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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하은설은 심유진의 화를 예상하기는 했으나 이렇게나 크게 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녀는 놀라 손을 떨어 잔의 커피가 반이나 쏟아졌다.

따뜻한 히터를 튼 카페에서 하은설은 얇은 티 한 장을 입었다. 뜨거운 커피가 위에 쏟아지자 아이보리색 티에는 보기 싫은 커피 얼룩이 배였다.

하은설은 한숨을 내쉬며 커피잔을 내려놓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은설은 티슈를 들어 분풀이하는 것처럼 박박 얼룩을 닦았다.

까페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손님들도 다 떨어져 앉았기에 이쪽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직원이 돌아다니며 간혹 눈길을 줄 뿐이었다.

하은설이 울자 심유진은 바로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화가 남아 있었다.

“왜 울어?”

심유진의 말투는 여전히 경직되었으나 아까보다 많이 누그러들었다.

하은설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심유진은 강한 무기력함을 느끼며 몸을 소파에 기대었다.

“나랑 얘기하고 싶다며?”

심유진이 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얘기해? 아니면 이런 방식으로 취하하게 만들겠다는 거야?”

하은설의 동작은 그녀의 말에 멈추고는 손에 든 티슈를 꽉 쥐며 말했다.

“그 뜻 아니야.”

이런 방식으로 심유진이 취하하게 만들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허택양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네가 만약 양심이 있다면 경찰서로 가서 취하해.”

“허택양이 아무 잘못이 없다?”

심유진은 그녀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결국 다 내 잘못이네.”

하은설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네 잘못이란 말이 아니라...”

“그만해!”

심유진은 하은설의 말을 끊었다.

“내 말은, 너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으니 네가 허택양이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믿게 된 거야.”

“진실?”

하은설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지만 이미 그녀가 숨기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경악과 의혹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지금 알려줘, 진실이 무엇인지.”

심유진은 긴 호흡을 들이마시고 한참이 흐른 후에 결심한 듯 입을 뗐다.

“허택양은 허태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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