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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거짓말

성혜인은 반승제가 무조건 취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 그러면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걱정한다기보다는... 이 시간에 대표님이 찾아오시면 남편이 오해할까 봐서요.”

이 말을 들은 반승제는 순간 침묵에 잠겼다. 핸드폰을 사이 두고도 그 위압감이 전해질 정도로 말이다.

성혜인이 말을 계속하려던 찰나 반승제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성혜인은 실수로 끊어진 줄 알고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통화 연결음만 들려오고 나서야 성혜인은 그가 자신을 일부러 무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갑자기 왜 이러지?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근데 나는 유부녀라는 컨셉을 유지하고 싶었을 뿐인데...’

반승제는 잠잠해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소파로 올라가려는 겨울이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너도 그놈의 남편에 비해서는 뒷전인가 보군.”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한 겨울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승제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반승제가 귀국하기 전에 겨울이는 줄곧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잤다. 그래서 오늘도 늘 그랬듯이 소파에 엎드린 채 편안하게 잠들었다.

기분이 언짢았던 반승제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컴퓨터와 문서를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장 욕실로 가서 차가운 물을 틀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진정되지 않았다. 알코올의 작용으로 인해 겨울이를 팔아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성혜인이 괴로워하는 표정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남편... 남편... 바람이나 피우는 남자를 왜 자꾸 입에 달고 사는 거야. 진짜 정신과라도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반승제가 전화를 받지 않자, 성혜인도 더 이상 걸지 않았다. 끈질기게 전화를 걸다가는 오히려 반작용만 일으킬까 봐서 말이다.

통화하는 내내 정체에 관해 묻지 않는 걸 봐서는 다행히 테이블 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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