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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문 뒤의 내연녀

마음이 움직인 반승제는 키스하고 싶어져서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성혜인이 얼굴을 돌린 탓에 입술은 볼에 닿아 버렸다.

“저 아직 씻지도 않았어요.”

보다시피 성혜인은 분위기를 깨는 분야의 고수가 틀림없었다.

성혜인의 한 마디에 흥이 깨진 반승제는 경고의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 풀에 찔린 그녀는 감히 반승제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성혜인은 그렇게 머리를 돌린 채로 한참 방황하다가 마지못해 물었다.

“혹시 제가 입을 만한 옷이 있나요?”

반승제는 성혜인이 어제도 열어봤었던 옷장 앞으로 가서 자신이 셔츠를 대충 집어 그녀에게 건네줬다

“입어.”

성혜인은 한숨 돌리며 주섬주섬 셔츠를 입었다. 반승제의 셔츠는 그녀에게 원피스처럼 길었다.

어젯밤 너무 급하게 온 탓에 여벌의 속옷을 가져 오지 못했다. 그래서 셔츠 속에는 아무런 가림막도 없었다. 대부분 여자가 불편하게 여길 불안한 느낌에 성혜인은 하나 남은 섹시한 스타일의 속옷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금세 포기해 버렸다.

“씻으러 가.”

반승제는 성혜인의 귀에 짧게 키스하며 마치 애인처럼 다정하게 속삭였다. 반승제의 다정함에,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 느껴 보는 타인의 다정함에 그녀는 몸 둘 바를 몰랐다. 더구나 몸이 또 속도 없이 반응해 버리는 것 같아서 황급히 욕실로 도망갔다.

반승제의 시선은 시종일관 성혜인을 향해 있었다. 딱딱하기만 하던 자신의 셔츠가 이런 느낌을 낼 수 있을 줄은 또 몰랐다.

욕실 안으로 들어간 성혜인은 어제 벗어 둔 옷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주머니 안에 담아 매듭을 꼭 맸다. 이대로 집으로 가져가서 세탁할 예정이었다. 그 다음에야 그녀는 세수와 칫솔질을 했다. 마지막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고 머리를 들자 돌연 거울 속에 나타난 반승제가 보였다.

반승제는 성큼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녀를 품속에 가두고 턱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강제적으로 머리를 돌려 키스를 퍼부었다.

좁은 환경과 야릇한 분위기에 성혜인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때 반승제의 손은 그녀의 다리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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