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설은 손을 벌벌 떨려 온몸의 힘을 써서야 힘겹게 문을 열 수 있었다.밖의 사람은 인내심 없이 문을 밀어버렸다. 밀려버린 두터운 문이 하은설을 박자 그녀는 뒤로 밀려났다.문이 잘 열리지 않자 문밖의 사람은 다급히 머리를 쏙 내밀었다. 문 뒤의 하은설을 보고는 얼굴이 삽시에 얼어버렸다.“괜찮으십니까?”하은설은 아픔을 참으며 말했다.“괜찮아요.”하은설은 문과 거리를 두었다. 그 사람에게 부딪히지 않기 위해 아예 화장실로 몸을 비켰다.사람들이 우수수 방으로 들어왔다.꽤 널찍한 방이 사람들로 좁아 보였다.강성은 그들로 하여금 한 줄로 질서 있게 서라고 했다.그들 중 일부 백인들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싸움을 일으키려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성의 부하로 보이는 아시아계 인들은 그들을 저지했다.“하은설 씨?”강성은 하은설을 불렀다.“증거를 보실 건가요?”하은설은 지금 오히려 나가기 싫었다. 그녀는 이 사람들이 증거를 제시하면 허택양의 거짓말은 탄로 날 것이고 자신은 사랑에 눈이 멀어 오랜 친구를 배신한 사람이 될 거라는 예감이 왔다.“하은설 씨?”강성은 화장실로 걸어 와 독촉했다.“빨리 나오세요! 빨리 이 사람들 말 듣고 내보내자고요!”할 수 없이 하은설은 강성을 따라 나갔다.그제야 하은설은 방 안의 사람들을 제대로 보았다. 국적이 예측되지 않는 황인과 한눈에 보아도 동네 양아치로 보이는 백인들이었다.그들은 모두 험상궂게 생겼고 몸 또한 일반인들보다 우람했다.몇몇 백인들은 하은설이 나오자 음흉한 눈빛으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뭐 하는 짓들이야!”강성은 허리춤의 총을 꺼내 들며 욕을 퍼부었다.“다들 얌전히 있지 않으면 오늘 다 죽을 줄 알어.”그제야 그들은 얌전해졌다.강성은 자신의 핸드폰을 그들의 눈앞에 보이며 물었다.“이 사람 기억나지?”하은설은 핸드폰 액정의 사람을 똑똑히 보았다. 허택양이었다.“기억나죠!”백인 양아치들은 그 사진을 보며 비웃기 시작했다.“그 겁쟁이잖아! 우리에게 맞아서 반항도 못 하고, 여
허태준이 할 행동을 예상한 하은설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허 대표님, 진정하세요! 유진이는 대표님이 살인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유진이와 별을 두고 감방에 가고 싶으세요?”“누가 살인한다고 했어요?”허태준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허태준은 손가락을 움직여 방아쇠를 당겼다.총소리가 울리며 한 양아치의 처절한 울음이 울렸다.“내 발! 내 발!”그의 발등에는 하나의 구멍이 생겼고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악!”평생 이렇듯 잔인한 장면을 본 적이 없던 하은설은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서며 급하게 욕실로 숨고는 문을 잠갔다.이후에도 총소리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하은설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그 화면을 상상하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한참이 지나서 욕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허태준의 소리가 방음이 되지 않는 유리문으로 흘러나왔다.“은설 씨, 저랑 같이 돌아가실래요?”허태준의 잔인한 모습을 본 하은설은 그가 두려워졌다. 그러나 방안에 남은 사람들은 더욱 무서웠다.하은설은 급하게 문을 열며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같,같이 갈게요.”**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하은설은 허태준과 헤어지려 했다.“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하은설은 허태준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폐 끼치지 않을게요.”“안 돼요.”허태준이 하은설에게 한 걸음 다가가자 그녀는 놀라 뒤로 물러났다.허태준의 기세에 꿀리지 않기 위해 높은 굽을 신었던 하은설은 오히려 자신의 꾀에 넘어갔다.그녀는 높은 굽 때문에 발목을 삐끗했다.허태준이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하은설은 바닥에 넘어졌고 격렬한 아픔이 아랫배에서 느껴졌다.그녀는 머리를 숙여 바닥에 흥건한 피를 쳐다보았다.하은설은 머릿속이 하얘졌고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하은설은 쓰러지기 전에 생각했다.‘이것이 나의 운명이구나...’**알콜의 힘을 빌려 심유진은 잠을 푹 잤다.그녀가 깨니 이미 저녁이었다.허태준은 없었고 방에는 램프만 켜져 있었다.그녀는 지끈거리는 관자놀
심유진은 허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뚜-”전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 겨우 통했다.“유진 씨?”허태준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물었다.“깼어요?”전화기 너머는 너무나도 조용하여 허태준이 어디에 있는지 심유진은 알 수가 없었다.“네.”그녀는 물었다.“어디 간 거예요?”“저요?”허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병원이요.”심유진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무슨 일이에요?”“내가 아니고요.”허태준은 머뭇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은설 씨요.”“은설이요?”심유진은 다급히 방에서 뛰어나오다가 탁자에 무릎을 부딪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나왔다.“어느 병원이에요? 지금 갈게요!”“아니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말렸다.“은설 씨는 잠들었어요. 한동안 깨지 못할 거예요.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니까 내일 나랑 같이 와요.”“아...”심유진은 꺼내온 옷을 다시 걸었다.“그럼... 조심히 돌아와요.”**허태준은 반 시간 후에 돌아왔고 Mike 엄이 보내온 도시락도 가져다주었다.기름에 튀겨진 맛있는 냄새가 도시락 봉투에서 흘러나왔다. 심유진은 그 시각 매우 배고팠지만 입맛은 없었다.“은설이 어떻게 된 거예요?”그녀는 허태준의 손을 잡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일단 뭐 좀 먹어요.”허태준은 손의 봉지를 심유진에게 건네줬다.“천천히 얘기해 줄게요.”심유진은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 씹어 넘기기도 전에 허태준을 독촉했다.“빨리요!”“오후에 은설 씨를 찾으러 갔어요.”허태준은 그녀에게 처음부터 설명해 주었다.“증거를 보여 줬어요.”“그게 병원에 있는 것과 무슨 관련이에요?”심유진은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집에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은설 씨가 발을 헛딛는 바람에 아이를 유산했어요.”허태준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고 말투도 괴로움이 배었다.심유진은 손에 들었던 햄버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뭐, 뭐라고요?”심유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요... 은설이가... 어쨌다고요?”그녀의 눈에는 눈물
심유진은 이미 온 오후 잠을 잤기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더욱이 지금은 마음이 편치 않았기에 침대에서 뒤척이기보다는 병원으로 가 하은설을 돌보는 게 나았다.“은설이가 밤에 깰 수도 있잖아요.”“은설이가 눈을 떴을 때 익숙한 사람을 봤으면 좋겠어요.”심유진은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어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혼자 병실에 누워있는 외로움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충격적인 일이 너무 많아 하은설이 외로움에 정신이 온전치 못할까 심유진은 걱정되었다.허태준은 자신이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다.“그럼 이것 먼저 다 먹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이 오후에 두 개의 닭다리만 먹고 저녁도 먹지 않은 상태로 병원에 가서 밤을 새우면 몸이 상할까 걱정되었다. “...그래요.”심유진은 그가 가져다준 음식을 겨우 다 먹었다.**병원은 심유진이 자주 가던 곳이었고 오피스텔에서 매우 가까웠다.하은설의 병실은 1인용이었다. 지금 시간에는 하은설과 간호원 모두 잠들 시간이었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간병인은 경계하며 쳐다보았다.허태준을 바라보며 간병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대표님, 왜 또 오셨어요?”“오늘 밤에는 돌아가셔도 돼요.”허태준은 말했다.“비용은 똑같이 지불할 테니까 오늘은 먼저 돌아가세요.”“왜요?”간병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제가 어디 잘 못 한 것 있나요? 대표님, 말씀만 해주시면 고치겠습니다!”허태준이 그녀에게 지불한 비용은 다른 사람들의 두 배였기에 그녀는 이 일을 더욱 놓치고 싶지 않았다.“오해한 것 같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은 제 아내가 돌보고 싶다네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오세요.”간병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네.”간병인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말했다.“대표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주세요.”간병인이 나가자 허태준은 간이침대를 펴며 물었다.“새 시트와 이불을 쓸래요?”“괜찮아요.”심유진은 그런
허태준은 하은설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예측할 수 없었다.다만 하은설이 오늘 겪은 일들의 분노가 심유진에게 불똥이 튈지는 아무도 몰랐다.그래서 허태준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돌아가요.”심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오늘... 당신도 수고했어요.”허태준은 잠시 심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일찍 쉬어요.”**심유진은 간이침대를 하은설에게 가까이 끌어당겨 그 위에 앉으며 하은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그녀는 하은설이 깨면 어떤 반응일지 몇 번이나 상상했다.자신을 때릴까? 욕할까? 자신과 철저히 인연을 끊을까? 아니면 자신과 죽으려고 할까?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밖은 서서히 밝아졌다.**하은설은 꿈을 오랫동안 꾸었다.꿈속에서 하은설은 별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를 보았다.예쁜 꽃무늬 치마를 입고 양 갈래를 딴 여자아이는 눈을 초롱초롱 뜨며 하은설을 엄마라고 불렀다.하은설은 매우 행복했다.하은설이 빨리 걸어가 여자아이를 안으려고 할 때 아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은설은 미친 것처럼 주위를 맴돌며 아이를 찾았다.주위는 온통 하얀색이었고 텅 비어 있었다.하지만 계속하여 아이의 부름 소리가 하은설을 맴돌았다.“엄마!”“엄마!”“엄마!”기쁜 소리, 슬픈 소리, 분노의 소리가 하나씩 울려왔다.“어디 있어?”하은설이 절규했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하여 아이의 부름 소리만 들렸다.“엄마!”“엄마!”“엄마!”하은설은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뛰며 울부짖었다.“나와!”“빨리 나와!”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온통 하얀색이었다.하은설은 너무 오래 뛰어 힘들었는지 땅에 주저앉았다.여자아이의 부름 소리도 함께 사라졌다.새하얀 공간 속에서 여전히 일정한 걸음 소리가 울렸다.그건 구둣발 소리였다.딱.딱.딱.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반짝반짝한 검은색 구두가 하은설의 눈에 들어왔다.매우 익숙한 구두모양이었다. 허택양에게서 자주 봤었던 구두였다. “은설아.
허택양이었다.허택양의 머리, 팔, 다리는 두터운 석고로 둘러싸였고 얼굴에도 파란 멍 자국이 있었는데 이는 하은설이 병원에서 본 모습과 일치했다.“은설아, 얘를 찾는 거야?”허택양은 음침하게 웃었다. 허택양의 말이 끝나자 아까 하은설을 “엄마”라고 부르던 여자아이가 나타났다.여자아이는 그의 손을 붙잡고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았다.“엄마~”여자아이는 하은설을 다시 불렀다.하은설은 대답할 수 없었다.허택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은설아, 얘를 봐봐.”“우리 딸이야.”하은설은 여자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너무 귀엽지 않아?”허택양이 물었다.하은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허택양은 웃었다.“나도 그래. 그런데 안타깝게도...”여자아이는 허택양의 웃음과 함께 다시 사라졌다.하은설은 깜짝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내 딸은 어디 있어요?”“죽었어.”허택양의 표정은 무섭게 돌변했다.“허태준이 죽였어! 은설아, 기억해! 우리 딸은 허태준이 죽인 거야!”“허태준?”하은설은 곰곰이 생각했다.이런 일이 확실히 일어난 것 같았다.하은설이 넘어질 때 허태준의 담담했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급히 하은설에게 손을 내밀었었다.“허태준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하은설은 진지하게 허택양에게 말했다.“나 혼자 조심하지 않아 넘어진 거예요. 허태준은 나를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어요.”“허태준 탓이야!”허택양은 더욱 화가 났다.“은설아, 잊은 거야? 허태준과 심유진 때문에 우리가 이 꼴이 된걸! 내 꼴을 봐!”허택양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온몸의 상처는 다 허태준이 때린 거야! 나를 감옥으로 보내려 하고 있어!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하은설은 땅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려 했다.“아니에요.”하은설은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우리가 이렇게 된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당신...”하은설은 얼굴빛이 변하더니 두 손으로 그의 목을 눌렀다.“당신, 허택양!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나를 속여
간병인은 허태준의 부탁에 따라 아침을 들고 병실로 들어설 때 두 여인이 얼싸안고 우는 기괴한 장면을 마주했다.간병인은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 있다가 결국 낮게 기침을 한두 번 했다.심유진과 하은설은 체면을 아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다. 둘만 있을 때 우는 모습은 상관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을 알자 두 사람은 동작을 일제히 멈추고 뒤 돌아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간병인은 매우 눈치가 빨랐다.두 아가씨가 이렇듯 체면을 차린다면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처럼 그들에게 한 눈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아침을 가지고 왔어요.”간병인은 쇼핑백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하은설에게 물었다.“은설 씨, 씻을래요? 제가 부축 해줄게요.”하은설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괜찮아요, 잠시 자리 비켜 주실래요?”간병인은 목을 한번 끄덕이고는 나가 버렸다.하은설은 이불을 들추며 내려가려 했다.심유진은 재빨리 달려와 하은설을 부축했다.하은설은 그런 심유진을 째려보며 말했다.“나 그 정도는 아니야.”일반 사람들은 유산 수술을 하고 난 후 걷지를 못한다. 더구나 하은설은 어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기에 더욱 무리를 하면 안 되었다.심유진은 하은설이 입술을 깨물며 아픔을 참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무게가 쏠리게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됐어, 너무 무리하지 마.”하은설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한바탕 울고 난 뒤 심유진과 하은설은 겉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그러나 심유진은 자신과 하은설간에 마음의 벽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그 벽은 바로 하은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였다.그러나 그 둘은 마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점심은 허태준이 집에서 가져왔다.다시 허태준을 만나게 되자 하은설은 마음이 불편했다.하은설은 이미 어제 허택양의 진짜 모습과 모든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기에 허태준을 탓하는 것은 아니었다.그저 허태준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가 총을 쥐었을 때의 잔인
심유진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하은설은 계속하여 허태준에게 말했다.“유진이가 임신해서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할 때까지 엄청 고생을 많이 했어요.”“그때 유진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에 서툴렀어요. 학교도 다녀야 해서 고생이 많았죠. 배가 많이 불러서 학교에 다니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집에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렸어요.”“우리 둘 다 아이에는 경험이 없었죠. 제가 많은 레시피를 찾아봐도 손재간이 없어서 유진이가 내가 한 보양식은 입에 대질 않았죠.”여기까지 말하고 하은설은 심유진을 힐끗 바라보았다.“그게 보양식이야?”이 주제에 대해 심유진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나를 일부러 학대하는 줄 알겠어!”“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을 봤나! 아무리 맛이 없어도 너를 위해 한 음식인데, 맛있게 먹어주면 어디 덧나냐?”하은설이 발끈했다.“너도 직접 먹어 봤잖아. 내가 거짓말하면 네가 믿을 수 있어?”심유진은 지지 않고 답했다.두 여인이 말싸움이 끝이 보이질 않자 허태준은 마음이 급했다.“됐어요,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심유진과 하은설은 서로를 째려보며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그 모습은 마치 초등학생들 같았다.허태준은 급하게 화제를 돌리려 입을 열었다.“잠시 뒤에 은설 씨의 퇴원 준비를 할게요. 어디로 돌아갈 거예요? 오피스텔? 아니면 우리 집으로?”“오피스텔!”“우리 집!”심유진과 하은설은 동시에 답했으나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우리 집으로 가자.”심유진의 말투는 제법 강경했다.“네가 싫다면 너를 납치래서라도 데려갈 거야!”“너무 하는 거 아니야?”하은설은 불만을 토로했다.“이런 식이면 허택양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말이 끝나자 병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하은설은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오해 하지 말아 줘.”“응.”심유진은 허택양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답했다.**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