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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신예준의 만년필

성혜인이 반승제의 키스를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더 심한 것도 했으면서 입술을 지키려는 것은 왠지 우스웠기 때문이다. 10번의 거래는 성혜인이 스스로 허락한 것이었다. 거절할 권리는 아마 거래가 끝난 다음에야 생길 것이다.

강민지의 반승제 찬양론을 계속 듣다 보니 드디어 세뇌당했는지 성혜인은 슬슬 자신이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몸이 상하지 않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반승제의 성스러운 얼굴 덕분에 가까이 있다가 문득 보기만 해도 막연한 느낌이 들고는 했다.

어쩐지 신적인 존재와 함께 있는 듯한 것이, 그 짜릿한 기분은 말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을 배운 적 있는 사람으로서 성혜인은 번마다 당장이라도 붓을 들고 캔버스에 담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성혜인은 서민규의 차에 타서 미간을 눌렀다. 이때 서민규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황급히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꼼짝 말고 있어! 내가 금방 병원으로 데려다줄게!”

서민규는 급한 마음에 신호등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성혜인의 존재 또한 잊어버린 듯했다.

성혜인이 곁에서 아무리 말해도 서민규는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집 아래에 도착한 다음에야 생각난 듯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페니 씨. 제 동생한테 문제가 생겨서... 진짜 죄송해요.”

서민규는 부랴부랴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달려갔다. 성혜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차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섰다.

얼마 후 서민규는 피투성이가 된 여자아이를 안고 차를 향해 달려갔다. 여자아이의 한 쪽 다리는 휠체어나 지팡이를 써야 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서는 옷을 흠뻑 적실 정도의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서민규를 보고 성혜인은 운전석으로 가서 앉았다.

“운전은 제가 할게요.”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서민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면서 여자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피비린내가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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