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2234 챕터

제411화 콩 심은 데 팥 나다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떠나고 출입문이 닫힌 다음에야 그녀는 시큰거리는 눈을 깜빡였다. 극한에 다다른 슬픔은 생리적인 통증을 동반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는 마치 누군가가 목을 조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어젯밤 성휘가 말했던 요구들은 확실히 듣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성혜인은 성휘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탓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았다.한 집안에 남은 게 남보다도 못한 부모,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긴 피 안 섞인 딸, 그리고 욕망에 찌든 친딸이라니... 도무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성혜인은 성휘가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마웠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게 가꾼 SY그룹을 결국 성혜원에게 넘기지는 않을까, 그녀는 또 성혜원의 득의양양한 얼굴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는 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성휘는 자신의 회사를 갉아먹는 임원들도 해고하지 못할 정도로 우유부단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그 착한 마음씨를 성혜인에게 줬다. 덕분에 그녀는 SY그룹을 위해 최선을 다할 마음이 생겼다.성혜인은 핸드폰을 꺼내 성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아빠, 저 무조건 SY그룹을 성공시킬게요.」같은 시각, 성휘는 침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간암 말기의 몸으로는 잠도 편히 잘 수 없었다.성혜인에게서 문자가 온 것을 보고 성휘는 기침을 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휴지를 뽑아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냈다. 답장을 하고 싶기는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성혜인은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했다. 실핏줄이 터진 눈은 누가 봐도 하룻밤을 꼬박 새운 눈이었다. 잠깐 눈 찜질을 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점심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분 양도 준비를 끝낸 변호사와 다시 잠깐 만나고 나서 모든 자료를 들고 SY그룹으로 출발했다.지난번 잠깐 만난 적 있기 때문에 SY그룹의 임원진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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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의도치 않은 도움

성혜인은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준비는 되었겠죠?”하영진은 일전에 준비한 자료를 황급히 들어 올리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읽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로 50대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식수준은 오래전에 멈춰 있었다.회의실에 있는 대부분 임원이 다 그랬다. 그들의 지식수준과 관리 방식은 아직도 SY그룹의 창업 초기와 변함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적용 안 되는 건 물론이고 반작용까지 일으킬 수 있었다.성혜인은 조용히 발표를 듣고 있다가 머리를 들며 물었다.“그러면 회사에 반년 가까이 새로운 계약이 없었다는 건데... 인맥을 이용해서 고객을 끌어 볼 생각은 안 한 건가요?”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임원들은 응당 아무리 작은 계약이라고 해도 따냈어야 했다. 하지만 회의실에 맴도는 것은 정적뿐이었다.성혜인은 덕분에 임원진에 대해 또다시 알게 되었다. 그들은 두 번의 융자를 손쉽게 끝내면서 회사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 그러고는 세상만사 다 자기 손바닥 안에 있다는 듯이 젊은이들의 혁신적인 방안을 기각했다.성휘도 임원진과 같은 편에 있었다. 그래서 SY그룹은 줄곧 소극적이고 구시대적인 운영 방식을 고집해 왔다.성혜인은 심호흡하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하 이사님, 공 이사님...”그녀는 차가운 말투로 연이어 여덟 명의 임원을 불렀다. 그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인사부로 가서 남은 월급을 받고 정리하세요. 여러분이 회사에 대한 공헌을 생각해서 다른 회사보다 두 배 높은 퇴직위로금을 드릴게요.”하영진은 눈을 크게 떴다.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성혜인은 회의실 밖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들어오세요.”곧바로 두 명의 변호사가 회의실 안에 들어섰다.“이 두 분은 제 대리인이에요. 혹시 의견이나 불만이 있으면 이 두 분한테 말하면 돼요. 다시 한번 강조 하지만 퇴직위로금은 섭섭지 않게 드릴게요.”성혜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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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화장실에서

반승제에게 잘 보여야 했던 이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물론 좋게 보고 있어요. 우리 회사 마케팅부 직원한테 내화의 페인트를 살펴보라고 해야겠네요. 페인트 질만 문제없다면 올해부터 계약을 시작할 수 있어요.”BK사와 같은 큰 회사와 협력한다면 SY그룹은 다른 계약 없이도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다.성혜인은 약간 시름 놓은 듯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어 올렸다.“한잔하시죠, 대표님. 저도 반 대표님한테 얘기를 잘 해볼게요.”이신도 싱긋 웃으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페니 씨 덕분에 제가 반 대표님과 함께 서천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고마워요.”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부딪쳤다.식사가 끝난 다음 성혜인은 서민규에게 이선을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당부했다. 오늘 밤 기분이 좋았던 이선은 술을 꽤 많이 마셨다.“그러면 페니 씨는요?”서민규는 이선을 부축하며 물었다. 그러자 성혜인은 의자에 앉은 채로 대답했다.“저는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 이 대표님부터 신경 써 줘요.”이선은 SY그룹의 중요한 고객이었기 때문에 성혜인은 그를 먼저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민규는 이선을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성혜인도 오늘 밤 기분이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꽤 많이 마셨다. 마신 술에 비해 얼굴이 너무 빨갛게 달아올라서 그녀는 또렷한 정신과 반대로 취객처럼 보이기도 했다.성혜인은 가방을 들고 복도 끝의 화장실로 향했다. 찬물로 세수라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출근 첫날부터 엄청난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그녀는 나름 뿌듯했다. 반승제의 이름을 빌린 덕분에 얻은 계약이기는 하지만 말이다.화장실로 향하는 길에 코너를 돌자 마침 프라이빗 룸에서 걸어 나오는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성혜인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천천히 멈춰 섰다.“반 대표님?”반승제는 프라이빗 룸의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룸 안에는 BH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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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유부녀를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

제원에는 반승제를 원하는 여자가 수두룩했다. 성혜인은 아마 유일하게 그의 왕성한 체력을 귀찮게 여기는 여자일 것이다.반승제는 성혜인이 끝까지 반항하려는 것을 보고 정장 외투를 벗어 세면대에 폈다. 그리고 그녀를 외투 위로 다시 안아 올렸다.이번에 성혜인은 그저 잠자코 있었다. 반승제의 비싼 정장을 깔고 앉았다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조금 전 알게 모르게 도움받은 일 때문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성혜인의 심경 변화를 발견한 반승제는 머리를 숙여 키스했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한데 어우러지다가 반승제의 핸드폰 벨 소리 때문에 멈추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간 지 한참 된 그를 찾는 전화인 듯했다.반승제가 몸을 일으키자, 성혜인은 그의 어깨에 기대 숨을 돌렸다. 그의 몸에서는 옅은 나무 향이 나고 있었다. 마치 영혼까지 빨리는 듯한 향기였다.반승제는 성혜인과 기대어 있는 채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통화했다.“네, 금방 돌아갈게요.”전화를 끊은 반승제는 성혜인의 등을 토닥였다. 얇은 천을 사이 두고 맞닿은 살결을 통해 말할 때의 울림이 생생하게 전해졌다.“오늘은 누구랑 왔어?”“혼자 왔어요.”반승제가 다시 가봐야 하는 것 같기에 성혜인은 몸을 바로 하고 세면대 아래로 내려갔다.정장 외투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몇천만 원짜리 물건을 반승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버렸다.“단발도 잘 어울려.”반승제는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성혜인은 가방을 챙겨 들다 말고 부끄러운 듯 귀가 빨개지면서 말했다.“고마워요.”반승제는 셔츠만 입은 채로 밖으로 나갔다. 그는 심인우에게 부탁해 성혜인을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이때 마침 서민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페니 씨.”서민규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아무래도 성혜인이 걱정되어서 이선을 데려다주자마자 부랴부랴 다시 돌아온 듯했다.반승제도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한 서민규는 공손한 말투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대표님.”반승제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었다. 가슴을 움직이던 작은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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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신예준의 만년필

성혜인이 반승제의 키스를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더 심한 것도 했으면서 입술을 지키려는 것은 왠지 우스웠기 때문이다. 10번의 거래는 성혜인이 스스로 허락한 것이었다. 거절할 권리는 아마 거래가 끝난 다음에야 생길 것이다.강민지의 반승제 찬양론을 계속 듣다 보니 드디어 세뇌당했는지 성혜인은 슬슬 자신이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몸이 상하지 않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반승제의 성스러운 얼굴 덕분에 가까이 있다가 문득 보기만 해도 막연한 느낌이 들고는 했다.어쩐지 신적인 존재와 함께 있는 듯한 것이, 그 짜릿한 기분은 말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을 배운 적 있는 사람으로서 성혜인은 번마다 당장이라도 붓을 들고 캔버스에 담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성혜인은 서민규의 차에 타서 미간을 눌렀다. 이때 서민규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황급히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꼼짝 말고 있어! 내가 금방 병원으로 데려다줄게!”서민규는 급한 마음에 신호등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성혜인의 존재 또한 잊어버린 듯했다.성혜인이 곁에서 아무리 말해도 서민규는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집 아래에 도착한 다음에야 생각난 듯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페니 씨. 제 동생한테 문제가 생겨서... 진짜 죄송해요.”서민규는 부랴부랴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달려갔다. 성혜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차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섰다.얼마 후 서민규는 피투성이가 된 여자아이를 안고 차를 향해 달려갔다. 여자아이의 한 쪽 다리는 휠체어나 지팡이를 써야 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서는 옷을 흠뻑 적실 정도의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당황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서민규를 보고 성혜인은 운전석으로 가서 앉았다.“운전은 제가 할게요.”“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서민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면서 여자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피비린내가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성혜인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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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반승제를 위한 계획

“예준 씨 동생 어느 병원에 있어?”“하나병원.”드라이기를 내려놓은 신예준은 몸을 숙여 강민지를 끌어안았다.“부모님은 사업이 망한 데다가 교통사고까지 나서 돌아가고, 집안에는 같이 돌아간 운전기사가 남긴 아들과 내 사촌 동생만 남았어. 참 불쌍한 애야. 나라도 돕고 싶기는 하지만 능력이 안 돼서 너무 답답하네.”강민지는 신예준의 시무룩한 모습을 보고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괜찮아. 내가 혜인이한테 물어볼게. 혜인이는 부자니까 무조건 좋은 의사를 예약해 줄 거야. 그리고 4억 원의 치료비도 아무 걱정하지 마. 네 동생 곧 수술 받을 수 있을 거니까 시름 놓고 있어. 우리 같이 병문안도 가자.”신예준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강민지를 품에 끌어안더니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고마워. 근데 병문안 갈 때 우리 사이를 숨겨 주면 안 돼?”“왜?”강민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머리를 들었다. 그러자 신예준은 그녀의 입술에 짧게 뽀뽀하며 말했다.“다른 친척들은 책임을 전가하는 데다가 빚 독촉을 자주 받다 보니까 애가 많이 예민해졌어. 입원하고부터 챙겨 주는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는데 혹시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 빼앗겼다고 생각할까 봐...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해, 민지야.”강민지는 신예준의 말을 이해한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네가 말한 대로 숨겨 줄게.”“그나저나 이번까지 네 친구한테 도움 받는다면 내가 직접 밥이라도 사야겠는데?”강민지는 신예준의 팔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넌 신경 쓸 필요 없어.”사실 강민지는 이번 일을 직접 해결할 생각이었다. 강씨 집안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했다.신예준은 강민지를 꽉 끌어안더니 침대 위로 눕혔다. 그리고 한 쪽에 놓여 있던 안대를 들어 올렸다. 강민지는 발그레 한 얼굴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거 안 하면 안 돼?”신예준은 안대를 내려놓고 방 안의 전등을 껐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알약 한 알을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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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여보

문자를 받았을 때 반승제는 이미 호텔에서 쉬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걸어 봤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반승제가 보디가드라도 보내려고 하는 순간 윤단미에게서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나 이상해...」반승제는 곧바로 옷을 입고 윤단미가 문자로 알려준 호텔로 찾아갔다. 노크하려고 손을 들자, 문이 비스듬히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문을 열어보니 스위트룸의 거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반승제는 목소리를 높여 윤단미를 찾았다.“단미야.”이때 침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반승제는 윤단미가 험한 일이라도 당했을까 봐 성큼성큼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이상한 냄새를 맡고 인상을 구겼다.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눈을 뜨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성혜원은 투명한 레이스 잠옷을 입은 채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승제 씨~”반승제는 말없이 침실을 훑어봤다. 어두운 침실 안에는 성혜원 혼자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오늘 일은 그녀가 꾸민 저급한 수단이었던 것이다.성혜원은 몸을 배배 꼬며 레이스 잠옷을 벗어 던지더니 제 딴에는 요염한 여러 동작을 했다. 반승제가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서는 천천히 다가가려고 하기까지 했다.반승제는 몸을 피해 창가의 테이블 앞으로 가서 앉았다. 호텔 안에는 그의 분위기가 무겁게 깔려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성혜원은 느껴지지도 않는지 낯 뜨거운 움직임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분위기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우뚝 멈춰 섰다.“계속해 봐.”반승제는 오늘 성혜원이 언제까지 뻔뻔하게 굴 수 있을지 지켜볼 작정이었다.성혜원은 어색한 표정으로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이는 마치 나체로 스포트라이트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반승제가 왜 아직도 멀쩡히 앉아 있는지도 의문이었다.반승제도 약간의 열기를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약 기운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담배 한 대를 꺼냈다. 머릿속에는 이혼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여자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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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겁탈

성혜원은 그대로 반승제를 향해 덮치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여보!”성혜원은 큰 소리로 외쳤다. 눈빛에는 악독함으로 가득했다.‘하하, 하늘이 다 날 돕는구나!’“여보, 같이 가요!”성혜원은 평소라면 못했을 말을 일부러 반승제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 더 거침없이 퍼부었다. 그러자 반승제는 우뚝 멈춰 서서 몸을 돌리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사람 한 명 없애 버리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너도 알지?”성혜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반승제는 호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침 로비로 들어오는 윤단미와 마주쳤다.윤단미는 위치 추적을 통해 핸드폰이 있는 곳을 어렵지 않게 알아냈다. 로비에서 반승제와 마주치고는 환한 얼굴로 쪼르르 달려가 팔짱을 꼈다.“승제야, 나 핸드폰 잃어버렸어. 난 도둑이 이곳에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넌 어떻게 왔어?”반승제는 윤단미를 힐끗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돌아가자.”“설마 누가 내 핸드폰으로 나쁜 짓을 한 거야?”“응.”반승제는 정말이지 성혜원을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비슷하게 생긴 사람으로는 반태승을 속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SY그룹을 노리는 것으로 대리만족할 수밖에 없었다.반승제가 성큼성큼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윤단미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가 자신을 위해 찾아온 것도, 다른 여자를 거절하고 나온 것도 너무 만족스러웠다.“승제야, 너 먼저 가. 나는 핸드폰을 찾으러 가야 해.”“그래, 빨리 돌아가.”반승제는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하더니 천천히 멀어져 갔다.윤단미는 호텔을 힐끗 보더니 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보디가드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성혜원의 사진을 건네면서 말했다.“이 여자예요.”보디가드들은 금방 성혜원이 있는 방을 알아냈다. 그리고 윤단미도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반승제를 보내고 난 성혜원은 주섬주섬 옷을 입다 말고 노크 소리를 듣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반승제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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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죽음의 찻잔

성혜원은 완전히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직 잠들지 않았던 성혜인은 비몽사몽 전화를 받았다. 전화 건너편에서는 다짜고짜 성혜원의 울음 섞인 폭언이 들려왔다.“나 복수할 거야! 복수할 거라고! 너 딱 기다려!”‘미친년 아니야 이거...’성혜인은 말없이 전화를 끊어 버리고 잠을 계속 청했다.“아아악!!!”성혜원은 성씨 저택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돌연 2층으로 올라가 성휘를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보디가드가 지키고 있는 이상 성휘를 만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죄송합니다만 사장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합니다.”“아빠! 아빠! 제가 친딸이에요! 근데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실핏줄이 터진 성혜원의 눈은 빨갛게 되었다. 마치 이성을 잃은 광인처럼 말이다. 하지만 2층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녀의 절규에 대답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성혜원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 휘청거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몸 상태가 계속해서 발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비록 성휘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성혜원은 점차 안정되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변호사가 들고 있던 은행 카드를 받아 들며 피식 웃었다.“제원을 떠나는 티켓은 이미 샀으니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줘요.”성혜원은 조금 전 핸드폰으로 구매한 비행기 티켓을 변호사에게 보여줬다. 그러자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이 카드는 사장님의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성혜원 씨가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언제든지 정지할 겁니다.”성혜원은 피식 웃었다. 힘껏 쥔 주먹 사이로는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그녀는 절대 이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앞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혜인에게 복수할 것이다.‘이게 다 성혜인 때문이야. 성씨 집안에서도 반씨 집안에서도 왜 나의 것을 빼앗지 못해서 안달 난 거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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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복수의 시작

SY그룹의 35% 지분이라면 적어도 몇 백억 원은 했다. 성휘는 앓아눕고, 소윤은 감옥에 갔으니, 성혜인만 죽어 준다면 SY그룹은 임원진의 것이 될 수 있었다.하영진은 당당하게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에 쓴 약도 제가 아는 사람을 통해 힘들게 얻은 거예요.”어떤 임원은 두려워하는 게 눈에 뻔히 보였다. 어찌 됐든 이는 범죄 행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혜인의 태도가 떠오르자 모험도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35%의 지분도 걸려 있었다.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공건태가 돌연 입을 열었다.“성씨 집안과 반씨 집안 사이에 혼약이 있다는 걸 몰라요? 안 그러면 BH그룹에서 왜 SY그룹의 융자를 돕겠어요? 성혜인한테 문제가 생겼다고 반씨 집안에서 조사하면 어떡해요?”하영진은 피식 웃으며 덤덤하게 되물었다.“제가 이 약을 누구한테서 얻었는지 알아요?”“누군데요?”“성혜원.”소윤은 한때 SY그룹에서 꽤 큰 존재감을 자랑했다. 그래서 하영진도 자연스럽게 성혜원과 알게 되었다.“여러분은 아직 모르겠지만 성혜인은 성휘의 친딸이 아니에요. 어디에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애를 반씨 집안에서 신경이나 쓰겠어요? 그것도 오만한 반승제가?”제원의 상업계를 통틀어서 반승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해외에서도 미래 상업계를 제패할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으니 말이다.반승제와 같은 용모와 능력은 흔히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토록 귀한 손자가 어떤 피가 섞였을지 모를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을 반태승이 발견한다면 노발대발 화를 낼 게 분명하기도 했다.“그 약은 성혜원이 저한테 준 거예요. 반씨 집안에서 성혜인의 출신 때문에 많이 화났다고 몰래 암시하면서 말이에요. 성혜인이 죽어 주는 것은 반씨 집안에도 좋은 일일 거예요.”임원들은 이제야 안도한 듯 표정을 풀었다. 그러자 하영진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성혜원은 성휘의 유일한 자식이에요. 성혜인을 대신해 반씨 집안으로 시집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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