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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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뽀뽀로 달래면 되거든

서주혁은 이런 광경에 흥미가 없었는지 곧바로 그녀를 옆을 슥 지나 옆에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이런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고 있는 자신이 혜인은 정말 존경스러워질 정도였다.온시환은 원래 그녀를 도와 땅에 떨어진 물건들을 주우려고 했는데 그때, 반승제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시환아, 먼저 들어가 봐.”시환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얄밉게 한마디 했다.“아이고, 재수가 없었네, 재수가.”혜인은 머리가 막 저려나는 것 같았다.‘민지가 정말 나를 결국 골로 보내는구나.’온시환이 자리를 뜨자, 이곳에는 반승제와 성혜인, 단 두 사람이 남게 되었다.한 작은 물건이 마침 승제의 발 옆에 떨어져 혜인이 주우려는데 그가 가죽구두로 그녀의 손을 살짝 짓밟았다.그러고는 몸을 숙여 혜인의 얼굴을 훑어보았다.혜인은 사실 억지로 버텨내는 중이었다. 그녀 역시 민지가 이런 선물을 준비했는지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혜인이 그 물건을 다 줍고 나서도, 반승제는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혹시 이런 거 좋아하시면, 대표님 드릴게요.”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승제가 그녀의 턱을 끌어당겼고, 혜인은 아파 얼굴을 찌푸렸다.“많이도 아니고 단지 이틀을 못 본 것뿐이었는데, 그렇게나 목이 말랐어?”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혜인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다행히 그 물건들은 꼼꼼하게 포장이 된 것들이었다.“누구랑 쓰려고 이러는 건데?”혜인은 울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고 눈꼬리는 빨개져 몹시 불쌍하게 보였다.하지만 하필이면 그때 온수빈이 따라 나오며 외쳤다.“페니 씨.”반승제를 본 온수빈의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승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운은 온수빈으로 하여금 쉽게 건드릴 수 없겠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그러나 혜인이 그에게 턱을 잡혀 있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온수빈은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그들에게 다가갔다.승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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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나설 땐 나서고, 물러설 땐 물러서

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손으로 승제의 목을 감싸고 입술을 갖다 대 그에게 키스했다.그러나 앞선 승제와의 관계에서도 그녀는 늘 리드를 당하는 쪽이었기에 도대체 어떻게 더 깊게 나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그녀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승제는 놀란 것도 잠시 이내 그녀를 자신의 몸 아래로 눕혀 깔았다.또다시 승제가 리드를 시작했다.그렇게 10분 정도 뜨거운 키스를 하고 나서야 혜인은 그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고 있던 혜인은 승제에게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조금이나마 남아있었던 화가 깡그리 사라진 듯, 승제는 혜인의 얼굴을 보며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 결벽 있어.”“알아요.”“나랑 네 남편 빼고, 또 다른 남자랑 한 적 있어?”“아뇨.”그제야 승제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뒀고 옆에 있던 문을 열었다.“좋아, 일주일 쉬어.”“감사합니다, 대표님.”승제는 대답도 없이 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혜인은 그를 따라나서지 않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그는 갑자기 담배가 피고 싶어졌다.혜인이 키스를 하는 순간, 승제는 자신의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빠르게 뛰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이었다.승제가 룸에 돌아오자 온시환은 술잔을 들며 얄밉게 말했다.“이렇게 빨리? 반승제 안 되겠네.”빠르다, 안된다는 남자에게 있어서 굴욕적인 단어였다.“꺼져.”온시환이 아래 우로 쓱 훑어보더니 곁에 있던 휴지를 뽑아 건네줬고 승제는 그를 한번 힐끗 바라보았다.그러자 시환이 눈썹을 추켜올리며 말했다.“입에 묻어있는 립스틱을 개의치 않는다면 닦지 않아도 돼.”휴지를 건네받아 승제가 입가를 한번 닦자 정말 빨간 립스틱이 묻어나왔다.‘뭐야, 오늘은 립스틱을 전보다 더 짙게 발랐잖아?’서주혁은 조금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너 진짜 그 디자이너랑 한 거야?”승제는 그 휴지를 손바닥 안에 구겨 넣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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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서로 빚지지 않게

혜인은 꼭대기 층에 있으면서 민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먼저 돌아간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다시는 남자를 소개해주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고 전했다.그러면서 자신이 이곳에 갇혀있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승제가 오지 않으면 청소하는 사람이 와서 어쨌든 발견될 거니까 말이다.혜인은 벽에 기대에 복도에 앉아있었다. 오늘 밤 하이힐을 신고 오래 서 있는 탓에 발이 아팠다.그때 복도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 혜인이 급히 머리를 들어보니 다름 아닌 승제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혜인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고는 약간 억울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반 대표님.”그녀는 차마 승제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혹시라도 밉보이면 자신도 PW사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지 몰랐기 때문이다.승제는 그녀의 곁에 서더니 몇 초가 지나서야 말을 꺼냈다.“가자.”이번에 혜인은 또다시 여기에 혼자 남겨질까 봐 승제를 바짝 따라나섰고 두 사람은 그 길로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혜인은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지난번의 일이 생각나 뭔가 마음이 불편해졌다.승제는 문을 열어주며 올라타라고 손짓했다.그러자 혜인이 시선을 피하고 머뭇거리며 말했다.“일주일 쉬어도 된다고 대표님이 얘기하시지 않았나요...?”승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잠깐 피식 웃더니 이내 멈췄다.“너 데려다주려는 거야.”그제야 혜인은 한숨을 돌리며 부담 없이 차에 올라탔고 스스로 안전벨트를 맸다.승제는 운전석에 앉아 능숙하게 후진을 하며 스카이웨어를 떠났다.신호등을 기다리며 승제가 손수건을 건네주자 혜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립스틱.”오늘 밤 나오며 짙게 발랐던 립스틱이 승제와 10분간 진한 키스를 나누며 엉망이 되어버렸다.혜인은 손수건을 받아들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닦았다. 얼마 안 지나 그녀의 입술은 다시 자연색을 띠었다.그때 민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혜인아 너 집 돌아간 거 아니었어? 왜 로즈가든에 누구도 문 열어주는 사람이 없어?”혜인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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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잡종

혜인이와 즐겁게 케이크를 다 먹고 민지는 떠났다.혜인은 홀로 날이 밝을 때까지 잤고 깨어나서는 겨울이를 보러 성씨 별장으로 향했다.사실 혜인은 이미 성휘를 병원에 며칠 동안 더 입원시켰었다. 하지만 오늘 딸과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예전에는 아빠인 성휘가 매번 생일을 함께 보내줬었는데, 혜인은 그게 참 즐거웠다.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나 나이가 든 다음에는 조금 어색해졌다. 부녀는 마주 앉아 서로 바라보았고 그들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이 침묵만이 흘렀다.오늘 성휘는 요리사에게 맛있는 반찬을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한편, 지난번 혜인에게 쪽을 당한 성훈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그의 두 아들은 취업도 못 한 반면, 자신의 큰 형은 큰 별장에서 살고 있는 사실이 떠오르면 질투가 나 미쳐버릴 것 같았다.성훈은 라정옥에게 말했다.“엄마, 가만 보면 성혜인 그 계집애 형님을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 않아요? 형님한테서 그런 애가 나왔다기에는 너무 예쁘잖아요. 임지연이 다른 남자랑 놀아나서 생긴 애일 수도 있어요.”그 말을 들은 라정옥이 두 눈을 크게 떴다.“아들, 그게 무슨 말이야?”“나는 성혜인이 큰형 친딸이 아니고 임지연 그 여우 같은 여자랑 다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애 같아요. 그래서 안 그래도 떠나서 올 때 성혜인 머리카락을 몇 가닥 가지고 와서 형님이랑 친자확인을 맡겨놨어요.”성훈의 얼굴은 음흉하기 그지없었다.“만약 성혜인이 큰형 아이가 아니라면, 소윤이랑 성혜원도 다 잡혀갔지, 성한이라는 애는 식물인간이 됐다잖아요? 제 아들이 당연하게 성씨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게 될 거예요.”자기 아들이 이런 심오한 계획을 꾸미고 있을 줄 상상하지 못한 라정옥은 너무 흥분된 나머지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래서, 결과는 나왔어?”“아마 곧 나올 거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다. 병원에서 친자확인 보고서를 집으로 보내준 것이었다.성훈은 서둘러 보고서를 뜯어보았고 제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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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이혼합의서

성휘는 최근에 너무 많은 변고를 당했다. 쓰러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이미 병원 쪽과 얘기를 나눌 때 이제는 약물로밖에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은 혜인은 더 병원에 있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환자가 흥분시키지 않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성휘는 바로 피를 토하고 있었다.성훈과 라정옥은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성휘가 죽고 나면 자신들이 재산을 물려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혜인이 성휘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자 의사에게 전화를 걸며 그녀에게 친자확인서를 보여줬다.라정옥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이만 나가봐도 된다. 성씨 집안 일은 너와 상관이 없어."말이 끝나자마자 혜인은 밖에 있는 보디가드들을 불렀다."이 사람들 빨리 끌고 나가주세요!"화가 난 라정옥은 찻주전자를 들어 그녀에게 던지려고 했다. 그러자 혜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라정옥을 째려보았다."저한테 그거 던지시면 보디가드들더러 당신 머리를 깨라고 할거예요."라정옥은 놀라 굳어버리더니 천천히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혜인은 성휘의 가슴을 살며시 두드려주며 의사가 오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세 사람은 이미 보디가드들에 의해 밖에 내보내졌다.성휘는 2층 침실 침대로 옮겨졌고 얼굴색은 더 창백해져 늙어 보였다.의사가 와 그의 상태를 점검해보았지만 별다른 소견 없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라는 말만 전할 뿐이었다.혜인은 자신의 머리카락과 성휘의 머리카락을 의사에게 건네주었다."친자확인 부탁드립니다. 결과가 나오면 수고스러운 대로 저에게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혜인이 내려가 보니 도우미들이 성휘의 핏자국을 정리하는 중이었고 테이블 위의 음식들은 이미 차가워진 지 오랬다.그때, 누군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다."남편분께서 생일 선물을 보내셨습니다."'남편? 반승제?'지금 혜인의 기분은 말이 아니었다.'내가 아빠 딸이 아니라면, 내 가족들은 어디에 있지.'그러나 택배를 받아든 혜인은 마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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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버림받을 운명

성혜인이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 성휘도 덩달아 머리를 숙였다.“내 손에 있는 35%의 지분은 혜원이에게 20%, 너에게 15%를 주마.”성혜인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어디에서나 버림받는 처지였다. 임동원 일가도, 반승제도, 심지어 아버지 성휘도... 그녀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그래도 한때는 누군가와 남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역시 상대에게 설명 한마디 듣지 못한 채 버림받고 말았다.“혜인아, 지연이는 너를 위해 그림을 포기하고 나서 몸이 나빠졌던 거다.”성휘가 싸늘한 목소리로 뱉은 말에 성혜인은 완전히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네가 내 딸이 아니라면 당연히 지연이 딸도 아니겠지. 병원에서 실수로 아이를 바꿨을 수도 있겠구나. 우리의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니 네가 조사를 해내야 할 거다.”성휘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나는 살 수 있는 날이 별로 없다. 의사의 말대로라면 이번에 퇴원하고 나서 딱 반년 정도 더 살 수 있겠구나.”성휘는 화살 같은 말 한마디 한마디로 성혜인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SY그룹의 운영을 책임지지 않고, 또 성휘와 임지연의 친자식을 찾지 못한다면 성씨 집안에도 임지연에게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처럼 말이다.서천이라는 곳은 지금도 그렇지만 20년 전에는 남아선호사상이 극도로 심각했다. 딸을 낳든, 아들을 낳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임지연이 유일했다.서천 교외의 길거리에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여아를 담기 위한 바구니가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여아들은 길가에서 굶어 죽고 얼어 죽었다.만약 간호사의 실수로 아이가 바뀌었다면 임지연의 친딸은 지금쯤 죽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 시절 여아의 생존율은 아주 낮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성휘가 딸을 낳은 임지연을 데리고 서천을 떠나 낯선 제원에 정착했겠는가?성휘와 임지연은 최선을 다해 사업에 몰두하며 성혜인을 모자람 없이 키우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친딸이 아니었다니... 성혜인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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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과거에서 온 편지

성혜원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돌연 멈춰 서며 말했다.“이걸 어쩌나? 나는 20%의 지분을 받고 놀 일만 남았는데 너는 딸랑 15%를 받고 일하게 생겼네~ 이제 알겠지? 너는 더 이상 우리 집안사람이 아닌 직원이야. 20년의 세월도 피보다 진하지는 못하거든.”“...”“성혜인, 이제부터는 내 세상이야. 네가 죽든 살든 신경 쓸 사람은 없어. 물론 반승제도 마찬가지야.”성혜인은 말없이 운전해서 멀어져 갔다. 이번만큼은 그녀의 완벽한 패배였다.성혜원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이제 직원일 뿐이다. 임지연에게 갚을 은혜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로드가든의 주차장으로 들어갈 때 성혜인은 우체국의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성혜인 씨. 오늘 배송하기로 등록된 6년 전의 선물이 있는데 현재 거주하시는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지금 바로 배송해 드릴게요.”‘선물? 그것도 6년 전에?’성혜인은 의아한 기분으로 로즈가든의 주소를 말하고는 겨울이와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약 반 시간 후, 우체국에서 진짜로 물건을 보내왔다.성혜인은 사인을 하고 문을 닫았다. ‘선물’이라고 하는 것은 나무 상자였는데 세월의 흔적이 아주 진했다.우체국에서 2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 보내기와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성혜인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이런 것을 준비한 적이 없었다.나무 상자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생일을 입력했고 뜻밖에도 자물쇠는 단번에 열렸다. 상자 속에는 반지, 편지, 그리고 낡은 노트가 있었다.「안녕, 혜인아.나는 도훈이야, 정도훈.네가 이 편지를 보고 있다는 것은 오늘이 네 생일이라는 뜻이겠네? 생일 축하해. 모든 생일을 함께 하기로 해 놓고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 설마 요즘도 강가에 가서 몰래 우는 건 아니지?너라면 당연히 제원대학교에 입학했을 거라고 믿어. 학교에서 내 거짓말을 발견하고 욕도 많이 했겠지? 남자 친구가 되어 주겠다던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나는 아마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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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10대 시절의 연애

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이것 때문에 나를 부른 거야?”“승우 형이 세상을 뜬 지가 언젠데, 윗분들은 아직도 행적을 조사하고 있어. 네 아버지도 마찬가지야. 생전 저택을 떠나 형에 관해 조사한 적 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형이 엄청 중요한 자료를 남겨 놓은 모양인데, 그게 여자 친구 손에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게다가 그 여자 친구는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물건을 손에 쥐고 있는지도 모를 거야.”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냈다.“승제야, 너 혹시 승우 형의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이상형이라도 알면 찾기 쉬울 것 같은데.”서주혁의 질문에도 반승제는 관심 없는 듯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서주혁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그 자료를 찾으면 승우 형이 죽은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몰라.”반승제는 우뚝 멈춰서더니 미간을 구겼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미 조사해 봤어. 형 주변에는 여자가 없었어.”“그래서 내가 이 노트들을 스캔하는 거 아니냐. 만약 10대 시절 연애를 했었다면 어딘가 흔적을 남겨 뒀을 게 분명해.”“결과 나오면 알려줘.”반승제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서주혁은 또다시 직원들에게 단 한 장의 노트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그는 연구소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반승우의 필체로 남긴 이성의 이름을 찾을 것이다.서주혁이 반승우의 일에 이토록 열정적인 이유는 이게 서씨 집안에서 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승우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분주해졌는지 모른다.차에 올라탄 반승제는 운전대를 잡고 연구소에서 나섰다. 인적이 드문 시간의 십자로, 그의 곁에는 단 한 대의 차만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쯤 열린 창문 속에서는 성혜인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반승제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창문을 내리며 경적을 울렸다. 가만히 신호등을 주시하고 있던 성혜인은 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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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홧김에 뱉은 말

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운전대를 꽉 잡았다. 얼굴은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얼마 후 반승제가 천천히 물러나고, 성혜인은 말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머리를 숙였다.“페니야.”“네?”“너 언제 이혼할래?”반승제의 목소리가 저녁 바람과 함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반승제의 눈빛은 서서히 식어 갔다.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성혜인은 머리를 돌리며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런 말은 왜 하는 거예요?”키스의 여운으로 홍조를 띠는 얼굴과 달리 너무나도 차분한 말투였다. 그래서인지 반승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페니가 이혼하면 뭐?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니잖아.’반승제는 미간을 구겼다. 자신이 성혜인과 하는 것을 서민규는 3년 전부터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말 못 할 언짢음이 들기도 했다.“서민규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대표님, 저희는 완전히 다른 두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대표님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죠? 지금 저를 향한 마음도 일시적인 호기심이라는 걸 잘 알아요. 그러니 저는 대표님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지금의 생활을 버릴 수가 없어요.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선택이잖아요.”반승제는 조용히 자세를 바로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또다시 정적이 맴돌기 시작했다.이번에는 반승제가 먼저 예리한 시선을 거두며 느긋하게 물었다.“내가 너한테 호기심이 있다고 생각하나?”“아니라면 다행이에요. 그래야 후에 깔끔하게 헤어지죠.”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반승제의 얼굴은 보기 좋게 굳어 갔다.반승제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성혜인은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저 오늘 진짜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성혜인은 단호하게 멀어져 갔다. 조금 전 키스를 나눈 사이라고는 보아 낼 수 없을 정도의 단호함이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이 떠난 다음에도 한참이나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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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최악의 생일

성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꼽자면 단연 임지연이었다. 그녀는 성휘가 아는 여자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강인한 여자였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다.성휘는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더욱 깊은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소윤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는 임지연에 대한 모든 죄책감을 소윤에게 풀었다.오늘 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수면의 꿈속에서 성휘는 임지연과 만났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모습이었다. 다정한 성격의 임지연은 꿈속에서도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여보, 혜인이한테 왜 그랬어요? 제가 키웠으면 제 딸이에요.”성휘는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 내며 번쩍 눈을 떴다. 제아무리 남자라고 해도 임지연과 같은 지혜는 없는 것 같았다.만약 임지연이 살아 있었다면 절대로 성혜인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성씨 집안에 해를 가한 적이 없었다.성휘는 떨리는 손으로 숨을 헐떡이며 핸드폰을 잡았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지금 당장 만나자고 얘기했다. 시간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곧바로 출발한다고 했다.아직도 성휘의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성혜원은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오자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말했다.“아빠는 회장님이랑 연락한 적도 있잖아요. 아빠만 말을 꺼내면 저는 승제 씨랑 결혼할 수 있어요. 저 진짜 그 사람 좋아한다고요. 성혜인은 더 이상 부귀영화를 누릴 자격이 없어요.”성휘는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억지로 대답을 짜냈다.“알았다, 내가 생각해 보마.”성혜원은 신바람이 나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성휘의 건강 상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반시간 후, 변호사가 성씨 저택에 도착했다. 성혜원 때문에 단단히 열 받은 성휘는 한참 진정하고 나서야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내며 겨우 말을 꺼냈다.“유서를 만들어야겠어요. 제 앞으로 있는 지분 35%를 전부... 첫째 딸 성혜인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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