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Bab 431 - Bab 440

2246 Bab

제431화 남편이 그렇게 보기 싫어요?

오늘도 역시 잘 노는 귀공자 차림을 한 신이한이 뻔쩍뻔쩍한 스포츠카를 몰고 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페니 씨, 우선 사장의 자리를 갖게 된 걸 축하해요. 근데 BK사와는 협력하자 했으면 왜 저는 안 찾아와요?”성혜인도 신이한을 찾아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단지 매번 신이한을 찾으러 갈 때면 늘 그가 엄청난 일을 만들었기 때문에 꺼렸던 것이었다.신이한은 차 문을 열며 그녀에게 차에 타라 손짓했다.“페니 씨가 저를 찾아오지 않으니 제가 찾아와야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력 건을 제시하는데, 어때요?”그제야 성혜인은 거절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신이한은 단발머리를 한 성혜인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미친! 너무 예쁘잖아!’모두가 반승제의 아내는 못난이라고 말했는데, 만약 성혜인이 못난 거면 감히 자신이 예쁘다고 말할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 같았다.“일 때문에 그 아름다운 머리를 자른 거예요?”그는 계속해서 농담을 하다가 문득 그녀의 목에 둘려있는 스카프를 발견했다. 비록 그 모습도 예쁘긴 했지만, 눈치 빠른 신이한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해냈다.성혜인은 신이한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모른 채 단 한마디만을 건넸다.“반승제 씨가 있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신이한은 핸들을 꽉 잡으며 피식 웃었다.“남편을 그렇게 보기 싫어요? 윤단미 씨한테 한 수 배워야겠네요. 듣기로는 요 며칠 어디 다쳤다나? 그래서 반 대표님한테 하루에도 10통 가까이 전화를 건다고 하던데요.”성혜인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신 대표님은 많이 한가하신가 보네요? 여자들 사이의 가십거리도 이렇게 잘 알고 있는걸 보면요.”“한가한 게 아니에요. 페니 씨랑 관련된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신이한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에는 갑자기 침묵이 돌았다.성혜인도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미간만 구길 뿐이었다.그때, 신이한이 몇 마디 덧붙이며 말했다.“반 대표가 진짜로 윤단미 씨랑 결혼하겠다 하면 어쩔거예요?”그러자 성혜인이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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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여러 번이나 같이 잤는데

신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나는 지금 페니 씨를 도와주고 있는 거잖아요. 윤단미가 반승제한테 찰싹 붙어있는 저 꼴 못 봤어요?’신이한의 말소리를 들은 윤단미는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별꼴이야 정말. 페니 씨는 결혼도 했으면서 신이한 씨한테 작업을 건 거야? 신이한 씨도 취향 참 독특한가 보네. 남편 없는 틈을 타서 집에까지 몰래 가려고 하다니.”반승제의 마음은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승제야, 나 데려다줘.”“심 비서한테 데려다주라고 얘기할게.”“근데 나 아직 다친 몸이란 말이야.”윤단미가 다친 거라곤 납치범에게 뺨 두 번 맞은 것과 발을 접질린 것밖엔 없었는데 그마저도 이미 부기가 다 빠진 상태였다.“나 회사 돌아가서 회의에 참석해야 해.”그가 회사로 돌아가 회의를 한다는 말을 듣자 윤단미도 더는 성가시게 굴지 않았다.한편, 성혜인은 신이한과의 통화가 종료된 후에도 당최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지만 신이한이 그녀를 일깨워준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모름지기 결혼한 사람이라면 집안에 반드시 남자 신발 두 켤레쯤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집 아래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싸구려 가죽구두와 슬리퍼 몇 켤레, 또 남성 잠옷 몇 벌을 구매했다.그러고는 집으로 올라가 봉지를 뜯고 막 진열을 끝냈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정말 온 거야?’성혜인은 그 사람이 신이한인 줄 알았다.신이한이라면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살며시 열었다.“신 대표님...”그러나 뜻밖에도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신이한이 아닌 반승제였다.그를 본 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걸음 물러서더니 재빨리 문을 막아섰다. 다른 뜻은 없었고 단지 오늘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안 들여보내 줄 거야?”그는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장이 벗겨지는 순간 반승제는 또다시 그녀의 말은 무시한 채 오히려 입으로 강하게 틀어막을 걸, 성혜인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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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감히 나한테 화를 내?

인정사정없는 그녀의 행동에 반승제는 하마터면 문에 손이 끼일 뻔했다.그는 문밖에 서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머릿속이 꽉 막힌 것처럼 말이다.얼마 정도 지나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반승제는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랐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은 주변의 모든 사물을 얼어붙게 할 것 같았다.반승제는 화가 날수록 냉정해지기 위해 애를 썼다.단지를 빠져나오는데 그의 눈에 때마침 차에 기대 담배를 피우는 신이한이 들어왔다. 그러자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어? 반 대표님 아니신가요? 어쩜 여기서 다 만나죠?”반승제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바로 자신의 차 문을 열고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제자리에 서 있던 신이한은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자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여자를 원해 반 대표? 하지만 어떤 여자도 내가 쳐놓은 그물은 피할 수 없을 거야. 그게 설마 네 아내인 성혜인이라도 말이야.’신이한이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이유는 그저 반승제와 같이 촉망받는 천재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일단 페니가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반승제는 그녀와 당당하게 사랑을 나누며 침대에서 뒹굴게 될 게 뻔했다.이 점을 납득하게 된 신이한은 참지 못하고 바로 비속어를 내뱉었다.‘멍청한 놈, 이런 일은 하지 말았어야지. 계속 페니 씨가 신분을 속일 수 있도록 도와 두 사람이 빨리 이혼하게 했어야지!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나중에 반승제가 손을 쓰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신이한은 자신을 꾸짖었다.멀어지는 차 위에서 반승제는 이선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선은 그의 전화가 조금은 영광스러웠다. 왜냐하면, 반승제는 한 번도 주동적으로 그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반 대표님.”침착한 말투와는 달리 반승제는 두 손으로 핸들을 꽉 붙잡고 있었다.“이 대표님, 혹시 BK사가 서천 쪽에 파견한 총책임자가 누군지 좀 알 수 있을까요?”이선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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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아직 손도 안 잡아봤는걸요

성혜인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반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반승제가 닥치는 대로 휙 내던지는 바람에 어디로 굴러갔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그녀는 소파도 들어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역시나 찾지 못했다.겨울이가 옆에서 그녀더러 만져달라고 계속 장난을 치며 뛰어다녔으나 성혜인은 못 본 척했다.바닥을 모두 훑어보았지만, 반지는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풀이 죽어 눈시울을 붉혔다.‘오늘 밤 끼는 게 아니었는데...’반지는 마치 공중에서 사라진 것처럼, 자정이 되도록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초조해진 성혜인은 잠시 소파에 앉아 멍을 때렸다. 왠지 오늘 밤 찾아내지 못하면 잠자리에 들지 못할 것 같았다.그때, 겨울이가 짖는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뜻밖에도 소파 틈에 반지가 끼어있는 것이었다.그러자 그녀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무엇을 잃었다 다시 찾아낸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반지를 꺼내 들어 침실에 있는 상자에 편지와 함께 고이 넣었다. 그러고는 노트도 함께 들어있는 그 상자를 열쇠로 걸어 잠갔다.그제야 성혜인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조금 전 자신이 반승제에게 화를 내고 그를 내쫓은 일이 생각났다.하지만 그녀는 반승제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그건 분명히 반승제의 잘못이었으니까 말이다.이번에야말로 성혜인은 머리를 숙이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두었다.두 사람 사이의 냉전이 지속한 지 일주일 후, 반승제의 할머니 김경자가 제원으로 돌아왔다.김경자와 관계가 좋았던 백연서는 그녀가 돌아오자 직접 마중을 나갔다. 그러나 반승제와 반태승은 가지 않았다.우아한 한복을 차려입은 김경자의 매 손짓에서는 재벌가의 포스가 물씬 풍겼다.백연서가 따라준 찻잔을 건네받으며 김경자가 물었다.“승제랑 결혼했다는 그 여자는?”“승제 그 아이 참을성이 좋은가 봐요. 3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이혼을 안 했어요.”그녀는 뒤이어 김경자를 타이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제가 이미 그 여자한테 망상 같은 건 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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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위세를 부리기 위해

“성혜인이라고 합니다. 그 아이는 아버님께서 점 찍어준 사람이라 아무리 반씨 가문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굳건히 앉아있을 거예요.”김경자도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피식 웃었다.“그 아이한테 전화해서 내일 한번 오라고 해라. 자세히 좀 봐봐야겠어. 도대체 뭐가 잘나서 승제에게 시집을 갈 수 있는 건지.”김경자는 원래 반태승과 사이가 안 좋은 거에 더해 부처를 모시고 있어서 예전에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그러다 반승우에게 일이 생긴 이후에는 완전히 이사를 가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김경자는 반승우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라며 끔찍이 여겼었다.그러나 반승제를 대함에 있어서는 항상 엄했다.그녀가 굳이 내일 오라고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오늘 저녁 반씨 저택에서 반씨 일가가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인즉슨 성혜인 때문에 식사 자리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반씨 가문에 있는 김경자의 아랫사람들은 전부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한 번씩 얼굴을 비추고 갔지만, 반태승과 반승제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이튿날, 반씨 저택의 부름을 받은 성혜인은 그제야 김경자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녀는 반씨 가문에 시집온 3년 내내 한 번도 김경자를 보지 못했다.그러나 예전에 반태승이 그녀에게 잘 지내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귀띔해준 기억은 있었다.성혜인은 스승님이 김경자에게 선물하라고 보내주셨던 그림을 꺼냈다.반씨 저택에 도착해 문을 열어준 도우미는 그녀를 보자 화들짝 놀라 눈을 뒤집었다.성혜인이 이곳에 온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매번 올 때마다 백연서에게 꾸중을 듣는 바람에 도우미들도 늘 백연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도우미의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헐렁한 차림에 손목에 염주를 세 줄이나 찬 노인이 앉아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친절하기보다는 엄격한 사람인 것 같았다.“할머님.”그녀는 공손한 태도로 예의 바르게 김경자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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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피임약을 먹지 않았을 가능성

백연서는 성혜인이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모른 듯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쯧쯧, 역시 못 배운 티는 숨겨지지 않네요.”“고생 좀 해야 정신을 차리지. 영감이 예뻐해 주니 우리 집안이 아주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야.”두 사람은 별장 안에서 여유 적적하게 차를 즐기는 반대로 성혜인은 마당에서 무릎 꿇고 있었다.태양이 가장 높게 떠 있을 점심 갓 지난 시간, 마당의 바닥은 불에 달궜던 것처럼 뜨거웠다. 얇은 한 층의 천을 사이 두고 성혜인의 무릎은 화상을 입을 지경이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8월은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울 때이다. 실외 온도는 거의 30도에 달했고, 바닥의 온도는 60도에 가까웠다.마당에 두 시간 동안이나 무릎 꿇고 있던 성혜인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녀가 휘청거리는 모습에 혹시라도 사고가 나서 반태승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김경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됐다, 이만 돌아가 보거라.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그 입 조심해야 할 거다.”이는 반태승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성혜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지라 자칫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이번 일 덕분에 성혜인은 확실히 배운 것이 있었다. 이토록 좋은 그림은 애초에 꺼내는 것이 아니었다.“네, 할머님.”성혜인이 몸을 돌려 떠나려는 순간 김경자는 도우미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도우미는 곧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성혜인의 그림을 빼앗아 들었다.촤락!그림은 단번에 두 조각이 나고 성혜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우미를 바라봤다.김경자는 여전히 우아한 자태로 찻잔을 들어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나한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승제는 너 따위 여자한테 마음에 흔들릴 리가 없으니.”성혜인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돌연 싸늘해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할머님.”성혜인은 도우미의 손에서 두 조각 난 그림을 뺏어왔다. 심장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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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반승제만의 차가운 기운

두 시간 내내 무릎 꿇고 있었던 성혜인은 더위를 먹은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더 이상 운전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벤치에 앉아 숨이라도 돌려야 했다.또다시 헛구역질이 올라와 머리를 숙이니 문득 무릎이 보였다. 성혜인은 바지를 말아 올려 무릎을 드러냈다. 어쩐지 살짝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 했더니, 역시 무릎은 껍질이 한 층 벗겨졌을 뿐만 아니라 빨갛게 부어 있었다.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조각 난 채로 차 안에 있는 주영훈의 그림이 저릿저릿 아픈 무릎과 함께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머리를 숙인 채 무릎에 난 상처만 물끄러미 바라봤다.다른 한쪽에서 우연히 성혜인을 발견한 심인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때마침 빨간불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해서 그는 빠르게 말했다.“대표님, 저쪽에 페니 씨가 있는 것 같은데요.”반승제는 고민하다 못해 결국 심인우에게 길가에 차를 세우라고 했다. 그리고 물과 우산을 챙겨 들고 차에서 내렸다.성혜인은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더운 관계로 그늘이라고 해도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성혜인의 앞으로 다가간 반승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물을 건넸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무릎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미간을 구겼다.갑자기 시선 안으로 들어온 물을 보고 성혜인은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반승제의 얼굴을 발견하고서는 물을 받아 드는 것도 잊은 채 넋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반승제가 물을 들고 있는 손을 거두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손을 올리며 말했다.“고마워요.”반승제는 깔끔한 정장에 은으로 만든 손잡이를 달고 있는 비싼 우산을 들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그 고귀한 자태에 기가 눌릴 정도였다.그는 한참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성혜인을 일으켜 세웠다. 중심을 잃은 성혜인은 그의 품으로 넘어졌고, 순간 차가운 기운이 코안으로 밀려 들어왔다.“나를 욕할 때는 그렇게 팔팔하던 사람이 웬일이래?”반승제의 비꼬는 말투에 그날 일이 떠오른 성혜인은 바로 사과했다.“대표님, 그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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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남편 대신 가르친 키스

김경자가 말하는 성혜인과 반승제가 생각하는 성혜원의 모습은 한데 겹쳐졌다. 지난번 그런 식으로 옷을 벗어 던지던 여자이니 확실히 어리석기 짝이 없기도 했다.“할머니, 앞으로 그 사람이랑 만나지 마요. 그럴 가치도 없으니까요.”반승제의 차가운 말투에 김경자는 시름을 놓은 듯 한숨 돌렸다.“너도 안다니 다행이구나.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으며 나한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꼴을 보아하니 너한테도 마찬가지겠다 싶어서 전화했다. 아무튼 나는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얼굴에 전부 다 드러내는 것도 말이다.”반승제는 따듯한 물을 들고 성혜인의 앞으로 다가가며 대답했다.“맞아요. 그러니 앞으로는 멀리하세요.”“알겠다. 너도 조심하거라. 예쁘장한 얼굴에 홀리면 절대 안 된다.”예쁘장한 얼굴이라는 말에 반승제는 성혜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도 마침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반승제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천천히 손을 들어 성혜인의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겨줬다. 단발의 성혜인은 전보다 인상이 훨씬 날카로워졌다. 그래서인지 야릇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더욱 기대되었다.갑자기 머릿속을 침범하기 시작한 충동에 반승제는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성혜인의 목덜미를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 지나치게 열정적인 키스에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다 차오르기 시작했다.김경자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성혜인은 인간성부터 잘못됐어. 단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해. 이혼하고 나서는 계획대로 단미랑 결혼하거라.”“읏...”입술을 깨물린 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냈다.전화 건너편에서 김경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승제야, 듣고 있니?”반승제는 드디어 성혜인을 풀어주고 그녀의 입가에 남은 물기를 닦아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이혼은 무조건 할 거예요.”‘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결혼을 유지할 이유는 없지.’성혜인은 반승제와 김경자가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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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혼인증명서

그날 지하 주차장에서 반승제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자, 성혜인은 갑자기 상사와 바람을 피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그 상사는 그녀의 ‘남편’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보내기까지 했다.‘대표님이 도대체 왜...?’성혜인은 절대 반승제가 자신을 좋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수많은 여자를 만나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둘째 치고, 윤단미라는 첫사랑 여자 친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모든 것을 버리고 해외로 떠나버릴 정도로 성혜인을 싫어했던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할 리가 있겠어?’성혜인은 피식 웃었다. 만약 반승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면 퍽 우스운 꼴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무릎에 상처가 있는 데다가 머리가 어지러웠던 성혜인은 움직임이 느렸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소파로 가서 앉았다.조용한 집 안에는 두 사람과 베란다에서 코를 골며 자는 겨울이만 있었다. 어쩐지 숨이 막히는 분위기라 성혜인은 TV를 켰다. 하지만 눈치 없는 채널에서는 하필 온수빈의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었다.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성혜인은 후다닥 일어나며 말했다.“전 샤워하러 갈게요.”오후 내내 무릎을 꿇고 있었더니 옷은 땀인지 식은땀인지 모를 것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이를 핑계로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이때 반승제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훅 다가왔다.“상처에 안 닿게 조심해.”반승제는 호텔에서 가져온 잠옷을 성혜인에게 건넸다.성혜인은 잠옷을 받아서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씻고 나니 무릎은 더 부어올라 있었다.어정쩡한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가자,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반승제가 보였다. 당연히 떠났을 것으로 여긴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새삼 놀랍기도 했다.성혜인은 핸드폰을 힐끗 봤다. 현재 시각은 다섯 시, 마침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대표님, 배 안 고프세요?”성혜인은 요리할 줄 안다. 하지만 평소에는 귀찮다는 핑계로 주로 배달 음식을 먹고는 한다. 하지만 반승제와 같은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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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다섯 번째

그 후의 시간 동안 성혜인은 진짜 반승제의 말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몸 떨림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어쩐지 더 수치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초인종이 울렸다. 배달 음식이 도착한 것이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이 몸을 흠칫 떨더니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발견했다. 왠지 긴장한 듯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남편은 출장 가지 않았나? 뭘 긴장하고 그래.”성혜인은 반승제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빨리 끝내달라고 애원할 뿐이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절대 쉽게 끝내줄 사람이 아니었다. 비싼 배달 음식은 그대로 밤새 방치될 게 뻔했다.역시 성혜인의 예상대로 그녀가 중도에 기절할 때까지도 반승제는 멈추지 않았다. 기절하기 전까지만 해도 열이 나고 있었는데 해열제를 먹고 본의 아니게 땀을 흘려서인지 다시 깨어난 다음에는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현재 시각은 저녁 11시. 성혜인은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났으니, 반승제가 그녀를 장장 네 시간 동안이나 괴롭힌 셈이다. 만약 다리가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가만히 누워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성혜인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느릿느릿 침대에서 일어났다.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뭐라도 먹어야 계속 잘 수 있을 것 같았다.거실로 나가보니 또다시 반승제가 보였다. 성혜인이 잠들고 난 다음에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함께 눕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남의 침대에 눕기는 싫어서일 것이다.주방으로 가서 물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반승제의 새 슬리퍼와 잠옷이 보였다. 역시나 심인우가 왔다 간 모양이다.이번으로 다섯 번째다. 반승제가 귀국한 다음 다시는 안 만나게 될 줄 알았더니 다섯 번째까지 있을 줄이야... 그동안 너무 외로워서인지 나쁘지만은 않았다.강민지의 말이 맞았다. 성혜인은 어쩌면 복에 겨웠을 수도 있다. 빨리 끝나기를 기대하며 횟수를 세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성혜인은 물 한 컵 더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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