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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다섯 번째

그 후의 시간 동안 성혜인은 진짜 반승제의 말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몸 떨림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어쩐지 더 수치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초인종이 울렸다. 배달 음식이 도착한 것이었다.

반승제는 성혜인이 몸을 흠칫 떨더니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발견했다. 왠지 긴장한 듯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

“남편은 출장 가지 않았나? 뭘 긴장하고 그래.”

성혜인은 반승제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빨리 끝내달라고 애원할 뿐이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절대 쉽게 끝내줄 사람이 아니었다. 비싼 배달 음식은 그대로 밤새 방치될 게 뻔했다.

역시 성혜인의 예상대로 그녀가 중도에 기절할 때까지도 반승제는 멈추지 않았다. 기절하기 전까지만 해도 열이 나고 있었는데 해열제를 먹고 본의 아니게 땀을 흘려서인지 다시 깨어난 다음에는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시각은 저녁 11시. 성혜인은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났으니, 반승제가 그녀를 장장 네 시간 동안이나 괴롭힌 셈이다. 만약 다리가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가만히 누워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성혜인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느릿느릿 침대에서 일어났다.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뭐라도 먹어야 계속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실로 나가보니 또다시 반승제가 보였다. 성혜인이 잠들고 난 다음에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함께 눕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남의 침대에 눕기는 싫어서일 것이다.

주방으로 가서 물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반승제의 새 슬리퍼와 잠옷이 보였다. 역시나 심인우가 왔다 간 모양이다.

이번으로 다섯 번째다. 반승제가 귀국한 다음 다시는 안 만나게 될 줄 알았더니 다섯 번째까지 있을 줄이야... 그동안 너무 외로워서인지 나쁘지만은 않았다.

강민지의 말이 맞았다. 성혜인은 어쩌면 복에 겨웠을 수도 있다. 빨리 끝나기를 기대하며 횟수를 세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성혜인은 물 한 컵 더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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