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봐요 공 가주.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아직도 소년처럼 꿈만 꾸면 안 되지”비웃음이 다분한 도준의 말에 옆에서 듣는 하윤마저 등골이 오싹했다.하지만 당사자인 공태준은 오히려 무덤덤한 태도로 느긋하게 말했다.“사람일은 모르는 거죠. 민 사장님이야 말로 제 동생과 평생을 기약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잖아요. 그러니 저도 기다리다 보면 알 게 뭐예요?”대화가 오갈수록 분위기는 점점 굳어졌고, 두 사람 사이에 낀 하윤만 점점 숨막혔다.하지만 이제 막 뭐라 말하려는 순간, 하윤의 어깨를 누르던 손에 힘이 더해졌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눈치껏 입을 다물었을 하윤이지만, 방금 전 상황을 생각하자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이에 하윤은 도준의 경고도 무시한 채 태준을 바라봤다.“아버지의 피아노를 찾아준 거 고마워. 나 먼저 갈게.”말을 마치지마자 하윤은 도준의 팔을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솔직히 도준에게 붙잡힐까 봐 꽁무니를 내빼는 거였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화가 나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도준도 하윤이 이토록 무모하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오호라, 팔이 밖으로 굽는다 이거야? 딱 기다려.’……태준은 뒤를 쫓아가지 않고 잇따라 떠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경매장을 떠났다.그가 차에 오르자 차 안에 있던 여자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한참을 기다린 듯해 보였다.공은채는 태준의 기색을 살피며 피식 웃었다.“웬일로 기분 좋아 보이네?”“뭐, 그냥 그래.”태준이 미처 건네지 못한 티슈를 바라보며 낮게 대답했다.공은채는 더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오히려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아마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거야.”태준은 무라 더 대답하지 않고 운전석에 놓인 쇼핑백을 바라봤다.“쇼핑했어?”“응.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꾸민다고 하잖아. 그러니 나도 잘 꾸며야지.”분명 스윗한 멘트를 하고 있었지만 여자의 눈빛은 차갑기만
Last Updated : 2024-02-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