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에 도착한 다음 반승제는 먼저 차에서 내려 성혜인의 손을 잡아줬다. 책임자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반승제에게 해수욕장의 특이 사항을 전달하기 시작했다.생각보다 넓은 해수욕장에 성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천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낸 그녀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또 몰랐다. 이때 한 책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일대는 가끔 모래바람이 일어나서 문제에요. 서천에는 아직 경보를 할 정도의 기술과 재력이 없거든요. 혹시 경보가 가능하면 이곳도 충분히 여행지로 개발할 수 있어요.”이 말은 반승제가 모래바람 경보에 필요한 도구를 준다면 이 일대를 싸게 팔겠다는 뜻이었다.모래바람 경보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게 BH그룹에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승제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면 전문가를 불러야겠군요. 아마 오후쯤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책임자들은 반승제가 이토록 흔쾌히 승낙할 줄은 모른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전문가가 도착해서 관찰을 끝낼 때까지 반승제는 최종 결정을 위해 기다리고 있어야 하므로 한 책임자는 나무에 가려진 별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대표님, 지금은 잠시 별장에서 쉬고 계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잠시 후 차를 가져와서 근방을 구경시켜 드릴게요.”이 주변에는 해수욕장 외에도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그래서 반승제는 작게 머리를 끄덕이다가 자신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성혜인은 지금껏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침묵이 왠지 불만처럼 느껴졌던 반승제는 약간 기분이 나빴다.‘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싫은가? 남편이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색은...’반승제는 예고 없이 성혜인의 허리를 확 끌어안았다.“가자, 별장으로.”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시선은 저도 모르게 이 씨에게로 향했다.반승제가 보는 사람 없는 호텔 방 안에서는 무엇을 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이 사방에서 느껴졌기 때문에 수치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 태연한 모습의 반승제와 반대된 그녀는 마치 태양을 피해 하
아무리 일개 운전기사라고 해도 평소 사투리를 안 쓰도록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임동원의 억양은 아주 이상했다. 사투리도 표준어도 아닌 것이 끔찍한 혼종 같기도 했다.그래도 임동원의 억양은 임남호보다 훨씬 나았다. 임남호는 말을 빨리하는 데다가 여러 지방의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아예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이니 말이다.“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니? 너도 네가 한 짓이 부끄럽지? 재벌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건 사거리에서 몸 파는 여자들과 뭐가 달라?”임동원은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몸 파는 여자들이 즐비한 사거리라면 성혜인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어릴 적에는 대놓고 밖으로 나와 호객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런 여자들 때문에 가정이 불안정해졌다고 생각한 어떤 유부녀들은 지나가다가 침을 뱉기도 했다.성혜인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소애와 함께 사거리를 지나가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너 공부를 열심히 안 하면 앞으로 저 여자들처럼 된다?”반대로 성혜인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임지연과 함께 사거리를 지나가다가는 이런 말을 들었었다.“혜인아, 넌 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앞으로 이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바로 공부의 의미야.”어릴 적의 성혜인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임지연의 말이 맞는 것 같다.생각에 잠긴 성혜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임동원이 계속해서 말했다.“넌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니? 우리 남호도 이제는 열심히 일하며 가정에 충실할 줄을 아는데. 진희도 임신하고 나서는 가만히 집에만 있어. 대학까지 나왔다는 애가 불륜이 웬 말이야!”이 말인즉슨 대학까지 나온 성혜인이 공부라고는 아예 한 적 없는 임남호보다도 못하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하진희도 임동원에게는 훌륭한 며느리가 된 듯했다.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성혜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남호 오빠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결했는지는 잊었나 봐요? 그리고 하진희도 만약 제가 없었다면 16
그 후의 시간 동안 반승제는 말없이 책상 앞에 앉아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성혜인도 노트북을 꺼내 들고 일에 집중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말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다.두 시간 후, 책임자가 노크하며 이제는 출발해야 한다고 알렸다. 반승제는 노트북을 덮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혼자 밖으로 나가버렸다.성혜인은 눈치껏 따라가지 않았다. 마침 움직이기 싫었던 참이라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얼마 후 차에 시동 거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행방을 묻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자 반승제는 덤덤하게 대답했다.“몸이 안 좋아서 쉬고 있어요.”누가 들어도 오해할 만한 멘트에 성혜인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회사 업무를 처리하며 반승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약 3시간 후, 창밖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지만 반승제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창가로 다가가 보니 이는 비정상적인 어둠이었다. 마치 공간 전체가 무언가에 의해 둘러싸인 것처럼 말이다.‘모래바람이다!’성혜인은 방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별장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도우미들뿐이었다.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순간 불안한 기분에 휩싸인 성혜인은 책임자에게 들었던 목적지의 이름을 떠올려 직접 운전해 찾아가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반승제는 이미 돌아가는 길에 있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진 것을 보고 그도 책임자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곧 모래바람이 시작될 모양이니까 서둘러요.”이 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속도를 높였다. 성혜인이 운전한 차는 완벽하게 그들과 엇갈렸다.반승제는 이동하는 내내 서류를 보고 있느라 미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다. 성혜인의 부재중 통화 또한 모르고 있었다.한 시간 후, 그들은 드디어 별장 앞에 도착했다. 차 위에는 어느덧 모래가 두둑하게 쌓여있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옷과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래가 찝찝했던 반승제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대하던 사람의 얼굴이 보이
반승제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새도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수기안을 향해 갔다. 지금 느끼는 공포와 불안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모래바람도 반승제의 집념을 이기지는 못했는지, 그는 반 시간 만에 수기안 근처에 도착했다. 이때 뒤에서 쾅 소리가 들리며 땅이 약간 흔들렸다. 백미러를 통해 확인하니 거대한 암석이 떨어져서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었다.반승제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고 운전을 계속했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시야가 막혀서 그는 거의 내비게이션에만 의지해 이리저리 부딪치며 겨우 오두막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성혜인의 차도 근처에 있었는지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성혜인은 운전대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아무리 괜찮다고 머릿속에서 되뇌어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때 바람이 강해졌는지 모래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전보다 훨씬 커졌다. 숨 막히는 공포감에 눈을 꼭 감자 창문의 흔들림은 더욱 강해졌다.“페니!”성혜인의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바람이 아닌 반승제의 손이었다. 성혜인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그는 큰 소리로 외치며 그녀를 불렀다.성혜인은 문득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듣고 머리를 돌렸다. 모래바람 속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반승제를 발견하고는 띵 하는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순간 휘몰아치기 시작한 모래바람 때문에 말을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입 안에서는 벌써 모래가 씹히기 시작했다.“콜록콜록!”반승제는 성혜인을 확 끌어내리더니 오두막 앞으로 가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튼튼한 문이 쾅 닫히고 나서야 모든 소음이 문밖에 단절되었다.모래바람을 처음 겪어본 성혜인은 아직도 기침하고 있었다. 얼굴은 모래로 인해 누렇게 되었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먼지와 같은 것이 우수수 떨어질 정도였다. 반승제도 물론 마찬가지다.성혜인은 거의 1분간 기침하고 있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반승제의 팔을 잡고 그를 한
반승제는 그녀의 등에 가슴을 댄 채 같이 창밖을 바라보았다.거리가 너무 가까워 성혜인은 반승제의 심장 소리도 다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사실 어젯밤 반승제의 머리를 말려주며 아무 말 없이 그를 안아줬을 때, 성혜인은 어쩐지 반승제가 슬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여자들이 천성적으로 모성이 넘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만큼 성혜인은 반승제와 일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그녀도 누군가에게 늘 버림받는 사람이었으니까.하지만 반승제에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그와 같이 모든 걸 다 가진 천재에게는 손만 내밀면 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을 사람이 셀 수도 없을 텐데 말이다.그래서 성혜인은 자신의 마음속에 자라났던 그 착각을 지워버렸다.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 지나 반승제도 다시 전의 강한 모습으로 회복했다.그 순간의 연약함이 정말이지 착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반승제는 그녀와 조금 떨어져 자신은 지금 오두막에서 안전하게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BH그룹에서 보낸 전문가가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전했다.내내 안절부절못하던 별장 측 사람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그때, 별장에서 일하던 도우미가 말했다.“반 대표님 아무래도 그 여자분 찾으러 가신 것 같아요.”“맞아요, 운전하고 어디 나가신 것 같은데...”몇 명의 책임자들은 반승제 같은 사람도 냉철하지 않은 순간이 있을지 몰랐다는 듯 서로 눈을 마주쳤다.왜냐하면 이런 날씨에 문을 나서는 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그러나 그의 행동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어 보였다.누군가 임동원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가 성혜인과 친척 관계인 걸 알았다.임동원의 얼굴색은 좋지 않았다. 그는 이것이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성혜인이 대학교에 합격했을 당시, 서천에서는 잔치도 열고 현수막도 걸며 난리가 났었다. 모두들 그녀가 멋지게 출세할 줄 알았는데 누가 알았을까, 이 수많은 책임자들 앞에서
한편, 서천의 모래바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의자에 앉아있던 성혜인은 조금 피곤한 감이 들었다.반승제는 그녀의 무릎에 난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느 정도 꽤 회복된 듯 보였다.“오늘 밤은 이곳에서 보내야 할 거야. 가는 길에 산사태가 나서 잠시 돌아갈 수 없거든. 모래바람이 멈추고 도로 공사 인부들이 와서 길을 고쳐야 갈 수 있어.”큰 암석이 도로 한복판에 있어 사람 한 명으로는 절대 밀어낼 수 없었다.‘대표님은 어떻게 가는 길에 산사태가 난 걸 아시지?’성혜인은 의문이 들었지만 직접 묻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마치 피난 캠프 같은 이곳에서 같이 있다는 게 분위기가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성혜인은 몇 번이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화장실이 비록 좁았지만, 온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대표님, 먼저 가서 씻으세요. 옷은 제가 세면대에서 씻어드릴게요. 저기 드라이기가 있어서 셔츠 같은 건 빨리 마를 거예요.”아무 대답 없이 반승제는 그곳을 바라보았고 성혜인의 말대로 드라이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러고는 정장을 벗고 셔츠 단추에 손을 갖다 댔다.단추가 하나하나 풀리면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의 멋진 몸매에 몇 번이고 시선을 빼앗겼다. 그러더니 갑자기 머리 위로 옷이 훅하고 떨어졌고 그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침 닦아.”그는 욕실로 들어가며 자신의 바지를 건네주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그 속에서 남성의 속옷의 보자 성혜인의 두 뺨은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서둘러 세면대로 가 옷과 속옷을 손으로 문질러 빨았다.반승제가 좀처럼 나오지 않자 그녀는 모래가 너무 많아 물로 계속 몸을 씻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오늘 밤 이곳에서 머무르게 됐는데 결벽이 있는 반승제가 과연 잠이나 잘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왠지 그는 의자에서 꼬박 하룻밤을 버틸 것 같았다.그러던 그때, 반승제가
반승제의 셔츠를 받아들고 성혜인은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얼마 후, 머리를 풀어헤친 채 나온 그녀는 드라이기로 잘 말린 다음 대충 묶은 후에야 침대에 올라가 앉았다.시간을 보니 어느새 밤 열 시가 다 되었고 밖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창문을 두드리며 세차게 몰아치는 모래바람과는 달리 안은 무척 고요했다.에어컨은 없었지만, 모래바람 때문인지 밤에는 조금 추웠다.성혜인이 재채기하자 반승제는 그녀의 등에 가슴을 대고 안았다.“추워?”이곳에는 이불이 따로 없었지만, 침대가 꽤 푹신푹신했다.“조금요.”그는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댄 채 완전히 그녀를 감싸 안았다.성혜인은 자신의 심장이 마구 뛰어대는 소리를 들었다. 부끄럽고 어찌할 바를 몰라 그녀는 기분이 하나도 좋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안아준 덕분에 성혜인은 조금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여름이라 추운 건 아니었지만 날씨가 갑자기 변하는 탓에 몸이 적응을 못 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 시간 후, 성혜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예전 제원대학교에 다닐 때 알게 된 교수님이 걸어온 것이었다.그녀는 조용하게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네, 교수님.”“혜인아, 오늘 밤 제원대 자료실에 도둑이 들었어. 뉴스에도 났는데 네가 봤을지 모르겠구나. 도둑은 도망갔는데 범행 수법이 아주 뛰어나. 나랑 다른 교수 몇 명이 파일을 정리했는데, 네 파일을 다른 사람이 건드렸더라고. 네가 밖에서 누구랑 원한을 맺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는 십중팔구 너를 노리고 온 것 같아.”그러나 아무리 원한을 맺었다고 해도 굳이 그녀가 대학교에 다닐 때의 파일을 뒤져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아무튼,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너한테 알려주는 거야. 다른 게 뭐가 더 도난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측에서 비밀로 하라고 하더라고. 근데 네 파일만 엉망이라 이렇게 말해주는 거야.”“알겠습니다, 교수님.”그녀의 대학 파일에는 특별한 것 없이 열심히 수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게 다였으나 윤희선과 신기섭 때문에 하
그녀는 성휘가 걱정되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앞으로 3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말이다.그녀는 3 개월 안에 임지연의 친자식을 찾는 것 역시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됐다.그렇게 성혜인은 밤새 눈 한번 붙이지 못한 채 이튿날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이 되자 모래바람은 멈췄고 그제야 서천의 책임자 몇 명이 오두막으로 왔다.“반 대표님께서 무사하시면 됐습니다.”“어제 저희가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대표님...”책임자는 사실 대표님 어떻게 직접 운전해서 별장을 떠날 수 있으시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반승제가 보내오는 경고의 눈빛을 보자 금세 입을 다물었다.일행은 모두 차에 앉아 서천으로 돌아갔다. 가는 내내 성혜인은 반승제와 함께 앉아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임동원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임동원은 전도유망했던 그녀가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꼬워 몹시 괴로웠다.하늘에 리조트에 도착하자 성혜인은 차에서 내렸다. 그때, 저 멀리서 온갖 욕설을 난무하는 하진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빌어먹을 년! 남편 몰래 반 대표님이나 꼬시고 앉아있다니, 정말 염치도 없지! 여러분 빨리 와서 이것 좀 보세요, 무려 서천 수능 1등을 했던 사람인데 이런 수치스러운 짓을 하고 있네요!”하진희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성혜인의 평판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려 했다.임동원은 하진희가 일부러 하필이면 반승제도 함께 있는 이곳으로 와 성혜인을 난처하게 만들리라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진희야, 집에서 태교를 열심히 해야지 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 얼른 돌아가!”“안 가요! 난 사람들한테 이 파렴치한 년 얼굴을 알릴 거예요!”하진희는 질투에 눈이 멀어 미쳐버렸다.‘내가 성혜인보다 어디가 못나서 이런 신 같은 남자가 내가 아닌 저런 년에게 반한거지? 그것도 옆에까지 두고 다니면서. 분명히 둘이 잤겠지? 침대 위에서의 반승제는 또 어떤 모습일까?’여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