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1009 챕터

제871화

하은설은 절망스럽게 뒷자리에 앉았다.“좋아!”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다들 직접 선택한 거야! 내가 꼈다고 뭐라고 하지나 마.”**하은설은 여전히 그녀의 방을 차지했다.방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잊지 않고 심유진에게 말했다.“꼭 나를 도와 물어봐야 해.”“그래.”심유진은 입으로는 알겠다고 했으나 몸을 돌리자마자 얼굴이 어두워졌다.허태준은 그녀와 계속 같이 있었기에 심유진의 이상함을 바로 눈치챘다.허태준은 심유진울 가장 가까운 서재로 불렀다.“하은설이 뭘 물어봐 달라고 한 거예요?”“은설이는 허택양을 만나고 싶어 해요.”심유진은 허태준에게 숨기지 않았다.“은설이는 허택양을...”심유진의 뒷말은 모두 한숨 소리에 묻혔다.“당신은 은설씨가 허택양을 만나기를 바라요?”허태준은 진지하게 물었다.“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준비할게요.”“아니요!”심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그 둘이 평생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허태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그래요.”“나 잠시 후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올 것 같아요. 기다리지 말고 밥 먼저 먹어요.”허태준은 머뭇머뭇 말했다.“어디 가요? 경찰서?”심유진이 물었다.“네, 조사받으러 가요.”허태준이 대답했다.“나는요? 난 갈 필요 없어요?”심유진은 이 안건에서 명백한 피해자였다. 절차로 따지면 그녀도 조사를 받아야 마땅했다.“당신은 집에서 은설씨를 돌봐요. 저 혼자 가면 돼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그녀의 온기가 허태준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줬고 조금 남은 두려움도 사그라들었다.“며칠 동안 당신이랑 은설 씨 외출을 삼가도록 해요.”심유진은 허태준이 뭘 걱정하는지 잘 알았기에 별말 없이 끄덕이며 집에 남기로 했다.“그럼 빨리 돌아와요, 조심하고요.”**허태준은 경찰서로 향하지 않았다.허태준의 차는 계속하여 교외로 나갔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농장밖에 세워졌다.이 농장은 면적이 크고 환경이 좋아 허태준이 도시 내의 부동산을 매입할 때 같이 사들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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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허태준이 휘두른 한방에 허택양은 허공에서 빙그르르 돌았다.허택양의 오른쪽 종아리는 부러졌는지 축 처져 곧게 펴진 왼 다리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작은형님!”허택양은 여전히 울부짖었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그 눈물은 핏자국에서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허태준은 그를 보며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기회를 줬었잖아.”허태준은 계속하여 말했다.“그것도 여러 번.”허태준이 임시로 귀국한 건 허택양에게 준 첫 번째 기회였다. 하은설과 허택양의 이별을 설계한 건 두 번째 기회였다.만약 허택양이 눈치 빠르게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고 남자답게 허태준과 맞섰다면 이토록 그를 심하게 패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너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말이 끝남과 동시에 몽둥이는 허택양의 오른쪽 다리를 내려쳤다.허택양의 울부짖음은 더욱 처절해졌고 눈물은 폭포처럼 주룩주룩 떨어졌다.“작은형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너무 아파요. 죽을 것 같아요!”“걱정하지 마, 죽이진 않을 테니까.”허태준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는 웃었다. 그 모습은 허택양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죽기보다 못한 걸 느끼게 해주지.”허택양의 눈은 더욱 커졌다.허태준이 적들을 대하는 방법은 익히 들었지만 너무나 잔인하여 진짜라고는 믿지 않았기에 개의치 않았다.그러나 지금 와서 보니...“풀어만 주신다면...”허택양은 재빨리 조건을 내걸었다.“큰형님과의 대적을 도와드릴게요. 큰형님이 하셨던 일들, 증거들 전부 저한테 있어요. 저의 도움만 있다면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고, 한평생 형님을 괴롭히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그래?”허태준은 마치 그의 말이 흥미롭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웠다.허택양은 기세를 모아 연거푸 말을 쏟아부었다. “형님, 절 좀 믿어 주세요. 형님을 속인다면 다시 잡아 와도 되잖아요.”“널 당연히 믿지!”허태준의 입꼬리는 더욱 휘었고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하지만 네가 갖고 있는 증거들 난 이미 갖고 있어.”허택양에게 없는 증거들 또한 허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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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그래.”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들어 허택양을 찍기 시작했다.“아까 한 말 다시 해봐.”허택양은 혹시라도 자신이 늦게 말하므로 인해 허태준의 생각이 바뀔까 봐 허겁지겁 말했다.영상을 다 찍고 허태준은 부하에게 지시했다.“이놈들 다 내려놓고 경찰서에 보내.”허택양은 얼어버렸다가 정신이 돌아온 후 욕설을 내뱉었다. “날 풀어준다고 하지 않았어? 허태준 이 사기꾼! 죽어 버려!”“널 풀어줬잖아.”그의 도발에도 허태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이거 없이 넌 오늘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허태준은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허택양의 피로 얼룩진 방망이를 던져버리고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 밖으로 나왔다.허택양은 욕설을 퍼부었다.“허태준 너 이 양아치 새끼. 심유진이 그렇게 많은 상처를 받은 건 다 너 때문이야! 이 빌어먹을 놈! 정소월을 사랑하면서 심유진과 결혼해? 정소월과 아이를 가져놓고 또 심유진을 찾으러 와? 넌 쓰레기야. 넌 두 명의 무고한 여자를 울렸어. 아니, 세 명이다. 하은설도 네 놈이 망친 거야.”허태준의 발걸음이 살짝 머뮷거리다가 다시 빨라졌다.허태준은 입술을 깨물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비록 더러웠던 허택양의 피가 튀지는 않았으나 허택양과의 거리가 워낙 가까원던 탓에 허태준은 결벽증이 다시 도졌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그는 김욱의 집으로 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김욱은 허태준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대충 허택양과 관련 있음을 눈치챘다.”그사람... 처리했어?”김욱이 물어왔다.허태준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말했다.“경찰서에 보냈어.”“경찰서로 보내?”김욱은 허태준의 처리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너무 그에게 잘 대해준 건 아니야?”“내가 그놈 두 다리를 부러ㄸ렸어.”허태준이 말했다.“그것도 모자라.”김욱은 아직도 모자라다는듯 목소리를 깔았다.“넌 너무 마음이 약해서 그런 놈들이 계속 유진이를 괴롭히는 거야. ”허태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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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허태준이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밤 11시가 넘는 시간이었다.그의 예상대로 거실은 어두웠다.심유진과 하은설은 아마 잠에 들었을 것이다.허태준은 슬리퍼로 바꿔 신고 심유진을 깨지 않게 하기 위해 거실에서 잠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서재를 지나가자마자 등 뒤에서 빛이 들어왔다.“어디 가는 거예요?”심유진은 서재에서 나오며 물었다. 긴 머리카락은 위로 높게 묶었고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 흔들렸다.그녀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허태준을 빤히 쳐다보았다.심유진의 소리에 허태준은 다시 걸어갔다.“잠든 줄로 알아서 거실에서 자려고 했어요.”허태준이 말했다.“일하고 있었어요.”심유진은 문서를 보다 지친 눈을 비볐고 말투에는 피곤함이 어려있었다.“들어가서 먼저 씻어요. 컴퓨터 끄고 나도 들어갈게요.”허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를 넘어 서재의 큰 책상에 옮겨졌다.그가 떠날 때만 해도 비었던 책상이 지금은 온갖 문서로 가득 찼다. 그녀의 컴퓨터는 켜져 있었고 화면은 재무제표가 자리 잡았다.“그래요.”허태준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떠나려고 할 때 심유진은 그의 손을 붙잡았다.“씁...”심유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그의 손을 노려보았다.“손이 왜 이렇게 차요?”심유진은 허태준이 몸이 항상 차가운 것은 알았지만 지금의 온도는 정상범위가 아니었다. 마치 얼음 속에 담긴 듯한 온도였고 또 마치 매서운 바람을 맞은듯하기도 했다.허태준은 재빨리 따스한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밖이 너무 추워서 얼었어요.”그는 담담히 말했다.“샤워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심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비록 그녀가 오늘 밖에 나가보지는 않았어도 안과 밖의 기온 차가 크다 한들 이렇게까지 춥진 않을 것이다. “왜요?”그가 물었다.“또 무슨 일 있어요?”심유진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담배 피웠어요?”허태준의 몸에서 담배 냄새는 심하게 나지 않았지만, 심유진의 코가 워낙 예민한지라 조금만 가까이 와도 그녀는 귀신같이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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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괜찮아.”하은설은 말을 마치고 그녀에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처녀 귀신’처럼 유유히 주방으로 갔다.심유진은 그 자리에서 30초 동안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의문을 품고 방으로 돌아왔다.‘왜 하나같이 오늘 이렇게 이상하지?’**심유진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침실의 메인 등을 끄고 어둑한 헤드램프를 켰다.욕실의 물소리가 끊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빛 불이 꺼졌다. 그리고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가 울리더니 그 소리가 차츰 심유진에게로 가까워졌다.“오늘 샤워가 빨리 끝났네요?”심유진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허태준은 결벽증을 앓고 있는 탓에 매번 30분 이상 샤워를 했다.하지만 오늘 그가 서재에서 나와 지금까지 총 15분도 걸리지 않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이 이렇듯 유심히 관찰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그는 임기응변으로 손쉽게 대답했다. “아침에 호텔에서 이미 씻었어요. 지금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피곤해서 빨리 자려고요.”“그래요.”심유진은 그의 말을 쉽게 믿었다.허태준은 이불을 들추고는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심유진은 하나의 뜨거운 살결이 자신의 등을 단단히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자신의 품 안에 가두었다. 오른손은 그녀의 허리를 넘어 손깍지를 꼈다.허태준은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묻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매혹적인 장미 향기가 그의 코를 뚫고 들어왔다.이러한 친밀함을 그는 잊을 수 없었고, 또한... 놓고 싶지 않았다.“만약 당신의 아버지와 오빠가 우리를 허락하지 않으면...”허태준의 낮은 음성이 심유진의 귀를 감쌌고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민감한 살결을 간지럽혔다.심유진의 몸은 순간 긴장되었고 머릿속은 하얘졌다.침묵이 계속되자 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되물었다.“아까...뭐라고 했어요?”심유진의 음성은 그녀의 몸처럼 굳었다.허태준은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음을 깨달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처음의 충동이 지나자, 그는 다시 물어볼 용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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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하은설은 급히 떠났다.허태준이 심유진을 깨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은설을 뛰기까지 하였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야 뜀박질을 멈추었다.그녀는 오늘 검진을 예약했지만 그건 오후였다.심유진과 허태준 몰래 나온 것은 오늘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이 도시에서 생활하며 일한 지 어언 10년이란 시간 동안 하은설은 비록 많지는 않지만, 꽤 인맥을 쌓았다.하은설은 허택양이 경찰서로 잡혀갈 때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입원한 사실을 듣게 되었다.하은설은 또 사람을 붙여 사건을 맡은 경찰에게 부탁해 면회를 신청했다.허택양이 잡히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그가 상처를 입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은설이 허택양의 온몸에 감긴 붕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너무 놀라 한참이나 넋이 빠졌다.허택양의 이런 꼴은 누구한테도 위협이 되지 못 된다고 생각한 경찰은 둘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병실 밖을 지키고 서 있었다.허택양의 모습이 믿기지 않은 하은설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그녀의 두 눈은 시종 크게 떴고 물방울이 맺히기도 했다.“당신...”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고 한참이나 지났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았다.허택양은 다리가 부러져 의사가 진통제를 놓아 현재 간신히 눈을 뜨고는 있으나 여전히 의식이 흐릿했다.그는 안간힘을 쓰고 나서야 하은설의 모습을 알아보고 입을 열어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은설?”“저예요!”하은설은 급히 대답했다.가까이 다가가자 하은설은 그의 창백한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러 상처로 얼룩덜룩했고 입술은 여러 군데 터져 피딱지가 앉았다.“당신 괜찮아요?”하은설이 물었다.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라 자신에게 상처를 줬어도 그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는 하은설의 가슴은 너무나도 아파왔다.“내가...”허택양이 눈을 감았다 뜨며 온몸의 힘을 끌어와 힘겹게 말을 이었다.“미안해...”그 말에 하은설의 눈물이 떨어졌다.“괜찮아요!”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그의 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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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하은설은 멈칫했다.“무슨 뜻이에요?”허택양은 눈을 뜨고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사실 너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어.”하은설은 가슴이 떨려왔다.그녀는 허택양이 말할 사실이 두 사람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밀려왔다.그들이 어젯밤 서재에서 한 얘기를 그녀는 전부 들었다.그래서 하은설은 모든 사실을 알기 위하여 한시라도 빨리 허택양과 만나려고 했다.“허태준은 나의 사촌 형이야. 우리의 아버지들은 친형제지.”하은설은 돌연 머리가 하얘졌다. 허태준과 허택양, 같은 성을 지니고 그렇게도 닮아 있었으나 그녀는 두 사람을 연관시키지 않았다.“그...래서요?”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옷자락을 세게 잡았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회사는 내 친 형에게 물려졌어. 그 후로 허태준은 우리 형제에게 앙심을 품고 여기저기서 우리 형제를 깎아내리고 해치려고 했지.”허택양은 순간순간 비통함을 내비쳤다.“그래서 허태준은 내가 너와 연인이 된 것을 알고 나에게 일부러 약을 먹이고 네 앞에서 바람을 피운 것처럼 보이게 했어... 은설아, 나를 믿어줘. 나는 너에게 진심이야. 너에게 상처를 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어!”그는 흥분했는지 자신의 침에 사레가 들고 말았다. 격렬한 기침 소리로 온몸은 진동했고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하은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조심해요!”하은설은 허택양을 다독이고 싶었으나 혹여나 자신이 아프게라도 할까 봐 한 켠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한참이나 지나서야 허택양의 기침은 잦아들었고 말을 이어갔다.“온몸의 상처도... 허태준이 한 짓이야... 허태준이 심유진을 멀리하라고 경고했어. 하지만...”그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하은설을 바라보았다.“내가 N 시티에 남아있는 이유는 너야. 그리고 또 ...”그의 시선은 하은설의 배로 향했다.“우리의 아이를 위해서야. 은설아, 사랑해. 나는 너랑 우리 아이와 함께 살고 싶어. 우리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은설은 한 손으로 허택양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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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허태준의 약혼녀는 하은설이 아니었다.‘허태준의 약혼녀가... 언제 허택양에게 납치를 당한 거지?’뜻밖의 소식이 하은설을 자리에 굳게 만들었다.“잠시만요...”한참후 정신이 돌아온 하은설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친구에게 전화할게요.”경찰은 그렇게 하라는 손짓을 하였다.하은설은 사무실을 힘겹게 빠져나와 복도의 구석에 등을 대고 심유진의 번호를 눌렀다.“은설?”심유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검사 끝났어?”“아직.”하은설은 목소리가 떨려왔다.“나...”하은설은 심유진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다.하지만 허택양이 병원에서 자신에게 한 얘기가 생각나 머뭇거렸다.하은설은 자신과 심유진의 몇 년간의 우정이나 허태준의 됨됨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허 씨 형제들의 불화설은 국내 여러 매체에서 폭로되어 허택양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더구나 하은설은 여러 차례 허태준이 자신의 적수에게 무자비하게 복수를 하는 등 백화점에서의 폭력적인 수단을 익히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심유진은 당연히 허태준의 편을 들 것이다. 자신이 캐묻는다 한들 경찰과 같은 대답만 돌아올 것이다.한참이나 아무 말이 없자 심유진은 다급해졌다.“너 왜 그래? 어디야? 찾으러 갈게!”“난 괜찮아!”하은설은 다급히 대답했다.“나 그냥... 무서워. 유진아...”하은설은 살살 떠보았다.“내가 만약 이 아이를 유산하지 않으면...”심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머릿속에는 경고음이 울렸다.“왜?”심유진은 평정심을 찾고 하은설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아이가 이미 뱃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으니까...”하은설은 고래를 숙이고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고 심유진이 믿을 거짓말을 지어내느라 머릿속은 바빴다.“아이의 아빠가 쓰레기라 하더라도 나는 마음이 아파... 그리고 너도 별이의 친아빠가 강간범인 줄 알고 낳은 거잖아?”심유진은 하은설이 이 얘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하은설의 얘기가 설득력이 있었기에 아무런 반박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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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허태준은 심유진보다 머리 하나가 컸기에 가까이에서 머리를 들어 올려 그와 대화하기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산부인과 병원에 남자가 가서 뭐 하게요?”허태준은 의기양양하게 반박했다.“아내와 같이 가는 남자도 없나요?”“그럼 당신은 아내와 같이 가는 건 가요?”심유진이 되물었다.“그럼요.”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눈가에는 짙은 웃음기가 섞였다.심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얼굴을 붉혔고 화를 내며 그를 밀쳤다.“아무튼 안 돼요!”허태준은 반쯤 물러났다.“그럼 문 앞까지 데려다줄게요. 안 들어가면 되죠?”심유진이 다시 거절할까 봐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사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돼서 그래요.”이 말에 그녀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하은설의 간곡한 부탁이 아니었다면 심유진은 그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래도 안 돼요.”심유진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완강한 표정을 지었다.“집에서 기다려요, 금방 돌아올 테니까.”그 둘은 그렇게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였다.고집이라면 허태준도 심유진에게 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그녀를 이길 필요가 없었다.“그래요.”결국 허태준은 한 걸음 물러났다.“빨리 돌아와요, 도착하면 전화하고요.”**하은설이 심유진과 만나기로 한 곳은 병원 근처의 한 카페였다.하은설은 창가에 앉아 두 손으로 뜨거운 아메리카잔을 들고 창밖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심유진은 빠르게 하은설을 찾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앞에서 흔들었다.“뭘 보는 거야?”하은설은 시선을 거두고 힘겹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빨리 왔네.”심유진은 하은설의 맞은켠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이렇게 비밀스럽게, 꼭 얼굴 봐야 한다고...”심유진이 오기 전 몇 번이나 마음을 먹고 시뮬레이션을 한 하은설이었다.그녀는 용기를 내 심유진에게 말했다.“사실 나 오전에 병원에 가지 않았어... 병원 예약은 오후야...”“응?”심유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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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하은설은 심유진의 화를 예상하기는 했으나 이렇게나 크게 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녀는 놀라 손을 떨어 잔의 커피가 반이나 쏟아졌다.따뜻한 히터를 튼 카페에서 하은설은 얇은 티 한 장을 입었다. 뜨거운 커피가 위에 쏟아지자 아이보리색 티에는 보기 싫은 커피 얼룩이 배였다.하은설은 한숨을 내쉬며 커피잔을 내려놓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하은설은 티슈를 들어 분풀이하는 것처럼 박박 얼룩을 닦았다.까페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손님들도 다 떨어져 앉았기에 이쪽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직원이 돌아다니며 간혹 눈길을 줄 뿐이었다.하은설이 울자 심유진은 바로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화가 남아 있었다.“왜 울어?”심유진의 말투는 여전히 경직되었으나 아까보다 많이 누그러들었다.하은설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심유진은 강한 무기력함을 느끼며 몸을 소파에 기대었다.“나랑 얘기하고 싶다며?”심유진이 물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얘기해? 아니면 이런 방식으로 취하하게 만들겠다는 거야?”하은설의 동작은 그녀의 말에 멈추고는 손에 든 티슈를 꽉 쥐며 말했다.“그 뜻 아니야.”이런 방식으로 심유진이 취하하게 만들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허택양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네가 만약 양심이 있다면 경찰서로 가서 취하해.”“허택양이 아무 잘못이 없다?”심유진은 그녀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그래, 결국 다 내 잘못이네.”하은설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네 잘못이란 말이 아니라...”“그만해!”심유진은 하은설의 말을 끊었다.“내 말은, 너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으니 네가 허택양이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믿게 된 거야.”“진실?”하은설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지만 이미 그녀가 숨기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경악과 의혹은 찾을 수 없었다.“그럼 지금 알려줘, 진실이 무엇인지.”심유진은 긴 호흡을 들이마시고 한참이 흐른 후에 결심한 듯 입을 뗐다.“허택양은 허태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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