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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시의 한 구절

“대표님, 저 드라이기 거둬야 해요.”

반승제는 이제야 성혜인을 풀어줬다.

성혜인은 드라이기를 욕실에 가져다 두고 다시 나왔을 때 우연히 반승제의 손가락에 남은 빨간 자국을 발견했다. 무릎에 아직도 화장 자국을 달고 있는 그녀가 그게 어떻게 생긴 것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다행히 조금 전 병원에 다녀왔기 때문에 성혜인의 가방 속에는 금방 새로 산 화상 연고가 있었다. 연고를 손가락에 짜낸 그녀는 반승제의 손을 덥석 잡고 화상 부위에 바르기 시작했다.

반승제가 뒤늦게 성혜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챘을 때 코끝에는 연고의 씁쓸한 향이 맴돌았다.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열심히 연고를 바르고 있는 성혜인을 바라봤다.

얼마 후 성혜인은 반승제의 손을 놓고 자기 손가락에 남은 연고를 종이로 닦아냈다. 이때 반승제가 돌연 물었다.

“그 남자가 그렇게 좋아? 잠깐 만나러 서천으로 내려올 정도로?”

성혜인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저 오늘은 유창목 때문에 방 사장님과 만나러 서천에 왔어요. 그 귀한 유창목을 드디어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당연히 직접 와야죠. 조금 전 이미 가장 좋은 것들로 골라서 제원으로 보냈어요.”

이 말을 듣고 난 반승제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갔다.

“대표님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심 비서님도 없이?”

“프로젝트에 급한 문제가 생겨서 책임자를 만나러 왔어.”

성혜인은 의심의 눈초리로 반승제를 바라봤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고 해도 그를 이 시간에 부를 만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책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서천에 도착하고부터 목재를 고르느라, 기록을 찾느라 피곤했던 성혜인은 슬금슬금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반승제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멈춰 세웠다.

반승제는 성혜인의 무릎을 바라봤다. 아직도 빨간 것을 보아하니 오늘도 긴바지를 입은 모양이다. 참 미련하도록 고집이 센 여자였다.

“저는 이미 약 발랐어요.”

성혜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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