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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콩 심은 데 팥 나다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떠나고 출입문이 닫힌 다음에야 그녀는 시큰거리는 눈을 깜빡였다. 극한에 다다른 슬픔은 생리적인 통증을 동반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는 마치 누군가가 목을 조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젯밤 성휘가 말했던 요구들은 확실히 듣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성혜인은 성휘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탓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았다.

한 집안에 남은 게 남보다도 못한 부모,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긴 피 안 섞인 딸, 그리고 욕망에 찌든 친딸이라니... 도무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성혜인은 성휘가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마웠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게 가꾼 SY그룹을 결국 성혜원에게 넘기지는 않을까, 그녀는 또 성혜원의 득의양양한 얼굴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성휘는 자신의 회사를 갉아먹는 임원들도 해고하지 못할 정도로 우유부단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그 착한 마음씨를 성혜인에게 줬다. 덕분에 그녀는 SY그룹을 위해 최선을 다할 마음이 생겼다.

성혜인은 핸드폰을 꺼내 성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아빠, 저 무조건 SY그룹을 성공시킬게요.」

같은 시각, 성휘는 침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간암 말기의 몸으로는 잠도 편히 잘 수 없었다.

성혜인에게서 문자가 온 것을 보고 성휘는 기침을 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휴지를 뽑아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냈다. 답장을 하고 싶기는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성혜인은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했다. 실핏줄이 터진 눈은 누가 봐도 하룻밤을 꼬박 새운 눈이었다. 잠깐 눈 찜질을 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점심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분 양도 준비를 끝낸 변호사와 다시 잠깐 만나고 나서 모든 자료를 들고 SY그룹으로 출발했다.

지난번 잠깐 만난 적 있기 때문에 SY그룹의 임원진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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