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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남편 대신 가르친 키스

김경자가 말하는 성혜인과 반승제가 생각하는 성혜원의 모습은 한데 겹쳐졌다. 지난번 그런 식으로 옷을 벗어 던지던 여자이니 확실히 어리석기 짝이 없기도 했다.

“할머니, 앞으로 그 사람이랑 만나지 마요. 그럴 가치도 없으니까요.”

반승제의 차가운 말투에 김경자는 시름을 놓은 듯 한숨 돌렸다.

“너도 안다니 다행이구나.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으며 나한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꼴을 보아하니 너한테도 마찬가지겠다 싶어서 전화했다. 아무튼 나는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얼굴에 전부 다 드러내는 것도 말이다.”

반승제는 따듯한 물을 들고 성혜인의 앞으로 다가가며 대답했다.

“맞아요. 그러니 앞으로는 멀리하세요.”

“알겠다. 너도 조심하거라. 예쁘장한 얼굴에 홀리면 절대 안 된다.”

예쁘장한 얼굴이라는 말에 반승제는 성혜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도 마침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승제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천천히 손을 들어 성혜인의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겨줬다. 단발의 성혜인은 전보다 인상이 훨씬 날카로워졌다. 그래서인지 야릇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더욱 기대되었다.

갑자기 머릿속을 침범하기 시작한 충동에 반승제는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성혜인의 목덜미를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 지나치게 열정적인 키스에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다 차오르기 시작했다.

김경자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성혜인은 인간성부터 잘못됐어. 단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해. 이혼하고 나서는 계획대로 단미랑 결혼하거라.”

“읏...”

입술을 깨물린 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냈다.

전화 건너편에서 김경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승제야, 듣고 있니?”

반승제는 드디어 성혜인을 풀어주고 그녀의 입가에 남은 물기를 닦아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이혼은 무조건 할 거예요.”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결혼을 유지할 이유는 없지.’

성혜인은 반승제와 김경자가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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