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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그냥 해본 말

아무리 일개 운전기사라고 해도 평소 사투리를 안 쓰도록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임동원의 억양은 아주 이상했다. 사투리도 표준어도 아닌 것이 끔찍한 혼종 같기도 했다.

그래도 임동원의 억양은 임남호보다 훨씬 나았다. 임남호는 말을 빨리하는 데다가 여러 지방의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아예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이니 말이다.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니? 너도 네가 한 짓이 부끄럽지? 재벌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건 사거리에서 몸 파는 여자들과 뭐가 달라?”

임동원은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

몸 파는 여자들이 즐비한 사거리라면 성혜인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어릴 적에는 대놓고 밖으로 나와 호객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런 여자들 때문에 가정이 불안정해졌다고 생각한 어떤 유부녀들은 지나가다가 침을 뱉기도 했다.

성혜인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소애와 함께 사거리를 지나가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너 공부를 열심히 안 하면 앞으로 저 여자들처럼 된다?”

반대로 성혜인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임지연과 함께 사거리를 지나가다가는 이런 말을 들었었다.

“혜인아, 넌 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앞으로 이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바로 공부의 의미야.”

어릴 적의 성혜인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임지연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생각에 잠긴 성혜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임동원이 계속해서 말했다.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니? 우리 남호도 이제는 열심히 일하며 가정에 충실할 줄을 아는데. 진희도 임신하고 나서는 가만히 집에만 있어. 대학까지 나왔다는 애가 불륜이 웬 말이야!”

이 말인즉슨 대학까지 나온 성혜인이 공부라고는 아예 한 적 없는 임남호보다도 못하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하진희도 임동원에게는 훌륭한 며느리가 된 듯했다.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성혜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남호 오빠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결했는지는 잊었나 봐요? 그리고 하진희도 만약 제가 없었다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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