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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이번 거래의 가격

반승제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성혜인의 뺨을 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BH그룹으로 향했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지만 BH그룹의 건물은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가장 위층의 대표 사무실로 가니 심인우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이 찾아올 줄 몰랐던 듯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안녕하세요, 저 대표님을 뵈러 왔어요.”

“대표님은 해외 미팅이 있어서 방금 회의실에 가셨어요. 아마 두 시간 정도는 걸릴 거예요.”

반승제를 기다리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던 성혜인은 덤덤하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녀도 자신이 누군가와 이런 식으로 거래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성혜인이 아직 어린 시절 임지연은 줄곧 그녀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경제와 정신적으로 독립해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성혜인은 이제야 임지연이 어떤 뜻이었는지 크게 와 닿았다. 보다시피 그녀는 서천에 사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도 한참 달랐고 머리도 특별히 똑똑했다.

여러 가지 추억을 생각하다 보니 두 시간은 어느덧 훌쩍 지나갔다. 어느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성혜인은 몸을 일으켜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반승제를 바라봤다. 그는 정장 재킷을 벗어 팔이 걸치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테이블 앞으로 가서 앉은 반승제는 넓은 대리석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는 시계를 풀어 한쪽으로 내던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머리를 들었다. 사무실 조명 아래에서 그의 하얀 피부와 검은 머리칼은 유난히도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어찌 됐든 한결같이 아름답고 위대한 얼굴이었다.

“대표님...”

성혜인은 작은 목소리로 반승제를 불렀다. 그러자 반승제는 그녀가 찾아온 목적을 이미 알아낸 듯 입 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지금은 가격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지?”

반승제는 지난번 밀려난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짓궂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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