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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피임약을 먹지 않았을 가능성

백연서는 성혜인이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모른 듯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쯧쯧, 역시 못 배운 티는 숨겨지지 않네요.”

“고생 좀 해야 정신을 차리지. 영감이 예뻐해 주니 우리 집안이 아주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야.”

두 사람은 별장 안에서 여유 적적하게 차를 즐기는 반대로 성혜인은 마당에서 무릎 꿇고 있었다.

태양이 가장 높게 떠 있을 점심 갓 지난 시간, 마당의 바닥은 불에 달궜던 것처럼 뜨거웠다. 얇은 한 층의 천을 사이 두고 성혜인의 무릎은 화상을 입을 지경이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8월은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울 때이다. 실외 온도는 거의 30도에 달했고, 바닥의 온도는 60도에 가까웠다.

마당에 두 시간 동안이나 무릎 꿇고 있던 성혜인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녀가 휘청거리는 모습에 혹시라도 사고가 나서 반태승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김경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됐다, 이만 돌아가 보거라.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그 입 조심해야 할 거다.”

이는 반태승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성혜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지라 자칫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이번 일 덕분에 성혜인은 확실히 배운 것이 있었다. 이토록 좋은 그림은 애초에 꺼내는 것이 아니었다.

“네, 할머님.”

성혜인이 몸을 돌려 떠나려는 순간 김경자는 도우미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도우미는 곧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성혜인의 그림을 빼앗아 들었다.

촤락!

그림은 단번에 두 조각이 나고 성혜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우미를 바라봤다.

김경자는 여전히 우아한 자태로 찻잔을 들어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나한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승제는 너 따위 여자한테 마음에 흔들릴 리가 없으니.”

성혜인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돌연 싸늘해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할머님.”

성혜인은 도우미의 손에서 두 조각 난 그림을 뺏어왔다. 심장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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