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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의도치 않은 도움

성혜인은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준비는 되었겠죠?”

하영진은 일전에 준비한 자료를 황급히 들어 올리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읽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로 50대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식수준은 오래전에 멈춰 있었다.

회의실에 있는 대부분 임원이 다 그랬다. 그들의 지식수준과 관리 방식은 아직도 SY그룹의 창업 초기와 변함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적용 안 되는 건 물론이고 반작용까지 일으킬 수 있었다.

성혜인은 조용히 발표를 듣고 있다가 머리를 들며 물었다.

“그러면 회사에 반년 가까이 새로운 계약이 없었다는 건데... 인맥을 이용해서 고객을 끌어 볼 생각은 안 한 건가요?”

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임원들은 응당 아무리 작은 계약이라고 해도 따냈어야 했다. 하지만 회의실에 맴도는 것은 정적뿐이었다.

성혜인은 덕분에 임원진에 대해 또다시 알게 되었다. 그들은 두 번의 융자를 손쉽게 끝내면서 회사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 그러고는 세상만사 다 자기 손바닥 안에 있다는 듯이 젊은이들의 혁신적인 방안을 기각했다.

성휘도 임원진과 같은 편에 있었다. 그래서 SY그룹은 줄곧 소극적이고 구시대적인 운영 방식을 고집해 왔다.

성혜인은 심호흡하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하 이사님, 공 이사님...”

그녀는 차가운 말투로 연이어 여덟 명의 임원을 불렀다. 그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인사부로 가서 남은 월급을 받고 정리하세요. 여러분이 회사에 대한 공헌을 생각해서 다른 회사보다 두 배 높은 퇴직위로금을 드릴게요.”

하영진은 눈을 크게 떴다.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성혜인은 회의실 밖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세요.”

곧바로 두 명의 변호사가 회의실 안에 들어섰다.

“이 두 분은 제 대리인이에요. 혹시 의견이나 불만이 있으면 이 두 분한테 말하면 돼요. 다시 한번 강조 하지만 퇴직위로금은 섭섭지 않게 드릴게요.”

성혜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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