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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80억과 억울함

성혜인의 눈매는 매우 아름다웠는데 특히나 빨갛게 번질 때 가련하면서도 불쌍한 그 모습이 어쩐지 보기 좋았다.

그녀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런 표정은 정말이지 키스를 부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반승제가 80억을 송금한 일이 생각나 그녀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80억으로 그녀의 억울함을 맞바꾼다면 손해 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직 두 사람은 협력상태에 있다. 고객은 혜인에게 있어서 왕 같은 존재였다.

그러므로 자신의 ‘왕’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는 건 정말이지 안될 일이었다.

반승제는 자라오면서 처음으로 반태승이 아닌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겪어봤다.

그러나 그는 전혀 화는 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은 신기했다.

그녀가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때, 그의 피도 함께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굳어버린 반승제는 침을 두 번 꿀꺽 삼키더니 곧장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성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비켰다.

“네 번째는 오늘 밤인가요?”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보자 반승제는 어딘가 마음이 답답해 나는 것 같았다.

방에 있는 창문을 열지 않아서인지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성혜인은 천천히 그를 밀어내더니 창문 앞에 놓인 그림을 보며 말했다.

“60억이면 반 대표님을 도와 마저 완성하겠습니다.”

반승제는 침묵했다.

성혜인의 생각은 간단했다. 반승제 같은 사람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이왕 가질 수 있으면 많이 가져놓자는 게 그녀의 속셈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도 돈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하물며 몇십억은 반승제에게 있어서 큰돈이 아니었다.

반승제 역시 오늘 밤 성혜인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네 번째 관계를 갖기에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 60억으로 하자.”

그제야 성혜인은 자신이 갖고 온 물감을 하나하나 펼쳐놓더니 욕실에 가서 물을 담아왔다.

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그녀가 바쁘게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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