확실함이 담겨 있었다.“도준 씨, 혹시 언젠가 저를 죽이고 싶어지면 어떡해요?”민도준은 어이없다 못해 헛웃음이 나와 권하윤의 고개를 자기 쪽으로 돌렸다.“왜? 심장을 보고 나니 이젠 머리에 문제 생겼어?”권하윤은 민도준에게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손발을 함께 사용해 애써 가리면서 민도준의 품에 파고들었다.그러고는 민도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다.“무서워서 그래요. 만약…….”말을 하려고 보니 목이 메어 권하윤은 침을 여러 번 삼켰다.“만약 제가 실수로 잘못을 저지르면 혹시 저 버릴 거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민도준의 눈매는 살짝 가라앉았다.“그러면 어떤 잘못인지에 달
더 보기

제549화 손에 넣으니 아끼지 않는다

민도준은 실소하여 권하윤의 코를 살짝 쥐었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나 주얼리 디자인도 배운 적 없어. 못생긴 작품이 탄생하면 어떡해? 그래도 하고 다닐 거야?”권하윤은 못생기든 예쁘든 그런 건 상관없었기에 민도준의 목을 두른 채 애교를 부렸다.“전 못생긴 게 좋아요.”권하윤이 소파에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민도준은 권하윤의 허리를 꼭 잡았다.“그만해. 이러지 마.”민도준의 목소리에서 귀찮음이 담겨 있다는 걸 느낀 권하윤은 실망한 듯 손을 풀었다.“네.”풀이 죽어 옆에 놓인 설계도를 봤지만 순간 기운이 없어졌다.그런 모습에 민도준은 재밌었는지 권하윤의 머리를 꾹 눌렀다.“왜 그래? 동의하지 않았다고 성깔 부리는 거야?”권하윤은 입을 삐죽거렸다.“도준 씨한테 누가 감히 성깔 부리겠어요. 간이 배 밖에 나오지 않은 이상.”“내가 너무 오냐오냐했나 보네.”권하윤은 자기가 사실 무리한 부탁을 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반지라는 두 글자에 왠지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이거로 민도준의 마음속에 자기가 얼마만큼 차지하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민도준의 마음속에 오직 자기만 있다는 걸 확인하면 용기가 더 생길 것만 같았다.민도준한테 자기의 모든 걸 털어놓을 용기.늦은 밤.샤워를 하고 나온 권하윤은 바로 이불 속에 들어가 슬금슬금 민도준에게 가까이했다. 하지만 살이 닿으려 할 때, 인간 난로는 바로 권하윤에게서 멀어지더니 방 안의 불이 바로 꺼져버렸다.“이제 자.”‘응? 이렇게 잔다고?’“아니면 어쩔 건데?”민도준의 말에 권하윤은 그제야 자기가 속으로 생각했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걸 알아차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하지만 말은 이렇게 했으면서 속으로는 남자는 역시 손에 넣은 것에는 흥미를 잃는 동물이라고 구시렁댔다.한참을 누워 있었지만 권하윤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약 두 번 정도 뒤척였을 때, 민도준의 긴 팔이 권하윤을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자지 않고 뭐해?”허리에 닿는 뜨거운 손이 잠옷
더 보기

제550화 흔들리는 마음

민도준의 수단을 권하윤은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단순한 수단을 보게 된 건 처음이었다.분명 권하윤을 생각하는 척 배려하는 척했지만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권하윤을 손으로만 툭툭 건드렸다.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니 권하윤은 속도가 늦어지는 게 오히려 더 괴롭다는 걸 알아차렸다.한바탕 제대로 교육을 마친 민도준은 나른해진 권하윤을 품에 안았다.“도준 씨.”“응.”“혹시 괴로워요?”권하윤은 작은 얼굴로 민도준의 어깨를 비비며 애교 부리듯 물었다.그 동작에 민도준은 권하윤의 허리를 살짝 주물렀다.“그걸 말이라고 해?”“아니면 저도 해줄까요?”얼굴은 부끄러움에 이미 빨개졌지만 손은 벌써부터 대기하고 있었다.하지만 오히려 민도준의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정도 실력으로 오늘 밤을 새우려고 그래?”“저도 실력이 늘었다고요. 게다가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는데. 어디가…… 안된다는 건지…….”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지만 민도준은 똑똑히 들어버렸다.이윽고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민도준은 일부러 뜻을 왜곡하며 되물었다.“뭐야? 내가 괴로울까 봐 걱정된 게 아니라 아직 성에 안 차서 그러는 거였어?”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에 부끄러워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민도준은 오히려 더 놀려댔다.“욕구 불만인 건 알겠는데 사흘 동안 약 잘 챙겨 먹어. 다음번에 재검사했을 때 아무 문제도 없다면 제대로 한 번 놀아줄 테니까.”점점 더 어이없어지고 수위도 높아지는 농담에 권하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저 잘 거예요!”솔직히 이번에는 정말로 피곤했다.침대에 누어 있다보니 눈꺼풀이 자꾸만 맞붙으며 끝내 꿈나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설렘은 꿈속에서도 이어졌다.꿈속에서 권하윤은 또 그 복도에 서 있었다.제대로 보이지 않던 낮의 장면이 꿈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였다.고개를 돌린 민도준의 얼굴 반쪽에 그늘이 드리웠고 입꼬리는 매력적인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민도준이 보고 있는 건 권하윤이 있는 방향이었다.꿈속에서 떨
더 보기
이전
1
...
5354555657
...
16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