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 씨,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보디가드는 반승제의 못된 말에 그녀가 상처를 받아 아무 말 안 하는 줄 알았다.성혜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럼 아빠 깨시면 집에 모셔다드리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 안 받게 조심해주시고요.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한테요. 꼭 잘 보살펴주세요, 부탁드립니다.”“알겠습니다.”보디가드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소윤에게 일이 생기고 나서 성씨 집안의 실세는 성혜인이 되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현재는 SY그룹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상속자로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성혜인은 그렇게 신신당부하고는 밑에 있는 운전기사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때는 이미 새벽 두 시가 다 되었다.로즈가든에 돌아와서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얼굴은 더러워졌고 머리카락은 건초들을 태운 뒤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와 재들로 가득했다.마대 자루에 오랜 시간 씌어있으면서 정장 역시 못 쓰게 되었다.그녀는 느릿느릿 목욕을 끝마치고 잠옷을 걸치고 나왔다. 기진맥진했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성혜인이 직접 납치범을 조사하지 않은 건, 이 사건에 윤단미도 연루되어있으니 반승제 쪽에서 분명 찾아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 그 시각까지 반승제는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울고불고하던 윤단미는 이미 집으로 보낸 상태였다. 다친 곳은 없었고 단지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승제야, 오늘 일 꼭 제대로 조사해내야 해.”호텔로 돌아온 반승제는 심인우와 마주쳤다.“대표님, 알아냈습니다. 그 사람들 계좌를 이미 오래전에 해외로 옮기고 하룻밤 사이에 모두 도망갔습니다. 준비를 어찌나 철저히 했는지, 6억을 주고 전세기를 빌려서 갔더라고요. 아마 평생 돌아오지 않을 작정인가 봅니다.”이런 사람들은 가장 찾아내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들이었다.성혜원은 성휘에게 받은 60억에서 무려 40억을 납치법들에게 송금했다. 그 납치범들은 예전부터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도맡아 했고, 문제가 생길 시에는 누구보다도
“여기서 일 한진 얼마나 되셨어요?”“2년이요.”그 말인즉슨 그녀는 성훈, 아니 라정옥보다도 더 일찍이 성휘가 별장에 산다는 것, 또 제원에 회사를 세웠다는 것을 알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녀는 2년 동안 늘 침묵을 지켰다.어젯밤 역시 그녀가 성휘에게 알린 것이었다.성혜인은 여자의 옷소매 아래 있는 파란 멍 자국을 발견했다. 인제 보니 성훈은 아직도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했다.한설아는 성혜인이 더는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자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사장님, 제발 저를 해고하지 말아 주세요.”놀란 혜인은 얼른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뭐 하시는 거예요?”한설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사장님께서 우리 가족을 싫어하시는 거 압니다...”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한설아에 대한 인상이 깊지 않았다. 하지만 빼빼 마른 몸에, 산전수전 다 겪은 창백한 얼굴, 온몸 곳곳 가죽 벨트에 맞은 흔적을 하고 있는 한설아를 보자 순간 약간의 동정심이 생겨나는 것 같기도 했다.“해고하려던 적 없으니 우선 녹음기부터 경찰 쪽에 넘겨주세요.”한설아는 성혜인이 혹시라도 말을 번복할까 봐 급히 고개를 들어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떠나자 혜인은 손으로 미간을 눌렀다.‘이곳에서 2년이나 일했는데도 아빠는 저 사람이 작은아버지 아내라는 걸 몰랐단 말이야?’그러고는 옆에 있던 서류를 열어 확인하려는데 마침 반승제가 메시지를 보내왔다.그것도 혜인의 개인 핸드폰 번호로 말이다.바꿔 말하자면, 이것은 승제가 자신의 아내에게 보낸 메시지였다.메시지는 아주 간결했다.「받아.」이윽고 그녀의 핸드폰에는 계좌이체 알림이 떴다. 무려 80억이었다.이것은 반승제가 밤새 생각해낸 서류상의 아내를 달랠 방법이었다.성혜인은 입술을 물어뜯었다. 그녀 역시 이 돈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첫째는 어젯밤의 사건을 보상해주는 의미였고 둘째는 그녀의 입을 막아, 할아버지에게 고자질 못 하게 하는 것이었다.성혜인의 눈빛은 순식간에 담담해졌다.「이혼하시
성혜인은 순간 얼어붙었다. 반승제가 무슨 속셈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녀는 로즈가든으로 돌아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미술 도구들을 갖고 익숙하게 호텔로 향했다.반승제의 호텔 방에 도착하자, 창문 앞 캔버스에 놓인 한 폭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그 그림을 보자마자 성혜인은 단번에 이것이 스승님이 그린 것이라는 걸 알았다.“반 대표님?”그녀는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얼마 안 가, 반승제가 문을 열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왔다.“시환이가 나한테 준 그림이야. 주영훈 선생님께서 절반만 그리고 가셨다지 뭐야, 마저 채워 넣을 수 있겠어?”성혜인은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산수화였는데 스승님 특유의 자유분방한 붓질을 모방하면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올려 반승제를 조용히 바라보며 물었다.“얼마나 주실 생각이신데요?”그녀의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흡사 반승제가 돈을 주지 않으면 바로 자리를 뜰 것처럼 말이다.반승제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휙 던지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가갔다.“이런 기회는 잡고 싶어도 못 잡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맞는 말이었다. 그가 이 그림을 세상에 내놓는다면 수많은 화가는 물론이고 업계에서 이름을 떨친 유명한 사람들도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원할 테니까 말이다.반승제에게 신세를 지게 하는 건 절대 돈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성혜인은 곧바로 다리를 들어 밖으로 나갈 자세를 취했다.“대표님, 죄송하지만 오늘 밤 일이 있는 걸 깜빡했습니다.”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반승제의 표정은 순간 차가워졌다. 그는 소파에 앉으면서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왜? 오늘 밤 기분이 안 좋아?”그가 성혜인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성혜인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제의 일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의 얼굴에 손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확실히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이성
성혜인의 눈매는 매우 아름다웠는데 특히나 빨갛게 번질 때 가련하면서도 불쌍한 그 모습이 어쩐지 보기 좋았다.그녀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이런 표정은 정말이지 키스를 부르는 얼굴이었다.하지만 반승제가 80억을 송금한 일이 생각나 그녀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80억으로 그녀의 억울함을 맞바꾼다면 손해 볼 게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아직 두 사람은 협력상태에 있다. 고객은 혜인에게 있어서 왕 같은 존재였다.그러므로 자신의 ‘왕’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는 건 정말이지 안될 일이었다.반승제는 자라오면서 처음으로 반태승이 아닌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겪어봤다.그러나 그는 전혀 화는 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은 신기했다.그녀가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때, 그의 피도 함께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굳어버린 반승제는 침을 두 번 꿀꺽 삼키더니 곧장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성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비켰다.“네 번째는 오늘 밤인가요?”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보자 반승제는 어딘가 마음이 답답해 나는 것 같았다.방에 있는 창문을 열지 않아서인지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성혜인은 천천히 그를 밀어내더니 창문 앞에 놓인 그림을 보며 말했다.“60억이면 반 대표님을 도와 마저 완성하겠습니다.”반승제는 침묵했다.성혜인의 생각은 간단했다. 반승제 같은 사람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이왕 가질 수 있으면 많이 가져놓자는 게 그녀의 속셈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도 돈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하물며 몇십억은 반승제에게 있어서 큰돈이 아니었다.반승제 역시 오늘 밤 성혜인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네 번째 관계를 갖기에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그래, 60억으로 하자.”그제야 성혜인은 자신이 갖고 온 물감을 하나하나 펼쳐놓더니 욕실에 가서 물을 담아왔다.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그녀가 바쁘게 욕실
늘 체력단련을 했던 반승제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그는 성혜인을 공중으로 붕 뜨게 안은 뒤 차가운 벽에 밀어붙였다.“대표님, 네 번째예요.”그녀는 비교적 온순한 태도로 시선을 아래도 내렸다.반승제는 그자세로 그녀에게 키스했다. 쏟아지는 뜨거운 물 속에서도 그의 얼굴은 유난히 빛났다.성혜인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그녀가 여태껏 봐온 얼굴 중에 반승제는 제일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생김새는 날카로우면서도 입술은 얇은 게 감정이 격해질 때면 M자 모양이 더욱 선명해져 자신을 절제하려는 듯한 모습이 눈에 확 보였다.늘 시크하고 고고한 그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하는 것은 정말이지 은밀한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이건 인간의 나쁜 근성이다.성혜인은 그제야 왜 민지가 늘 반승제와 자서 손해 볼게 없다고 얘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가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아지자 반승제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욕실 안은 뜨거운 열기로 자욱했고 그들의 소리는 오랫동안 지속 되었다.한참 뒤, 반승제에게 안겨 욕실에서 나온 성혜인은 마치 면발처럼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이불에 눕혀졌을 때 그녀는 반승제가 계속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미간을 구기며 몸을 돌렸다.“아파요.”밤이 기므로 반승제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앞에서 포효하고 있는 남성의 몸이 그녀의 눈에는 아무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는지, 성혜인은 어느새 깊은 잠이 들고 말았다.그녀에게 있어 열 번은 단지 완수해야 할 임무에 그치지 않았다.반승제는 어려서부터 많은 여자가 그를 쫓아다녔다. 이성을 거절하다 못해 거절하는 게 귀찮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혜인이 자신에게 조금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는 살짝 불쾌해졌다.“페니야?”그는 혜인의 얼굴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러자 그녀는 잠결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홱 뿌리쳤다.그래서 반승제는 하는 수없이 침대에 누웠다.성혜인에 대한 반승제의 느낌은 많이 이상했다. 긁고 싶어도 긁을 수 없는 마치 뼈가 간지러운 느낌
반승제가 침대로 돌아오자 성혜인은 몽롱해서 그에게 다가갔다.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러자 그는 돌아누워 자세히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높은 콧대에 좋은 피부, 또 속눈썹은 길지 않았지만, 숱이 촘촘했다.머리를 잘라서인지 잘 때의 모습도 어딘지 귀여웠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러고는 머리를 숙여 숨을 크게 들이쉬었는데 마치 하얀 고양이가 품에 안겨있는 것 같았다.그 바람에 성혜인은 잠깐 깨어났는데 그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웃는 것이었다.“가짜임이 틀림없어.”그녀는 그날 본 편지를 두고 하는 얘기였다. 반승제는 자신의 옆에 누워있으니까 말이다.꿈을 꾸며 잠꼬대를 한 성혜인은 이 말을 끝으로 다시 잠에 빠졌다.그녀의 미소진 얼굴을 본 반승제는 마치 누군가에게 심장을 두들겨 맞은 듯 얼얼해진 느낌이 들었다.“뭐가 가짜라는 거야?”그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싶었다.성혜인은 또 몽롱하게 눈을 뜬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달콤한 말끝이 약간 길게 늘어져서 마치 반승제의 뼛속으로 퍼져가는 것 같았다.그는 혜인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거기다 온시환이 해준 얘기들이 생각나며 곰곰이 돌이켜보니 확실히 그녀는 말이 안 되는 행동들을 많이 한 것 같았다.결혼한 여자가 남자에게 약을 발라주고 그에게 깔렸을 때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또 몰래 그를 그리고 전에는 자주 그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이게 좋아하는 게 아니면 도대체 뭐야? 입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 걸 보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가?’반승제가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많이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윤단미에게서도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단지 늘 이성적으로 그녀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어려서부터 삶이 순조로웠던 그는 타고난 총명함으로 뭘 하든 성공해냈다.그건 그의 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반승제는 집안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한때는 금융을 배우고
성혜인은 자기최면을 거는데 소질이 있었다.‘이 수표를 가져가서 현금으로 바꿔 통장에 넣으면 카드에 순식간에 140억이 생기는 거네!’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걷는 것도 더 힘이 나는 것 같았다.그러나 목에 난 붉은 자국들을 보자 그녀는 또 미간을 찌푸렸다.‘다음부터는 조금만 살살 물라고 말해야 하나, 매번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잖아.’호텔을 갓 빠져나오는데 경찰서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영진이 성혜원의 이름을 고발했다는 소리였다.그 시각 성혜원은 이미 해외에 도착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증거가 확실했기 때문에 다국적으로 수배를 내릴 수 있었고 일단 그녀가 해외에서 발견되기만 하면 바로 국내로 송환할 수 있었다.그녀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하영진을 비롯해 잡혀 온 몇몇 임원들은 이미 SY그룹에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현재 SY그룹은 이 사람들의 사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 부닥쳐있다.그 와중에 다행히 성혜인이 BK사와의 협력 건을 추진해왔고 BK사에서는 서민규에게 파견을 보냈다.사람을 잘 다루는 이선은 서민규와 성혜인의 관계가 괜찮은 것을 파악하고 일부러 서민규를 보냈다. 또 그건 간접적으로 성혜인에게 정을 판다는 소리이기도 했다.성혜인은 곧바로 이선에게 전화를 걸어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고 서민규와의 거래도 성공적으로 체결했다.“여동생은 어떻게 됐어요?”“그냥 조금 놀랐나 봐요. 상처 꿰매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서민규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성혜인과의 거래에서는 확실히 분명히 하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않는 것과 지켜야 할 말은 절대 지키는 것.예를 들어 지난번 장석호에게 납치당했을 때와 같이 말이다.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라는 말에 그는 두들겨 맞아 거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음에도 절대 전화를 걸지 않았다.그리고 현재, 분명히 성혜인이 평범한 실내 디자이너라고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내화를 대표로 계약을 체결하는지, 서민규는 궁금할 법도
오늘도 역시 잘 노는 귀공자 차림을 한 신이한이 뻔쩍뻔쩍한 스포츠카를 몰고 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페니 씨, 우선 사장의 자리를 갖게 된 걸 축하해요. 근데 BK사와는 협력하자 했으면 왜 저는 안 찾아와요?”성혜인도 신이한을 찾아가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단지 매번 신이한을 찾으러 갈 때면 늘 그가 엄청난 일을 만들었기 때문에 꺼렸던 것이었다.신이한은 차 문을 열며 그녀에게 차에 타라 손짓했다.“페니 씨가 저를 찾아오지 않으니 제가 찾아와야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력 건을 제시하는데, 어때요?”그제야 성혜인은 거절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신이한은 단발머리를 한 성혜인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미친! 너무 예쁘잖아!’모두가 반승제의 아내는 못난이라고 말했는데, 만약 성혜인이 못난 거면 감히 자신이 예쁘다고 말할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 같았다.“일 때문에 그 아름다운 머리를 자른 거예요?”그는 계속해서 농담을 하다가 문득 그녀의 목에 둘려있는 스카프를 발견했다. 비록 그 모습도 예쁘긴 했지만, 눈치 빠른 신이한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해냈다.성혜인은 신이한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모른 채 단 한마디만을 건넸다.“반승제 씨가 있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신이한은 핸들을 꽉 잡으며 피식 웃었다.“남편을 그렇게 보기 싫어요? 윤단미 씨한테 한 수 배워야겠네요. 듣기로는 요 며칠 어디 다쳤다나? 그래서 반 대표님한테 하루에도 10통 가까이 전화를 건다고 하던데요.”성혜인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신 대표님은 많이 한가하신가 보네요? 여자들 사이의 가십거리도 이렇게 잘 알고 있는걸 보면요.”“한가한 게 아니에요. 페니 씨랑 관련된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신이한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에는 갑자기 침묵이 돌았다.성혜인도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미간만 구길 뿐이었다.그때, 신이한이 몇 마디 덧붙이며 말했다.“반 대표가 진짜로 윤단미 씨랑 결혼하겠다 하면 어쩔거예요?”그러자 성혜인이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