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2218 챕터

제351화 거짓말

성혜인은 반승제가 무조건 취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 그러면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걱정한다기보다는... 이 시간에 대표님이 찾아오시면 남편이 오해할까 봐서요.”이 말을 들은 반승제는 순간 침묵에 잠겼다. 핸드폰을 사이 두고도 그 위압감이 전해질 정도로 말이다.성혜인이 말을 계속하려던 찰나 반승제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성혜인은 실수로 끊어진 줄 알고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통화 연결음만 들려오고 나서야 성혜인은 그가 자신을 일부러 무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갑자기 왜 이러지?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근데 나는 유부녀라는 컨셉을 유지하고 싶었을 뿐인데...’반승제는 잠잠해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소파로 올라가려는 겨울이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너도 그놈의 남편에 비해서는 뒷전인가 보군.”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한 겨울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승제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반승제가 귀국하기 전에 겨울이는 줄곧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잤다. 그래서 오늘도 늘 그랬듯이 소파에 엎드린 채 편안하게 잠들었다.기분이 언짢았던 반승제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컴퓨터와 문서를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장 욕실로 가서 차가운 물을 틀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진정되지 않았다. 알코올의 작용으로 인해 겨울이를 팔아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성혜인이 괴로워하는 표정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남편... 남편... 바람이나 피우는 남자를 왜 자꾸 입에 달고 사는 거야. 진짜 정신과라도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반승제가 전화를 받지 않자, 성혜인도 더 이상 걸지 않았다. 끈질기게 전화를 걸다가는 오히려 반작용만 일으킬까 봐서 말이다.통화하는 내내 정체에 관해 묻지 않는 걸 봐서는 다행히 테이블 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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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소심한 복수

성혜인은 놀란 표정으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만약 유경아와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반승제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겨울이를 왜 안 돌려주려고 하는 거지?’뒤늦게 정신 차린 성혜인은 반승제가 멀어진 것을 보고 후다닥 쫓아가며 말했다.“대표님, 저 진짜 겨울이를 잃어버렸어요. 대표님이 헛것을 본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어디에서 봤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반승제는 우뚝 멈춰 섰다. 깔끔한 정장, 날카로운 인상, 차가운 목소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는 모습이었다.“남편이랑 같이 찾으러 다니지 그래?”성혜인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점점 멀어지는 반승제를 바라봤다. 그리고 또다시 엘리베이터 앞까지 쫓아가며 말했다.“제 남편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요...”반승제는 감정 하나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불안에 떠는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금방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그러면 시간이 있을 때 다시 찾던가. 난 5분 후에 회의 들어가야 해. 인테리어 일 때문이 아니라면 여기서 귀찮게 굴지 마.”이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반승제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에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성혜인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이 서서히 닫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반승제가 왜 겨울이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않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유경아에게 문자를 보냈다.「겨울이는 당분간 대표님의 뜻에 따라 포레스트에서 지내게 해요. 대신 절대 원래도 포레스트에서 지냈다는 걸 들키면 안 돼요.」성혜인의 사정을 잘 아는 유경아는 곧바로 답장했다.「물론이죠, 시름 놓고 저한테 맡기세요.」유경아라면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한 성혜인은 자신이나 겨울이를 찾는 척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댔다. 반승제에게 의심받지 않으려면 열심히 찾는 척 행동을 보여줘야 했다.성혜인은 자신의 SNS에 겨울이의 사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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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반승제의 생각은

성혜인은 보여 주기 식의 글을 올리고 나서 병원으로 가려고 했다. 이때 반승혜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페니 씨, 겨울이를 언제 잃어버렸어요? 저도 같이 찾아줄게요.”반승혜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나올 줄 몰랐던 성혜인은 약간 머뭇거리며 답했다.“어... 하루 전이요.”“페니 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제가 갈게요. 저랑 같이 CCTV를 보면서 겨울이를 찾아요.”반승혜는 개 주인인 성혜인보다도 더 급한 말투로 말했다.“아니에요, SNS에 올렸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더구나 겨울이는 똑똑하잖아요.”“아무리 똑똑해도 개는 개예요. 그리고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요? 나쁜 사람한테 팔려 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저 승제 오빠한테 연락했어요. 근데 답장은 없더라고요.”‘그 승제 오빠라는 사람이 승혜 씨 연락을 무시하고 겨울이도 데리고 있어요...’성혜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도 반승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윤단미의 고양이를 위해 복수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금세 자신의 추측을 사실이라 단정 짓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것도 성혜인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내일이 지구 종말이라는 말을 믿을지언정 반승제가 자신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윤단미를 떠올리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남자한테 첫사랑은 진짜 엄청난 존재구나. 지나간 일로 아직도 이렇게 신경 써줄 정도라니...’“페니 씨, 저한테 문자로 위치를 보내줘요. 저 지금 차 탔어요.”반승혜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던 성혜인은 로즈가든의 주소를 보내줬다. 그리고 그녀도 운전해서 로즈가든으로 돌아갔다.주차장에 차를 세운 성혜인은 차에서 내리려고 하다가 언뜻 백미러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의 차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낯선 이를 발견했다. 얼마 전 금방 정신을 잃고 술집에 끌려간 적 있기 때문에 그녀는 곧바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차 문부터 잠갔다.낯선 이는 성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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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유인 작전

성한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창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운전하고 있던 소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닥쳐요!”눈에 빨갛게 충혈된 성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돈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건 성혜인뿐이라고요!”소윤은 몸을 흠칫 떨더니 핸들을 꼭 잡았다. 성한의 집착에 그녀마저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이게 다 성혜인 그년 때문이야!’“한아...”소윤은 조심스럽게 성한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불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성휘가 언제 깨어날지 모를 상황이니 단두대에 올라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같은 시각, 성혜인은 포레스트로 돌아간 후에도 한참 진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성한을 처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가만히 당하기만 하는 것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거니와 지금 이대로라면 마음 놓고 외출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성혜인은 심호흡하며 진정하더니 평소 자주 입지 않는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도 썼다. 그러고는 강민지도 절대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간 다음에야 밖으로 나갔다.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때쯤 성혜인은 포레스트의 두 운전기사와 함께 외출했다. 그들은 반태승이 직접 고용한 사람이기 때문에 믿을만했다. 유경아의 말로 그들 중 한 명은 운전 기술이 뛰어나 수십 대의 차가 쫓아온다고 해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성혜인은 운전 기술이 좋은 기사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자신은 포레스트에 항상 세워져 있는 다른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이렇게 성한을 유인해 내서 처리해 버리기로 했다.사전 준비를 마친 성혜인은 성한에게 문자를 보냈다.「지금 어디예요? 할 말 있으니까 지금 좀 만나요.」성한은 금방 답장을 보냈다. 그는 자신이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술집에 있으니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찾아오라고 했다. 보나 마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CCTV가 없는 술집일 것이다.눈에 뻔히 보이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성혜인은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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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쪼잔한 반승제

진산로는 젊은이들이 저녁에 몰래 모여서 레이싱을 즐기는 곳이었다. 길이 가파른 데다가 구불구불해서 스릴을 즐기는데 완벽했다.“성한은 요즘도 종종 이곳에 와서 레이싱해요.”성혜인은 통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이는 이곳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전적으로 성한의 탓이라는 뜻이기도 했다.성혜인의 말뜻을 알아들은 운전기사는 곧바로 드리프트를 하며 코너 몇 개를 돌았다. 흥분에 겨운 채 시뻘게진 성한의 눈에는 성혜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운전 기술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점점 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는 게 만족스러울 따름이었다.‘조금만 더 따라가다가 억지로 멈춰 세워야겠어. 이런 곳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발견하는 사람이 없을 거야. 하하하!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되겠구나, 성혜인!’급코너를 앞두고 성한은 힘껏 핸들을 꺾었다. 그러자 차는 귀를 찌르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기 시작했다.성한의 점점 수축하는 눈동자와 함께 차는 절벽을 향해 미끄러져 갔다.쾅!차가 절벽 밑으로 떨어지기 직전 성한은 간신이 밖으로 몸을 날려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자 뼈가 완전히 부스러진 것처럼 아픈 다리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다.“아악!!!”비명을 지르던 성한은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운전기사는 성한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보고 곧바로 사고가 났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U턴하고 왔던 길로 돌아가며 성혜인에게 말했다.“사모님, 해결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성혜인은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했다.“알겠어요.”이는 성혜인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해칠 목적으로 함정을 파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한의 행동은 그녀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니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더구나 성혜인은 이미 성한에게 뒤돌아설 기회를 줬었다. 복수에 눈이 가려져서 미친 짓을 한 것은 어디까지나 성한 본인이다.두 대의 차량은 포레스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혹시 반승제가 포레스트에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성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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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큐피드의 화신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난 반승제는 성혜인이 오늘은 절대 연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도 세수하고 잠들었다.이튿날 아침, 반승제는 반승혜에게 전화를 걸어 겨울이를 데려가라고 했다. 그러자 반승혜는 깜짝 놀란 말투로 물었다.“무심한 척하더니 역시 내 문자가 신경 쓰였구나? 진짜 빨리 찾았네?”반승혜는 포레스트에 도착해서도 끝없이 재잘거렸다.“근데 왜 직접 돌려주지 않고 나를 불렀어? 오빠가 직접 가면 페니 씨가 더 좋아할 텐데.”출근 준비를 끝내고 현관에 선 반승제는 소매를 정리하며 차갑게 말했다.“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반승혜는 말문이 막혔다. 성혜인과 그런 일을 겪고서도 이렇게 무심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우리 오빠 은근히 나쁜 남자 스타일이네.’반승제가 밖으로 나가 차에 올라타려고 할 때, 반승혜가 겨울이를 데리고 다가가서는 그를 따라가려고 했다.“오빠, 나 좀 데려다줘. 겨울이를 뒤에 두고 혼자 운전 못 하겠어.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나 진짜 페니 씨 얼굴 못 봐.”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반승혜를 밀어내고 문을 닫았다.“나 개털 알레르기 있어.”반승혜는 당연히 반승제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를 집안에 둔 것으로 봤을 때는 그래도 참을만해 보였다. 알레르기라는 것은 심리적인 작용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말이다.“나 혼자 가면 페니 씨는 내가 찾은 줄 알 텐데. 오빠가 찾았다고 얘기해도 되지?”이 순간 반승혜는 큐피드의 화신이 되어 반승제와 성혜인을 잘되게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됐어.”반승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차 창문까지 올렸다. 그러자 반승혜는 머쓱한 듯 코를 만졌다. 그날 밤 들었던 소리가 환청은 아닌지 의심 가는 순간이었다.성혜인의 위치를 확인하고 난 반승혜는 곧바로 로즈가든으로 향했다. 집에서 대청소하고 있던 성혜인은 일찍이 아래로 내려가 겨울이를 기다렸다.성혜인과 다시 만난 겨울이는 신바람이 나서 꼬리를 흔들며 그녀를 향해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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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이는 법

이제는 최효원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갑작스레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마치 뺨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대표님...”반승제는 최효원 너머에 있는 다른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입조심해요.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이는 법이니까요.”최효원의 체면이라고는 한치도 봐주지 않은 말이었다.“대표님, 저는 경헌 씨의 여자친구예요. 그러니까...”반승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효원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최효원은 몸을 흠칫 떨며 이 모든 일의 책임을 성혜인에게 돌렸다.반승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버렸다. 그리고 뒷일은 심인우가 남아서 마저 처리했다.“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은 범죄 행위이니 조심해요.”심인우의 경고에 다른 직원들은 잔뜩 겁먹은 채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인우가 멀어진 다음에야 한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대표님 오늘 퇴근이 이르시네...”점심시간에 워커홀릭 반승제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반승제는 먼저 밖으로 나가서 차에 올라탔다. 뒤늦게 따라간 심인우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반씨 저택 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 가슴 졸이고 있던 백연서는 반승제가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름을 놓은 한숨 돌렸다.“네가 하도 안 오길래 잊은 줄 알았어. 준비는 다 됐으니 이만 출발하자.”반승제의 시선은 백연서가 들고 있는 하얀색 국화꽃으로 향했다.백연서는 보기 드물게 축 처져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도 유난히 어두웠다.두 사람이 탄 차는 교외에 위치한 묘지 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 심인우는 차에서 기다리고 반승제와 백연서만 묘지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산 정상에 위치한 깔끔한 묘지 앞으로 걸어갔다. 백연서는 하얀색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반승제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비석에 새겨져 있는 자신과 엇비슷한 얼굴을 바라봤다.“승제야, 옛날 일은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 다시 기회를...”“어머니, 인간의 목숨은 하나뿐이에요. 그러니 형한테 하던 짓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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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식물인간

얼마 후 성혜인은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 성한이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전화였다.의사는 성한의 최근 연락한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돌렸다.성혜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소윤은 이미 목 놓아 울고 있었다. 그녀는 성한의 핸드폰을 들고 그가 마지막으로 성혜인과 주고받은 문자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미친년아! 이거 네가 꾸민 일이지? 너 이거 살인 미수야, 알아? 기다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소윤은 빠른 걸음으로 성혜인을 향해 걸어가더니 그녀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가볍게 소윤의 팔을 낚아채더니 힘껏 뿌리쳤다.“증거 있어요? 저는 회사 얘기를 하려고 연락했을 뿐이에요. 요즘 회사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모도 잘 알잖아요. 제가 문자를 보낸 적 있다고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게 말이나 돼요? 더구나 지금껏 수차례나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한 건 제가 아닌 이모 아들이에요.”자신의 유일한 아들이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은 소윤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성혜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한 성혜인은 벽에 심하게 부딪히고 헛구역질이 나왔다.소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성혜인을 향해 주먹질하기 시작했다.“죽여버릴 거야! 내가 너를 꼭 죽여버리고 말 거야!”허진은 실종되고 성한은 식물인간이 되고 나자, 소윤은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광기에 서려 손톱을 세운 소윤을 밀어낼 수 없었던 성혜인은 최대한 손으로 자신을 보호했다. 그러자 소윤은 무려 그녀의 눈알을 파내려고 손을 들이밀었다.“죽어!!!”간호사들이 달려가서 소윤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보안팀! 보안팀 어디에 있어요!”곧이어 건장한 보안팀 직원들이 와서 소윤을 떼어냈다.성혜인의 손은 손톱에 긁힌 자국으로 가득했고 피가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했다. 반대로 소윤의 손톱에는 떨어져 나간 살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소윤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성혜인을 향해 발길질하려고 하며 소리를 질렀다.“너 같은 년은 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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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어필할 기회

“여보, 우리 한이가 식물인간이 됐대요. 제발 저 좀 도와줘요. 이거 다 혜인이가 한 짓이란 말이에요. 흑흑흑... 우리 불쌍한 한이가... 이건 한이 핸드폰이에요. 혜인이가 보낸 문자 좀 봐봐요. 우리 한이를 이상한 곳으로 유인한 게 분명해요.”소윤은 눈물을 훔치면서 성휘의 반응을 살폈다. 성휘가 질책의 표정 하나 없는 것을 보고서는 가면 속의 입꼬리가 귀 끝까지 찢어졌다.‘하늘이 날 돕는구나!’“여보, 저한테 아들이라고는 한이 한 명밖에 없는 거 알잖아요. 저 이제 못 살아요! 저도 한이를 따라갈 거예요!”소윤은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가짜 동작을 했다. 그러자 성휘는 빠르게 달려가서 막아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해 상처가 벌어진 탓에 본인은 기절할 뻔했으면서도 말이다.다행히 간호사들이 도와준 덕분에 상황은 금세 진정되었다.소윤은 병실 한쪽에 자리 잡고 목 놓아 울었다. 성휘는 피를 토할 기세로 기침이 그치지 않았다. 성혜인이 반쯤 포기한 표정으로 성휘의 등을 토닥일 때 그는 걸걸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오빠가 진짜 식물인간이 됐니?”“네.”곧이어 짝 소리와 함께 성혜인의 얼굴이 돌아갔다. 정신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성휘의 손에 힘이 없어서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혜인의 마음은 완전히 깔아뭉개져 버린 것만 같았다.“네가 한 짓이니?”“성한이 회사에서 저를 강간하려고 했던 일... 아직 모르시죠? 그리고 성한이 왜 미친 듯이 차를 몰고 저를 쫓아가려고 했는지도 모르시죠? 성한은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살고 싶어서 도망갔을 뿐이고요. 저를 쫓기를 포기하고 돌아갔으면 이번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 말을 들은 소윤은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성혜인을 향해 덮쳤다.“변명하지 마, 이 년아! 너도 네 어미도 똑같은 쓰레기일 뿐이야!”성혜인과 성휘의 안색은 동시에 어두워졌다. 뒤늦게 이성이 돌아온 소윤은 성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여보, 혜인이 말을 믿지 말아요. 한이가 얼마나 다정한 오빠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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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자의식 과잉

서민규는 한 손에는 휴지를, 다른 한 손에는 일반 우산을 들고 있었다. 그는 먼저 성혜인을 향해 우산을 기울이며 그늘을 만들어 주더니 휴지를 건넸다.“페니 씨, 무슨 일 있었어요?”서민규의 목소리를 듣고 성혜인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눈물을 닦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여기에서 다 만나요?”“저는 여동생 약을 받으러 왔어요. 제 여동생이 다리가 안 좋다고 말했던가요.”서민규는 우산을 든 채로 성혜인의 곁에 앉았다.“이렇게 뜨거운 철제 벤치에 어떻게 앉아 있었어요. 역시 무슨 일 있었죠? 제가 도와줄 수 있을까요?”성혜인의 입장에서 서민규는 그저 ‘아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래서 집안 사정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아니에요. 그냥 일에 문제가 좀 생겨서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파도치듯 북받치던 감정이 서민규와 마주친 순간 빠르게 식었다. 속상해하는 것도 오직 혼자 있을 때만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반승제는 다시 차 안으로 돌아갔다. 기분이 언짢은 듯 미간을 구기며 셔츠 단추를 푼 그는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는 성혜인과 서민규를 바라봤다. 발걸음을 돌리기 전까지만 해도 펑펑 울고 있던 여자가 지금은 활짝 웃고 있었다. 싸구려 우산이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반승제는 차마 계속 보지 못하고 시선을 거뒀다. 조금 남았던 설렘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이때 마침 윤단미에게서 보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그녀는 성휘와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반승제는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차가운 표정으로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그렇게 한 100m 정도 멀어져갔을 때 반승제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백미러를 힐끗 봤다. 두 개의 흐릿한 그림자는 서서히 한데 겹치고 있었다.‘키스하나?”반승제는 핸들을 힘껏 꽉 잡았다. 다만 내정한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하지만 마음속까지 냉정하지는 못했는지 자칫 사고를 낼 뻔하고 결국 길가에 차를 세웠다.윤단미는 그새를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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