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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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어른들의 게임

반씨 가문에서 그녀는 늘 거래를 위한 물건에 불과했다.반승제는 갑자기 멈추더니 조용히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네 그 쓸모없는 남편을 가져다 뭐 하려고.”혜인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어떻게 자기 자신을 그렇게 욕할 수가 있지...”반승제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 닿았다.“페니야, 생각 다 끝났어?”그의 말은 마치 함정 같았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유혹하게 승제라는 늪에 빠지게 했다.혜인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동의한 줄 안 승제가 곧바로 그녀를 받쳐 들어 키스하며 이미 소독이 끝난 테이블 위에 눕혔다.승제의 입맞춤에 혜인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이윽고 목덜미에서 잔잔한 통증이 몰려왔다. 승제가 그녀에게 흔적을 남기는 중이었다.승제는 이런 일에 있어 강한 리드욕이 있었다.그때, 문밖에서 서민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페니 씨, 방금 다시 룸으로 돌아오는 걸 봤는데, 혹시 뭐 두고 갔어요?”머릿속에서 전기가 번쩍하더니 그녀는 단숨에 승제를 밀어냈다.테이블에서 내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직접 풀어 헤쳐진 단추를 다시 채웠다.승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이내 가볍게 웃었다.이 웃음에는 조롱의 의미가 섞여 있었다.혜인은 차마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볼 수 없었고 마지막 단추까지 다 채우자마자 곧장 문을 향해 걸어갔다.그런 그녀를 승제가 끌어당겨, 귀 옆의 머리카락들을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너에게 더 생각할 시간을 줄게. 아, 내가 결벽이 조금 있어서 말이야, 생각할 동안에는 그 사람이 너를 건들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네.”혜인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몇 초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반 대표님, 혹시 저 좋아하세요?”지금 그 사실을 인정하면 승제는 완전히 지는 것이었다.“페니야, 나도 결혼한 몸이야. 이건 단지 어른들의 게임일 뿐이고.”얼굴이 창백해진 혜인의 눈초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정말로 굴욕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마치 그녀의 인생은 제멋대로 갖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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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어차피 끝날 사이

그가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자 온시환은 눈썹을 추켜올렸다.“키스까지 했어?”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손에 든 카드를 보며 승제는 무심히 한 장을 내던졌다.“키스까지만 했나 보네, 더 깊게 하지는 못하고.”이한은 문화 충격을 받고 이내 감탄하기 시작했다.“정말 상상도 못 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나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네가 남편 있는 부인에게 마음을 빼앗겼을 줄은!”승제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꼭 쥐며 미간을 찌푸렸다.“마음대로 말하지 마.”“하지만 이게 현실인걸! 물론 페니 씨가 정말 남자를 홀릴만한 매력이 있다는 건 나도 인정해, 근데 너 결벽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유해? 페니 씨가 자기 남편하고 키스하고 돌아서서 너랑 바로 키스한다고 생각해봐, 꺼림칙 하지 않아?”그의 말에 승제는 확실히 뭔가 꺼림칙해졌지만, 겉으로는 매우 냉정한 척했다.“닥쳐!”온시환은 가볍게 웃었다.“인제 보니 별로 개의치 않는가 보다? 나는 그냥 일깨워주는 것뿐이야, 잠깐 노는 거에 그치면 돼.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랑 이러는 거 보면 분명 다른 남자하고도 이렇게 놀 수 있을 거야.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도덕적이지 못하거든. 그러니 진심으로 그 사람에게 빠지지는 마.”승제는 손에 쥐고 있던 모든 카드를 시환에게 건네주고는 뒤로 기대어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그건 너보다 내가 더 잘 알아.”온시환은 속으로 생각했다.‘알고 있다면 기혼인 여자와 엮이지 말아야지.’하지만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역시 승제가 그저 잠시 페니에게 끌리는 것뿐이라 생각했고 “먹고 싶은 것”을 여러 번 먹게 되면 분명 질리게 될 거라 생각했다.‘그래, 이런 육체적인 쾌락은 승제가 페니 씨를 위해 이혼할 정도까지는 가지 못할 거야. 아직 윤단미도 있으니까.’자리에 앉아 있는 승제의 머릿속에는 온통 혜인을 들어 테이블에 눕히던 그 장면으로 가득했다.그날 밤과 같이, 당황한 그녀는 다리로 승제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순식간에 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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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평생 실수 안 해 본 남자는 없어

어이가 없었던 도우미들은 차마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차를 내주었다.성훈은 오늘 자신의 두 아들을 다 데려왔는데 큰아들은 26살, 작은아들은 24살로 두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성훈의 월급은 집 대출금을 갚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아들들에게 결혼 자금을 마련해줄 조건이 되지 않았다.큰아들은 원래 여자친구가 있었으나, 남자 쪽 집에서 신혼집도 못 마련해준다는 소리를 듣고 이별 통보를 했다.그 누구도 22평 남짓한 좁은 집에서 그들 가족과 함께 사는 걸 원치 않았으며, 두 아들 모두 밖에 나가 살면 감당해야 할 집값이 만만치 않았기에 가족들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그 때문에 여섯 식구는 모두 성훈이 대출을 갚아야 하는 그 집에서 같이 생활했다.성훈의 아내는 전업주부로서 몇 년 동안 밖에 나가 일거리를 찾아본 적이 없었다.그 모습이 못마땅했던 성훈은 직장에서 욕을 먹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꼭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발길질해댔다.집 안에 있는 모두가 그 모습을 봤지만, 누구도 말리지 않아 성훈의 폭력은 습관적으로 행해졌다.여자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고 또 두 노인을 돌봐야 하니, 그녀는 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었다.하지만 모두가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성훈이야말로 이 집안의 기둥이며 가장 고생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아내는 오히려 가장 한가한 사람으로 여겨졌다.그 때문에 이 집안에서 그의 아내는 가족들의 화풀이 상대에 불과했다.라정옥은 기분이 나쁘면 그녀를 마구 욕했다.두 아들은 기분이 나쁘면 그녀에게 화풀이했다.성훈은 더욱 심하게, 그녀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해댔다.오늘 성훈이 두 아들만 데려온 이유도 그에게 있어 두 아들의 존재는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늙고 못생긴 아내는 어디 내놓기가 부끄러웠다.화려한 별장은 그들의 눈이 부시게 했다.성훈은 반드시 이곳에 살리라 꿋꿋이 다짐했다.이곳에 살게 되면 성훈은 아내와 이혼할 예정이었다. 그때가 되면 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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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평생 받아먹기만 한 주제에

라정옥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혜인의 얼굴에 대고 마구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곁에 있는 몇 명의 보디가드들 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성훈은 그 시절 대학 졸업생이었다. 당시 꽤 높은 점수를 맞아 온 동네가 떠들썩해졌었다. 그는 집안의 유일한 대학생이었기에 늘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굴었다.그래서 그는 어른의 행세를 한껏 뽐내며 혜인을 설득했다.“너 네 할머니한테 하는 말버릇이 그게 뭐냐? 역시 공부 못 한 애들은 이래서 안 돼, 가장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않았잖아. 대학교도 못 나온 큰 형님과 형수님이 자식을 가르쳤으니 이 모양일 수밖에. 혜인아, 그래도 작은아버지 말을 들어야 한다. 나는 대학교를 나왔거든. 네 두 사촌 오빠들도 지방대, 전문대를 나왔지만 어쨌든 다들 대학교에 다녔다고 할 수 있지. 이런 사람들을 너희 집안 양자로 들인다는 건, 너희에게는 복이나 다름없어.”성훈은 성휘와 임지연 둘 다 대학교에 가지 않았으니 무턱대고 혜인 역시 문화가 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는 혜인이 전국에서 우수한 학교를 나왔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혜인은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자신의 사촌오빠라 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의 눈은 예외 없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혜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들과 말을 나누기도 귀찮았다.“전부 이 집에서 썩 나가요. 두 번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성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집에서 정말 교육을 못 받았나 보구나! 큰 형님과 형수님이 너를 이렇게밖에 가르치지 않았니?”“쨍그랑!”혜인의 손에 들려 있던 찻잔이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쳐 깨지자 놀란 성훈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등을 뒤로 기댄 혜인의 카리스마는 모든 사람을 숨도 못 쉬게 할 정도로 강했다.“저희 아빠가 대학교에 못 갔다고요? 제가 듣기로 저희 아빠 수능 점수가 작은아버지보다 훨씬 높았던 걸로 아는데요. 집안에서 막내아들인 당신을 예뻐하는 탓에 저희 아빠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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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제원대학교의 퀸카

“너 딱 기다려!”다섯 사람은 급히 짐을 챙기고 집을 떠났다.혜인은 소파에 앉아 도우미에게 모든 곳을 소독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경비실에도 일렀다.“다음부터 다시는 저 사람들 집에 들이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되실 겁니다.”경비원은 전에 소윤의 명령을 받은 적이 있어 그들을 순순히 들여 보내준 것이었다.하지만 현재, 성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묘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는데, 바로 이 집의 실세가 바뀔 것 같다는 것이었다.“알겠습니다, 아가씨.”혜인은 로즈가든에 돌아가 겨울이를 데려왔다. 로즈가든에는 마당이 없어서 겨울이가 지내기에 많이 불편했다.포레스트에는 반승제가 있어 갈 수가 없던 차에, 때마침 이곳 성씨 저택이 비어 겨울이는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별장 안팎은 전부 소독을 끝마쳤고 소윤의 물건 역시 모두 팔아버렸다.성한의 명의로 되어있던 집도 수십억에 팔 수 있었고 그 돈들은 전부 성휘에 통장에 돌아왔다.이 수십억의 돈들은 SY그룹이 진 2조 원의 빚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혜인은 승제가 제안했던 ‘거래’가 생각나자 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다음날 점심, 반태승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혜인아, 얼마 전에 너희 아빠가 나에게 SY그룹에 대한 사정을 얼핏 얘기해줬는데, 최근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받지 않더구나. 아직 몸이 나아지질 않은 게냐?”그녀는 반태승에게 SY그룹의 일에 대해 감히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자그마치 2조나 되는 빚이었으니까 말이다.그 소식을 만약 반태승이 듣는다면 분명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을 테지만, 그녀 역시 반드시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예를 들면.“혜인아, 그럼 앞으로 평생 반승제와 잘 살아야 한다. 이혼은 절대 안 돼.”남의 손을 빌었으면 필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반태승에게 2조를 요구하는 것은, 반승제와의 이혼 불가 협의서에 사인하는 것과 같았다. 이 역시 그녀에게 있어서는 사기와 같았다.반태승은 반씨 가문에서 혜인을 가장 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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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선전포고

성혜인은 장석호 곁의 의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일단 PW사로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려주세요. 시간이 되면 자연히 답을 드릴 테니까요.”장석호는 피식 웃었다. 눈빛에는 성혜인에 대한 멸시로 가득했다. 그녀가 PW사의 행적을 모르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PW사는 합법과 불법 사이의 접점에서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회사이니 말이다.더구나 이번 일은 계약까지 끝냈기 때문에 따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성혜인의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한 분위기가 더욱 눈에 띄어 일은 잠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그러면 혜인 씨를 봐서라도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혜인 씨, 시간 있을 때 같이 식사나 하지. 회사 일은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하하.”장석호는 헤벌쭉 웃으며 불룩 나온 술배를 두드렸다.“또 봐, 혜인 씨.”장석호가 나가자마자 이사회의 임원들이 왁자지껄 토론하기 시작했다.“네 아버지는 어디로 갔어?”“사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아직도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성휘에 대한 적의로 가득한 말들에 성혜인은 홧김에 퍽 소리를 내며 서류를 테이블로 향해 던졌다. 말소리는 줄어들었지만, 임원들의 표정은 더욱 살벌해졌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젊은이 주제에 우리 앞에서 뭐 하는 거야?!’임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전에 성혜인은 원래 성휘의 것이었던 사장석에 앉았다.“변 이사님과 진 이사님이 지난해 산 새집에,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 이사님의 개인 사정에 왜 회삿돈이 들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또 지난해 저희가 토지에 4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왜 마지막에 제 아버지가 모르는 선에서 금액이 훨씬 줄었는지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위기로 이어진 PW사와의 계약은 또 누가 지지한 것이죠?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본인들이 친 사고에 사장을 욕하는 건 무슨 경우죠?”성혜인은 덤덤한 말투와 반대되는 예리한 눈빛으로 임원들은 쓱 훑어보며 말했다. 대부분 임원이 그녀와 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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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서민규의 와이프

성혜인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러다 차 창문을 내린 채 얼굴을 내민 장석호를 발견하고 우뚝 멈춰 섰다. 그는 이제 연기를 할 생각도 없는지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면서 말했다.“20억 원으로 너와의 100번을 살게. 너도 원한다면 내 차에 타.”장석호의 얼굴은 크다 못해 창문을 꽉 채울 지경이었다. 그런 얼굴로 저질스러운 말을 내뱉으니 듣는 사람은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태도로 건들건들 말을 이었다.“신기섭한테서 네 얘기는 익히 들었다. 똘망똘망하니 예쁘다고 하길래 사진을 본 적 있는데 실물이 훨씬 예쁜 줄은 몰랐구나. 그때는 아직 처녀였겠지만 이제는 아니지? 그래도 너한테 처녀의 값을 쳐줬으니 고마운 줄 알아. 20억 원은 잠자리의 값이고 따로 별장도 사주마. SY그룹이 곧 파산할 마당에, 만약 나를 거절한다면 길바닥에 나앉을 길밖에 더 있겠니, 자기야.”정석호의 마지막 한 마디는 식용유를 잔뜩 처바른 치즈보다도 느끼했다. 대부분 중년층 꼰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자신이 카드 한 장만 내밀면 여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것처럼 말이다.상업계에서 여자의 지위가 남자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유명 기업의 대표가 젊고 예쁜 여자를 노리개 취급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개나 소나 콧대가 하늘을 찌르게 되고 말았다.성혜인은 표정 없는 얼굴로 카드를 받아 들더니 그대로 장석호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이 돈은 직접 쓰세요. SY그룹이 PW사보다 먼저 파산할 일은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성혜인은 자신의 차로 돌아가서 훌쩍 떠나버렸다.성혜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뺨이 저릿저릿했던 장석호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를 이렇게 대한 여자는 또 처음이었다.‘망할! 저거 아주 제대로 미친 년이네!’장석호는 운전석의 의자를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운전기사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 대표님?”“흥, 내 앞에서 얌전히 무릎 꿇도록 대가를 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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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자존심을 꺾을 자격

성휘는 창백한 안색으로 서류를 내려놓고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고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손 떨림이 너무 심한 관계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성혜인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이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힘이 풀린 성휘는 결국 지팡이를 한쪽에 내버려 두고 천천히 앉았다. 그의 눈가에는 며칠 사이에 주름이 잔뜩 늘었다. 하얗게 번진 머리카락을 성혜인은 도무지 똑바로 볼 용기가 없었다.“혜인아, 우리 집안 진짜로 망할 것 같구나.”성휘는 이렇게 말하며 어깨를 흠칫 떨었다.“미안하다. 너한테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했어.”성휘는 회사를 팔고 부동산을 팔아야만 겨우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성혜인에게 남겨줄 자산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성혜인은 천천히 성휘를 향해 걸어갔다. 겨울이는 얌전히 성휘의 곁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가 앞으로 가서 앉자 성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내려놓았다.“한평생 고생한 결과가 이럴 줄은 몰랐구나.”“아빠...”성혜인은 머리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시간 있을 때 엄마를 보러 가세요. 못 본 지도 한참 됐잖아요.”성휘는 말없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입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죽상이 되었다.“내일 바로 가보마.”성휘의 건강 상태로 차를 몇 시간 동안 타고 서천까지 내려간다면 아마 그 길로 저세상 가게 될지도 몰랐다. 더구나 그가 1년 시한부 신세로 회사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성혜인은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성휘는 한참 침묵해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SY그룹이 파산한 다음 절대 반승제와 이혼해서는 안 된다. 회장님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이상 이혼이 성사될 리도 없을 거다. 만약 이혼한다면 너 혼자 돈도 모자라서 괴롭힘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이구나.”성휘는 자신이 머지않아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다. 성혜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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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이번 거래의 가격

반승제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성혜인의 뺨을 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BH그룹으로 향했다.시간은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지만 BH그룹의 건물은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가장 위층의 대표 사무실로 가니 심인우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이 찾아올 줄 몰랐던 듯 놀라 눈을 크게 떴다.“안녕하세요, 저 대표님을 뵈러 왔어요.”“대표님은 해외 미팅이 있어서 방금 회의실에 가셨어요. 아마 두 시간 정도는 걸릴 거예요.”반승제를 기다리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던 성혜인은 덤덤하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녀도 자신이 누군가와 이런 식으로 거래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성혜인이 아직 어린 시절 임지연은 줄곧 그녀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경제와 정신적으로 독립해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성혜인은 이제야 임지연이 어떤 뜻이었는지 크게 와 닿았다. 보다시피 그녀는 서천에 사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도 한참 달랐고 머리도 특별히 똑똑했다.여러 가지 추억을 생각하다 보니 두 시간은 어느덧 훌쩍 지나갔다. 어느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성혜인은 몸을 일으켜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반승제를 바라봤다. 그는 정장 재킷을 벗어 팔이 걸치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테이블 앞으로 가서 앉은 반승제는 넓은 대리석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는 시계를 풀어 한쪽으로 내던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머리를 들었다. 사무실 조명 아래에서 그의 하얀 피부와 검은 머리칼은 유난히도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어찌 됐든 한결같이 아름답고 위대한 얼굴이었다.“대표님...”성혜인은 작은 목소리로 반승제를 불렀다. 그러자 반승제는 그녀가 찾아온 목적을 이미 알아낸 듯 입 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지금은 가격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지?”반승제는 지난번 밀려난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짓궂게 말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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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반승제의 셔츠

“아직도 이렇게 서툰 걸 보니 남편이 영 별로인가 봐.”반승제는 가슴이 주체 되지 않고 떨렸다. 그래서인지 목소리도 약간 걸걸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던 성혜인은 애당초 말할 정신도 없었다. 더구나 심인우 등 사람들이이 갑자기 들어올까 봐, 혹은 건물 건너편의 사람이 창문을 통해 보게 될까 봐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이 곧 기절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새벽 다섯 시, 그는 정장 재킷을 성혜인에게 걸쳐 주고 자신의 차로 안아 올렸다.아무리 영엄한 존재가 과거의 반승제에게 미래 그가 사무실에서 여자와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얘기해도 그는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워커 홀릭인 그는 사무실을 신성한 곳으로 여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품속의 여자와 저녁 내내 함께 있었다는 생각에 그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힘이 완전히 빠져 버린 성혜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반승제는 그녀를 침대 위로 내려놓았다. 이제는 욕실로 데려가서 씻겨 주려고 했는데 끝없이 울리는 그녀의 핸드폰이 신경에 거슬렸다.반승제는 미간을 구기며 성혜인의 핸드폰에 뜬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바라봤다. 수락 버튼을 누르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장석호다. 네 남편 서민규가 내 손에 있어. 또다시 내 연락을 무시한다면 이 자식을 바로 죽여 버릴 줄 알아!”반승제는 어두운 안색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침대에 몸을 맡긴 성혜인을 힐끗 바라봤다. 살짝 올라간 입 꼬리는 서늘하기만 했다.‘어쩐지 갑자기 순해졌다 했더니... 남편이 납치당한 거였어?’순간 분노에 이성이 침식당한 반승제는 성혜인의 다리를 잡고 확 끌어당기더니 움직임을 계속했다. 사랑의 감정이라고는 추호도 볼 수 없는 거친 움직임이었다.성혜인은 비몽사몽 눈을 떴다. 목은 이미 쉬어 버렸고 말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대... 대표님...”에너지가 고갈된 성혜인은 도무지 계속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그녀의 뜻을 알기나 하는지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있을 뿐이었다.또 두 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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