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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서로 빚지지 않게

혜인은 꼭대기 층에 있으면서 민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먼저 돌아간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다시는 남자를 소개해주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곳에 갇혀있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승제가 오지 않으면 청소하는 사람이 와서 어쨌든 발견될 거니까 말이다.

혜인은 벽에 기대에 복도에 앉아있었다. 오늘 밤 하이힐을 신고 오래 서 있는 탓에 발이 아팠다.

그때 복도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 혜인이 급히 머리를 들어보니 다름 아닌 승제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혜인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약간 억울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

“반 대표님.”

그녀는 차마 승제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혹시라도 밉보이면 자신도 PW사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승제는 그녀의 곁에 서더니 몇 초가 지나서야 말을 꺼냈다.

“가자.”

이번에 혜인은 또다시 여기에 혼자 남겨질까 봐 승제를 바짝 따라나섰고 두 사람은 그 길로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혜인은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지난번의 일이 생각나 뭔가 마음이 불편해졌다.

승제는 문을 열어주며 올라타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혜인이 시선을 피하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일주일 쉬어도 된다고 대표님이 얘기하시지 않았나요...?”

승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잠깐 피식 웃더니 이내 멈췄다.

“너 데려다주려는 거야.”

그제야 혜인은 한숨을 돌리며 부담 없이 차에 올라탔고 스스로 안전벨트를 맸다.

승제는 운전석에 앉아 능숙하게 후진을 하며 스카이웨어를 떠났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승제가 손수건을 건네주자 혜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립스틱.”

오늘 밤 나오며 짙게 발랐던 립스틱이 승제와 10분간 진한 키스를 나누며 엉망이 되어버렸다.

혜인은 손수건을 받아들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닦았다. 얼마 안 지나 그녀의 입술은 다시 자연색을 띠었다.

그때 민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혜인아 너 집 돌아간 거 아니었어? 왜 로즈가든에 누구도 문 열어주는 사람이 없어?”

혜인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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