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허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뚜-”전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 겨우 통했다.“유진 씨?”허태준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물었다.“깼어요?”전화기 너머는 너무나도 조용하여 허태준이 어디에 있는지 심유진은 알 수가 없었다.“네.”그녀는 물었다.“어디 간 거예요?”“저요?”허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병원이요.”심유진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무슨 일이에요?”“내가 아니고요.”허태준은 머뭇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은설 씨요.”“은설이요?”심유진은 다급히 방에서 뛰어나오다가 탁자에 무릎을 부딪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나왔다.“어느 병원이에요? 지금 갈게요!”“아니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말렸다.“은설 씨는 잠들었어요. 한동안 깨지 못할 거예요.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니까 내일 나랑 같이 와요.”“아...”심유진은 꺼내온 옷을 다시 걸었다.“그럼... 조심히 돌아와요.”**허태준은 반 시간 후에 돌아왔고 Mike 엄이 보내온 도시락도 가져다주었다.기름에 튀겨진 맛있는 냄새가 도시락 봉투에서 흘러나왔다. 심유진은 그 시각 매우 배고팠지만 입맛은 없었다.“은설이 어떻게 된 거예요?”그녀는 허태준의 손을 잡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일단 뭐 좀 먹어요.”허태준은 손의 봉지를 심유진에게 건네줬다.“천천히 얘기해 줄게요.”심유진은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 씹어 넘기기도 전에 허태준을 독촉했다.“빨리요!”“오후에 은설 씨를 찾으러 갔어요.”허태준은 그녀에게 처음부터 설명해 주었다.“증거를 보여 줬어요.”“그게 병원에 있는 것과 무슨 관련이에요?”심유진은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집에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은설 씨가 발을 헛딛는 바람에 아이를 유산했어요.”허태준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고 말투도 괴로움이 배었다.심유진은 손에 들었던 햄버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뭐, 뭐라고요?”심유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요... 은설이가... 어쨌다고요?”그녀의 눈에는 눈물
심유진은 이미 온 오후 잠을 잤기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더욱이 지금은 마음이 편치 않았기에 침대에서 뒤척이기보다는 병원으로 가 하은설을 돌보는 게 나았다.“은설이가 밤에 깰 수도 있잖아요.”“은설이가 눈을 떴을 때 익숙한 사람을 봤으면 좋겠어요.”심유진은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어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혼자 병실에 누워있는 외로움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충격적인 일이 너무 많아 하은설이 외로움에 정신이 온전치 못할까 심유진은 걱정되었다.허태준은 자신이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다.“그럼 이것 먼저 다 먹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이 오후에 두 개의 닭다리만 먹고 저녁도 먹지 않은 상태로 병원에 가서 밤을 새우면 몸이 상할까 걱정되었다. “...그래요.”심유진은 그가 가져다준 음식을 겨우 다 먹었다.**병원은 심유진이 자주 가던 곳이었고 오피스텔에서 매우 가까웠다.하은설의 병실은 1인용이었다. 지금 시간에는 하은설과 간호원 모두 잠들 시간이었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간병인은 경계하며 쳐다보았다.허태준을 바라보며 간병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대표님, 왜 또 오셨어요?”“오늘 밤에는 돌아가셔도 돼요.”허태준은 말했다.“비용은 똑같이 지불할 테니까 오늘은 먼저 돌아가세요.”“왜요?”간병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제가 어디 잘 못 한 것 있나요? 대표님, 말씀만 해주시면 고치겠습니다!”허태준이 그녀에게 지불한 비용은 다른 사람들의 두 배였기에 그녀는 이 일을 더욱 놓치고 싶지 않았다.“오해한 것 같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은 제 아내가 돌보고 싶다네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오세요.”간병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네.”간병인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말했다.“대표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주세요.”간병인이 나가자 허태준은 간이침대를 펴며 물었다.“새 시트와 이불을 쓸래요?”“괜찮아요.”심유진은 그런
허태준은 하은설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예측할 수 없었다.다만 하은설이 오늘 겪은 일들의 분노가 심유진에게 불똥이 튈지는 아무도 몰랐다.그래서 허태준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돌아가요.”심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오늘... 당신도 수고했어요.”허태준은 잠시 심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일찍 쉬어요.”**심유진은 간이침대를 하은설에게 가까이 끌어당겨 그 위에 앉으며 하은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그녀는 하은설이 깨면 어떤 반응일지 몇 번이나 상상했다.자신을 때릴까? 욕할까? 자신과 철저히 인연을 끊을까? 아니면 자신과 죽으려고 할까?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밖은 서서히 밝아졌다.**하은설은 꿈을 오랫동안 꾸었다.꿈속에서 하은설은 별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를 보았다.예쁜 꽃무늬 치마를 입고 양 갈래를 딴 여자아이는 눈을 초롱초롱 뜨며 하은설을 엄마라고 불렀다.하은설은 매우 행복했다.하은설이 빨리 걸어가 여자아이를 안으려고 할 때 아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은설은 미친 것처럼 주위를 맴돌며 아이를 찾았다.주위는 온통 하얀색이었고 텅 비어 있었다.하지만 계속하여 아이의 부름 소리가 하은설을 맴돌았다.“엄마!”“엄마!”“엄마!”기쁜 소리, 슬픈 소리, 분노의 소리가 하나씩 울려왔다.“어디 있어?”하은설이 절규했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하여 아이의 부름 소리만 들렸다.“엄마!”“엄마!”“엄마!”하은설은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뛰며 울부짖었다.“나와!”“빨리 나와!”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온통 하얀색이었다.하은설은 너무 오래 뛰어 힘들었는지 땅에 주저앉았다.여자아이의 부름 소리도 함께 사라졌다.새하얀 공간 속에서 여전히 일정한 걸음 소리가 울렸다.그건 구둣발 소리였다.딱.딱.딱.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반짝반짝한 검은색 구두가 하은설의 눈에 들어왔다.매우 익숙한 구두모양이었다. 허택양에게서 자주 봤었던 구두였다. “은설아.
허택양이었다.허택양의 머리, 팔, 다리는 두터운 석고로 둘러싸였고 얼굴에도 파란 멍 자국이 있었는데 이는 하은설이 병원에서 본 모습과 일치했다.“은설아, 얘를 찾는 거야?”허택양은 음침하게 웃었다. 허택양의 말이 끝나자 아까 하은설을 “엄마”라고 부르던 여자아이가 나타났다.여자아이는 그의 손을 붙잡고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았다.“엄마~”여자아이는 하은설을 다시 불렀다.하은설은 대답할 수 없었다.허택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은설아, 얘를 봐봐.”“우리 딸이야.”하은설은 여자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너무 귀엽지 않아?”허택양이 물었다.하은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허택양은 웃었다.“나도 그래. 그런데 안타깝게도...”여자아이는 허택양의 웃음과 함께 다시 사라졌다.하은설은 깜짝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내 딸은 어디 있어요?”“죽었어.”허택양의 표정은 무섭게 돌변했다.“허태준이 죽였어! 은설아, 기억해! 우리 딸은 허태준이 죽인 거야!”“허태준?”하은설은 곰곰이 생각했다.이런 일이 확실히 일어난 것 같았다.하은설이 넘어질 때 허태준의 담담했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급히 하은설에게 손을 내밀었었다.“허태준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하은설은 진지하게 허택양에게 말했다.“나 혼자 조심하지 않아 넘어진 거예요. 허태준은 나를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어요.”“허태준 탓이야!”허택양은 더욱 화가 났다.“은설아, 잊은 거야? 허태준과 심유진 때문에 우리가 이 꼴이 된걸! 내 꼴을 봐!”허택양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온몸의 상처는 다 허태준이 때린 거야! 나를 감옥으로 보내려 하고 있어!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하은설은 땅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려 했다.“아니에요.”하은설은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우리가 이렇게 된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당신...”하은설은 얼굴빛이 변하더니 두 손으로 그의 목을 눌렀다.“당신, 허택양!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나를 속여
간병인은 허태준의 부탁에 따라 아침을 들고 병실로 들어설 때 두 여인이 얼싸안고 우는 기괴한 장면을 마주했다.간병인은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 있다가 결국 낮게 기침을 한두 번 했다.심유진과 하은설은 체면을 아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다. 둘만 있을 때 우는 모습은 상관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을 알자 두 사람은 동작을 일제히 멈추고 뒤 돌아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간병인은 매우 눈치가 빨랐다.두 아가씨가 이렇듯 체면을 차린다면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처럼 그들에게 한 눈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아침을 가지고 왔어요.”간병인은 쇼핑백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하은설에게 물었다.“은설 씨, 씻을래요? 제가 부축 해줄게요.”하은설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괜찮아요, 잠시 자리 비켜 주실래요?”간병인은 목을 한번 끄덕이고는 나가 버렸다.하은설은 이불을 들추며 내려가려 했다.심유진은 재빨리 달려와 하은설을 부축했다.하은설은 그런 심유진을 째려보며 말했다.“나 그 정도는 아니야.”일반 사람들은 유산 수술을 하고 난 후 걷지를 못한다. 더구나 하은설은 어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기에 더욱 무리를 하면 안 되었다.심유진은 하은설이 입술을 깨물며 아픔을 참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무게가 쏠리게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됐어, 너무 무리하지 마.”하은설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한바탕 울고 난 뒤 심유진과 하은설은 겉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그러나 심유진은 자신과 하은설간에 마음의 벽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그 벽은 바로 하은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였다.그러나 그 둘은 마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점심은 허태준이 집에서 가져왔다.다시 허태준을 만나게 되자 하은설은 마음이 불편했다.하은설은 이미 어제 허택양의 진짜 모습과 모든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기에 허태준을 탓하는 것은 아니었다.그저 허태준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가 총을 쥐었을 때의 잔인
심유진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하은설은 계속하여 허태준에게 말했다.“유진이가 임신해서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할 때까지 엄청 고생을 많이 했어요.”“그때 유진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에 서툴렀어요. 학교도 다녀야 해서 고생이 많았죠. 배가 많이 불러서 학교에 다니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집에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렸어요.”“우리 둘 다 아이에는 경험이 없었죠. 제가 많은 레시피를 찾아봐도 손재간이 없어서 유진이가 내가 한 보양식은 입에 대질 않았죠.”여기까지 말하고 하은설은 심유진을 힐끗 바라보았다.“그게 보양식이야?”이 주제에 대해 심유진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나를 일부러 학대하는 줄 알겠어!”“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을 봤나! 아무리 맛이 없어도 너를 위해 한 음식인데, 맛있게 먹어주면 어디 덧나냐?”하은설이 발끈했다.“너도 직접 먹어 봤잖아. 내가 거짓말하면 네가 믿을 수 있어?”심유진은 지지 않고 답했다.두 여인이 말싸움이 끝이 보이질 않자 허태준은 마음이 급했다.“됐어요,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심유진과 하은설은 서로를 째려보며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그 모습은 마치 초등학생들 같았다.허태준은 급하게 화제를 돌리려 입을 열었다.“잠시 뒤에 은설 씨의 퇴원 준비를 할게요. 어디로 돌아갈 거예요? 오피스텔? 아니면 우리 집으로?”“오피스텔!”“우리 집!”심유진과 하은설은 동시에 답했으나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우리 집으로 가자.”심유진의 말투는 제법 강경했다.“네가 싫다면 너를 납치래서라도 데려갈 거야!”“너무 하는 거 아니야?”하은설은 불만을 토로했다.“이런 식이면 허택양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말이 끝나자 병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하은설은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오해 하지 말아 줘.”“응.”심유진은 허택양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답했다.**하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에요.”심유진은 예전 일을 회상해도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저 하은설이 요리 솜씨가 없어 자신이 임신했을 때 다른 임산부보다 적게 먹어 별이가 저체중으로 태어난 정도다. 그래도 건강한 정도였다.이곳은 산후조리라는 개념이 없었다. 더구나 한국에서처럼 산후 도우미가 없었기에 그 기간 심유진은 자신의 힘과 하은설의 돌봄으로 버텼다.다행히 심유진은 몸이 건강해 산후 후유증이 없었다.“어렸을 때랑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심유진은 웃었다.심유진은 가볍게 말했으나 허태준은 가슴이 아렸다.심유진이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은 허태준에게 있어서 엄청난 일이었다.그녀가 당한 고통은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허태준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심유진에게 더욱 잘해주는 것밖에 없었다.그렇다 해도 그 때문에 받은 상처는 씻을 수 없을 것이다.허태준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심유진은 조금 미안해졌다.“자책하지 말아요. 내가 임신한 것도 당신은 몰랐잖아요.”“다음에 내가 임신하면 매일 맛있는 음식 해줘요.”“다음?”허태준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심유진을 쳐다봤다.“좋아요.”자신이 말을 잘못한 사실을 알아챈 심유진은 재빨리 덧붙였다.“지금 당장이란 말은 아니에요. 진정해요! 별이가 아직 어려요. 적어도 초등학교는 들어가야죠.”심유진은 둘째를 꺼리지 않았다.자신과 같은 어린 시절을 물려주는 게 싫어 심유진은 딩크족을 선택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를 여러 명 낳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능력도 되니 잘 키울 자신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 아빠의 유전자도 우수했다.그러나 둘째를 낳는 일은 그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아니었다.가장 먼저 심유진은 아이 아빠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아이 아빠가 동의하는 것 같으니, 다음으로 별이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심유진은 별이에게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남자를 찾을 생각도 없었고 별이가 아직 어려 정확한 판단을 할 거로 생각지도 않았다.별이가 더 커서
별이는 손가락을 굽히며 심유진에게 말했다.“케익, 쵸콜릿, 아이스크림, 치킨...”전부 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심유진이 별이에게 잘 먹이지 않는 음식이기도 했다.심유진의 얼굴이 굳어가는 것을 보자 별이는 눈치 빠르게 육윤엽의 품으로 들어가며 애교를 부렸다.“할아버지, 엄마가 화내요!”육윤엽은 핸드폰을 받아 들고 심유진에게 다급히 해명했다.“알아요, 많이 안 먹였죠, 당연히. 모든 음식을 조금 맛보게 했을 뿐이에요.”모든 음식을 맛만 보게 했다라...그러나 별이가 통통해졌겠지.심유진은 자신이 빨리 육윤엽을 알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아니면 별이를 대하는 것을 볼 때 재벌 3세마냥 통통하게 먹였을 것이 뻔했다.“내일 데려올게요.”심유진은 말에 육윤엽은 내키지 않았다.“며칠만 더 있다가 데려 가요. 별이와 익숙해진 지 얼마 안 됐어요. 별이가 없으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요.”심유진은 육윤엽을 동정하지 않았다.“더 이상 별이를 뒀다간 말을 더욱 안 들을 거예요.”별이는 화면에 혀를 내보이며 심유진의 말에 반박했다.“내가 언제요! 제가 얼마나 말을 잘 듣는데.”“그래? 그럼 계속 할아버지 집에 있다가 돼지가 될래?”심유진은 일부러 별이를 놀래켰다.“잊지 마. 너무 많이 먹으면 잡아먹는다~”이건 별이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대사였다.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 부모님이 너무 많이 먹어 돼지로 변한 장면은 별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장면이었다.그 말에 별이는 깜짝 놀라며 육윤엽의 품으로 뛰어들며 말했다.“나 내일 집으로 갈래요!”육윤엽은 눈을 치켜뜨며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애를 놀리는 게 어디 있어요?”“하하.”심유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었다.별이가 잠에 들 시간이 되자 육윤엽은 도우미더러 별이를 씻기게 했다.별이가 가자 육윤엽은 물었다.“그 친구, 괜찮아요?”별이를 육윤엽의 집에 맡기면서 김욱은 하은설이 연인에게 차인 후 심유진이 위로 중이라는 핑계를 대었다.육윤엽의 병 때문에 그에게 많은 일들은 사실대로