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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혼인증명서

그날 지하 주차장에서 반승제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자, 성혜인은 갑자기 상사와 바람을 피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그 상사는 그녀의 ‘남편’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보내기까지 했다.

‘대표님이 도대체 왜...?’

성혜인은 절대 반승제가 자신을 좋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수많은 여자를 만나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둘째 치고, 윤단미라는 첫사랑 여자 친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모든 것을 버리고 해외로 떠나버릴 정도로 성혜인을 싫어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할 리가 있겠어?’

성혜인은 피식 웃었다. 만약 반승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면 퍽 우스운 꼴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릎에 상처가 있는 데다가 머리가 어지러웠던 성혜인은 움직임이 느렸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소파로 가서 앉았다.

조용한 집 안에는 두 사람과 베란다에서 코를 골며 자는 겨울이만 있었다. 어쩐지 숨이 막히는 분위기라 성혜인은 TV를 켰다. 하지만 눈치 없는 채널에서는 하필 온수빈의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었다.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성혜인은 후다닥 일어나며 말했다.

“전 샤워하러 갈게요.”

오후 내내 무릎을 꿇고 있었더니 옷은 땀인지 식은땀인지 모를 것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이를 핑계로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

이때 반승제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훅 다가왔다.

“상처에 안 닿게 조심해.”

반승제는 호텔에서 가져온 잠옷을 성혜인에게 건넸다.

성혜인은 잠옷을 받아서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씻고 나니 무릎은 더 부어올라 있었다.

어정쩡한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가자,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반승제가 보였다. 당연히 떠났을 것으로 여긴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새삼 놀랍기도 했다.

성혜인은 핸드폰을 힐끗 봤다. 현재 시각은 다섯 시, 마침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대표님, 배 안 고프세요?”

성혜인은 요리할 줄 안다. 하지만 평소에는 귀찮다는 핑계로 주로 배달 음식을 먹고는 한다. 하지만 반승제와 같은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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