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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홧김에 뱉은 말

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운전대를 꽉 잡았다. 얼굴은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마 후 반승제가 천천히 물러나고, 성혜인은 말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머리를 숙였다.

“페니야.”

“네?”

“너 언제 이혼할래?”

반승제의 목소리가 저녁 바람과 함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반승제의 눈빛은 서서히 식어 갔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성혜인은 머리를 돌리며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예요?”

키스의 여운으로 홍조를 띠는 얼굴과 달리 너무나도 차분한 말투였다. 그래서인지 반승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페니가 이혼하면 뭐?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니잖아.’

반승제는 미간을 구겼다. 자신이 성혜인과 하는 것을 서민규는 3년 전부터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말 못 할 언짢음이 들기도 했다.

“서민규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대표님, 저희는 완전히 다른 두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대표님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죠? 지금 저를 향한 마음도 일시적인 호기심이라는 걸 잘 알아요. 그러니 저는 대표님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지금의 생활을 버릴 수가 없어요.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선택이잖아요.”

반승제는 조용히 자세를 바로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또다시 정적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승제가 먼저 예리한 시선을 거두며 느긋하게 물었다.

“내가 너한테 호기심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라면 다행이에요. 그래야 후에 깔끔하게 헤어지죠.”

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반승제의 얼굴은 보기 좋게 굳어 갔다.

반승제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성혜인은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저 오늘 진짜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

성혜인은 단호하게 멀어져 갔다. 조금 전 키스를 나눈 사이라고는 보아 낼 수 없을 정도의 단호함이었다.

반승제는 성혜인이 떠난 다음에도 한참이나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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