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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김경자와 백연서의 관계

반승제가 떠난 후에도 성혜인은 한참이나 거실에 혼자 서 있었다.

성혜인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연신 들려오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가슴을 한참 두드리다가 화장실로 가서 찬물 세수를 했다.

이제야 살 것 같았던 성혜인은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봤다. 냉장고 속에는 메밀면 한 봉지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뜨거운 물에 면을 끓이고 대충 소금을 넣어 끼니를 때웠다.

맛없는 대로 반 그릇을 겨우 먹고 나서는 설거지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아무리 뒤척거려도 잠이 오질 않았다. 반승제가 했던 말은 머릿속에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성혜인은 유교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말하기 약간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나름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절대 연애를 안 한다는 철칙을 가진 사람이었다.

반승제와 결혼하기 전에 좋아했던 사람과도 대학에서 만나기로 약속만 해놓은 상태였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성혜인은 서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그녀의 사상도 꽤 보수적인 편에 속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어떤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릴 적의 환경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강민지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만나고 다니고는 한다. 남자는 밥 먹듯이 피는 바람을 왜 여자는 피면 안 되고, 똑같이 출근하고 돈을 벌면서 왜 여자만 집안일을 하는 등 문제를 처음으로 성혜인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래도 성혜인은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했다. 반승제와 첫날밤을 가진 날에도 상대가 서류상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마음이 통해야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두 사람은 서로 증오했으니 말이다.

성혜인은 몸을 돌리며 계속해서 생각했다. 반승제는 조금 전 그녀에게 몸은 솔직하다고 말했다. 확실히 그녀는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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