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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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이름 빌려줬으니 하윤 씨를 내게 빌려줘

권하윤은 민도준이 말한 똑똑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때문에 잠깐 머리를 굴리던 끝에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도준 씨가 오지 않았다면 제가 위험한 일을 당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고마워요.”평소의 화장기 없던 얼굴이 짙은 화장에 가려져 마치 화려한 가면을 쓴 듯 그녀의 모든 정서를 가려주었다.민도준은 재밌는 듯 피식 웃으며 그녀의 가발을 손가락에 돌돌 감으며 빨간색 머리 때문에 더욱 하얗게 보이는 권하윤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봤다.“그런데 하윤 씨 빨간색이 잘 어울리네.”갑자기 전환된 화제에 권하윤은 방심하지 않고 낮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민도준의 욕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보고 있자니 하고 싶어졌어.”“콜록콜록-”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쪽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시각 장 형사는 자기의 예민한 청각을 탓하며 서둘러 라디오를 켰다.이러한 일이 있고 난 뒤라 그런지 참고자 신분으로 민도준과 권하윤을 조사할 때 장 형사는 극도로 불편했다.다행히 증인과 증거가 확실하고 더욱이 동영상까지 있는 터라 조 사장 일행은 곧바로 구속되었다.그렇게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경찰서에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다.하지만 계단을 두 개쯤 내려갔을 때 민도준이 뒤따라오지 않는 걸 발견한 권하윤은 잠깐 멈춰서서 그를 돌아봤다.“왜 그래요?”민도준은 담배를 손에 든 채 그녀를 내려다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풍경이 아름다워서 구경 좀 하느라고.”‘풍경?’권하윤은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위에는 그저 평범한 주택가뿐이었다.이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민도준이 마침 내려오며 한 손으로는 불에 타들어 가는 담배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농담조로 말했다.“하윤 씨 말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덮쳐오는 입술에 권하윤은 잠시 멍해 있더니 반사적으로 민도준을 밀어냈다.하지만 민도준은 힘을 쓰지 않은 터라 그녀의 손에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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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미어지는 가슴

민도준의 이름을 팔아 어느 정도 원하는 목적을 이루었기에 할 말이 없어진 권하윤은 눈치껏 동작을 멈췄다.이에 만족한 민도준은 그녀의 등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카락을 앞으로 넘기며 그녀의 훤히 드러난 등에 입을 맞췄다.등줄기를 따라 점점 더해지는 상대의 뜨거운 숨결에 권하윤은 몸을 흠칫 떨다가 끝내 자기의 배를 문지르는 민도준의 손을 꽉 잡았다.“도준 씨.”“응?”민도준의 낮고도 욕망이 가득한 목소리에 위기감을 느낀 권하윤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이야깃거리를 찾았다.“조 사장 징역 살 수 있나요?”권하윤의 말에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진동이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전해져 더욱 안절부절못했다.그러던 그때 민도준이 그녀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렇게 귀여워?”권하윤은 그제야 자기가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행히 작은 오프닝이 있은 뒤 민도준은 더 이상 그녀를 아까처럼 괴롭히지는 않고 그저 가끔씩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조용한 차 안 때문에 밖에서 들리는 경적이 더욱 요란하게 들렸다.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길거리에는 차가 막혀 움직임이 매우 더뎠고 가다가 자꾸만 멈추며 조금씩 흘들리는 데다가 민도준이 자꾸만 등을 문지르는 바람에 권하윤은 잠이 솔솔 몰려왔다.민도준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권하윤의 머리가 의자에 부딪히기 전 때마침 손을 뻗어 그녀의 의마를 받들었다.손바닥에 닿은 권하윤의 얼굴은 조금 차가웠지만 잠든 그녀는 눈을 떴을 때처럼 경계하지 않아 새끼 고양이처럼 귀엽기만 했다.그런 그녀를 흐뭇하고 바라보며 어떻게 놀려먹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핸드폰 화면을 확인해 보니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한민혁: 도준 형, 지금 통화 가능해?]-멀리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 권하윤은 그제야 조금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어둑어둑한 차 안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일어나려고 할 때 귓가에 나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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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몸을 도구로 사용하다

손바닥 아래에 느껴지는 피부는 차갑고 매끄러웠으며 눈앞의 여인은 다른 때보나 순종적이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억울함도 서러움도 참고 자기 몸을 도구로 사용하면서까지 그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애쓰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씁쓸한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이윽고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권하윤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을 움직여 그녀의 목을 조르며 자기 쪽으로 당겨왔다. 그러더니 상대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녀의 나시끈을 끊어버렸다.“좋아, 그렇게 원한다면 어디 확인해 보자고.”-병원.“제 동생과 함께 저 구해주러 와줘서 고마워요.”“아닙니다. 마침 가던 길이었습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하윤 씨를 따라간 건 우연이었지만 희연 씨 구한 건 우연 아닙니다. 네. 바로 이겁니다.”권희연의 감사 인사에 로건은 연신 손을 젓던 로건은 점점 이상해지는 말에 당황하는가 싶더니 겨우 제대로 해명한 뒤에야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였다.순수한 그의 행동에 권희연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붕대를 감은 고개를 푹 숙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니 죄송해요. 못 볼 꼴 보여드렸네요…….”“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로건은 연신 손을 저으며 또렷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민 사장님이 말씀하셨는데 본인 의지로 한 게 아니면 본인이 한 게 아니래요.”말도 안 되는 억지를 너무나 순수한 표정으로 부리는 로건의 모습에 권하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하기만 했다.하지만 남의 의견을 반대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그녀는 오히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냐고 되물었고 로건은 그녀의 물음에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민 사장님이 말씀하셨는데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자기가 한 일이 맞지만 할 수 없이 한 일은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희연 씨도 할 수 없이 그런 일에 휘말렸으니 자기 자신을 괴롭힐 필요 없어요.”그의 말에 권희연은 순간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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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발각

러시아워로 찾아온 교통 체증도 어둠이 깊어지자 점점 완화되었고 집집마다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며 밤하늘을 알록달록하게 수놓기 시작했다.하지만 환한 불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수풀 사이에서 불쌍하게 갈라진 애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하면…… 안 돼요?”붉은색 가발은 자꾸만 덜컹거려 마구 흐트러졌고 질감 좋지 않은 머릿결이 땀에 젖어 어깨와 얼굴에 들러붙었다.분명 야릇하고 섹시했지만 원래의 모습보다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에 민도준은 큰 손으로 그녀의 가발을 벗겨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칼을 해방해 주었다.그리고 검은 비단결 같은 머리가 양옆으로 흘러내린 순간 민도준의 두 눈은 마침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났다.이윽고 그는 다섯 손가락으로 권하윤의 머리카락 사이로 깊이 파고들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나더러 확인해 보라며? 아까는 자신 있게 말하더니 이제는 안 되겠어?”권하윤은 머리를 의자에 기대며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콧속을 파고드는 야릇한 밤꽃 냄새에 원래도 맑지 않던 머리가 점차 무거워졌다.“저 힘들어요…….”하지만 어렵사리 한마디를 내뱉은 순간 그녀의 얼굴을 강제로 민도준 쪽으로 돌려졌다. 민도준은 그녀의 쓰러질 듯한 모습을 바라보며 야릇하고도 잔인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경고하는데, 나 만족 안 하면 다른 짓 저지를 수도 있어. 예를 들면 하윤 씨와 함께 오늘 일을 벌인 로건에게 벌을 준다던가.”남자의 말에 권하윤의 등은 순간 뻣뻣하게 두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체념하기라도 한 듯 민도준의 가슴에 기댄 채 고개를 들며 순종적인 자세를 취했다.“착하네.”“…….”그렇게 권하윤과 몸을 섞은 민도준은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선심을 쓰듯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차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권하윤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녀의 몸은 남자의 커다란 외투에 의해 가려져 오히려 눈물법벅이 된 얼굴이 더욱 가련해 보였다.두 번 불렀지만 권하윤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자 민도준은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낮게 속삭였다.“그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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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지금 내 사람 빼앗으려는 거야?

민도준이 방에서 나왔을 때 민승현은 마침 방문 앞에 서 있었다.하지만 고작 몇 분 사이에 그는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잘생긴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고 온몸에서 광기를 뿜어내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하고 말이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를 가볍게 무시한 채 좋은 형처럼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가자, 내려가서 얘기해.”거실.민도준은 털털하게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하지만 민승현은 오히려 여유로운 그와는 달리 잔뜩 얼어붙은 채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분명 그의 집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손님처럼 안지도 서지도 못한 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기 집인 것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는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그때 민도준이 건너편 소파를 향해 고개를 까딱거리며 입을 열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앉아.”“두 사람 언제부터야?”민승현은 끝내 참지 못 하고 낮게 소리쳤다.하지만 민도준은 귀찮은 듯 고개를 돌리며 거리를 조금 유지하더니 그를 힐끗 바라봤다.“승현아, 너도 이젠 어린애가 아닌데 매사에 그렇게 감정조절 못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할 말 있으면 해, 소리치지 말고.”그런데 이미 이성을 잃은 민승현은 민도준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새 던져버렸는지 높게 소리쳤다.“둘이 진작부터 붙어먹었지? 그렇지?”자기의 형과 약혼녀가 자기 몰래 뒤에서 붙어먹으며 한민혁을 내세워 그를 바보로 만든 것만 생각하면 그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하지만 잔뜩 흥분한 그와 달리 민도준은 여유롭게 담뱃재를 털어버리며 조금의 미안함도 없는 미소를 지었다.“같은 식구끼리 붙어먹는다니, 듣기 좀 거북하네. 네가 바쁜 것 같아 내가 대신 제수씨 돌봐준 것뿐이야.”그 말에 민승현은 피가 거꾸로 솟았고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돌봐줬다고? 돌봐준다는 사람이 침대에까지 끌어들여? 형! 권하윤은 형 제수씨야. 내 약혼녀고 내 여자라고!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쯧.”참을성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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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이상야릇한 관계

기다리다 지친 한민혁은 민도준의 번호를 보는 순간 반가운 듯 전화를 받았다.“도준 형, 형 지금 통화 가능해?”“응. 해원에 무슨 일 있어?”“아니 그게…… 형이 시킨 대로 공태준을 죽어라 감시했는데…… 이상한 점이 없던데? 그냥 하던 대로 행동하기만 하고. 내가 건너 건너 알아봤는데 공태준은 권하윤 씨를 만난 적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른대.”“음?”민도준의 눈에는 일순 흥미가 흘러나왔다.“그런데 걱정 마. 내가 다른 방법 생각해서 요 며칠 내로 반드시 알아낼 테니까.”“그럴 필요 없어. 돌아와.”“뭐?”한민혁은 민도준의 뜻밖의 명령에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나 아직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는데 이대로 돌아가라고?”“딱 보면 상대가 나를 경계하고 있는데 네가 무슨 수로 알아내려고? 아예 공태준 머리라도 열어보게?”한민혁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내가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해서 공태준한테 발각된 거야?”“너랑은 상관없어.”민도준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희뿌연 연기 속에서 알 수 없는 눈을 번뜩였다.그날 그가 일부러 권하윤더러 소리를 내게 한 건 일부러 상대를 시험해 보기 위함이었다.그때 공태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었다. 더욱이 지금 그가 보이는 모든 행동도 그와 권하윤이 서로 모르는 관계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하지만 공태준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바로 과유불급,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것.만약 그가 진짜로 권하윤과 모르는 사이라면 자기가 아끼는 부하가 권하윤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리 없다. 이미 모든 일을 알고 있어 아무것도 알아볼 필요가 없다면 모를까.“혹시 해원에서 문태훈 만났어?”느닷없는 민도준의 물음에 한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말도 마. 나도 그 자식을 통해 뭐라도 좀 알아내려 했더니 전원이 계속 꺼져 있더라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출장 갔대.”민도준은 피식 웃었다.‘출장? 하늘나라면 모를까.’전화를 끈 민도준은 이미 끝까지 타 손을 뜨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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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빼앗아 올 거야

강민정이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말하려던 찰나 누구라도 아는 사람이 생기면 2층에서 뛰어내리는 거로 끝내지 않을 거라던 민도준의 경고가 갑자기 귓가에 맴돌았다.이에 몸을 흠칫 떤 그녀는 최대한 억울한 목소리로 민승현을 설득했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겠어.”“못 알아듣겠다고?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봤어!”자초지종을 들은 강민정은 민승현이 스스로 발견했다는 사실에 살짝 안도했다.하지만 민승현의 분노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왜 권하윤이 한민혁 그 자식이랑 바람피운다고 나 속였어? 대체 무슨 목적이야?”강민정이 민씨 저택에서 쫓겨난 뒤로부터 민승현은 줄곧 그녀에게 차갑게 대했다.오늘만 하더라도 그녀의 집으로 들어오기 바쁘게 소리부터 질러대며 그녀 탓을 하는 민승현의 태도에 강민정은 억울하고 눈물이 났다.“오빠, 내가 어떻게 새언니 때문에 오빠를 속이겠어? 오빠를 위해서 내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오빠는 어쩜 나를 믿지 못해?”“너…… 왜 이래?”그제야 강민정의 깁스를 한 강민정의 다리와 반쪽 가면을 쓴 그녀의 얼굴을 본 민승현은 놀란 듯 되물었다.여전히 자기를 걱정하는 듯한 상대의 목소리에 강민정은 곧바로 이것저것 살을 보태 자기가 겪은 일을 하소연했다.물론 다리와 얼굴에 난 상처는 자기가 권하윤과 민도준이 바람피운 걸 목격하여 상대가 자기를 협박하려고 때린 거라고 둘러댔다.“그 두 사람이 나 협박했단 말이야. 오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잘못했어.”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데다가 성년이 되자마자 바로 몸과 마음을 자기한테 바친 강민정이 이런 꼴을 당하자 민승현은 마음이 약해져 곧바로 그녀를 부축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가 담겨있었다.“만약 네가 내 돈 뜯어내서 그 그림만 사지 않았으면 쫓겨날 일도 없었잖아. 이런 일도 당할 리 없고.”“오빠, 그게 아니야. 그 그림은…….”“됐어!”민승현은 귀찮은 듯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민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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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매혹적인 그녀

아침밥을 장미꽃으로 장식된 테이블에 놓고 과일 주스를 따르는 민승현의 모습을 본 권하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의아한 듯 퉁명스럽게 던진 말에 민승현은 고개를 돌려 권하윤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순간 그의 눈에는 분노와 한이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가라앉혔다.“내가 특별히 너를 위해 아침을 차렸으니 얼른 와서 먹어.”“네가?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너 괜찮아?”권하윤의 반응에 화가 치밀어 오른 민승현은 버럭 소리쳤다.“내가 계속 집에 안 들어온다고 했으면서 다시 들어와 아침까지 차려줬는데 이런 태도야?”하지만 그의 말에 권하윤은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내가 어떤 태도였으면 좋겠는데? 평소에 관심도 없이 밖에서 술 마시고 여자 끼고 놀다가…….”옆에 뜯어놓은 배달 음식 포장지를 힐끗 바라보더니 그녀는 말을 이었다.“배달 음식을 아침이랍시고 준비해 준 거에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해야 해?”그녀는 민승현이 당연히 그녀의 말에 여느 때처럼 호통을 치며 문을 부수고 나갈 줄 알았는데 민승현은 오히려 어두워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화를 참고 있었다.그리고 몇 초 뒤.“내가 전에 널 너무 냉대했어.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먼저 앉아서 밥 먹어.”민승현의 이러한 변화가 권하윤은 너무 놀라워 귀신이라도 들린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하지만 어찌 됐든 민시옇은 명의상으로 그녀의 약혼남이었기에 권씨 집안의 위험을 해결하지 않은 한 여전히 다섯째 작은 사모님 타이틀이 필요했다.때문에 권하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올라가서 옷 좀 갈아입고 올게.”그 순간 민승현은 권하윤의 슬립원피스에 가려진 허리를 보며 음침하게 눈을 접었다.식탁에서 먹는 아침은 어색할 만큼 조용했다.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게 얼마 만인지 가늠도 안 갈 지경이었으니까.게다가 민승현은 권하윤이 뭔가 낯설게 느껴졌다.그녀는 오늘 베이지색 목폴라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섹시한 차림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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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1달 안에 아이를 가져야 해

[다음번엔 꼭 그럴게.]“…….”문자를 삭제하기 바쁘게 차는 어느새 권씨 저택에 도착했다.민승현이 당연히 자기를 이곳에 내려주고 떠나갈 줄 알았지만 따라 내리는 걸 보고 권하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나랑 같이 들어가게?”“약혼한 사이에 내가 들어가는 것도 안 돼?”그의 말에 권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집에 온 건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라는 권미란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인데 민승현이 따라 들어가면 당연히 불편할 게 뻔했다.“너도 같이 들어가겠다면 내가 먼저 어머니한테 말해놓을게. 네가 왔는데 점심은 같이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아참, 그리고 할머니도 전에 너 보고 싶다던데 오늘 나랑 같이 할머니 뵈러 가는 건 어때?”일부러 이것저것 말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민승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어르신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은 일인 데다 권씨 가문 같은 말단 재벌가에 예의를 차리며 대접하는 척해야 하는 것조차 귀찮고 가치가 없었으니 말이다.“됐어. 그걸 다 끝내려면 하루도 모자라겠네. 혼자 들어갔다가 나와, 밖에서 기다릴게.”권하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권미란은 집에 없었다. 그저 그녀의 검진을 맡을 사람만 집에 남겨뒀을 뿐,권씨 가문은 집안 여자들의 몸에 대해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관리하고 통제했다.때문에 이런 검진도 권하윤은 처음 겪는 게 아니었기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그저 어제 민도준이 너무 몰아붙여 가정의를 마주하기 껄끄럽고 어색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생리는 언제 끝났어요?”권하윤은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대답했다.하지만 의사는 그 말을 듣자 다짜고짜 그녀에게 주사를 놓았다.뾰족한 바늘을 피부에 찔러넣으면서 의사는 아무 감정 없는 로봇처럼 말을 이어갔다.“이건 임신 확률을 높이는 주사예요. 이걸 맞으면 몸이 약간 불편하고 배와 허리가 아플 수 있는데 정상 반응이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사모님께서 사흘에 한 번씩 임신할 때까지 맞으라고 하셨으니까 주기적으로 집에 오시고 여기 주의사항대로 잠자리를 가지면 임신에 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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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저지르고 보다

민도준도 온다는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갑자기 묘해졌다.하지만 민승현의 반응은 권하윤보다 훨씬 컸다.이에 이상함을 느낀 민시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내뱉었다.“뭐야? 도준 오빠가 온다니까 고양이 만난 쥐처럼 왜 그래? 이렇게 컸으면서 아직도 오빠가 무서워?”그저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민승현은 마침 꼬리라도 밟힌 듯 펄쩍 뛰며 반응했다.“누가 무섭대? 그저 놀랐을 뿐이야! 됐어, 얼른 들어가자.”말을 마친 민승현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먼저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민시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그 시각 권하윤도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이 일이 있은 뒤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네 사람의 분위기는 여전히 이상했다.다행히 민시영이 계속 대화를 이어간 덕에 분위기가 너무 싸해지지 않았을 뿐.하지만 대화 도중 권하윤은 민시영이 고은지와 약속을 잡고 함께 다닌 게 이번 한 번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하긴. 고은지야말로 민도준과 어울리는 진정한 재벌 집 아가씨이니 민시영이 그녀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당연했다. ‘나 같이 명분 없는 사람은 그저 옆으로 물러나야지 어쩌겠어.’그렇게 대화를 나눈 지도 약 반 시간 정도 지났는데 민도준이 여전히 얼굴을 비치지 않자 민시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도준 오빠가 또 우리 바람맞히려나 보네. 아니면 우리 먼저 음식부터 주문해요.”나머지 세 사람도 그녀의 말에 다른 의견이 없었다. 특히 민승현은 민도준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마치 무거운 짐이라도 내려놓은 듯 가벼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잠시 뒤, 웨이터가 어떤 음료를 주문하겠는지 물을 때 민시영은 권하윤을 바라보며 장난조로 말했다.“다섯째 숙모가 두 사람 곧 좋은 소식 있을 거라던데, 두 사람은 술 먹지 마.”“그래. 그럼 아무 음료나 시켜 줘.”민승현은 마음이 흔들린 듯 대충 얼버무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고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술집에서 알게 된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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