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한이가 식물인간이 됐대요. 제발 저 좀 도와줘요. 이거 다 혜인이가 한 짓이란 말이에요. 흑흑흑... 우리 불쌍한 한이가... 이건 한이 핸드폰이에요. 혜인이가 보낸 문자 좀 봐봐요. 우리 한이를 이상한 곳으로 유인한 게 분명해요.”소윤은 눈물을 훔치면서 성휘의 반응을 살폈다. 성휘가 질책의 표정 하나 없는 것을 보고서는 가면 속의 입꼬리가 귀 끝까지 찢어졌다.‘하늘이 날 돕는구나!’“여보, 저한테 아들이라고는 한이 한 명밖에 없는 거 알잖아요. 저 이제 못 살아요! 저도 한이를 따라갈 거예요!”소윤은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가짜 동작을 했다. 그러자 성휘는 빠르게 달려가서 막아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해 상처가 벌어진 탓에 본인은 기절할 뻔했으면서도 말이다.다행히 간호사들이 도와준 덕분에 상황은 금세 진정되었다.소윤은 병실 한쪽에 자리 잡고 목 놓아 울었다. 성휘는 피를 토할 기세로 기침이 그치지 않았다. 성혜인이 반쯤 포기한 표정으로 성휘의 등을 토닥일 때 그는 걸걸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오빠가 진짜 식물인간이 됐니?”“네.”곧이어 짝 소리와 함께 성혜인의 얼굴이 돌아갔다. 정신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성휘의 손에 힘이 없어서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혜인의 마음은 완전히 깔아뭉개져 버린 것만 같았다.“네가 한 짓이니?”“성한이 회사에서 저를 강간하려고 했던 일... 아직 모르시죠? 그리고 성한이 왜 미친 듯이 차를 몰고 저를 쫓아가려고 했는지도 모르시죠? 성한은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살고 싶어서 도망갔을 뿐이고요. 저를 쫓기를 포기하고 돌아갔으면 이번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 말을 들은 소윤은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성혜인을 향해 덮쳤다.“변명하지 마, 이 년아! 너도 네 어미도 똑같은 쓰레기일 뿐이야!”성혜인과 성휘의 안색은 동시에 어두워졌다. 뒤늦게 이성이 돌아온 소윤은 성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여보, 혜인이 말을 믿지 말아요. 한이가 얼마나 다정한 오빠였는데요.
서민규는 한 손에는 휴지를, 다른 한 손에는 일반 우산을 들고 있었다. 그는 먼저 성혜인을 향해 우산을 기울이며 그늘을 만들어 주더니 휴지를 건넸다.“페니 씨, 무슨 일 있었어요?”서민규의 목소리를 듣고 성혜인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눈물을 닦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여기에서 다 만나요?”“저는 여동생 약을 받으러 왔어요. 제 여동생이 다리가 안 좋다고 말했던가요.”서민규는 우산을 든 채로 성혜인의 곁에 앉았다.“이렇게 뜨거운 철제 벤치에 어떻게 앉아 있었어요. 역시 무슨 일 있었죠? 제가 도와줄 수 있을까요?”성혜인의 입장에서 서민규는 그저 ‘아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래서 집안 사정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아니에요. 그냥 일에 문제가 좀 생겨서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파도치듯 북받치던 감정이 서민규와 마주친 순간 빠르게 식었다. 속상해하는 것도 오직 혼자 있을 때만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반승제는 다시 차 안으로 돌아갔다. 기분이 언짢은 듯 미간을 구기며 셔츠 단추를 푼 그는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는 성혜인과 서민규를 바라봤다. 발걸음을 돌리기 전까지만 해도 펑펑 울고 있던 여자가 지금은 활짝 웃고 있었다. 싸구려 우산이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반승제는 차마 계속 보지 못하고 시선을 거뒀다. 조금 남았던 설렘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이때 마침 윤단미에게서 보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그녀는 성휘와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반승제는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차가운 표정으로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그렇게 한 100m 정도 멀어져갔을 때 반승제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백미러를 힐끗 봤다. 두 개의 흐릿한 그림자는 서서히 한데 겹치고 있었다.‘키스하나?”반승제는 핸들을 힘껏 꽉 잡았다. 다만 내정한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하지만 마음속까지 냉정하지는 못했는지 자칫 사고를 낼 뻔하고 결국 길가에 차를 세웠다.윤단미는 그새를 참지
혜인이 재빨리 피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닫히는 차 창문에 머리카락이 끼울 뻔했다. 이미 멀리 사라져버린 자동차를 보자 그녀는 참으로 우습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경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 방금 대표님을 뵀었는데요, 저더러 자의식 과잉이래요. 아니면 단미 씨에게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지금 대표님하고 같이 차에 타고 있으세요.」혜인의 말이 못 미더웠던 임경헌은 정말로 윤단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고, 단미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자기가 물어봐 주겠다고 대답했다.통화가 종료되고, 그녀는 승제를 바라보았다.“경헌 도련님한테서 전화가 왔어. 지금 여자친구를 굉장히 아끼시나 본데? 이번에는 진지하게 만나는 건가 봐. 승제야, 효원 씨 다시 돌아오게 하는 건 어때?”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웃지 않을 때, 승제의 눈빛은 매우 깊고 날카로워 보였다.한참 후, 승제가 가볍게 웃었다.“그냥 안내 데스크 직원 한 명 잘랐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물어볼 일이야?”그 말을 들은 단미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승제에게 말했다.“그래, 네 말대로 단지 안내 데스크 직원일 뿐인데, 도련님하고 꼭 그렇게 사이가 틀어지게 만들어야 하냔 말이야. 도련님은 네 사촌 동생이잖아.”얇고 고운 긴 손가락으로 핸들을 잡고 있던 승제의 먹구름 낀 듯 어두웠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그럼 돌아오라 하지.”단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조금 전 혜인을 대하던 태도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을 보고는 더욱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황급히 임경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소식을 들은 경헌이, 참지 못하고 혜인에게 또 한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죄송해요, 페니 씨. 괜히 저 때문에 형한테 안 좋은 말이나 듣고… 역시 단미 씨가 하는 말이 형한테 먹히나 봐요. 2분도 안 돼서 바로 허락하더라고요.」혜인은 과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물론 아빠가 자신에게 한 말에 비해, 심한
이튿날, 혜인은 또다시 병원으로 향했다.소윤과 성혜인이 방 안에 전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성한의 병실로 들어갔다.하지만 어제 분명히 이 탁자 위에 놓아두었던 만년필 녹음기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이모랑 성혜원은 서로 싸우기 바빠 그 만년필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을 텐데... 혹시 간호사가 가져간 걸까?’그녀는 다급히 밖으로 나가 오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봤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누구도 보지 못했다는 것일 뿐.혜인은 터벅터벅 걸어 어느새 성휘의 병실을 지나치게 됐고, 마침 화장실에 가려던 성휘와 마주쳤다.그의 병실 안에는 소윤이 있었는데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성휘의 상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소윤은 혜인을 보자마자 화가 나 쏜살같이 달려들 기세였다.그런 소윤을 혜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간호사 당직실로 향해 계속 만년필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고만 했다.하는 수 없이 다시 복도로 나온 그때, 저 맞은 편에서 민머리의 한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지난번 길에서 막무가내로 데이트 신청을 했던 남자인 것 같았다.“혜인아.”남성의 태도가 몹시 친절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혜인이네 집 별장이 꽤 비싸다는 말을 들어 그녀를 꼭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오늘 그가 들고 온 꽃은 진짜 꽃이었다. 하지만 단 한 송이 뿐.“저번에 내가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그날은 우리 둘 다 많이 화가 났었던 것 같아. 오늘은 진짜 꽃을 갖고 왔어. 앞으로 잘 지내보자, 우리.”이 광경을 목격한 성휘가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혜인아, 이 사람은 누구냐?”대산은 성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곧 돌아가실 것처럼 몸이 편치 않아 보이는 웬 남자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빠졌다.“그러는 그쪽은 누구신데요? 저는 앞으로 혜인이와 함께 살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만... 이 늙은이가 노망이 나셨나, 어디 우리 혜인이 이름을
계속해서 난리를 피우던 소윤의 귀에 이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성휘의 머릿속에는 “삐”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깨질듯한 고통과 함께 그날의 두 빌어먹을 남녀가 떠올랐다.이 모든 상황 속에서 가장 덤덤한 것은 혜인이였다.그러나 그녀 역시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게 됐는데, 그건 다름 아닌 허진과 소윤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이다.당황한 혜인은 입술을 뜯었다.“아빠, 잘 보세요. 이게 바로 아빠가 말하던 좋은 아내, 좋은 딸이에요. 제 말은 단 한 번도 믿지 않으시더니, 이모의 매 한 마디는 아빠가 저를 때리는 데 있어 충분한 이유였어요. 여기 누워 있는 이 남자, 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근데 이모가 저랑 불륜한 남자라니까, 아빠는 저한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셨고요. 몇 년 동안 내내 이렇다 보니 저도 이제 정말 지긋지긋해요.”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덤덤한 말투로 말하며 녹음기를 성휘의 손에 쥐여주었다.“허 비서님이 PW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반년이 지나면 자그마치 2조 원이나 배상해야 한대요. 지금은 어디로 도망가셨는지도 모르고요. 허 비서님이 어떻게 해서 그런 큰 권리를 가지고 이사회와도 말이 다 통했는지 줄곧 궁금했었는데 인제 보니 이모랑 관계가 있던 거였군요? 아빠, 저 사람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아세요? 전에 제가 한밤중에 자료 드리러 집에 간 날, 어쩐지 이모가 뭘 감추는 것 같았는데, 그때 역시 별장 안에 허 비서님이 계셔서 그랬나 봐요.”더는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혜인은 녹음기를 건네주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제야 모든 사실을 안 성휘는 충격에 넋이 나가 있었다.땅에 앉아 통곡하던 소윤은 얼른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손에 들려 있는 녹음기를 바라보며 성휘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탄, 고통, 분노,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결국, 그는 힘없이 녹음기를 쥐고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윽고 경찰들이
혜인은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그대로 한 쪽에 놓아두었다.피곤했던 그녀는 바로 씻고 휴식을 취했다.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세 통의 메시지가 더 와있었고 말이다.「내 나이 쉰셋, 갑자기 모든 걸 잃게 되었구나. 네 엄마를 볼 면목이 없어, 나를 욕할까 두려워.」「PW사와의 계약 건은 내가 살펴보았다. 허 비서가 그쪽 사람하고 부가적인 협의를 더 맺었는데 반년이라는 시간이 한 달로 줄어들었더구나... PW사에서 벌써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우리가 2조를 배상해야 하는데 문제는 SY그룹에 그만한 돈이 없어.」「SY그룹은 거액의 빚을 지게 될 거야. 지금 너에게 지분을 나눠준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너한테 아무것도 없는 게 오히려 지금은 다행이야. 혜인아, 아빠가 정말 미안하구나.」마지막 메시지를 읽자 혜인은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다급히 성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은 건 그가 아닌 간호사였다.“아가씨, 환자분이 어젯밤 갑자기 쇼크를 일으키셨어요. 저희더러 절대 아가씨께 말하지 말아달라 하셔서…. 지금 환자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아주 적으신 것 같아요.”그 소식을 들은 혜인은 입이 떡 벌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회사의 일로 성휘는 분명 많은 타격을 받았다.회사는 그에게 있어서 심장과도 같았다. 그의 손으로 직접 가장 밑에서부터 한땀 한땀 일궈 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0세에 들어선 지금, 그는 쉽게 사람을 믿은 대가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실패했다.성휘가 가까이 두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배신했다.심지어 그의 가장 친한 벗의 죽음 역시 이 일과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이런 실패를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혜인은 손을 들어 눈썹을 긁적였다. PW사와의 계약서는 허진이 회사를 대표로 정식 도장을 갖고 체결해 법적 효력이 있었다. 게다가 전체 이사회의 동의도 다 거치고 진행된 사안이라 현재 회사 내부는 엉망
‘엄마는 모두 알고 계셨던 건가? 아빠가 외로워할 것도, 내가 시집을 잘 못 갈 것도, 전부 다 맞았잖아...”곁에 아무도 없어 외로운 것은 둘째 치더라도 한쪽엔 피를 팔아먹으려 혈안이 되어 있는 부모님, 또 한쪽에는 PW사에 거액의 빚을 안게 된 자신의 회사... 이 모든 것 때문에 아주 가능하게 성휘는 오히려 죽음으로서 빚을 청산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성휘가 이대로 죽게 놔둔다면 앞으로 그녀의 인생은 순풍에 돛 단 듯 순탄할지 몰라도 이 순간의 후회와 한은 영원히 풀지 못할 것이다.‘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혜인은 민지에게 전화를 걸어 장석호에 대한 일을 물었다.하지만 현재 강씨 집안의 모든 경제 대권은 아버지가 쥐고 있었기에, 상업적인 일에 대해서 민지는 잘 알지 못했다.혜인은 여러 곳에 전화를 돌리다 결국 신이한에게 다시 걸어보았다.그 시각, 이한은 저녁에 있을 비즈니스 파티가 열리는 레스토랑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런 레스토랑의 메뉴 가격은 상당히 비쌌는데 소위 말해 돈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파는 것이었다.혜인에게 전화가 온 것을 본 이한의 눈이 잠시 반짝이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페니 씨, 저희 아버지와 장석호 씨의 관계가 괜찮은 건 맞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페니 씨에게 정보를 넘기면 저희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마실 거예요. 그러면 이 불효자를 때려죽이러 아버지는 분명히 다시 나오실 거고요.”그러더니 이한은 이내 말을 돌렸다.“음... 하지만 오늘 밤 제 파트너가 되어주신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혜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 레스토랑의 위치를 물어보았다.그녀가 한바탕 꾸미고 나서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저녁 7시가 다 되어갔다.레스토랑의 입구는 굉장히 화려했고 오고 가는 사람들은 전부 제원에서 이름 좀 날린 사람들이었다.곧이어 이한을 태운 차가 도착했다. 그는 혜원의 차림새를 보자마자 눈빛이 번쩍거렸다.혜인은 옅은 화장이나 진한 화장이나 모두 잘 어울리는
서민규는 오랫동안 전 부서에서 상사의 압박에 시달리며 일해오다 최근 드디어 승진했다.그는 능력이 꽤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학력이 부족한 게 늘 흠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회사에 큰 공을 세워 BK사 대표의 눈에 들 수 있었고, 그가 일도 잘하고 다루기에 편하다는 걸 발견한 대표가 그를 곁에 두고 직접 키워보기로 했다.반승제가 룸에 들어섰을 때, BK사 대표 이선과 서민규가 이미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곁에는 몇 명의 BK사 임원들도 있었다.이선은 벌떡 일어나 반갑게 그들을 맞이해주었다.“반 대표님, 바쁘실 텐데 이렇게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반승제의 시선이 여러 사람을 지나 서민규에게 향했다.눈치가 빠른 이선은 반승제가 서민규에게 흥미를 보인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빠르게 민규를 내밀어 보였다.“제가 이번에 새로 발탁한 사람입니다. 서민규 씨, 어서 반 대표님께 인사드려.”서민규는 인물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많은 사람들 속에 섞어 놓으면 절대 뽑히지 않을 그런 유형이었다.“안녕하십니까, 반 대표님. 명성이 자자하시다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사실 그들은 전에 이미 여러 번 마주쳤었고 이한은 그를 참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지는 잘 설명할 수 없었다.일행이 모두 자리에 앉자, 이선은 틈틈이 기회를 잡아 승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곳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것들로만 골라 주문을 했다.이런 비즈니스 파티가 많은 레스토랑은 전문적으로 보스들을 대접하는데 한 테이블에 올라가는 메뉴들만 해도 자그마치 4000만을 호가했다.반승제의 태도는 아주 담담했는데 식사 내내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눈썹을 꿈틀거렸다.곁에 있던 윤단미는 그의 시선이 줄곧 서민규에게 멈춰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술이 세 바퀴 정도 돌자, 승제는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민규 씨는 아마 이미 결혼하셨겠죠?”승제는 손가락으로 계속 술잔 옆을 빙빙 돌며 마치 아무 생각 없이 묻는 것 같은 시늉을 했다.BK사는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